[충북일보] 충북도 행정이 모두 우수한 것은 아니다. 청주시 행정도 답답한 구석이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에코폴리스와 제2쓰레기 매립장 논란과 관련된 과정을 지켜보면서 행정의 관점으로만 따지면 두 기관의 판단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망친 '클러스터(Cluster)'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ic Zone)'은 누가 뭐래도 '클러스터(Cluster)', 즉 집적화 사업이다. 그런데 충북 경제자유구역은 오송과 청주공항, 충주 등으로 갈라져 추진됐다. 하나로 뭉쳐지지 못하고 제각각 추진되다 보니 클러스터 지구에서 흔히 기대할 수 있는 국책기관 하나 유치하기 힘들었다. 지역 발전을 위해 경제자유구역 유치에 나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충주시민들의 분노와 울분을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더 더욱 없다. 다만, 이번 사태를 정치가 망친 사례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싶었다. 적어도 충주 에코폴리스는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다른 형태의 특화지구로 추진됐어야 했다. 물론, 이시종 지사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주 에코폴리스 등 경제자유구역 정책에 대한 최종 책임은 지자체가 아닌 중앙 정부에 있다. 지금
디자인(Design)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터인가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며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SNS 등이 활발해지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전문프로그램인 포토샵을 활용하여 사진 꾸미기나, 가구 DIY 등과 같이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디자인의 사전적 정의나 유래 등을 식상하게 늘어놓고 싶진 않다.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디자인은 '일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공산품들을 예를 들면 나름으로의 표준 규격 안에서의 자유로운 표현들을 하고 있다.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한번 즘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소주병은 왜 녹색일까·" 예전 진로 소주를 떠올려보면 투명한 병으로 기억이 난다. 1994년에 '그린소주'가 처음으로 출시되었는데 처음으로 소주병을 녹색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녹색의 깨끗한 이미지로 '그린소주'가 소주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모든 소주 제조사들이 마케팅전략으로 앞을 다투어 녹색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디자인 하나로 시장점유율이 바꾸고 세상이 바뀐다고 한다.…
[충북일보] 청주시 제2쓰레기 매립장 조성 과정이 가시밭길이다. '지붕형'이냐 '노지형'이냐를 놓고 벌인 논란이 벌써 4개월째다. 결국 청주시의회의 손에 운명이 맡겨졌다. 청주시의회는 오는 19일 제2매립장 조성 사업비가 담긴 '2017년 1회 추가경정 예산안' 예비심사를 앞두고 있다. 시의회 내에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제2매립장은 이제 시의회 결정에 따라 운명을 달리 하게 됐다. 청주시의 근시안적인 행정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됐다. 쓰레기 처리 환경의 변화를 예상치 못한 탓이다. 생활쓰레기를 소각하는 청주권 광역소각시설 2호기 증설사업과 제2매립장 조성사업을 연계성 없이 따로따로 추진한 게 사태를 키웠다. 청주시의 생활쓰레기 처리 방식에는 2호기 소각시설 준공과 함께 큰 변화가 생겼다. 청주시의 하루 소각 용량이 총 400t으로 두 배 늘었다. 대형폐기물 자체소각, 소각시설 자체점검·수리 시 예비라인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2호기 가동 전엔 1호기가 감당하지 못한 생활쓰레기의 경우 흥덕구 강내면 학천리 광역매립장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2호기 가동으로 상황이 변했다. 타고 남은 재만 광역매립장으로 옮겨져 처리되고 있다. 생활쓰레기에는…
[충북일보]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 4월 위기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안보클릭'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안보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 대선후보들 안보관 철저해야 김일성 생일(일명 태양절) 105주년 기념식이 지난 15일 열렸다. 북한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미사일 퍼레이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방사포부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각종 전략무기가 총동원됐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신형 ICBM 같은 대미 전략무기의 100% 실물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전략적 모호성을 택했다. 신형 ICBM의 경우 바퀴 축 7개짜리 트레일러 차량에 육중한 몸을 누인 채 나왔다. 재래식 무기들도 대거 선보였다. 모두 한반도 남쪽을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을 갖춘 무기들이다. 한국, 일본, 미국 순으로 타격 대상을 넓히고 있다는 암시다. 열병식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양동작전을 구사했다. 이날 오전 함경남도 신포에선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 물론 실패했지만 신포에서만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고체연료 ICBM 개발을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미사일 개발 스케줄에 따른 과정이
청주녹색소비자연대에는 20명의 녹색살림지도자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회의를 한 후 한 가지씩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 이번 달에는 천연주방세제를 만들었다. 모두 빈 주방용기를 가져와서 재료비만 내고 세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계속하다보니 회원들은 어느 새 프로슈며(prosumer)가 되어가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1980년도 출간된 "제 3의 물결"에서 앞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물건의 생산 단계에 참여를 하고 주문을 하는 소비자 반란을 예고한 바 있다. 이제 메이커만 보고 무조건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다. 함량과 성분을 꼼꼼히 살핀 후 유해 물질 함량이 많으면 구매하지 않는 선택형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제를 만들면서 나누는 대화는 늘 환경문제로 모아진다. 오늘은 "리콜로지" 회사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이 회사는 쓰레기 재활용업체인데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곳에는 각국의 고위 인사들이 넥타이 차림의 정장 위에 노란색 안전조끼를 입고 회사를 둘러 본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총영사는 이 쓰레기 처리회사를 보고 현대적 설치 예술품과 같다고 표현을 했다고 한다. 가구당 월 35달러 19센트의 비용을 걷어 쓰레기를…
"이제까지 뭐 했어· 이렇게 하려면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나....." 상사의 질책은 끝이 없다. 아무리 잘못해도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러나 대답을 해봤자 변명이다. 마음을 다스리며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능력을 탓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반항심만 생긴다. 꾸짖어 규명하는 질책(叱責)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상사들이 생각보다 많다. 물론 자신의 질책이 먹힌다고 생각하는 순간 질책은 중단된다. 그러나 자신이 한 행위가 어떤 파급 효과를 만들어 내는지는 관심 없다. 혹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상사는 훌륭하다. 상하 권력관계에서의 질책은 어디서나 가능하다. 선생, 부모도 다 아이들을 위해 질책한다고 항변한다. 때로는 존대 말로 질책하는 '진상고객'도 상대방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질책행위는 화를 동반하며 상대방에게 비인격적인 상처를 준다. 간혹 이러한 행동이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아도 (이 지위에서)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무섭다. 원래 권력(權力)이란 '지배하는 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폭발된 분노와 함께 오는 질책의 근거는, 신속하고…
중앙경찰학교 교육을 이수하고 첫 근무지로 발령 받고 출근을 시작한지 갓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지금 매일 맞는 아침에 제복을 입고 구두를닦으며 마음가짐을 다 잡고 일선에 투입된다. 국민들과 가장 가깝게 마주할 수 있는 지구대 근무를 하다보면 국민들이 알아야 할 법 규정들을 잘 숙지하지 못하여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들이 상당히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최근 봄이 되어 포근한 날씨로 인해 여행 및 나들이를 떠나고 있는 요즈음 교통법규의 부지로 인한 교통위반으로 단속되는 행락객들이 많다.특히, 비보호 좌회전에 대한 교통 법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단속되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 적색 불에 비보호 좌회전 진행하셨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조 신호위반 통고처분 하겠습니다." 단속된 운전자의 대부분 대답은 "비보호좌회전인데 왜 신호위반이죠, 그리고 앞에 차가 안 오는데 뭐가 잘 못 되었단 겁니까"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보호' 는 반대차선에서 차량이 진행해 오지 않는다면 신호에 관계없이 안전하게 진행하면 된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교통법규의 부지로 인한 잘못된 해석이다. 비보호좌회전의 의미는 나의 진행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의
디스코 퀸, 도나 섬머(Donna Summer)는 전설의 디바다. 64년 생애를 불꽃처럼 뜨겁게 사르곤 간 그녀는 국내에도 팬층이 두텁다. 1970년대부터 80년대를 휩쓸며 당당히 문화현상으로 이름을 올린 디스코 열풍 덕택이다. 당시 젊은이들은 음악 감상실과 클럽의 현란한 디스코 음악에 젖어 지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도나 섬머가 있었다. '레이디 오브 더 나이트'로 데뷔한 도나 섬머가 주목을 받았던 곡은 1975년에 발표한 16분 50초 분량의 대곡 '러브 투 러브 유 베이비'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리듬으로 디스코 음악의 출발을 보여주며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분위기 탓에 보수적인 몇몇 국가는 금지곡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도나 섬머는 이듬해인 1976년, 싱글 아이 필 러브(I Feel Love)로 단숨에 빌보드 싱글 차트 6위에 오르며 디스코의 여왕에 등극했다. 최고의 테크노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조지오 모로더와 피트 벨로트가 제작한 이 곡은 혁신적인 키보드와 술에 취한 듯 나른한 도나 섬머의 보컬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걸작이었다. 1979년 '배드 걸즈'를 발표한 도나 섬머는 '배드 걸즈'와 '핫 스터프'로 차트
붉은색 굵은 자막으로 뉴스특보라고 올라오던 누군가의 검찰청 입장과 퇴장에 관한 내용이 하루 종일 지겹도록 방송에 나오고 또 나오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똑같은 주제를 다루던 여러 시사 프로그램들도, 이제는 슬금슬금 다음 우리의 지도자가 누가 될지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방송하기 시작했다. 절망에 빠진 국민들도 이제는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면서 아주 조금씩 만성 피로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대권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하나같이 일자리 공약에 많은 공을 들인 모양세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 그간 청년 실업의 문제를 청년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어른들의 시선이, 그나마 지금부터라도 같이 해결해 보자는 지금의 변화는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물론 그간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젊은이들이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 있어서는 SNS라는 강력한 매체를 동원해 온-오프라인상에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의 인기(·)를 끄는 것 역시 선거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됨을 깨달은 정치인들의 전략 중 하나일테지만, 어떤식으로든 청년 실업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게 된 사실 만으로도 꽤나 긍정적이
봄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걸 귀띔 해준 건 베란다 홈통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였다. 이럴 때 마다 내 안에서 질러대는 소리가 있다 "빗소리를 흠뻑 듣고 싶다" 밀폐된 공간에서 두꺼운 유리문까지 닫고 있으니 바로 들릴 리 없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라도 답답함을 질러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소리가 내개서 멀어진 게 아니라 내가 아파트로 달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별도리가 없다. 이럴 땐 얼른 일어나 베란다 창을 열어젖힌다.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문득문득 양철지붕 집에서 살았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 지붕아래서 자랐고 행복한 성장기를 보냈다. 그 중에서도 잊지 못하는 건 양철지붕에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다. 우르르 쾅 번쩍번쩍 하늘이 갈라지는 듯 요란해지면서 갑자기 굵고 거센 비가 폭포처럼 쏟아 질 때면 엄마야 소리치며 이불 속에 숨었다가 그만 잠이 들었던 기억. 그윽한 봄밤, 빗소리를 들으며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그리움이란 글자를 끄적이던 사춘기 시절도 있었다. 빗소리는 그렇게 나를 적셨고 마음의 위안과 정서의 안정을 안겨 주었다. 봄비 머금은 천지가 촉촉하다. 4월, 활짝 핀 꽃나무에서도 비바람에 흩어지는 꽃잎
78년 이른 봄, 단국대학교 박물관장으로 재직하신 정영호박사가 전화를 주셨다. 이 번 주말 단양 적성(赤城)을 조사라 하러 가니 취재하라는 것이었다. 토요일 저녁 쯤 단양에 도착하여 단국대 고적 조사단이 묵는 여관을 찾았다. 정영호 박사, 사학과 차문섭교수,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종석 중앙일보 문화부장(후에 삼성 리움박물관장)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싱글벙글한 표정이었으며 대어를 낚았다고 좋아하는 것이었다. 아침이 되어 나는 조사단과 함께 적성을 올라갔다. 밭둑 옆에 덮어 놓은 거적을 열어보니 반듯한 바위가 드러났다. 바위상면에는 고졸한 한자들이 빼곡히 각자돼 있는 것이었다. 정박사는 설명을 통해 신라의 적성 공략과 당시 참여한 신라 장군 이사부등의 이름이 나열됐다고 하는 것이었다. 창녕신라진흥왕척경비(국보제33호)ㆍ북한산신라진흥왕순수비(국보제3호)ㆍ마운령신라진흥왕순수비(북한지역)ㆍ황초령신라진흥왕순수비(북한지역)에 이은 또 하나의 진흥왕 순수비가 찾아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한학자 고(故) 임창순 선생은 중앙일보에 기고를 통해 '정영호 박사의 위공(偉功)'이라고 까지 높이 평가했다. 단양 적성비 발견으로 충북은 중앙 역사학계의
[충북일보] 5·9 대선이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장미대선답게 장밋빛 공약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충북에 들리는 좋은 소식은 별로 없다. 되레 내부에서 절망적인 소식만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청주국제공항 항공정비(MRO) 사업 유치는 이미 실패했다. 오송첨복단지 내 2조 원 대 이란 투자도 무산된 지 오래다. 청주공항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제선 폐황' 상태다. 급기야 충북경제자유구역의 한 축인 충주에코폴리스 사업마저 백지화 됐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서도 충주에코폴리스에 대한 충북도의 현명하고 빠른 결정을 촉구한 바 있다. 이 사업에 대한 포기설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0일 이시종 충북지사가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자유한국당 충주지역 도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충북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도민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배신행위로 규정했다. 충주시의회 의원들도 충북도에 책임 있는 후속 대책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이 사업의 낮은 성공 가능성을 포기 이유로 밝히고 있다. 지역민들에게 더 큰 죄를 짓지 않겠다는 각오로 서둘러 결정했다는 마음도 전했다. 자신을…
"중국의 제일 장관은 저 기와 조각에 있고, 저 똥덩어리에 있다." 깨진 기와 조각으로 담을 쌓거나 뜰 앞에 깔아 진창을 막고, 말똥을 거름으로 쓰는 중국인들을 보고 박지원이 한 말이다. 연암 박지원은 1,780년 8촌형 박명원이 청나라 건륭황제 70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정사로 낙점을 받자, 그를 따라 자제군관의 자격으로 사신 일행에 참가한다. 그 해, 5월 한양을 출발해서 8월 초에 북경에 도착했지만, 아뿔싸 청나라 황제가 그만 여름 별장인 열하(熱河)로 떠나 버린 다음이었다. 황제를 알현하고 한 마디라도 듣고 돌아와야 하기에 사신 일행은 북경에서 육백 여리 떨어진, 청나라 황제 여름 별장이 있는 열하의 '피서산장(避暑山莊)'으로 다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 때, 박지원이 청나라 사신 일행으로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 열하일기(熱河日記)이다. 열하일기가 오늘날에도 주목 받는 이유는 단순히 이 책이 길따라기 기록이거나 견문 내용을 단순히 정리, 기록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속에는 작가의 뚜렷한 주관,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열하일기 중에서 한밤중에 아홉 번의 강을 건너면서 깨달은 바를 기록한…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의 치세(治世)를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명재상인 방촌 황희정승과 고불 맹사성이 함께 하였는데 이 두 분은 세종대왕이 민본정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보필한 조선의 명재상이다. 작년에 고불 맹사성의 생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고불 맹사성은 황희정승과 함께 세종 시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으로서 청렴결백한 관리의 모범을 보여주었고, 따뜻한 인간미로 조정신료들은 물론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분이다. 역사에 남을 훌륭한 인재상으로 삶을 같이 했던 그의 생가는 역시나 여느 한옥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지나간 삶의 모습을 차근차근 보며 그분의 기개와 절개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016년 11월, 어떤 법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뉴스에 新풍속도에 대한 보도가 연이어 나온적이 있었는데, 바로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었다. 공직자들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여,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도입된 이 법은 지난 2011년 김영란 전)국민권익위원장에 의해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5년여가 흐른 2016년에 비로소 시행이 되었
최근 공진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수요도 많아졌다. 수험생이나 수술후 회복, 고령으로 원기와 면역력이 떨어졌을때, 스트레스(화火)성 질환에 복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진단은 세의득효방에 기재된 처방으로 예로부터 황제에게 진상했던 진귀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체질이 선천적으로 허약하더라도 공진단을 복용하면 타고난 원기를 든든히 해 신수(腎水)를 오르게 하고, 심화(心火)를 내리게 하므로 어떠한 병도 생기지 않게 한다'라고 극찬을 했다. 또 '과로로 인한 간손상이 있을때 많은 보약이 있지만 효과를 보기 어려우니 공진단을 사용하라'라고 기록돼 있다. 문헌상의 찬사와 고가의 약이 되는 연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기(氣)'와 '양(陽)'의 약재 중에서 최고로 좋은 녹용과 순환기계통의 약중에서 최고인 사향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공진단은 기를 보하는 약재(녹용, 인삼)와 혈을 보하는 약재(녹용, 당귀)에 이 둘 사이를 연결해 주고 전신순환을 단시간에 빨리 돌려주는 약재(사향)로 구성된 처방이다. 각각의 기능을 하는 대표약들로 구성된 처방이기에 효과도 좋고 고가인 이유가 되는 것이다. 사향(동물성 유황성분함유)은 중추신경기능을 조절하고 호
[충북일보] '4·12 벚꽃 재보선'이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5·9 장미 대선'이다. 해묵은 지역 현안 해결의 '골든타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다. 대선전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직 정책 대결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약 제시보다 상호 비방만 난무하고 있다. 대신 후보들의 공약집에 지역 현안을 포함하려는 지자체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아무튼 이번 대선 풍경은 과거 대선과는 사뭇 다르다. 예전엔 정당과 후보들이 지역을 순회하며 지역 현안의 공약화를 약속했다. 물론 헛공약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정당이나 후보들이 지역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조기대선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역별로 제대로 된 공약 하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자칫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을 의심받기 십상이다. 충청권에선 지금도 각종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역발전'과 '상생·균형'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때마다 충청권 공조를 외치지만 현안만 생기면 공염불이 되고 있다. 지금 상황도 그
무심천은 온통 꽃물결이다. 벚꽃이 만개한 길가에 수천의 사람들이 꽃비를 맞고 있다. 새들이 날고 꽃 이파리가 어깨위로 떨어진다. 겨우내 흙바람에 메말랐던 가슴 속 큰 슬픔을 어루만지며 그리움의 노래를 부른다. 하얀 슬픔의 바람이 불때마다 반짝 손 흔들며 햇살이 흔들린다. 그렇게 봄은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있건만 나의 움츠려든 어깨는 펴지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즐겨야하는 초록의 봄조차 흩날리는 꽃 이파리 되어 내 발밑에 뒹굴고 있다. 이 환장할 봄 날, 차마 꽃구경조차 갈 수가 없다. 바람이 인다. 봄은 그리움을 흔들며 가슴을 깨운다. 우리들 가슴 속 물결을 일으켜 세운다. 세월호의 어린 주검들이 꽃무리 되어 흩날린다. 절망의 날들을 인양한 남쪽 바다에도 꽃비가 내린다. 세상은 여전히 무능하고 날마다 흩날리는 장밋빛 공약은 피로에 지친 이들을 더 고달프게 한다. 춥고 을씨년스러운 배 밑창, 갈라진 틈에서 아우성처럼 이끼가 흔들린다. 아이들의 절망으로 가파르게 무너져 내린 흔적들이 추적이며 비를 맞는다. 섧게 우는 새들의 날갯짓이 흰 꽃무리 위로 흔들린다. 봄은 그렇게 죽어간 것들과 살아있는 것들의 경계를 허문다. 봄은 모든 기억을 깨우고 우리 가슴에…
생활이 풍족해 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조금이라도 몸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나 약을 찾게 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여러 좋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근거 없는 잘못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고, 어설픈 정보들은 함부로 전달되어 많은 혼란을 일으킨다. 병원에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신장에 좋은 음식은 뭐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다가 잠깐 검색 창에"신장에 좋은 음식"을 찾아 보니, 어설프게 신장의 기능을 소개하고 나서 복분자, 산수유, 장어, 팥, 미역, 검은콩, 호박, 율무, 옥수수 등 수많은 음식들이 나열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음식들이 왜 신장에 좋은지, 무슨 이유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신장 기능을 보호해 주는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 분들을 대상으로 설명한다면 소변이 가장 잘 나오게 하는 음식은 수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이다. 필요한 양보다 물을 많이 마시면 당연히 소변이 많이 나올 것이고, 채소나 과일에 수분이 많으므로 그런 종류의 식품을 섭취하면 소변이 많이 나오게 된다. 소변이 많이 나오면 신장이 좋아지는가·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물을…
"공장이 오송에 있으신가요? 화장품 기업이 많은 곳이지요?" 다른 지역에 출장을 가거나 많은 화장품 관계자를 만날 때면 이러한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인, 그리고 국내 바이어들에게 있어 '충북 오송'은 화장품 기업이 집약된 곳으로 인지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오송은 그야말로 청주의 외곽동네일 뿐이었다. 그러나 충청북도의 바이오 및 화장품 기업 지원 정책이 빛을 보게 되면서 많은 화장품 기업이 이사를 오기 시작했으며, 오송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송은 화장품 기업에게 있어 최고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1시간이면 수도권에서 오갈 수 있는 KTX 오송역과 경부고속도로 등 육상의 우수한 교통 여건은 물론, 중부권 거점공항인 청주국제공항을 통한 하늘길까지 열려 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식약처, 보건복지부 등 각종 인허가 기관들이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오송이 이런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단순히 입지적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지자체가 화장품산업에 관심을 두고 관련 업체를 도와주고 있지만, 충청북도는 그 어느 지자체보다 기업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화장품 산업 발전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들이 모여 아파트를 건립하는 주민 주도형 사업이다. 조합원이 토지를 매입하고 업무 대행사, 시공사를 선정하여 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이다. 주택조합의 가장 큰 장점은 싼 가격에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만큼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어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계약금만 날리고 사업이 수포로 돌아 갈 수도 있다. 청주에서는 율량지역주택조합이 처음으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내덕동에 위치하지만 율량동 개발 붐을 타고 율량지역주택조합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으며 라마다호텔 안에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분양에 들어갔다. 당시는 지역주택조합이라는 개념도 잘 알려지지 않을 상태인데다 사업지 위치가 좋고 호텔 안에 분양사무소가 있어 분양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시공사가 바뀌고 일부 토지주의 과도한 보상 요구 등으로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후 추진위의 백방 노력으로 토지 매입이 완료되고 본격 건립이 시작됐으며 4년여 공사 끝에 지난해 성공적으로 입주를 마쳤다. 청주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율량지역주택조합이 성공을 거두자 이후 시내 곳곳에서 주택조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 17개 지역에서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하여 추
충청북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제천을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박달재! 굽이 굽이 오르다보면 박달재 휴게소가 가까워지고 '울고넘는 박달재'의 구성진 가락이 울려 퍼진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하여 걸어서 다녀야 했던 옛날에는 평지 길도 가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고갯길은 얼마나 힘이 들까· 그래서 구름도 쉬어 넘는다 하여 '추풍령 고개', 하늘을 나는 새도 쉬어 넘는다 하여 '새재'라고 부르지 않는가· 더욱이 고개를 넘다보면 도적떼를 만나 가진 것 다 털리거나 산짐승에게 변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였으니 울고 넘는다는 말이 우리 민족의 마음 속 깊이 전해져온 고개의 이미지와 딱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둥산(실제는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오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1948년에 발표된「울고 넘는 박달재」는 반야월이 노랫말을 짓고 김교성이 곡을 붙인 것인데, 박재홍이 불러 크게 인기를 끌며 일약 대스타가 되었고, 노래에 담긴 서민적인 정서가 공감을 얻어 이후로도 국민가요로서 널리 애창되고 있다. 2005년 한국방송공사의 가요 프
현세는 언론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성싶다. 누구나 눈만 뜨면 우선 텔레비전을 켜게 되고 신문을 찾는 게 하루의 시작일 게다. 그런데 근간 우리 언론들의 자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니지 싶은데 언론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민초들의 생각과 다를 때가 빈번하게 목격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다. 언론의 사명은 우리사회를 반듯하게 지켜나가기 위해 잘잘못을 지적할뿐더러 칭찬도 아끼지 않음으로서 국민 모두의 정신을 일깨우고 바르게 인도하는 것을 생명과 같이 삼아야 하기에 언론을 사회의 지팡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근간 언론들이 더러는 편향되게, 아예 선별적 보도는 물론 심지어 국민이 알아야 할 점마저도 보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으니 국민으로서 시청자로서 왜, 무슨 연유에서 이럴까 싶어 근간에는 거개 언론을 외면할 때가 잦은 편이다. 가끔 다채널인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를 정도다. 보도라고 해봤자 천편일률적이고 지나칠 정도로 편향되거나 앵무새처럼 똑 같은 내용을 한목소리로 보도하고 있어 식상해서라도 외면하기 마련이다. 천만다행으로 스포츠 채널이나 바둑채널이 무
[충북일보] 4·12재·보궐선거가 끝났다. 새로운 괴산군수 당선인도 확정됐다. 괴산군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이번 괴산군수 보선은 전임 군수의 낙마로 실시됐다. 지난 6회 지방선거 때보다 2배나 많은 6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쟁을 벌였다. 후보별로 지역발전 공약을 내걸고 최선을 다했다. 유권자 관심도 당초 우려와 달리 높았다. 그러나 치열한 정책대결은 이뤄지지 못했다.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5·9대선의 영향이 컸다. 대선 자체가 양강 체제로 변하면서 네거티브 프레임에 갇혔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괴산군수 선거도 진영 논리에 함몰됐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승자와 패자도 결정됐다. 당선인은 곧 신임 군수에 취임하게 된다. 곧바로 전임 군수 공백 기간을 메워야 한다. 새로운 괴산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올바른 리더십과 도덕성으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선출직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많은 게 변한다. 지방행정의 방식에도 천양지차가 생긴다. 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지역사회의 갈등과 대립의 정도 역시 달라진다. 단체장이 지방행정의 최종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괴산군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괴산군은 군수 부재 기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꽃놀이 때문에 봄을 오랫동안 기렸지만 오랜 기다림에 지쳐 어느새 춘곤증에 자신을 맡긴다. 그러는 사이 노란 개나리가 피고 하얀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그 생명이 다하기 전에 무심천변은 매년 봄 틈새를 노리는 꽃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벚나무는 겨우내 죽은 척 움츠려서 서 있다가 봄비를 품으며 서로 살아있음을 알리는 소리 없는 춘화의 경쟁은 시작하였다. 드디어 무심천변에 미동도 없던 벚나무들이 꽃망울을 터트려 화사한 벚꽃이 무심천을 뒤덮었다가 어느새 꽃잎이 바람결에 날아다닌다.. 한국 사람들에게 벚꽃놀이는 참으로 특이한 것 같다. 꽃나무 사이를 걸으며 서로 사랑을 확인하기보다 벚꽃과 사랑에 빠져 사진을 찍는 나무사이에 '불법노점상 집중단속' 이란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지만 벚꽃의 화사한 틈바구니에서 자기이익만 챙기려고 눈치싸움을 벌이는 불법노점상이 있다. 길거리음식은 위생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사려는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문맹은 아닐 텐데 자기이익만을 위해 때로는 법을 외면하며 우기거나 떼를 쓰고 밤늦게까지 이를 막는 단속반들과 실랑이는 끊이지 않고 고성이 오가며 서로 안면을 구기고 감정만 상한다. 벚꽃이 피
[충북일보]광활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자랑하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중국은 심지어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많은 중소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고,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고전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톱 10'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정책의 일관성이 시급하다. 정권 바뀌면 경제정책 흔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은 최고의 가치였다.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세종시가 탄생했고, 기업·혁신도시도 전국 곳곳에 건설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바꾸려 했다. 물론 세종시의 기업도시화도 반드시 나쁜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충청인들은 반발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정책까지 바뀌면 정책 혼선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우려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책 중 눈에 띄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5+2 광역경제권'이다. 전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 차별화된 성장산업 육성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 시절, 또 다시 정책이 바뀌었다. 첨단의료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