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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4.16 15:10:37
  • 최종수정2017.04.16 15:10:37

이재준

역사연구가. 칼럼니스트

78년 이른 봄, 단국대학교 박물관장으로 재직하신 정영호박사가 전화를 주셨다. 이 번 주말 단양 적성(赤城)을 조사라 하러 가니 취재하라는 것이었다. 토요일 저녁 쯤 단양에 도착하여 단국대 고적 조사단이 묵는 여관을 찾았다. 정영호 박사, 사학과 차문섭교수,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종석 중앙일보 문화부장(후에 삼성 리움박물관장)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싱글벙글한 표정이었으며 대어를 낚았다고 좋아하는 것이었다. 아침이 되어 나는 조사단과 함께 적성을 올라갔다. 밭둑 옆에 덮어 놓은 거적을 열어보니 반듯한 바위가 드러났다. 바위상면에는 고졸한 한자들이 빼곡히 각자돼 있는 것이었다.

정박사는 설명을 통해 신라의 적성 공략과 당시 참여한 신라 장군 이사부등의 이름이 나열됐다고 하는 것이었다. 창녕신라진흥왕척경비(국보제33호)ㆍ북한산신라진흥왕순수비(국보제3호)ㆍ마운령신라진흥왕순수비(북한지역)ㆍ황초령신라진흥왕순수비(북한지역)에 이은 또 하나의 진흥왕 순수비가 찾아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한학자 고(故) 임창순 선생은 중앙일보에 기고를 통해 '정영호 박사의 위공(偉功)'이라고 까지 높이 평가했다.

단양 적성비 발견으로 충북은 중앙 역사학계의 조명을 받았으며 이후 여러 지역에서 많은 유적, 유물이 찾아졌다. 충주 예성동호회가 가금면에서 찾은 충주 고구려비(국보제205호)의 확인을 비롯, 충주 봉황리 마애불상군(보물제1401호), 청주 비중리 일광삼존불 등 문화재급 유물이 속속 정박사에 의해 찾아졌다.

충주시 탑평리에서 출토 와당을 보고 정박사는 고구려계라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 발표가 나가자 모 대학 교수가 백제와당이라고 반박하는 글을 신문에 실었다. 정박사는 반박논문을 통해 고구려계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몇 년 전 한 수장가의 컬렉션 가운데 만주지안(滿洲輯安) 국내성에서 수습한 와당 하나가 탑평리 것과 꼭 닮은 것을 찾았다. 탑평리 와당의 계보를 확인한 것이었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먼 이역도 가리지 않고 답사를 생명처럼 중시해 왔던 정박사의 식견이 이랬다.

근 40년간 정박사의 숨결이 닿지 않는 충북의 유적은 없다. 청주시 상당산성, 부강의 개소문 산성, 괴산 각연사 부도탑비, 하늘재 미륵리사지, 덕주사 마애불, 제천 장락리 모전석탑 등 많은 유물 유적들이 빛을 찾아 문화재로 지정되고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충주시를 중심으로 한 중원문화권의 설정에 기초를 닦은 분이 바로 정박사였다.

그는 일본국내 조선통신사행로 탐방과 대마도내 백제불교유물 조사 등으로 대마도 명예시민증까지 받은 바 있다. 대마도는 200차례 넘게 왕래했을 만큼 한-일 교류사 연구에 애착이 깊었다.

정박사는 '호불(豪佛)'이라고 자호(自號) 했으며 술을 즐겨마셨다. 술 가운데는 텁텁한 막걸리와 맥주를 좋아했다. 어느 해 충주 수안보 조사 때는 모 교수와 함께 무려 백 두병을 마셨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호탕한 성격에 어떤 사람과도 허물없이 지내 온 그는 그래서 가는 곳마다 친구가 많았다.

호불 선생이 갑자기 타계하셨다. 지인을 통해 얼마 전 까지도 건강하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생전에 차일피일 미루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한 죄스러움이 한으로 남는다.

정박사는 스승 황수영박사를 항상 '우리 선생님'이라고 부르셨다. 스승에 대한 예우와 존경이 남 달랐다. 항상 필자의 논문과 저서를 꼼꼼하게 고쳐주셨던 호불선생님. 아!. 오늘 나는 처음으로 '우리선생님'이라고 불러본다. '우리 선생님.. 그동안 너무 많은 땀을 흘리셨으니 이제 편안한 곳에서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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