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에 내정된 이낙연 전남도지사 부인의 그림이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남개발공사가 구입했다는 두 점의 그림 값이 시비에 오르더니 시간이 지나자 전시회의 그림이 가필과 대작이란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75점의 작품을 선보였던 두 번째 개인전의 규모에 대해, 3년 반 만에 도저히 그렇게 많은 작품을 양산할 수 없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의혹인 모양이다. 이낙연 후보자는 '아내가 집에서 잠도 안자고 작업에 몰두하는 것을 늘 보고 있다'며 펄쩍 뛰었다.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자신 때문에 당치않은 구설에 오른 부인의 처지가 기막힐 것이다. '정말로 심각한 모욕'이라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심정이 백 번 이해된다. 이낙연 후보의 부인인 김숙희씨가 공공기관에서 그림을 구입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화가라는 사실이 청문회를 통해 대중에 공개됐지만, 김숙희씨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미대를 졸업했으나 미술교사생활을 했다. 교사 퇴직 후 23년만인 2013년 첫 개인전을, 그리고 지난 4월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교사와 주부로 오랫동안 붓을 놓고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재광 영광군 향우회 카페에 올라 있는 화가 김숙희의 최신 자
설화속의 오작교는 은하수에 있다. 1년 동안 헤어져 만나지 못하는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위해 까치들이 놓아준 상상의 다리다. 칠월칠석이면 비가 내리는 것은 견우직녀의 헤어짐이 슬퍼 흘리는 눈물이라고 했다. 단오 날 글방을 뛰쳐나온 이 도령이 춘향을 만나는 장소도 오작교로 그려진다. 나귀 타고 남문을 벗어 나와서 광한루에 오른 이 도령은 멀리서 그네를 타는 춘향을 보고 이렇게 독백했다. "다리 이름이 '오작교'이고 누정 이름이 '광한루'라... 천상의 선인교(仙人橋)이고 옥경루(玉京樓)에 근사하구나. 전생의 직녀를 오늘의 견우가 불러내고 싶구나." 신라 서울 서라벌에는 일정교와 월정교가 있었다. 일정교는 해(日) 즉 남자를 지칭하는 것이고 월정교는 달(月)인 여성을 뜻한다. 고승 원효와 과부 요석공주는 월정교를 가교로 부부 인연을 맺었다. 재미있게도 월정교는 해가 떠오르는 남산에서 요석궁으로 연결되는 다리다. 삼국유사에 원효스님의 아리아가 재미있게 수록되어 있다. -누가 자루 빠진 도끼(沒可斧)를 허락 하겠느뇨, 내가 하늘 괴는 기둥(支天柱)을 깎을 터인니...- 태종 김춘추가 노래를 듣고 요석궁에 과부로 지내는 공주를 짝으로 삼도록 했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각종 선거 때마다 충북의 투표결과가 전체 투표결과와 일치해 '충북의 민심이 대한민국의 민심이다'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예로부터 우리 충북은 국토의 중심이자 국력의 중심에 있었다. 삼국시대에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가장 국력이 강한 나라가 충북을 차지해 오기도 했다. 민심과 국운의 중심지인 이곳 충북에서 올 9월과 10월에 37회 전국장애인체전과 98회 전국체전이 열린다. 2004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충북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은 대선정국으로 흩어진 민심을 규합해 국가발전의 기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현 시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새 대통령이 우리 지역을 찾는 공식적인 첫 자리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충북에서의 전국체전은 1990년 71회, 2004년 85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주 개최지 충주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돼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개·폐회식이 열린다. 이번 체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장애인체전이 전국체전에 앞서 개최된다는 점이다. 긴 추석 연휴로 인해 전국체전이 연휴 다음 주인 10월20~26일 열리게 되는데, 만일 지금까지 해
보건복지부의 국가암등록통계사업의 보고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 암종은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의 순이었고, 남자에게는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전립선암, 여자에게는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의 순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81세까지 생존할 경우에 암에 걸릴 확률을 계산하면 36.9%이며, 남자(77세)는 5명중 2명(38.1%), 여자(84세)는 3명중 1명(33.8%)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흔히 말하는 노인이 되려면 3~4명 중 한명은 암이 진단된다는 것인데, 그럼 이분들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일까· 다행히 그렇지 않다. 위에서 열거한 우리 국민에게 흔한 5대암의 생존율을 살펴보면, 위암의 경우 90년대 초에는 43%의 5년 생존율이 2014년에는 75%로 크게 높아졌다. 폐암도 각각의 기간에 10%에서 21.9%로, 대장암은 55%에서 78%로, 간암은 9.9%에서 33%로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암의 생존율을 암의 병기에 따라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재미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암을 1기에 발견하여 초기 단계에 치료한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95.9%에 이른
엄혹한 시절, 대한민국의 가슴에 정치군인들의 총탄세례가 쏟아지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최루탄의 매캐한 냄새가 진하게 깔린 거리를 걷다보면 수없이 다가서는 불심검문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폭력이 정당화되는 시기에 우리는 스스로 굴종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굴종의 시대에도 많은 이들의 가슴엔 젖은 솜뭉치처럼 먹먹한 답답함이 있었고 죽어간 이들에게 빚진 마음에 수시로 넋 놓고 울 때도 많았습니다.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온몸 던지며 싸우던 희망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사랑을 알았습니다. 청춘이기에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가능했고 그러기에 곤봉에 맞으면서도 웃을 수 있었습니다. 감옥에도 가고 온몸 성할 날 없었지만 참 행복한 싸움이었습니다. 그렇게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던지는 것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87년의 봄은 광주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몸부림이었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상처를 품으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티브이를 통해 나오는 노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국민 모두가 온몸 던지며 이룩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었다. "뭐라고· 좋아하는 여자라고·" 동방은 두 눈을 내리깔고는 발로 바닥을 연신 찼다. 그의 발에 차인 흙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에게 불만이 있으면 그렇다고 하지 왜, 죄 없는 흙에게 화풀이를 하는 겐가·"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고개를 숙이고 몸을 꼬는 동방의 꼴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났다. 귀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했다. "자네, 텔레비전에 나오는 어린 여자애들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 같은데. 맞는가·" 동방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뇨. 절대 아니에요." "그럼, 누구에게 마음을 빼앗긴 게야·" "그건 말 못해요. 절대로 말하면 안 되거든요." "허허. 그거 참. 그렇담 표시나 내지 말던가. 자네는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소질이 많아. 혹,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가·" 동방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헤, 하고 웃는데 웃음 끝에 복잡한 감정이 묻어나왔다. "자네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인물이야. 어디서 무엇을 하러 여기로 온 사자인지……." 나는 먼 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을 들여다보고 그 복잡함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아니
[충북일보] 지방자치단체마다 대기업 본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각종 부가가치와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SK하이닉스에서 분사(分社)한 '파운드리 (반도체 수탁생산)' 본사가 청주에 들어선다. 회사명은 'SK하이닉스시스템IC'다. 청주에 대기업 본사가 설립되는 건 처음이다. 물론 충북혁신도시에 공기업 본사가 이전한 적은 있다. 이 회사는 종전까지 다른 업체(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일반 제조업의 OEM 공급과 비슷한 개념이다. 지난해 사업 매출은 1천160억 원이다. 17조1천980억 원의 전체 매출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사물인터넷에 관련된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해 매출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주는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으로 화룡점정을 하게 됐다. 대기업 본사 유치로 명실상부한 중부권 산업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청주지역엔 그동안 대기업 본사가 없었다. 공장만 있었을 뿐 실질적인 본사를 보유하지는 못했다. 이런 현상은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의 걸림돌이 돼 왔다. 이번 SK하이닉스시스템IC 본사 유치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 있다. 대기업 본사 유치는…
마을축제는 구성원들의 역할분담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라진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두꺼비 생명 한마당 축제'가 지난 12일과 13일 청주 서원구 산남동 일대서 열렸다. 올해로 14년째다. 많은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생명과 문화의 만남' & '특명, 미세먼지를 잡아라...!'다. 건강과 힐링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염원을 웅변하고 있다. 행사는 두꺼비 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아침 일찍부터 새끼두꺼비들의 이동경로를 따라 걷는 '두꺼비길 걷기 대회'가 시작이었다. '생태공동체, 문화공동체 마을을 지향하는 생명문화축제' 란 취지에 걸맞은 행사였다. '충북청소년 행복교육한마당'은 자연과 사람의 공존, 생명과 문화를 노래하는 자리였다. 옹달샘 연극놀이팀의 '두꺼비인형극 똥벼락'은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 주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가족이 함께 하는 '다리밑 공연', 개성 있는 음악팀들의 '두꺼비마을 작은음악회', 남녀노소 즐거워하는 '야외영화' 상영, 산남동 작은도서관협의회 주관의 '중고책 벼룩시장' 등도 눈길을 끌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장 대표님!" "굿 모닝" "저는 지금 죽으러 갑니다" "ㅎㅎㅎ" "놀라지 마세요. 효원상조에서 하는 임종체험입니다" "웰다잉 강의하려면 임종체험 해봐야겠지요" "영정사진도 찍고, 유언장도 작성하고, 입관식도 하고. 화려하게 부활하겠습니다"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 "정말 정말 큰 축복입니다" "오늘도 활기차게 파이팅!!!" 영원한 벗 드림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에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 올린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온 메시지는 하루 종일 나를 생동감 있게 움직이게 만들고, 오늘 내가 당장 이 생을 그만 두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고전적 구절을 읊조리게 한다. 좋은 일이란 무엇인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승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 선 후 적폐청산이라는 최고의 화두를 전면에 걸고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해소라는 거대한 슬로건으로 사회를 새로운 한곳으로 몰아 가고 있다. 최고의 허브공항이라 일컫는 인천공항에서 대통령의 비정규직 해소 한마디에 사장은 연내 정규직 전환의 화답카드를 꺼내들고 테스크 포스 팀을 꾸리고 동분서주
[충북일보] 충북도와 청주시가 SK하이닉스 신축공사에 거는 기대는 아주 크다. 지역 건설업체들의 공사참여로 건설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고용창출과 세수 확대 등도 예상하고 있다. SK그룹은 하이닉스 청주공장 신축 등에 2조2천억 원대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충북엔 그저 '그림의 떡'이 돼 가고 있다. 적어도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그렇다. 하이닉스 청주 공장 신축으로 공사장 주변 음식점 등 소규모 내수는 나아졌다. 하지만 지역경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SOC 이익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도내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의 공사 참여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도내 건설업체들의 참여율은 아주 낮다. 그러다 보니 원성이 자자하다. 물론 청주 하이닉스 공장 신축 과정엔 반도체 특수공정이 포함돼 있다. 자격 요건이 까다로울 순 있다. 그렇다고 원천적 배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건설업계의 경영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 등이 도내 지자체를 순회하며 지자체가 앞장서 줄 것을 요청했을 정도다. 물론 전반적인 경기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청주 지역을 기준으로 민·관 대형공사에
박달재와 다릿재를 넘나들며 산책하다 보니 이 산줄기에서 가장 높은 백운산을 빼 놓을 수가 없을 듯하다. 백운산(白雲山)! 새털처럼 하얀 구름이 떠있는 하늘을 올려다보아야 할 정도로 높은 산, 의미로나 어감으로나 또는 소리로 듣는 어조로 보아도 참으로 잘 지어진 이름이다. 아름다운 이름에 누를 끼치는 일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우리 조상들이 이 산을 바라보며 어떠한 느낌으로 어떠한 생각을 하면서 부르는 이름이었는지 어떻게 해서 이 이름이 생겨났는지를 추리해 보고자 한다. 백운산이라는 이름이 좋은 이름인 만큼 전국 각지에 백운산이라는 이름이 산재해 있다. 경기도 의왕시 왕곡동의 백운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의 백운산,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의 백운산, 안성시 원곡면 외가천리의 백운산,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의 백운산,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의 백운산, 고성군 대가면 송계리의 백운산,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의 백운산, 함양군 서상면의 백운산, 김천시 감문면 송북리의 백운산, 칠곡군 지천면 백운리의 백운산, 상주시 공성면 산현리의 백운산, 전남 광양시 옥룡면에 있는 백운산, 완도군 생일면 금곡리의 백운산, 함평군 손불면 동암리의 백운산, 전북
한국 축구의 계보를 꼽으라면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선수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한국 대표 선수로서 뿐 아니라 유럽 무대에서도 훌륭한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올들어 손흥민 선수의 활약은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쾌거여서 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다. 손 선수는 유럽 무대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 시즌 21골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두 번 EPL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의 레전드는 차범근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 레버쿠젠 시절이던 1985-86시즌에 총 19골을 넣어 한국인 유럽 진출 선수 중에 최고의 골을 보유해왔다. 독일 무대에서 308게임에 출전, 98골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으로 당시 외국인 선수 최고 기록을 남기고 은퇴했다. 독일에서 활약하는 동안 프랑크푸르트 팀에서 유럽축구연맹 컵 대회 우승과 바이어 레버쿠젠 시절에도 다시 UEFA 컵 우승을 차지 두번의 유럽축구연맹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차 감독의 기록을 깨줄 사람으로 박지성을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2개의 심장', '산소탱크' 등으로 불리면서 엄청난 활동량에 팬들이 환호했다. 명지대학교를 졸업하
사람들마다 걱정이 태산 같다고 한다. 어떤 일을 저질러 놓고 후회하거나 남 탓을 하느라 맹랑하게 세월을 허비하기도 한다. 며칠 전 죽마고우가 낙상을 해 입원했기에 문병 차 들렀는데 마침 그 친구의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여식을 데리고 할아버지 문병을 와있었다. 친구가 손녀 걱정을 한다. 걱정하는 내용인즉 손녀가 축구를 하고 있는데 강렬한 운동을 하다가 다칠 게 제일 걱정이라며 여자답게 차분히 공부나 하면 오죽 좋겠느냐고 정말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친구 손녀를 보자니 이목구비가 또렷하다. 몇 마디 이야기를 건네 보니까 축구에 꽤 심취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뭐 눈엔 뭐 만 띈다고 했던가· 나 역시 평생을 학생들과 함께한 습관이 발동하고 말았다. 병석에 누워있는 친구를 배려하느라 친구부인과 한참 이야기가 이어갔다. 할머니로서 손녀의 축구사랑을 어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그의 답 역시 친구와 판박이다. 나는 곧바로 축구나 야구, 배구로 이름난 유명선수들을 거론했더니 다 잘 알고 있었다. 왜 걱정을 하고 무엇이 못마땅하냐고 했더니 부인 역시 친구랑 대동소이했다. 안 되겠다 싶어 작심하고 조목조목 짚어가며 독선적일 정도로 나의 주장
고마움이 모이면 정이 생기고 정이 생기면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정은 우리나라가 예전부터 중요시하는 덕목이다. 서로 살뜰히 챙기고 말이라도 밥 한번 먹자고 건네는 문화, 이처럼 우리의 근간을 이뤄온 정의 문화는 때로는 보배로 느껴지는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그러나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예외이다. 정으로 얽힌 이해관계는 위험하다. 넌지시 오고가는 일상적인 말 속에서 청탁이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까지 생겨났다. 그만큼 청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작은 것이라도 나를 이롭게 한 사람에게는 단호히 거절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나에게 베푼 것들이 자꾸 떠올라 중립의 입장에 설 수 없게 하고 사고를 흐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혹시나 사사로운 것을 멀리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굳은 마음의 소유자라고 해도 금품을 받는 것이 합리화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청심(淸心·깨끗한 마음가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선물로 보내온 물건이 비록 아주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은정(恩情)이 이미 맺어졌으니 사사로운 정이 이미 행하게 되는 것이다. 격 고을
좀처럼 느낌표를 쓰지 않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무엇을 보거나 '그렇지 뭐' 하고는 시들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어도, 신록의 나뭇잎을 대해도, 쌍무지개가 떠도, 감동할 줄 몰랐던 것이지요. 파란 하늘을 보고 감탄하는 친구를 보면 '원 저렇게 감정이 헤퍼서야' 하고 혀를 찰 정도였거든요. 어느 날, 이 집에 사는 느낌표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쓰이지 않는다면 나는 결국 삭아 없어지고 말 거야.' 결국 느낌표는 위기감을 느끼고, 어느 비오는 날 밤, 이 사람에게서 떠났습니다. 느낌표가 빠져나간 줄 모르는 이 사람은 권태와 식욕부진을 겪더니 마침내는 조울증까지 얻었습니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그를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지요. 그를 진찰한 의사는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렸습니다. "감동을 회복하시오. 무엇을 보거나 '오!' 하며 놀라거나 '아!' 하고 감탄하시오. 그리하면 당신의 기력은 쉬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는 달아난 느낌표를 찾아 유명산으로 갔습니다. 유명 극장에도 가보고 유명 바닷가를 찾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달아난 느낌표는 그 어느 곳에도 없었지요. 실의에 빠진 그는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왔습니다.
경찰하면 떠오르는 게 수사이고 수사하면 연상되는 게 검찰이다. 경찰은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서 권력기관이라고 하지만 그 권력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게 일선 경찰의 푸념이다. 일거수일투족을 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우리가 검찰의 종이냐는 말까지 하겠는가. 그 검찰의 굴레를 마침내 벗을 것 같다는 징후들이 사방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검찰개혁을 줄기차게 외쳐왔고, 취임하자마자 단행한 인사에서 검찰개혁론자인 조국 서울대 교수를 민정비서관으로 발탁했다. 조국 비서관은 내년 지방자치 선거까지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일정까지 제시했으니 검찰개혁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만약 대통령의 의지대로 검찰개혁이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검찰은 종이 호라이에 불과하고 경찰은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에 착수해서 종결까지 하는 수사권을 갖게 되면 검찰총장의 비리는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수사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대통령이 공약한 권력기관 개편에는 검찰개혁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와 수사기능까지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의 대공 정보와 수사기능
추리소설, 연애소설, 역사소설 등 참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유독 과학기술을 소재로 하는 소설만큼은 이름 앞에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것을 막연히 상상함'이라는 의미의 '공상(空想)'이라는 단어가 추가되어 '공상과학소설'이라고 자주 불리는 것일까· 나조차도 본 칼럼을 연재하면서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을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인데 뭔가 어색하다. 어느 날 퇴근 길 차안에서 우연히 시작된 이 물음의 답을 찾아보고자 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생각은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인지, 내가 뭔가 생각하면 상당수가 이미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고민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한 출판사가 1950년대 말 미국의 어느 과학소설 잡지와 제휴하여 월간지를 창간하면서 부제로 '공상과학소설지(空想科学小説誌)'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이 용어가 굳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이런 소설 등을 통째로 번역하며 일본에서 사용하던 공상과학이라는 말이 과학소설에 대한 말로 통
[충북일보] 2009년 5월 23일 충북기자협회 회원 자격으로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오전 9시 개회식을 앞두고 기협 소속 기자들과 지역 기관·단체장이 운동장에 속속 집결했다. 이 때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졌다. 일부 기자들은 체육대회를 포기하고 회사로 복귀해 호외(號外)를 만들었다. 청천벽력 같았던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깊은 슬픔에 잠겼다. 노 전 대통령 서거 8년 뒤인 23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해 첫 재판을 받았다. 충북의 희생을 잊었는가 노 전 대통령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기획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한 역사상 보기 드문 혁신의 아이콘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저지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는 여당 내에서 사실상 야당의 역할로 세종시 원안을 지켜냈다. 충북도 세종시 원안추진을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 특히 알토란 같은 옛 청원군 부용면 8개리를 세종시에 편입시키는 용단까지 내렸다. 세종시 건설공사에 충북 건설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세종시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법을 개
[충북일보] 세월이 가도 참 변치 않는 게 있다. 바로 지방의회 의원들과 관련된 자질 논란이다. 1995년 7월 제1기 민선지방자치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충북도내 지방의회에서도 최근 들어 꼴사나운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청주시의회 한 의원은 제2쓰레기매립장 사업 관련업체 관계자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부적절성은 곧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의원의 대처 방법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자신의 부적절한 처사에 대한 반성보다 남 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자질 논란은 아주 잦았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권개입, 뺑소니, 갑질 논란 등 끊이지 않았다. 도내 지방의회에서 생겨난 상식 이하의 일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괴산군의회에선 한 의원의 대학 재학 당시 학점 특혜 논란이 최근 불거졌다. 옥천군의회는 군을 방문한 이시종 지사에게 황당한 건의를 해 빈축을 샀다. 지방자치 실시 20년이 훨씬 지났다. 그런데도 지방의원 자질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세월이 가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밝히면 지방의원 스스로 시대적·사회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충북일보]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2월 민주평통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군(軍) 수뇌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당시 전국은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논란으로 뒤숭숭했던 시기였다. 노 전 대통령은 "군대 작전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군 수뇌부는 직무유기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일침을 놨다. 남 탓만 일삼는 청주시의회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의 호통이 그립기만 하다. 청주시의회는 각종 비위의 온상이라는 지적에도 자숙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남 탓은 참 잘한다. 최소한의 양심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신언식 의원은 줄곧 쓰레기 2매립장과 관련해 ES청주의 특혜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그런 신 의원은 최근 ES청주 관계자와 필리핀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오해를 살만한 부적절한 처사임에도 신 의원은 되레 성을 내고 있다. 집행부가 ES청주와 짜고 자신의 골프여행을 기획했다며 탓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런 신 의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자유한국당 역시 다를 게 없다. 한국당 안성현 도시건설위원장은 신 의원의 여행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는 동
우리의 일 년 중에서 활기차고 포근한 계절은 단연 오월이라고 할 수 있다. 오월은. 봄의 희망과 약동이 오월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월을 가장 아름다운 달로 치기도 한다. 오월을 '가정의 달'로 삼은 까닭은 계절의 미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가정의 달 오월을 맞고 지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가정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계절의 특성을 배워야 한다. 오월 속에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어떤 형평이 존재한다. 푸른 신록은 순결과 희망을 반영한다. 오월은 또한 온유와 너그러움을 표상한다. 참으로 오월이 지니고 있는 계절의 미덕은 많고도 넉넉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가정은 그야말로 오월 같아야 한다. 모든 가정 안에 계절의 미감이며 오월의 미덕들이 골고루 존재해야 한다. 가끔 드라마에서 한 가족이 단란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모든 가정이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서로 간에 배려해주고, 서로 사랑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정이란 무엇인가·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아닌가· 서로 가장 친밀한 혈연 집단인 가족이 동거동재(同居同在)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본
'경제자유구역'이란 해외투자자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프라, 세제 및 행정적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기 위하여 선정된 지역으로, 경제특구에 속하는 경자구역은 그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정고시 된 지역을 말한다. 2003년 참여정부시절 최초로 지정된 인천(170㎢), 부산·진해(83㎢), 광양만권(86㎢)의 경자구역도 시작 할 때의 화려한 청사진에 비해 제대로 활성화가 되지 않아 그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고 달갑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 또다시 너무도 정치 기망 적이고 미래 비전이 불분명한 신기루 같은 제2차 황해(16㎢), 대구·경북(33㎢), 새만금·군산(50㎢) 경자구역을 재차 지정함으로써 한마디로 그 지정을 선심성 지역배분이란 여론의 비난을 받으면서 진행 돼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명박 정권 말기 너무도 속보이는 정치적 생색과 이해에 따른 지역 배분적 배급 던져주기 식의 동해안(8.25㎢)과 충북(9.6㎢)경자구역을 추가지정 하였다. 전국 8개 지역을 골고루 명색 좋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생활여건을 개선하기위하여 추가 조성되는…
[충북일보] 5월 중순 동네 앞 느티나무가 둥근 숲이다. 이팝나무 꽃도 졌다. 진달래와 개나리는 어느새 푸르다. 들녘에선 모내기가 한창이다. 봄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 쌀의 기원 자긍심을 지키자 요즘 원조(元祖)란 말이 흔하다. 지역의 명물 음식점을 찾다 보면 더 자주 느낀다. 어느 집이 정말 원조인지 헷갈린다. 외지인들이 받는 느낌은 거의 비슷하다. 쌀의 원조는 어디일까. 결론부터 밝히면 한국이다. 중국이 아니다. '청주 소로리 볍씨'가 발견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원조가 뒤바뀌었다. 한국이 중국보다 4천년이나 앞선다. 다시 말해 쌀의 기원이 한국에 있다. 한국의 소로리 볍씨는 세계 최고미(最古米)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고고학 입문서에도 기술돼 있다. 국내에선 '현대 고고학의 이해(Archaeology)'로 번역·출판됐다. 세계적인 고고학 개론서다. 소로리 볍씨는 1998년과 2001년 10월 2차례에 걸친 발굴 조사를 통해 발견됐다. 탄소연대 측정 결과 1만3천~1만5천 년 전의 볍씨로 인정됐다. 세계 학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공인받았다. 소로리 볍씨 발견은 소로리의 기적이다. 영국의 BBC
[충북일보] KTX 세종역 신설 논란이 일단락 됐다.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역 신설 관련 용역 결과 비용대비 편익(B/C)이 0.59로 나타나 사실상 추진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역 신설 주장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국회 분원 설치가 공론화될 경우 제기 가능성이 가장 크다. 국회 분원 설치가 갖는 공공성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세종역 신설 문제는 완전하게 해결된 게 아니다. 정치권에선 언제든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세종역 설치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여가 먼저 거론할지 야가 먼저 할지 모른다. 지난 5·9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은 일제히 청와대·국회 이전 또는 국회 분원 설치 등을 공약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도 몇 가지 있다.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세종시 내 국회 분원 설치를 약속했다. 물론 그렇다고 정부의 입장까지 '조령모개'나 '조변석개'가 돼선 곤란하다. 정부 정책 시행의 제1조건은 합리성이다. 세종역은 이미 불가 결론이 나왔다. 용역은 보통 사업 시행 전 사업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진행된다. 용역 결과를 따르는 게 합리적인 이유는 여기 있다. 정부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잘하신다. 지금 문재인 태풍이 분다"며 "태풍은 강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는데, 이런 태풍은 나라를 위해 오래 가면 좋겠다"고 했다. 대선기간 적(敵)이었던 박 대표까지 '엄지 척'이다. 5·18 기념식에 참석한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것은 뭉클함을 넘어 '환희의 눈물'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의 '광폭 행보'에 대한 국민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청와대 발 인사는 일일 '반전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인수위 없이 출발한 '문재인 정부' 밑그림과 국정철학이 담겨 있을 수 밖에 없기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쯤에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장미대선'은 세월호 참사로 이어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심판하는 시발점이었다. '촛불혁명'은 문재인을 '안전적폐(安全積弊)'를 해소할 적임자로 꼽았다. 대통령이 됐다. 협치, 소통, 파격이라는 신선한 인사 속에 불안감, 우려가 엄습하고 있다. 적폐를 해소하는 인사에 '혜안'이 보이지 않는다. 안전이 또 후순위로 밀렸다. 안전적폐 해소의 핵심은 소방사무 재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 국가소방청을 부활하고…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