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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칼럼니스트

설화속의 오작교는 은하수에 있다. 1년 동안 헤어져 만나지 못하는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위해 까치들이 놓아준 상상의 다리다. 칠월칠석이면 비가 내리는 것은 견우직녀의 헤어짐이 슬퍼 흘리는 눈물이라고 했다.

단오 날 글방을 뛰쳐나온 이 도령이 춘향을 만나는 장소도 오작교로 그려진다. 나귀 타고 남문을 벗어 나와서 광한루에 오른 이 도령은 멀리서 그네를 타는 춘향을 보고 이렇게 독백했다.

"다리 이름이 '오작교'이고 누정 이름이 '광한루'라... 천상의 선인교(仙人橋)이고 옥경루(玉京樓)에 근사하구나. 전생의 직녀를 오늘의 견우가 불러내고 싶구나."

신라 서울 서라벌에는 일정교와 월정교가 있었다. 일정교는 해(日) 즉 남자를 지칭하는 것이고 월정교는 달(月)인 여성을 뜻한다. 고승 원효와 과부 요석공주는 월정교를 가교로 부부 인연을 맺었다. 재미있게도 월정교는 해가 떠오르는 남산에서 요석궁으로 연결되는 다리다. 삼국유사에 원효스님의 아리아가 재미있게 수록되어 있다.

-누가 자루 빠진 도끼(沒可斧)를 허락 하겠느뇨, 내가 하늘 괴는 기둥(支天柱)을 깎을 터인니...-

태종 김춘추가 노래를 듣고 요석궁에 과부로 지내는 공주를 짝으로 삼도록 했다. 원효가 남산에서 월정교를 건너며 거짓으로 물속으로 떨어졌다. 기다리고 있던 요석궁 하인이 옷을 말린다는 핑계로 스님을 데려가 옷을 갈아입히고 묵게 하였다. 얼마 후 공주는 태기가 있었으며 아들을 낳았다.

진천과 초평을 잇는 미호천에 옛 석교인 농다리가 있다. 전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17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농다리에는 두 개의 축조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하나는 고려 권신 임연장군에 얽힌 효 설화다. 추운 겨울날 임장군이 이곳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 한 젊은 부인이 내를 건너지 못하는 것이었다. 임장군이 이유를 물으니 여인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친정으로 가는 길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장군은 여인의 효심에 감동, 용마로 돌을 실어 날라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임장군 남매 축조 설화다. 임장군 집안의 남매 장사가 죽음을 건 내기로 쌓은 것이라고 한다. 이 설화는 이 충북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남매 축성설화(築城說話)를 그대로 닮고 있다.

그러나 다리의 축조방식으로 보아 이미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설에는 김유신장군이 이끄는 신라군이 증평에서 만노군(진천)으로 통하는 군사적 요로라는 주장도 있다.

농다리의 아름다움은 다른 다리처럼 돌을 치석 하지 않고 자연석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순수하고 소박하면서도 튼튼하다. 천 수백년 모진 비바람을 견뎌냈으며 지금까지 잘 보존 된 것이 불가사의하다.

지난 26~28일 진천군에서는 천년 농다리 축제가 열렸다. 체험중심의 행사였으나 다리의 전통적 의미를 되살리지 못해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농다리도 예부터 선남선녀가 짝을 찾는 사랑의 가교였을 게다. 단오절이면 돌다리 주변은 씨름판이 서고 젊은 총각 처녀들은 답교하며 짝을 찾는 축제의 장이 아니었을까.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는 세태, 내년 단오 날에는 노총각 처녀들이 만나 인연을 맺는 '오작교' 축제로 승화 됐으면 해서 적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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