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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5.25 14:44:13
  • 최종수정2017.06.22 13:37:39

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보건복지부의 국가암등록통계사업의 보고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 암종은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의 순이었고, 남자에게는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전립선암, 여자에게는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의 순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81세까지 생존할 경우에 암에 걸릴 확률을 계산하면 36.9%이며, 남자(77세)는 5명중 2명(38.1%), 여자(84세)는 3명중 1명(33.8%)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흔히 말하는 노인이 되려면 3~4명 중 한명은 암이 진단된다는 것인데, 그럼 이분들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일까· 다행히 그렇지 않다.

위에서 열거한 우리 국민에게 흔한 5대암의 생존율을 살펴보면, 위암의 경우 90년대 초에는 43%의 5년 생존율이 2014년에는 75%로 크게 높아졌다. 폐암도 각각의 기간에 10%에서 21.9%로, 대장암은 55%에서 78%로, 간암은 9.9%에서 33%로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암의 생존율을 암의 병기에 따라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재미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암을 1기에 발견하여 초기 단계에 치료한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95.9%에 이른다. 흔히 말하는 완치가 이 정도란 말이다. 대장암도 95.6%로 비슷하며, 유방암 98.1%, 폐암은 54.7%, 간암은 53.1%, 췌장암은 32.5%이다. 위암과 대장암은 정기적 내시경 검진으로 조기에 진단하고 내시경절제나 복강경수술을 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도 필요 없이 완치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전이가 있는 4기 암환자를 살펴보면, 5년 생존율이 위암 6.3%, 대장암 19.3%, 유방암 37.3% 폐암 4.8%, 췌장암 1.7%로 조기에 진단과 치료가 된 환자와 엄청나게 큰 생존율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보고 우리는 암은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해야한다. 여기서 한번 더 꼼꼼히 읽어보자. 4기라고하면 통상 말기라고 하는데, 무조건 죽는다고 의사들 조차도 설명하기 쉽다. 하지만, 명확하게 암환자를 대상으로 추적 검사한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4기 위암환자에서도 6.3%가 5년 이상 생존하며, 대장암은 자그마치 19.3%, 과거의 절망의 암이었던 폐암도 4.8%의 환자가 생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진행된 암이라고 하여도 절망하고 포기하지말고, 의사와 상담하고 여러 가지 환자 상태와 암의 성질 등 꼼꼼히 고려하고 치료한다면 기적이 남의 일만이 아니란 말이다.

자, 오늘 현재 우리나라에서 암으로 치료를 받고 있거나, 암 치료 후 생존을 하고 있는 국민이 45명당 1명이다. 15층 아파트의 한 통로에 30가구가 살면 대량 2~3명의 암환자/암생존자가 있다고 보면 대략 적당하겠다. 고등학교 동창회를 가면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 중 1명은 암으로 힘든 시간을 현재 보고 있다는 할 수도 있다. 필자도 10년전 암으로 수술받고 수차례 항암치료를 받으며 빠진 머리카락을 가리고 진료와 수술을 하느라 모자를 쓰고 1년 가까이 힘든 시간을 지냈었다.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너무 힘들고 아프지만, 조기에 잘 암을 찾아서 그나마 수술이 가능했다는 것에 감사하고, 전이가 있기 몇 달전에 발견할 수 있는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의사인 나조차도 설마하는 나태함과 정말 암일까하는 불안함으로 5달 가량의 조기 진단 시기를 늦추었었다. 감사와 후회가 항상 교차한다.

암은 남의 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이나 가족의 일도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모은 사람이 오래살다보면 겪는 과정일 수 있다. 내 일이다. 그래서 더욱 주변의 사람들이 암을 조기에 진단받고, 제대로 검증된 치료로 장수할 수 있도록 도와야하고, 그런 마음과 노력이 당신에게도 도움으로 돌아올 것이다.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나와 같은 두려움 때문에 조기 진단도 놓치고, 조기 치료시기도 놓치는 환자와 보호자를 종종 만난다. 잘 달래고 설득하면 좋을 텐데, 내 인성이 부족하고,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버럭 화가 나곤 한다. 금세 후회하면서도 반복된다. 앞으로 이런 버럭질을 안하겠습니다. 대신 여러분도 용기를 가지고 의사를 찾고 경청해서 건강히 오래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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