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어느 날, 마지막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우리 반이 인서현 어머니가 근무하시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모의선거교실 체험을 가게 됐다'고 하셨다. 친구들과 함께 엄마 회사에 간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살짝 부끄러웠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우쭐한 기분도 들었다. 체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게임으로 배우는 민주주의였고 두 번째는 오즈나라의 선거이야기 였다. 체험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친구들과 어떤 내용이 더 재미있을까? 의견을 나눈 다음 평소 많이 들어본 오즈나라의 선거 이야기로 선택했다. 드디어, 10월 23일 모의선거교실 체험하러 가는 날! 친구들과 소풍가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선거관리위원회로 갔다. 강당 같은 곳으로 들어가자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하시는 선생님이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그 선생님은 우리가 배울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공부하는지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활동의 내용은 오즈나라 의 등장인물을 후보자로 하여 장점을 내세워 공약과 선거 벽보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 모둠이 맡게 된 후보자는 허수아비였는데 허수아비의 장점은 지혜롭다는 것이었다. 그 장점에 맞추어 공약을 생각했고, 벽보를 최선을 다해 꾸민 결과 친구들이…
[충북일보]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부터 지방분권 국가를 천명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진의에 의심이 든다. 수도권 규제완화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은 지난 8월부터 구체화 됐다. 더불어민주당 내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앞 다퉈 수도권의 각종 규제완화를 위한 입법에 나서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국토위에 계류돼 있는 수도권 규제 완화·폐지 관련 법안은 모두 7건이다. 대부분 수도권 의원들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표심 다지기 행보로 보인다. 해당 지역 정치인들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가뜩이나 심화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종국에는 지방의 소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면적은 국토의 12%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다. 상장회사의 72%가 집중돼 있다. 전국 20대 대학의 80%, 정부투자기관의 89%, 예금의 70%도 수도권에 몰려있다. 여전히 투기 광풍이 부는 핫 플레이스
인구소멸이란 말도 종종 쓰인다. 저출산, 고령화와 대도시 집중화로 일정 지역의 인구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2017년 세계 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을 2.5명이고, 우리나라는 1.3명이다. OECD 35개 국가 중 최하위인데 그러다 보니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앞으로 30년 후에는 전국 시·군 가운데 3분의 1일 넘는 1천383개 읍·면·동이 사라질 것이라는 통계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15곳에서는 지난해 신생아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문득 영동에서 교직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40년 전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때는 영동에 35곳의 본교와 열 곳의 분교장이 있었다. 분교장은 1961년에서부터 1993년까지 도서벽지 지역 학생들에게 배움의 공간을 제공했다. 용산면 청화분교, 도동분교, 추풍령면 죽전분교, 계룡분교, 상촌면 흥덕분교, 황간면 우매분교, 심천면 마곡분교 등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했다. 황간면 우매분교에는 특수학급과 유치원까지 있었으며, 추풍령면 죽전분교는 한때 70명 넘는 학생들이 재학했다. 그 후 경제개발과 산업화에 따른 젊은이들의 도시집중과
충주 칠금동에 '충주세계무술공원'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예전 이곳은 큰물이 나면 강으로 변하던 곳이다. 달천과 한강이 탄금대 합수머리에서 서로 밀려 물길이 돌아나가면 바로 그곳에 물이 돌고 탄금대는 섬이 됐다. 한강변에 제방이 만들어진 후로는 안정적인 농지로 이용됐고, 1980년대에는 충주시 쓰레기매립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그 공간에 대한 오래된 사진은 1915년께 찍은 유리원판 사진의 탄금대 전경에 조금 남아 있다. 공원 안쪽에는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가 자리해 있다. 그곳을 지나 더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연못이 나온다. 연꽃이 만발하는 곳이며, 또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 조용한 걸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 공간에 대한 이름이 따로 표시되지는 않는다. 다만 옛 자료를 찾다보니 그곳을 영호(永湖)라고 불렀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즉, 1940년에 충주중학교 설립 인가 후에 학교 부지 대상지 중의 한 곳이었던 칠금리에 대한 설명에서 보인다. "충주중학 기지는 칠금리가 최적합하다는 물론이 유력하다. 그 이상적인 것을 한둘 소개한다면, 동 지는 시내 서북 약 3㎞ 지점으로 역(驛)에서 약 2키로 가량 남한강 상류 남안 평야인데, 뒤로…
지난 2015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청주시는 숫자 '1'이 4번 겹치는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선포했다. 그리고 한·중·일의 공통 문화콘텐츠인 젓가락을 주제로 한 젓가락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은 한·중·일 3개국이 매년 1개 도시를 선정해 연간 문화교류를 진행하는 사업이다. 당시 명예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이 젓가락의 날 제정을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젓가락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11월 11일을 젓가락 데이로 정하여 지켜오고 있다. 11월 11일을 상업적이 아닌 건전한 의미의 날로 보내자는 취지에서 움직인 바람직한 캠페인이다. 그렇다면 이어령 전 장관이 '젓가락 데이' 제정에 대한 민간단체의 생각을 청주시에 전한 것이 아닐까. 이 전 장관은 '젓가락 페스티벌'을 청주에서 개최하는 등 청주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한 공으로 청주시 명예시민이 됐다. 젓가락 데이와 비슷한 기념일도 있다. 숟가락 모양을 연상시키는 숫자 '9'와 젓가락 모양을 연상시키는 숫자 '11'이 만난 9월 11일을 '건강한 숟가락 젓가락 데이'로 기념하는데, 올바른 식생활 실천
꽃병 속의 덩굴장미가 환하게 웃는다. 입을 꼭 다문 채 봉오리 진 꽃이 제철이나 되듯 곱다. 지난 토요일 개울을 지나다가 하도 고와서 얼결에 꺾어 왔다. 몹시도 바람 불어 춥던 그 날 된내기까지 내려 푸르등등한 이파리 속에서, 나 여기 있다고나 하듯 상기된 채 피어 있던 새초롬 덩굴장미 꽃. 된내기를 무릅쓰고 간신히 핀 것을 생각하면 안쓰러웠으나 바람이 불면 또 한차례 떨어질 테고 그럴 바에는 꽃병에 꽂아두고 완상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싶었다. 꽃이 귀한 초겨울 무심코 보노라니 어설픈 중에도 제법 아리따운데 제 철보다 거의 반 년은 지나 초겨울에 피는 곡절이 뭘까, 그 때보다는 못하지만 텅 빈 들판이라, 고명이나 끼얹듯 더러 꽃이 피기도 한다는 게 붉은 이파리만치나 곱다. 들판을 끼고 돌던 그 때 마음이 그랬다. 자세히 보니 덩굴장미 뿐 아니라 노란 민들레까지다. 꽃이라야 기껏 단추만한데, 제 철 같으면 잘 띄지도 않을 것이나 그만해도 썰렁한 들판이 아늑해 온다. 크고 작고 소담한 것을 떠나 이듬으로 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메시지를 받아 적는데 길섶의 쑥과 냉이가 문득 탐스럽다. 좋은 시절 다 간 뒤 하필 초겨울 어름에 피고 돋는,…
10월이 다 가는 27일 소리마루의 15번째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소리마루는 정회원과 대금을 잡는 대새빛, 모듬북을 치는 어울, 소금을 부는 새벽안개 밟는 소리, 해금을 잡는 해향, 가야금의 아중별악, 거문고를 뜯는 뜰 그리고 사물놀이의 달사랑, 피리와 태평소를 부는 풀향기, 남도 소리를 내는 소리내 그리고 한국 무용을 하는 나빌레라의 총 10개 동아리로 구성됐다. 60여명 회원들은 대부분 교사로서 수업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하곤 공부 결과를 연말에 무대에 올린다. 대금 같은 경우 적어도 10년 공부 뒤에야 무대에 오르므로 연주가 가벼운 일은 결코 아니다. 주경야독으로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음악을 공부해 무대에 오르려니 남자도 힘든 마당에 주부들은 열정이 대단하다. 국악기 재료는 자연 산물이라 자연의 소리를 낸다. 물소리, 바람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는 인간의 귀를 거슬리지 않아 국악은 우리의 귀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정인지는 훈민정음 서문에서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 하여 28글자로 음률을 담았다고 했지만 천지지간에 흐르는 음악 소리를 모두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자연에서 나온 악기로 소리를 내는 국악
[충북일보] 이승훈 청주시장이 결국 시장 직을 잃었다.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9일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상 선거자금 허위 회계신고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이 시장은 항소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동시에 시장 직도 상실했다. 재판부는 "선거비용을 면제받는 방식으로 받은 정치자금이 적지 않고 이로 인해 민주정치 발전의 목적을 가진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가 크게 흔들린다는 점도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치자금법상 선출직 공무원이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한다. 충북도내에선 이승훈 시장의 당선 무효로 민선6기 불명예 퇴진 지자체장이 3명으로 늘었다. 모두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의 족쇄를 풀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모두 11명의 도내 지자체장이 중도 낙마했다. 민선6기 첫 번째 낙마는 유영훈 전 진천군수가 기록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를 공격했다가 낭패를 봤다. 그 바람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번째는 임각수 전 괴산군수다. 전국 최초로…
개인이나 조직이 일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적 자원을 필요로 하듯이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도 자원, 즉 정치자금이 필요하다. 이 정치자금은 당원이 내는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고보조금 등으로 이뤄지는데 일반 국민이 정치자금 제공 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후원금, 기탁금이 더욱 많아지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해서 더 좋다. 과거에 정당과 정치인이 소수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지원받은 때는 필연적으로 특정 집단의 이권이나 정경유착 등 부패한 금권정치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짐으로 되돌아왔다. 이에 정치자금법에서 법인·단체는 정치후원금 기부를 금지하고 개인이 십시일반으로 기부함으로써 자금의 투명성과 청탁 등의 폐해를 예방하여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정치후원금 제도에는 후원하고자 하는 국회의원 등을 선택하여 기부하는 후원금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모금해 각 정당에 배분하는 기탁금이 있다. 후원금은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고자 하는 개인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원회에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기탁금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개인으로부터 받아 일정 기준에 따라 정당에 지급하
야외축제가 끝나고 실내 축제가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10월에는 유난히 축제가 많았기에 실내에서 진행된 각종 공연들은 상대적으로 관객들이 만석을 채우지 못해 썰렁한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이어지던 릴레이 공연으로 가을 한때 주민들은 행복했다. 반면 소규모 공연들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대형 오페라 공연이나 큰 규모의 무용이나 연극무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지역에 대형 공연을 유치할 만한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주민 100만 명을 향해 나가고 있는 청주시는 유독 다른 지역보다 공연문화시설이 적다. 사진을 하는 내 경우를 보아도 청주예술의전당 전시실을 이용해 전시를 하려면 적지 않은 경쟁을 통해야만 하고, 더군다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전시장을 대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다고 사설 전시장을 대관하도 어렵다.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경우 장소가 협소하고 비용문제와 주차장 이용이 불편해 전시를 꺼리게 된다. 그나마 전시장으로 괜찮다 싶은 곳은 예술의전당 소전시실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대관 문제로 포기하기도 한다. 전시장이 이럴진데 대형 공연장이 없는 청주에서 대형 음악회나 뮤
일주일의 여행기간이 스무날을 다녀온 듯 지난 9월의 유럽 축제 여운이 무척이나 길다. 이제 그 여운에서 벗어나야 하건만 잊을 만 하면, 또 잊힐 만 하면 그 무엇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우리는 늘 생산적이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타인에게 관심 갖기를 비롯해서 잠잘 때 빼고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너무나 많은 시간들을 할애하고 유추한다. 이런 행위들이 꼭 나쁘다고 할 수도 없지만 지독하게 외롭거나 무료한 날 누군가에게는 또 소소하게나마 행복감을 주기도 할 것이다. 얼마 전 새로운 일을 시작한 친구와의 대화 중에서 하루일과 중 많은 시간을 무료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그냥저냥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혹시나 하고 친구를 기다리기까지 하는 외로움에 시달려 누군가가 찾아주면 반가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말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누군가는 말을 전달한자가 되어 죄인이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 옛말도 있듯이 나랏님이나 연예인들이 원치는 않지만 가십거리가 되어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지만
대학구조개혁은 입법화 등을 통해 부실 사립대학의 퇴출을 위한 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부실 사립대학이 인근 대학과 인수 통합할 경우, 통합된 법인 재산의 일정 부분 중 교육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 재산의 일부분을 부실 대학의 소유주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고려 될 수 있다. 대학입학에 관한 학령에 대한 새로운 개념도입도 필요하다. 새로운 인구구조와 산업구조를 감안한 개념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노년층의 재취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1 대학 학령인구와 제2 대학 학령인구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제1 대학학령인구는 기존의 학령인구 즉, 청소년기의 대입 지원자원을 지칭하고, 제2 대학학령인구는 50세 이후 첫 직장에서 은퇴한 장노년층으로서 새로운 전공을 선택해서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대학 지원자원을 의미한다. 노인복지가 건강복지와 재정복지에 국한되어 있는 현 상황을 타파해서, 교육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 교육을 통해서 복지가 이루어지는 것이 인구 고령화 문제, 연금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림차사에게 들러붙어 안위를 지키려는 몇몇 사자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렸었다. 대다수 사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감을 그들에게 푸는 것 같았다. 너나없이 한마디 씩 해대면서 이 불안한 현실이 그들로부터 온 것이 아니냐는 투였다. 그런데 그들을 싸잡아 씹는 것으로도 두려움을 잠재우지 못한다는 걸 알았는지 조용해졌다.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평소에 묵묵히 맡은 일에 충실하고 남의 일에 관심도 갖지 않던 진등 사자가 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김 사자는 이 사태가 어디서부터 오기 시작했다고 보는가·" "글쎄요. 저도 아는 게 없어서……." "그래도 짐작되는 게 있을게 아닌가·"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직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았고 설령 파악했다고 해도 함부로 내 속내를 내비치는 게 내키지 않았다. "자네도 두려운 게로군." "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누구도 믿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두려운 거 아닌가·" "아, 예. 그런 말씀이셨군요." 진등 사자는 나보다 백여 년 먼저 사자가 된 이였다. 내가 지금의 동방처럼 새내기 시절
[충북일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直指)의 성지(聖地), 청주가 이름값을 하게 됐다. 청주가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입지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모처럼 웃을 일이 생겼다. 유네스코는 지난 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열린 제39차 총회에서 국제기록유산센터(ICDH·International Center for Documentary Heritage) 청주 유치를 최종 확정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을 통해 공식 확인됐다. 유네스코는 1992년부터 전쟁과 테러, 자연재해, 해킹 등으로부터 세계 각국의 기록유산을 보호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국제기록유산센터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기록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다. 기록유산 등재 업무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하지만 기록유산 보존과 연구·교육을 담당하는 사무국을 보유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세계기록유산 정책 전반에 한국의 발언권 강화 가능성은 크다. 사무국의 주요 업무는 기록유산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접근 정책을 연구·개발하는 일이다. 당연히 국가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포함된다. 기록유산 전문가가 없는 국내 교육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한동안 뜸했던 한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 나갔는데 매우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디가 아픈가 싶어 물어보니 다이어트중이란다. 평소 외모에 관심이 없던 친구에게서 다이어트라는 소리를 들으니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늘어가는 나잇살과 갱년기 증세를 피할 수가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너무 과하게 다이어트 하는거 아니야· 힘들어 보여'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인간관계 다이어트중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해·'라며 얘기를 시작했다. ·평소에 관계를 중요시 여겼던 친구는 그동안 SNS 활동으로 바른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친구 간에는 친밀감을 높이고 타인들과는 신뢰감을 쌓는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을 통한 사회적 지지가 생활에 큰 활력이자 삶의 만족이었고, 언제부턴가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개인의 사적인 영역까지 공개하면서 타인들의 반응에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한달전쯤 자신의 사소한 생각과 느낌을 올린 글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부정적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소위 신상털기로 이어져 정신적인 충격을 넘어 인간관계에 배신감 마져 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SNS 하는 것을 지성인양 보여주려 하였고 팔로워 숫
선선한 바람으로 인해 야외활동이 많은 가을이 되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고 있다. 나 역시도 자전거를 타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저절로 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또한 주말에는 지인들과 함께 세계무술공원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면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게 되고 그동안의 쌓였던 피로를 풀게 된다. 이렇듯 자전거를 통해 건강과 함께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 운전에 대한 교통법규 준수 의식이 부족하여 교통사고 역시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자전거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7만5천191건이며 사망자 수는 1천388명으로 연평균 277.6명에 달한다. 이에 올바르게 자전거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전거 안전수칙으로 첫째, 도로교통법 제2조 제17호에 의하면 자전거는 '차'에 해당되어 보도에서는 자전거를 타면 안되고 반드시 끌고 걸어가야 한다. 단, 13세 미만 어린이, 65세 이상 노인, 신체장애인이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 안전표지로 자전거 통행이 허용된 경우, 도로의 파손·도로공사나 그 밖의 장애 등으로 도로를 통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보도를 통행할 수 있으나…
"제 사주에'도화살'이 많아 고민입니다." 얼마 전, 한 여인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연구실의 문을 두드립니다. 사주(四柱)를 풀다보면, 흔히'도화살(桃花殺)'이라는 것이 등장하죠. 이 사주를 가진 사람은 색(色)을 탐하고 이성문제가 복잡한 사람을 말한다고 알고 있거든요. 또한 인륜을 거스르는 행동으로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부정적 인식도 깔려있어요. 흔히'끼'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도화살'이 많이 나타납니다. 바꾸어 생각을 해보면,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 성악가, 화가, 아나운서와 같은 직업군에'도화살'은 어김없이 등장하죠. 자신이 갖고 있는 끼를 잘 활용한 결과지요. 바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양지로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한쪽 문을 닫으실 때, 다른 한쪽 창문을 열어놓으신다." 영화 에서 초보 수녀 마리아에게 수녀원 원장이 들려준 말입니다. 영화 속 대사지만, 자연의 흐름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무언가 막혀 있으면 반드시 열린다는, 열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방황하던 마리아에게 열린 다른 창문은 바로 폰 트랩 대령 집이었던 겁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마리아가 아이들의 가정교사로서 행복하게 보내다 덜컥 대령과 사랑에
어릴 때 가을일이 끝나고 나면 동네 이웃집에 혼사가 많이 있곤 했다. 마을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 신랑과 신부에게 절을 시키고 한바탕 웃음으로 잔치를 벌였다. 멀리서 손님이 오면 이웃집 사랑방이라도 빌려 극진히 접대를 하였다. 어린애들은 신이 나서 뛰어다니고 엄마를 졸라 과자를 얻어먹곤 했다. 우리 어머니는 잔치 전날 쌀 한말을 찌어서 인절미를 만들어 쟁반에 예쁘게 담아 잔치 집에 같다주었다. 이듬해 우리 누나 시집갈 때 그 집에서 똑같이 인절미를 해왔다. 옛날에는 지금의 축의금 대신 인절미, 기주 등 떡이나 술을 주고 받으며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우리의 전통 '품앗이'문화가 있었다. 요즘 결혼식은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도 각자의 여건과 환경에 따라 결혼하는 시즌이 따로 없다. 친구들이나 주위사람들이 한참 자녀 혼사 시기다 보니 청첩장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계에서 부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켜져 살림에 부담이 되었다. 부조금은 혼사를 치르는 가정에는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서로 주고 받는 품앗이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주고받는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화폐가치가 변함에 따라 부조금
[충북일보] 기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전통시장도 둘러보는 '팔도장터관광열차'가 인기다. 지난해 가을 첫 선을 보인 뒤 단숨에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팔도장터관광열차가 지역의 전통시장을 관광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시장에 역사와 문화, 특산품 등을 접목한 일명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의 중심에 서 있다. 전국의 전통시장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문화관광형시장은 지난 2008년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 의해 추진됐다. 전통시장에 고유의 문화전통을 가미해 관광명소로 육성하자는 취지였다. 육성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된 시장들은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다. 우선 내·외국인이 문화예술을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체험장, 야외공연장, 문화창작공간 등을 설치하는 예산 지원을 받는다. 문화·관광콘텐츠 개발, 상인 교육 등 소프트웨어 및 휴먼웨어 사업도 지원을 받는다. 충북에서는 단양 구경시장과 제천 한마음역전시장이 선정됐다. 특히 단양의 대표 전통시장인 구경시장에는 최근 열차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5회에 걸쳐 서울 등 수도권에서 관광객 1천600여 명이 방문했다.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서민들의 소비경제
[충북일보] 조선왕조가 무너진 원인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당파(黨派) 싸움을 빼 놓을 수 없다. 물론 봉건적 왕조시대가 갖는 한계가 더 큰 이유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해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사상을 말한다. 'Democracy'는 그리스어로 인민 혹은 국민을 의미하는 'Demos'와 권력을 의미하는 'Kratia'에서 유래했다. 국민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한국형 정당정치 모델 해방 후 대한민국은 격동의 시기를 거쳤다. 박정희 군사독재와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군부독재, 사실상의 3당 야합을 통해 탄생한 문민정부를 거쳐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로 이어졌다. 우리는 그동안 정당정치의 한계를 수차례 경험했다. 상황에 따라 숱한 정당이 탄생하고 소멸하기를 반복했다. 권력에 대한 견제의 관점만 따진다면 최상의 정당구조는 '양당제'다. 물론,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는 다당제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보수 세력이 집권하면 진보세력은 야권 단일화를 이뤄냈다. 그럴 때마다 야합, 졸속통합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 역시 권력에
설악산 한계령을 타고 내려온 단풍이 전국을 물들이고 있다. 거의 막바지이긴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하루쯤은 벗어나 옛 추억을 곱씹으며 친구나 지인들과 단풍 산행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길어서 각 학교 초·중 동문체육대회가 많이 개최됐고 나 또한 모처럼 친구들도 볼 겸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하여 하루 종일 함박웃음을 지으며 행사를 즐겼다. 개회사가 끝나고 동문끼리 각종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행사 장소에 참석해 인사를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벌써 지방선거가 다가오는가!" 안 오던 사람들이 얼굴 알리기라도 하듯 여기저기 다니는 모습을 본 친구들이 한마디씩 했다. 내 머릿속에서도 8개월 남짓 남은 지방선거관리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하물며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이야 얼마나 시간이 소중하고 아까우랴. 우리는 과거에 무조건 당선되고 보자는 생각에 금품이나 향응제공, 선심관광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선거 후유증이 컸다. 그러나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징역형이나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되어 다시 선거를 치른다. 그런데 선거를 치르려면 선거관리경비와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비용
이승훈 청주시장의 운명이 11월 9일 결정된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대법원이 100만 원 이상을 선고하면 당선무효가 되고, 청주시는 조기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돌이켜보면 이승훈 시장은 2014년 6월 4일 당선된 이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으러 다니느라 직무에 전념할 수 없었다. 선거 재판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적어도 당선 후 6개월 이내에 판결이 나야만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재판 목적은 부정선거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서 당선을 무효로 할 것이냐를 가리는 것이다. 재판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당선 후 1년 이내에 확정되어야만 한다. 4년 임기의 시장이 임기를 거의 마치고 나서 당선무효를 선고한다는 것은 실익은 고사하고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다. 임기의 90% 정도를 채운 시장에게 당선무효를 선고한다면 그 피해는 누가 보는 것이며, 어떻게 보상받는단 말인가. 결국 임기를 거의 마친 상태에선 어떤 판결을 해도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결론이다. 적시성이 없는 재판이 얼마나 백해무익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뿐만 아니라 재판은 이겨도 망하고 져도 망한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공직선거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함께하는 충북 민.관 정책포럼』은 도정발전을 위하여 한 분야의 범위를 초월하는 커다란 주제 또는 주요 현안, 이슈에 대하여 자문단, 외부 포럼, 민간사회단체, 도민 등 도내 민·관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는 토론의 장이다. 이 충북 도민행복 포럼은 도정 발전을 위한 다양한 분야와 주제에 대하여 도내 기관·단체·도민이 참여하는 가장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포럼이며, 개방적·공개적 토론을 거쳐 도민의 요구를 도정에 반영하기 위해 도정 정책자문단, 민간사회단체는 물론 각 개별포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분야별 벽을 허물고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충청북도의 지원으로 자문단, 함께하는 충북 위원회, 도내 포럼, 대학생, 민간사회단체 등이 참석하여 도정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의미있는 자리로 11월 10일(금) 오후 2시에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진행된다. 올해도 충북아동청소년포럼에서는 아동·청소년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서 크게 4가지 의견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의견은 민선6기 충청북도지사 공약사업으로 오랜 청소년지도자들의 숙원사업이었던 것을 2017년에 이룬 "충북청소년지도자 처우개선"과 관련한 내용이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청소년지
[충북일보]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이 충북 음성에서 또 다시 적발됐다. 지난해 청주에서 있었던 일명 '축사노예 만득이 사건'과 유사하다. 경찰에 따르면 농장주는 지적장애인 A(63)씨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20년 가까이 농사일을 시켰다. A씨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조만간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 역시 지난해 청주에서 발생한 '만득이 사건'과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사건은 '만득이'로 불리는 40대 지적장애인이 19년간 무임금으로 농장 일을 해온 대표적인 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이다.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켜 지적장애인 인권문제를 되돌아보게 했다. 지난 7월 열린 '6회 경찰청인권영화제'에 영화로 제작돼 출품되기도 했다. 해당 농장주 부부는 만득이를 감금하거나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장애인 노동력 착취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다.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 다른 적폐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인권의 문제다. 사회가 관심을 갖고 반드시 찾아내 척결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적폐 청산 작업이 한창이다. 국민들의 반응도 좋다.
[충북일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공부문 채용비리가 터지고 있다. 급기야 채용비리와 전쟁까지 선포됐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첫 대상이다. 칼날의 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궁금하다. *** 채용비리는 현대판 음서제다 오늘은 글머리에서 결론을 강조한다. 공공부문 채용비리는 하루 빨리 뿌리 뽑아야 할 나쁜 관행이다. 공공의 적폐다. 현재까지 드러난 공공부문 채용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전부가 아닌 그저 일부다.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과 관련된 채용비리도 부지기수다. 충북도 예외가 아니다. 도내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45곳이 우선 조사대상에 포함됐을 정도다. 검찰과 경찰은 충북도 등 지자체까지 현미경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보은인사'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조사 대상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적법한 규정에 따르지 않은 부정청탁·보은채용이다. 충북에서도 '보은성' 인사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로 지방선거가 끝난 뒤 말이 많았다. 선거캠프에 있던 인사들이 구설에 오르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도내 상당수 지자체와 공직유관단체가 사정 대상에 포함됐다. 충북도와 청주시 관련인사 10여 명이 보은성…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