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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한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림차사에게 들러붙어 안위를 지키려는 몇몇 사자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렸었다. 대다수 사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감을 그들에게 푸는 것 같았다. 너나없이 한마디 씩 해대면서 이 불안한 현실이 그들로부터 온 것이 아니냐는 투였다. 그런데 그들을 싸잡아 씹는 것으로도 두려움을 잠재우지 못한다는 걸 알았는지 조용해졌다.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평소에 묵묵히 맡은 일에 충실하고 남의 일에 관심도 갖지 않던 진등 사자가 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김 사자는 이 사태가 어디서부터 오기 시작했다고 보는가·"

"글쎄요. 저도 아는 게 없어서……."

"그래도 짐작되는 게 있을게 아닌가·"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직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았고 설령 파악했다고 해도 함부로 내 속내를 내비치는 게 내키지 않았다.

"자네도 두려운 게로군."

"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누구도 믿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두려운 거 아닌가·"

"아, 예. 그런 말씀이셨군요."

진등 사자는 나보다 백여 년 먼저 사자가 된 이였다. 내가 지금의 동방처럼 새내기 시절 말없이 행동으로 선배의 역할을 충실히 해 준 이였다. 나는 딱히 그에게 끌리지는 않았지만 변함없는 사자라는 믿음만큼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 그에게 내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나 자신에게 반문해보았지만 답이 확실하게 잡히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사자님은 우리 중에 경륜이 가장 많으신 분이니 지금 우리들 속에 숨은 두려움의 진원을 아실 것 같습니다만……."

"허허. 자네보다 기껏 백여 년 먼저 저승사자가 되었다고 자네보다 더 많은 걸 갖았다고 생각하지 말게. 나도 자네처럼 이런 상황이 처음이다 보니 자네들만큼이나 두렵다네."

나는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도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선배님."

나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 그가 나에게 기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 순간, 그를 부르며 안을 뻔 했다. 나는 멋쩍은 감정을 감추려고 애를 썼다.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가 속해 있는 세상의 크기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예·"

"아니면, 우주 어디인가에 우리 세계와 똑같은 곳이 있을 수도 있고. 거기에 나와 자네와 똑같은 사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는가·"

"예·"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아는 세상은 인간과 축생들이 사는 이승과 저승세계, 죽은 인간의 혼을 인도하는 우리. 거기까지만 안다. 그런데 이승세계나 저승세계보다 훨씬 더 큰 세계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했다.

"저는 사자님의 말씀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그런 세계가 있는 것입니까·"

"모르지. 나도 그 세계에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

"그런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는 나를 보던 눈길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했다.

"어쩌면 말일세. 자네와 내가 있는 이 세계가 허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봤네."

"네· 그럼 우리가 가짜라는 말씀인가요·"

"음. 그럴 수도……."

나는 기가 막혀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 말도 안 됩니다. 그건."

"우리가 지금 있지도 않은 허상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봤네."

갈수록 알 수 없는 말만 하는 그를 보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의 크기가 어마무시하게 커졌다가 티끌보다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참으로 희한한 경험이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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