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관심 있는 작가가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당장 그날부터 듣기 시작한 프로그램이 MBC의 '라디오 디톡스 백영옥입니다'이다. 새벽 2시에 시작하다보니 아침형 인간인 나로서는 도저히 '본방사수'가 어려워 팟캐스트로 챙겨듣고 있다. 작년 한 해 주요 관심이슈 중 하나가 'MBC 파업'이었는데, 부끄럽지만 그 이유 역시 파업으로 제작이 중단된 이 프로그램의 조속한 재개를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눈이 아니라 귀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힐링 중독' 끊을 수 없게 되었다. 바로 '딥톡스(deep talks)'라는 코너 때문이다.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청취자의 고민을 하루에 하나씩 소개하고 상담하는 시간으로, 여느 라디오 프로그램처럼 연애 관련 고민부터 모녀 또는 고부간의 갈등 같은 가족관계, 상대를 잘 위로하는 방법 같은 인간관계, 사토리세대(1980년대 후반 이후에 태어난 10~20대 중반의 사람들로, 돈이나 출세에 관심이 없는 세대)나 꿈과 현실 간의 갈등 등 진로상담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오래된 친구와 멀어지는 방법,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삼촌팬, 사랑에 빠진 아홉 살 아들을 둔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올 해의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속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달린다 해도 방향이 잘못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거나 바로 잡으려 해도 다른 이들보다 뒤처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조급함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접하고 있다. 수많은 사건, 사고는 모두 다 조급함이 원인이다. 그 결과가 때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범죄자를 양산하며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연말연시 종교계의 가장 큰 이슈는 종교인 과세문제다. 이전까지는 종교인에게 과세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에 논의가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소위 '무제한 비과세'와 '세무조사 제한'문제에 방점이 찍혀있는 형국이다. '무제한 비과세'는 종교 활동비와 같은 급여가 아닌 업무추진비 성격의 비용에 대한 과세면제를, '세무조사 제한'은 해당 종교단체 운영비(종교인의 급여가 대상이 아님)가 적절하게 집행되고 있는가· 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무제한 비과세의 철폐'와 운영비에 대한 '세무조사'가 종교활동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침범할
[충북일보] 6·13지방선거가 5개월 앞이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부산하다. 충북 등 지역정치권에선 후보공천을 놓고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정치 마케팅도 한창이다. 과거 정치의 구태도 재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방법은 예전의 집권여당 방식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너도 나도 지도자 마케팅을 하고 있다. 지도자의 인기를 등에 업고 나서는 모양새다. '친박'에서 '친문'으로 이름표만 바뀌었다. 자유한국당도 반성하는 기미가 별로 없어 보인다.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고 있다. 또 다시 공천장을 놓고 당내 갈등을 겪고 있다. 너나할 거 없이 분주하지만 유권자들의 의중을 헤아리지 않는 듯하다. 이번 6·13지방선거는 아주 중요하다. 우선 지역주민과 지역발전에 집중할 인물을 뽑아야 한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치르는 선거다. 좋은 사람, 훌륭한 지도자, 패거리를 짓지 않는 정치가를 뽑아야 한다. 정치권 안팎에서 저마다 각 정당과 후보들에 대한 하마평과 인물평을 하고 있다. 다양한 승패 전망도 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주로 도지사나 청주시장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
지방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수요에 충당하기 위해 관할구역 안의 주민, 재산, 수익, 기타 특정행위에 대해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징수해 시민 편익과 복지 증진을 위해 쓰는 세금이다. 이러한 지방세는 시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에 쓰는 재원으로, 성실히 납부해야 하는데도 지방세를 제때에 납부하지 않고 체납된 상태로 있으면서 여러 차례 납부독촉에도 불구하고 계속 납부하지 않고 있는 일부 고질·상습 체납자들이 있다. 지난 2016년 청주시의 경우 지방세 징수율은 94.2%로 다소나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 시민들의 납세의식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475억 원이라는 체납액이 남아 있어 체납액 징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체납자들은 우리 청주시의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성실 납세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 조성과 조세 형평성 결여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방세를 납기 내 납부하지 않으면 체납된 세액의 3%의 가산금을 붙여 독촉장을 발송하고, 독촉장을 받고도 기한 내 납부하지 않은 경우에는 강제집행인 체납처분 절차에 들어간다. 체납처분이란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하고 공매처분에 의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를 보면서 의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잖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일이 적폐청산인데, 그것은 대부분 국정원, 사이버사령부, 기무사처럼 북한과 싸우는 기관이었다. 적폐청산이 안보위기에 대북기관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설마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그런 일을 하겠느냐고 자문해 볼 때도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도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주변 국가와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어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높은 산에 올라 강물을 내려다보면 대통령의 뜻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의 욕심 같아선 저 강이 직선으로 흘러가지 않는 게 불만스러울 수 있다. 굽이돌아 흘러가는 강물을 직선으로 바로 잡으면 엄청난 농지가 생길 것이라는 공상을 했던 적도 있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상상인지 얼굴이 붉어질 때가 있다. 강이 흐르는 목적은 바다에 빨리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그런 상상을 할 수
겨울 아침 찬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리고 간다. 긴 밤 단잠에 취한 두 눈에 맑은 공기를 주입하기라도 하듯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큰 눈이 더 휘둥그레진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애마를 타고 안전한 여행이기를 기도하며 출근길에 나선다. 매일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끔찍한 교통사고 모습이, 운전대를 잡은 나의 모든 말초신경을 긴장하게 한다. 출근길에 쏟아진 자동차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답답함을 느끼며 긴 호흡을 해보았다. 순간, 앞 차의 후미에 크게 씌워진 문구에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슈퍼 초보"라고 쓴 글씨가 너무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자그마하고 귀여운 차의 모양과는 달리 대조적으로 크고 힘차게 쓴 글씨가 차보다 더 큼직해 보인다. 이러저러한 가정사로 우울한 요즈음, 화통한 웃음을 준 차주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이 드는 아침이다. 하루 온종일 "슈퍼 초보"라는 글씨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처음 운전대를 잡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오로지, 앞으로 직진만 하고 좌우를 살피지 못하여 뒤에 있는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대며 추월해 가던 순간들. 마주 오던 차의 운전자들이 삿대질을 하고 가도, 도무지 영문을 몰랐던 일. 신호대기 중에 창문을 내
세 명의 미혼인 딸들이 있다. 대망의 2018년 새해를 맞이하여 어미로서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딸들이 모쪼록 심신이 건강한 청년을 만나 다복하게 삶을 사는 일이다. 이런 연유로 평소 혼기가 꽉 찬 딸들을 대할 때마다 어머니로서 진정 딸들에게 타이를 일이 무엇인가를 새삼 고뇌해 보곤 한다. 자식들의 운명은 어머니가 좌우한다고 했던가. 머잖아 남의 가문에 자손이 될 딸들이기에 한 치 빈틈없는 신부 수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까보다. 그렇다고 하여 그 수업이 결코 거창한 게 아니다.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리이자 가장 기본적인 가정교육이다. 무엇보다 결혼을 하면 부모 공경에 소홀 하지 말 것과, 검소한 삶을 생활화 하며,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아 가문을 일으킬 것과 비록 여자라도 올곧은 소신과 절개로 신의를 목숨처럼 지킬 것을 누누이 타이르고자 한다. 너 나 없이 숨 가쁘게 바삐 살아가는 현대이다. 이럴 때 일수록 바람직한 인간상을 완성하기 위해선 엄격한 가정교육은 필수다. 아무리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세상이라고 하지만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을 이룰 딸들 아닌가. 최고 학부를 나오고 사회적 신분이 높다고 하여도 인성이 그릇되면 이 모든 게 한낱
[충북일보] 1987년 재수생이었다. 청주 사창사거리 근처 학원에 다니던 시절이다. 그해 1월 14일 박종철 고문치사와 7월 5일 연세대 이한열군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왔다. 대학생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도청까지 행진한 '독재타도·호헌철폐' 대열에 시민은 물론, 재수생들도 대거 동참했다. 노태우는 6·29 선언을 했고,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다. 김대중·김영삼의 분열 그해 야권은 분열했다.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가 36.64%의 지지율로 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분열의 원인 제공자로 전락한 김영삼은 28.03%, 김대중은 27.04%에 그쳤다.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야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비난이 곳곳서 쏟아졌다. 우리의 역사는 이 지점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김영삼·김대중은 노태우에 이어 연달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역사의 도도한 물길을 되돌려 놓지는 못했다. 1987년 대선. 박영호 충북대 총학생회장은 삭발을 하고 청주 무심천 합동연설회에서 '김대중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지지선언 후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눈물이 쏟아졌다. 청년들의 끓는 피로 얻어진 직선제, 민주주의로 거침없이 달려갈 길목에서 야권 분열은 청
[충북일보] 4년마다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개월 앞이다. '적폐청산'과 '개헌' '지방분권' 등 각종 선거프레임이 나오고 있다. 충북에선 '1여 2야' 프레임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더 중요하게 챙겨야 할 게 있다. 그건 바로 치솟는 생활물가 안정대책이다. 연 초부터 기름 값에 이어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모두 서민들의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급등하는 물가 오름세에 서민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서민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체감 물가에 영향을 주는 생활물가지수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기름 값 급등이 물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충북지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1.82원 상승한 1ℓ당 1천544.9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첫째 주 반등한 후 올 들어 이번 주까지 23주 연속 상승했다. 경유가격도 비슷한 상황이다. 무·계란 등 농수축산물과 공산품도 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서민층은 장보기가 겁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외식업계까지 가격 인상에 뛰어들어 서민 주머니 사정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불안'을 부추길 것이
[충북일보] 시간이 갈수록 논란은 점점 더 커졌다. 충북도민 전체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도민소통특별보좌관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컸다. 그럼에도 도민소통특보는 결국 임명되지 않았다. *** '인사=만사' 성립조건 갖춰야 새해벽두 송재봉 내정자가 자진 사퇴했다. 며칠 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공개 사과했다. 도민소통특보 신설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 지사와 송 내정자 모두 상처만 입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명제다. 세상사가 인사관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인사는 '어떤 사람을 골라 어디에 두고 어떻게 관리하는가'의 방식이다. 조직 관리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충북도의 이번 소통특보 인사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못했다. 자칫 '인사=망사(亡事)'가 될 뻔 했다. 이 지사는 지금도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송 내정자는 부지불식간에 부적절한 인물로 추락했다. 이 지사가 어떤 의도로 소통특보를 내정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도민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보다 광범위한 교류를 하려 했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적어도
필자는 구청 세무공무원이다. 체납차량의 번호판 영치 및 자동차 공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지방세 체납액으로 인해 강도 높은 체납세금 징수를 하다보면 어려움을 호소하는 체납자, '네 맘대로 하라'라는 식의 체납자, 협박하는 체납자, 체납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체납자 등 각양각색의 민원을 대하게 된다. 자동차 등록번호판 영치 단속은 체납자들에게 가장 빠르게 체납 사실을 인지시키고 있는 반면 생활과 밀접한 이동수단의 제재라는 점에서 마찰을 빚기도 한다. 차량번호판을 영치한 후 반환 받으려는 체납자들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는 시끌벅적한 시장판 한가운데 와 있는 듯 사람 사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환자 태우고 병원 가야 한다', '장사 하려면 장보러 가야하는데 번호판 없이 어떻게 시장에 가느냐', '업무상 미팅이 있어서 가야 하는데 창피하게 이게 뭐냐' 등. 처한 상황과 사정에 따라 체납자들의 반응 또한 천양지차이다. 체납돼 있는 줄 몰랐다고 미안해하며 흔쾌히 납부하시는 분, 전화하면 납부할 텐데 왜 말도 없이 번호판 먼저 영치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시는 분, 막무가내로 번호판 내놓으라며 험한 말을 퍼붓는 분.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동치미는 겨울철을 상징하는 대표 음식이다. 먹어도 해로울 것이 없다는 무(蕪)에서 울어난 국물을 가리키는 동치미는 겨울철에 많이 담가먹는 물김치이다. 잘못 먹은 음식물에 의한 급채라든지 소화불량 등이나 갑자기 놀란 가슴을 진정할 때 먹는 상비약으로도 쓰인다. 요즈음 말로 사이다와 콜라 같은 존재이다. 동치미가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의미로 비유되기도 하고 우울증이나 집착, 욕망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에서 동치미를 만드는 재료인 무를 '채소의 노자'라 부른다. 또 이은상의 가곡 에서 "청라(菁蘿)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로 나오는 청라언덕도 바로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들판을 말한다. 기원전 11세기 공자가 편찬한《서경》에는 "만청(蔓菁)을 저(菹)로 담가먹는다"고 적었는데 '무를 소금 절임으로 만들어 먹었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4세기말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재배된 무는 고려시대에 아주 귀한 채소로 취급되었다. 《동국세시기》에는 "작은 무로 김치를 담그는데 이것을 동침(凍沈)"이라 하였으며, 16세기 김유가 쓴《수운잡방》이나 1800년대 말의《시의전서》등 음식조리 문헌에서 동침(冬沈)으로 표기했다가 동치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두 손을 모은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새해에 희망을 품는다. 우리 가족은 새해 첫날이면 연례행사처럼 인근 S 웨딩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떡국을 먹으러 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른 아침에 이웃과 함께 떡국을 준다는 행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행사장이 가까워지자 벌써 다녀오는 사람들도 보이고 기다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 보였다.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일행이 되어 차례를 기다린다. 쌀쌀한 날씨지만 새해를 맞는 기분 때문인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앞에서 악수하면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현직 시의원과 올해 지방선거에 도전할 사람들이 명함을 건넨다. 유일하게 가까이서 만나 악수를 하며 인사하는 공간이 바로 여기다. 작년에는 국회의원이나 시장님이 오셔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했다. 마치 복이 내게 금방 들어오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만나지 못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큰 홀이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조금 과장해서…
[충북일보] 새해 들어 다시 안전 불감증 척결을 강조한다. 잊을 만하면 각종 대형사고가 터지고 또 터지기 때문이다. 바다와 육지를 가리지 않는데다 대부분 인재(人災)형 사고다.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는 항상 안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매번 실효성 논란도 거듭되고 있다. 참사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사회가 됐다. '인재공화국'이 됐다. 29명의 인명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제천 화재의 경우 소방 시설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제천 참사 이후 변한 게 없다. 목욕탕 등 다중시설의 소방 법규 위반이 여전했다. 제천소방서와 제천시가 목욕탕과 찜질방이 있는 복합건물 8곳에 대한 소방점검을 했다. 그 결과 1곳을 제외하고 모두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았거나 대피통로와 유도등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막혀있는 비상구가 참사를 키운 주범으로 알려졌음에도 시정된 게 없다. 대부분 건물 비상구 엔 물건이 쌓여져 있었다. 심지어 가건물을 설치한 곳도 있었다. 소방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다음년도 개별주택가격을 공시하기 위해 일제히 주택특성조사에 들어간다. 단독, 다가구, 다중주택 등 관내 개별주택이 그 대상이다. 2005년 최초 공시된 개별주택 공시가격 제도는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개별공시지가와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개별주택가격이란 무엇인가. 개별주택가격은 기존 토지·건물 구분과세가 지역별·주택유형별로 불형평이 야기되는 문제점이 있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부동산 보유세의 형평과세가 될 수 있도록 주택의 시장 가치에 근거한 토지, 건물을 통합한 시가를 조사해 과세표준으로 활용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즉 개별주택가격은 주거용 건물과 그 부속토지의 가격을 통합해 평가한 것이다.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각 주택의 특성을 비교해 가격을 산정한 후 한국감정원의 검증 및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가격을 공시한다. 개별주택가격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4월 30일자에 공시된다. 1월 1일 이후부터 6월 1일 이전까지 신·증축 및 토지분할·합병 등 변동사항이 있는 주택에 대해서는 9월 30일자로 공시된다. 이렇게 공시된 개별주택가격은 주택시장의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국세 및 지방세 과세기준으로 사
젊은 시절에 이곳을 찾아 왔더라면, 지금의 내가 좀 더 잘 구워져 있었을까. 어떤 빛깔을 내며 구워져 있었을까. 덤덤하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을까.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한 삶을 살았을까. 거실 문을 열고 나오는 내 등을 보살의 달관한 미소가 오래도록 쓰다듬었다. 마당의 소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가지 사이로 바람이 바람을 흔들며 지나갔다. 그렇게 잠시 왔다 가는 삶인 것을 무어 그리 궁금해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머무는 것은 잠시 있는 것이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데. 언젠가는 나도 나를 지우며 지워질 것을.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그녀들과는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에 만나왔다. 그녀들을 처음 만난 건, 젖은 빨래처럼 무겁게 흔들리던 시절이었다. 연년생으로 아이 둘을 낳고 학원을 운영하고 있던 당시, 일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내겐 버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으니, 아이가 아이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보채는 아이를 업은 채 매일 차가운 밤거리를 정처 없이 걸었다. 화장실에 갈 때도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볼일을 보곤 했었다. 심지어는 밥을 먹일 때도 등에 업은 채 팔
다사다난했던 계유년이 가고 무술년의 새해가 밝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새해가 되면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하여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계획하는 것은 희망이 아닌가 한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다르지 않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를 것이 없는데 하룻밤 사이에 해가 바뀌었다고 하고 한 살을 더 먹었다고 한다. 어느덧 얼굴엔 주름만 늘어가니 시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눈 한 번 깜빡이고 나니 날이 바뀌고 눈 한 번 깜빡이고 나면 해가 바뀐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해 본다. 만나는 친구들마다 세월 빠르다는 얘기를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가 보다. 얼마 전에는 꽃잎이 핀다고 했고 좀 지나고 나서는 무성한 그늘 아래 앉아서 덥다고 야단이었고 그끄제는 수채화보다 진한 단풍이 곱다고 하더니 엊그제는 겨울바람타고 눈이 온다고 했는데 오늘은 새해가 밝았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꽃잎이 피었다고 할 것이고 곧 더위가 온다고 할 것이고 또 가을이 온다고 할 것이며 추운 겨울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계절의 변화무쌍한 흐름에 따라 세월은 흘러가
가끔씩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잠시나마 도심 속 삶의 법칙에서 벗어나 자연이 있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 그리워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절을 자주 찾는다. 절을 들러 스님과 주고받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또 다른 사색의 시간들이다. 오늘도 낙가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는 길에 보살사를 들렀다. 주변은 개발의 여파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절 만은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도시를 지척에 두고도 변함없이 산사의 낭만을 지켜주고 있으니 고맙기만 하다. 보살사의 일상은 평온하다. 주차장 귀퉁이에 차례로 줄을 서서 약숫물을 받는 사람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정겹다. 야트막한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 인고의 세월을 버티고 서있는 오층석탑과 그 뒤로 소박하고 아담하게 자리 잡은 극락보전이 눈에 들어온다. 절은 40여년전 친구들과 뛰어놀던 모습 그대로인데 세월을 따라 변한 건 중후하게 벗겨진 이마와 주름진 얼굴, 세파에 휘둘려 둘 곳을 모르는 내 마음 뿐이다. 많이 가지려는 욕심에 눈멀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던가. 스스로에게는 관대하면서 상대방에게는 차갑고 냉정한 잣대로 아픔을 주었던 지난날들이 그저 먹
류여해와 홍준표의 다툼이 해를 넘겼다. 점점 막나가는 말싸움이 가히 점입가경이다. '두 사람이 전생에 부부'였다고 한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의 비아냥거림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깐 든다. 새해가 열리자마자 터진 시빗거리는 두 사람이 잡았던 손에 대한 진실공방이다. 지난 3일 밤 TV 종편 채널의 신년특집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대표는 "주막집 주모 손은 왜 잡고 다녔냐"는 전원책 변호사의 짓궂은 질문을 받았다. 작년 5월 경북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합동연설을 마치고 류 전 최고위원과 다정히 손을 잡고 회장을 빠져나가는 자료화면을 두고 던진 말이었다. 감정의 골이 깊어서겠지만 홍 대표는 그런 적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가 먼저 내 손을 잡았다며 "옆에 와서 잡는데 어떻게 뿌리칠 수 있겠느냐. 당시 당 대표 경선 때라 손을 떨칠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잡았다"고 변명했다. 이런 모욕에 반응을 자제할 류여해가 아니다. 류 전 최고위원은 당장 자신의 SNS에 반박의 글을 올렸다. '영감탱이인 홍 대표가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자신의 손을 잡고 주물럭거리며 웃었다'는 것이 류여해의 주장이다. 당시 상황에서…
[충북일보] 2018년부터 최저임금이 새롭게 적용된다. 시급으로 7천530원이다. 지난해보다 1천60원 인상된 액수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엔 소득향상으로 내수를 진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경제성장'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만만찮다. 중소영세 사업장의 경우 더 그렇다. 인건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정부는 약 3조 원 규모의 재정을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에 투입키로 했다.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최저임금 인상률 16.4%에서 최근 5년 평균 인상률인 7.4%를 초과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다. 다시 말해 월급 인상분 22만 2천원의 절반정도인 12만 2천원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얘기다. 물론 정부의 지원책은 영세 사업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는 사용자보다 노동자들에게 방점이 찍혀 있다.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구제해야 한다. 그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임금노동자들을 꼽을 수 있다. 최저임금법에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어디나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있다. 학교에 다닐 때는 회장, 반장이 있었고, 마을에는 이장이 있고, 행정기관에는 기관장이 있다. 며칠 연수를 가도 반장을 뽑는다. 리더는 조직이나 단체의 활동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리더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스가 있다. 보스는 권위적이며 업무를 분장하고 책임을 묻는 등 두려움의 대상이다. 반면 리더는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열정과 흥미를 갖게 한다. 드골 대통령은 리더에게서 가장 필요한 것은 순수함에서 나오는 소박함, 확신을 가진 정확함, 인내의 단호함이라 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는 훌륭한 리더의 조건으로 조직원이 신뢰할 수 있는 인격,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판단력, 조직을 파악하고 운영하는 직관력을 들고 있다. 제갈공명은 리더의 그릇에 따라 십인지장, 백인지장, 천인지장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책임감을 리더의 조건으로 꼽는다. 리더는 부하가 하는 일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일을 통해서 조직원들의 인생에 대하여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한다. 리더는 고독을 견디는 힘이 있어야 한다. 리더는 늘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해야 한다. 주변사람과 상의는 하지만…
충주는 북위 37도 16분 ~ 36도 18분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어서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은 고장이다. 충주 조동리 유적지에서 발견된 빗살무늬토기에서 보듯이 신석기 시대부터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으며, 기원전 3세기경에는 마한에 속했고, 삼국시대에는 삼국이 각축전을 벌일 만큼 전략적 요충지였다. 충주의 명칭은 삼국시대 5세기 장수왕 때 '중원경', 6세기 신라 진흥왕 때 '국원소경'이라 하였으며, 통일신라 경덕왕 때 '중원소경'이라 개칭됐다. 고려 태조 때 '충주'로 개칭됐으며, 몽고 때 지광수는 충주산성에서 잡류별초군을 이끌고 몽고군을 격퇴시켰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는 신립장군이 탄금대 전투에서 8천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왜군과 싸우다 전사하는 등 외환이 있을 때마다 분연히 떨쳐 일어난 우국충절의 고장이다. 역사가 깊은 만큼 유서 깊은 문화재 또한 다양하다. 중원문화의 중심지답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지정문화재도 100여 개가 넘는다. 나라의 중앙을 표시하기 위해 세웠다는 탑인 일명 '중앙탑'으로 불리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제6호)은 통일신라의 석탑 중 규모가 제일 큰 것으로 웅장함을 뽐낸다. 이 탑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 부모는 자식을 저 세상으로 보내면 땅에 묻지 못하고 평생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애절한 마음을 이 보다 더 간절하게 표현한 말은 없을 것 같다. 강릉 노추산에 모정탑이라고 불리는 돌탑의 무더기가 있다. 옛날 한 할머니가 자식과 병든 남편을 위해 삼천 개의 돌을 치마폭으로 날라 정성스럽게 쌓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연약한 할머니가 무려 삼천 개나 되는 무거운 돌을 날랐을까. 자식과 남편에 대한 헌신이 만든 기적의 탑이다.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의 비행에 격노하여 뒤주에 갇혀 굶어죽게 했지만 세손을 지극히 사랑했다. 죄를 짓고 죽은 아비의 자식이란 흠결을 없애기 위해 세손을 죽은 효정세자의 양자로 삼아 보호했다. 그리고 세손이 왕위에 오르도록 온 힘을 다했다. 거기에는 찬 얼음 같은 어미니 혜경궁홍씨의 숨죽이는 처세도 있었지만 영조는 아비 없는 세손을 보고 남몰래 아픈 가슴을 쓸었다. 요즈음은 바쁜 부모를 대신하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를 육아하는 세태지만 예전에도 다를 바 없었던 모양이다. 조선 중엽 이문건(李文楗 1494~1567)이 쓴 '양아록(養兒錄)'은 할아버지가 손
요 며칠, 머릿속이 몹시 혼란스러웠다. 진등 사자의 가짜 염라대왕 소문에 관한 말을 듣고 나서부터 나 자신의 존재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존재하는 자인가· 우주는 거대한 시뮬레이션이고 나는 그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일 뿐인가·" 지금까지의 혼란스러움은 저승세계에서 퇴출되면 윤회나 혼의 진화단계에서도 벗어나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저승사자들의 명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방의 정체에 관한 궁금증도 한몫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차원의 혼란이 아니다. "저승세계 자체를 부정해야하는 단계에 이른 것인가· 도대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상인 것일까·" 나는 나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그리고 재촉했다. "도대체 너는 아는 게 무엇인가· 네가 있는 곳도 제대로 모르면서 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인가·" 머릿속에 언제부터 들어왔는지 개구리 떼가 귀가 따갑도록 울어제켰다. "개굴, 개굴, 개굴. 개구르르." 나는 두 손바닥으로 귀를 틀어막고 쪼그려 앉아 머리를 흔들었다. "아, 아. 제발.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때, 내 어깨를 누군가 감싸 안았다. 나는 그가 동방이라는 걸 알았다. 동방의 손은
2017년이라는 격동의 붉은 닭의 한 해를 보내고 2018년이라는 황금 개의 해를 맞이했습니다. 이 개의 해에 많은 국민들이 길들여진 개의 모습이 아닌 야생성이 살아있는 늑대의 울음을 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올 한해도 옳지 않은 것들에 맞서 진정 야생의 목소리로 더 크게 싸워야할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새해를 맞이하며 마냥 들뜰 수 없는 것은 아직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는 분노와 환희를 한꺼번에 누린 그런 한 해였습니다. 암울했던 지난 시절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위대한 국민의 힘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이렇게 가슴 뜨겁게 대한민국을 내 안에 담고 살았던 날들이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평생을 길 위에서 살았지만 내가 가는 길이 이토록 떳떳했던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한발 더 다가가고 긍정의 눈으로 그간의 상황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새 해 들어 "1987"이라는 영화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6월 항쟁의 그 뜨겁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보며 '연희'가 느끼는…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