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여 돌아오면 발길은 시곗바늘 가듯 저절로 주방으로 향한다. 식탁과 개수대 위, 여기저기 그릇들이 놓여져 있다. 남편의 밥그릇은 위엄을 나타내는 듯 딱딱하게 굳은 밥풀들이 손끝을 아프게 한다. 아들의 밥그릇은 비벼 먹고 남은 흔적들이 자유분방한 성격을 대변하고 있다. 딸의 밥그릇은 엄마를 위로하는 다정한 말을 삼키고 있듯이 자싯물통 속에 잠겨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문득, 더운물도 나오지 않던 시절에 고무장갑도 끼지 않고 차가운 물로 그릇을 닦던 어머니의 손이 떠오른다. 이맘때면 어머니의 손등은 쩍쩍 갈라진 논바닥 같았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퉁퉁 부어 있었다. 밥 먹고 나면 그릇을 부뚜막에 살짝 갖다 놓기만 했던 철부지였던 내가 부끄럽다. 그래도 나를 위한다고 그릇을 물에 담가 둔 딸이 대견스럽다. 어느 비 오는 날, 딸아이는 손에 우산을 들고 있으면서도 비를 흠뻑 맞고 왔다. 폐지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절룩거리며 걸어가는 할머니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단다. 우비도 입지 않은 할머니는 비에 젖은 종이로 무거워진 손수레 때문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단다. 비록 옷은 다 젖었어도 할머니를 도와드렸다는 뿌듯함으로 방실방실 웃던 딸이었다.…
[충북일보] 6·13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역 지자체장들의 '주민과의 대화'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충북에선 이미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지역순방에 나섰다. 22일 오후 첫 시·군 순방지로 보은군을 찾아 숲 체험 휴양마을 조성현장 등을 둘러봤다. 도민과의 대화 자리도 마련해 도정 계획을 설명하고, 건의사항을 들었다. 이 지사는 오는 26일 괴산군, 30일 청주시를 찾을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단양군과 충주시, 진천군과 옥천군, 음성군과 증평군, 영동군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화재 참사로 큰 피해를 입은 제천시엔 오는 3월2일 방문한다. 이번 주민과의 대화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하는 행사여서 오해받기 십상이다. 마지막 현직 프리미엄 활용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선거법 위반 시비가 예상돼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주민과의 대화는 현직을 활용한 최대의 홍보 기회인만큼 포기하는 지자체장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합법적으로 얼굴도 알리고 조직도 점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도지사를 비롯한 시장·군수 등은 선거일 60일 전까지 주민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앞서
비상구는 생명의 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일상에서 화재 등 각종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생명을 보호함은 물론 위험으로부터 피해갈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한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과 유독가스 속에서 생명의 문인 비상구통로에 물품을 쌓아두거나 탈출구를 잠가버린다면 생명의 불씨를 발로 꺼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다. 지난달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29명의 희생자 중 20명은 2층 여자 사우나에서 발견됐다. 반면3층 남자 사우나에 있던 이용객 대부분은 목숨을 건졌다. 2층과 3층에 있었던 사람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비상구였다. 화재 당시 3층에는 건물의 구조를 잘 알고 있던 이발사 등 직원 3명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은 침착하게 비상구로 대피하여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2층 여성 사우나의 경우 내부 인테리어 목적으로 설치된 수개의 유리벽과 장애물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비상구도 창고와 철제 선반으로 가려져 있어 사실상 비상구의 존재를 파악하기 어려워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비상구 관련 법령은 건축법 제49조에 따라 출입구(비상구) 등 피난시설을 설치하도록 됐다. 특
[충북일보] 유권자들에겐 약자를 위한 후보를 편파적으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밖엔 여전히 가난하고 슬픈 사람들이 많다. 충북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역을 거세한 정치는 필요 없다. *** 정치가 역사를 이길 순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 다수가 행복하지도 않다. 파손된 민주주의를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오로지 국민 유권자만 할 수 있다. 그것도 선거 때만 가능하다. 선거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면 어렵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 권력은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무언가도 포기하지 않는다. 권력은 자발적으로 하는 게 없다. 권력은 오롯이 권력을 위한 일만 한다. 적폐청산을 외치던 새로운 권력자가 다시 적폐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권력의 나쁜 속성은 유지되고 순환된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현대 민주주의에선 좌편향도 우편향도 부질없다. 권력은 이미 국민들에게 강제로 안경을 쓰게 했다. 더 잘 보게 하려함이 아니다. 좌든 우든 한쪽으로만 보게 하기 위해서다. 권력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도록 안경을 씌웠다. 하지만 권력의 시선으론 보이지 않는…
대규모 문화 행사 때문인지 숙소 배정에 다소 혼란이 생겼다. 달갑지 않게도 여자 숙소는 다른 지역 회원들과 백여 명이 함께 자야 하는 요사채 큰방으로 정해졌다. 학교 운동장만 한 절 방에 짐을 풀어 놓으니 피난민 수용소나 다를 게 없다. 어디를 가나 우리는 아직도 조급증 근성이 남아 있는 걸까. 휩쓸리듯 몰려 들어간 방에 잠시 서성대니 한 귀퉁이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던 담요와 베개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 재빠르게 자리를 깔고 확실하게 자기 영역에 금을 긋는 씁쓸한 풍경은 그 어떤 자존감도 찾을 수 없었다. 무엇이든 함께 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 따위는 강 건너 불이었다. 나 또한 덩달아 분주하게 담요 두 장과 잠자리 공간을 먼저 차지했으면서도 행여 빼앗길까 봐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한발 늦은 이유로 사이사이 빈 곳에 끼어 새우잠을 자는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두 다리를 온전히 뻗을 수 있었지만, 잠을 설쳐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스님이 뱀 조심할 것을 두어 번 단단히 일렀는데도 밤 깊도록 출입문은 삐그덕 댔다. 천정이 들썩대도록 코를 골던 사람은 오히려 소란스러워 도무지 잠을 이룰…
온 천하가 다 부족할 때가 바로 한겨울이다. 산중사찰에서도 섣달부터 김장을 마치고 기나긴 동안거에 들어 서있다. 숲속의 다람쥐들도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종종걸음으로 이곳저곳에 저장하느라 가을 한철을 다 보냈다. 그러나 다람쥐나 청설모는 건망증이 많아 자신들이 저장한 90%의 도토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땅에 묻힌 도토리는 새봄에 다시 참나무 싹을 틔우게 된다. 산에서 나는 곡식(山穀)이자 구황작물로 분류되는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는 조선의 숙종과 얽힌 이야기로 '꿀밤'으로도 불린다. 미행(微行)으로 이름난 숙종은 어느 날 도성에 온 산골영감의 꿀밤보따리에서 얻어먹은 꿀밤이 예전에 먹었던 꿀밤음식과 너무 달라서 "도로(다시) 떫다고 하여 도터리 즉, 도토리라 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로 서울 경기도에서는 도토리, 경상도에서는 아직 꿀밤이라 부른다. "개밥에 도토리"라는 속담은 도토리를 먹지 않는 개의 밥그릇에 마지막까지 남아 뒹구는 것을 비유해서 외톨박이로 눈총 받고 천시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속담의 이면에는 우리 조상들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전쟁과 흉년이 돌 적에 도토리 밥(묵밥)을 지어 먹고 살았던 험난한 과거사도 같이 담겨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그야말로 전격적인 것이다.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했고 우리 측의 응답도 빨랐다. 9일부터 시작된 회담이 17일에는 11개 조항의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이슈가 온통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매몰되어 버렸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이단아에서 평화의 전령사처럼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북한=핵'이라는 등식은 어디간 적이 없고 '북한=평화 올림픽 기여'라는 명분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평화올림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공감할 수 있는 부문이다. 이를 발판으로 북한을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간과한 부문이 있다. 북한의 올림픽 무임승차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만만찮게 형성되어 있다. 북한은 평창 올림픽참가를 선언하면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반겨 주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감에다가 예술단과 응원단 파견을 통해 북한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고조시키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현송월의 방문 일정이 실시간 방송되고 있다. 지금 언론 보도를 본다면 동계올림픽 경기는 부차적
[충북일보]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이 확대된다.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법 시행령은 오는 25일 공포·시행된다. 지역인재 의무채용비율 확대를 주요내용으로 담고 있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은 이에 따라 우선 올해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18%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그런 다음 매년 3%씩 기준을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2022년까지 지역인재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신규 직원 채용 후 지역인재 채용 목표에 미달하면 모자란 만큼 지역인재를 추가 합격시켜야 한다. 물론 지역 인재의 점수가 합격 하한선에서 미달하면 안 된다. 지원자 수가 부족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 경우 모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다. 충북혁신도시 내 공공기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역인재의 안정적인 고용보장이라는 의미에서 크게 반길 일이다.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충북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률은 아주 저조하다. 지난 3년 동안 전국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충북혁신도시 내 10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8.2%다. 전국평균 14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6월 13일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올 지방선거에서는 지금까지의 선거와 다른 양상이 크게 나타 날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올 지방선거에서는 옛 인물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선호하게 될 것이 예견되는데, 이런 때 일수록 유권자들은 꼼꼼하게 사람 됨됨이를 따져보고 무조건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투표를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첫번째로 내가 찍은 사람이 과연 그 직분인 도지사, 시장·군수, 지방의원을 잘 할 수 있을 사람인지, 평소 씀씀이가 헤프지 않고 검소하고 절약하며 지방 살림을 알뜰히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업무를 추진하는 열성과 성실함은 있는 사람인지,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을 제시 하였는지, 중앙단위 각 부처와 좋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지, 등등을 따져보고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투표하는 인물을 "좋다" "싫다"로 판단 할 것 이 아니라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는 성숙한 유권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당에 대한 선호도 보다는 후보자의 인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투표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대통령선거나…
화분을 정리하고 나니 달랑 두 개의 화초만 남았다. 나무와 꽃을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우리 집에는 화분이 별로 없다. 좋아는 하는데 정작 화초가 별로 없다.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화초를 잘 키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능력이 좋으면 잘 살던 화초도 죽게 되는 능력을 지녔는지. 그럼에도 그런 내게 오랜 세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단하나의 그대가 있다. 이른 봄, 시퍼런 잎과 붉은 꽃이 고귀한 군자란(君子蘭)이라는 관상식물이다. 군자란과의 첫 만남은 지금도 생생하다. 잎은 누렇게 바싹 말랐고 겨우 붙어있던 두 가닥의 뿌리는 거의 썩어있어서 도저히 살 가망이 없어보였다. 군자란을 안고 온 사람은 남편이었다. 죽기직전의 그를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남편은 너무 안쓰러워 들고 왔노라며 함께 살려보자고 했다. 남편은 지극정성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군자란에 사랑을 쏟았다. 죽어가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요구했다. 더구나 중요한 변화는 화초 기르기에 실패한 내가 다시 화초에 마음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3개월 후 썩어가던 뿌리가 말라 떨어져 나가고 옆으로 새로운 실뿌리가 돋아나왔다. 놀라운 자생력이요 자생술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더불어 민주당 박홍근 의원을 고소했다.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다. 영부인이 국정원 특활비 1억 원을 받아 명품 구입 등에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여 고소를 당한 박의원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원 6년을 하면서 처음으로 당해본 고소다.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이 영광이다"라며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을 고소하기 전에 김희중 전 실장이 검찰조사에서 그런 진술했는지를 먼저 확인하길 바란다며 김희중에게 책임을 돌리는 스킬도 상당히 정치인스럽다. 김희중 전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특활비 1억 원을 받아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장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윤옥 여사가 이중 3, 4천만 원을 지난 2011년 미국 방문 때 명품 구입에 사용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김 여사가 2011년 미국 방문 시 명품을 구입했다는 것은 완전한 허위라며 펄쩍 뛰고 있다. "공식적인 국빈방문으로 쇼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며 기자들에게 계속 취재를 당하는 상황에서 드러나지 않게 명품 쇼핑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반박
깜깜한 밤입니다. 이 밤이 싫지 않은 이유는 새벽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고 가는 자연의 섭리는 변함이 없는데 변하는 건 공허하게 떠도는 내 마음 뿐입니다. 올 해 첫날에도 어김없이 해맞이를 했습니다. 몇 해 전부터 김 형과 함께 했던 해맞이를 이번에는 혼자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늦은 나이임에도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겠다며 유학길에 오르던 날 그 용기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었는데, 오늘따라 김 형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아직은 해맞이 장소로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무심천과 미호천이 합수(合水)하여 까치내를 이루는 곳. 그 합수머리 위로 빨갛게 떠오르는 해는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찬란했습니다. 몇 해 전 문의문화재단지 인파(人波) 속에서 해맞이를 하던 날, 김 형이 저에게 한 말이 기억납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해는 뜨는데 왜 사람들은 새해 첫 날 뜨는 해에 열광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좋지 않은 기억을 잊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 기억들을 빨리 잊어야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해 아쉬웠던 기억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진실인가 허구인가' 가슴을 훅 치고 들어오는 문장에 나를 돌아본다. 밖으로만 향해있는 눈동자를 안으로 돌려 내 내부를 살펴본다. 세상이 지워지고 나만 남는다. 연극을 봤다. 오래전 책으로 읽어서 어렴풋이 줄거리만 남아 있는 셰익스피어 작품이었다. 언어의 빈틈으로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의심, 진실과 진실의 옷을 입은 것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오델로를 보며 전쟁보다 더 혼란스러운 마음의 전쟁 통을 본다. 나는 보여 지는 것을 의심하고 자괴감에 빠진 적이 있다. 내가 보고 듣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 세상의 그릇된 잣대로 만들어진 오해는 아닐까. 나의 언어들이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가. 내 혀에서 흘러나온 단어들이 다른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 적은 없는가. 허공으로 흩어지는 나의 말들이 진실을 가리는 검은 안대가 된 적은 없는가. 몇 해 전이었다. 내게 중대한 시험이 있었다. 우리 직장에서는 H와 나 두 명이 치르는 시험이었다. K선배는 합격하라고 우리에게 엿을 사주었다. 나는 비록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리고 얼마 후 K선배도 시험을 치른다고 H가 내게 귀띔을 해 주었다. 우리도 합격을 기원하며 엿을
[충북일보] 인류문명은 강에서 시작됐다. 물이 인간의 절대적 생존조건이기 때문이다. 청주는 이제 미호천 시대의 주역이다. 정치지도자들은 미호천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민선 7기엔 새로운 동력이 절실하다. 전 세계로 뻗어나갈 전초기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호천에서 미래 비전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청주는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교통의 요충지다. 육·해·공 인프라 활용가치가 아주 높다. '하늘길'은 청주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열려 있다. '땅길'는 KTX오송역으로 집중된다. '물길'은 미호천이 신 행정수도인 세종과 만난다. 대한민국의 주요 도시는 대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발전해 왔다. 한강은 서울, 금강은 공주와 대전, 섬진강은 광주와 전주, 낙동강은 대구와 부산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강이다. 청주는 미호천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한 도시가 번성하려면 그만한 크기의 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식수와 산업, 농사 등 모든 활동을 위한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청주의 경우 금강이 가까이 있지만 충남 공주와 대전권에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나마 금강의 상류격인 미호천이 있어 다행이다. 미호천은 역사·지리적으로나 상당
올 6월에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된다. 지금까지 총 6번에 걸쳐 충북도민이 같은 날 동시에 도지사, 시·군 의장, 도의원, 시·군 의원을 선출했다. 혹자는 정당과 정치적 이념으로 일부는 개별 인물로 선택의 기준은 유권자별로 천차만별이겠지만 여하튼 6명의 충북지사를 선택했다. 1회부터 6회까지의 충북지사 선거에서 도민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1995년 6월27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북지사 선거에는 민자당 김덕영(15만8천911표), 민주당 이용희(16만8천209표), 자민련 주병덕(25만105표), 무소속 양성연(2만5천603표), 무소속 윤석조(2만7천880표), 무소속 조남성(5만4천748표) 등 6명의 후보가 출마해 자민련 주병덕 후보가 득표율 36.43%로 당선됐다.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국 투표율 평균은 68.4% 역대 지방선거 최고를 기록했는데 충북은 전국 평균보다도 훨씬 높은 72.7%로 전국평균 보다 높은 투표참여로 지방선거에 대한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원내 과반수이며 집권여당인 민자당은 야당인 민주당과 자민련에 시·도지사의 경우에 5대 10으로 완패 당했다. 민자당의 완패에는 자민련의 돌풍이 큰 역할
우리 어머니 최고의 주치의는 유명한 대학병원 의사선생님이 아니다. 어머니에겐 집 근처에 있는 추평보건진료소장이 명의요, 주치의다. 외진 시골마을에서는 어르신들이 경로당만큼 자주 찾는 곳이 보건진료소이다. 전국의 보건진료소는 1천920여 개소 정도이며, 충주시에는 16개소가 있다. 보건진료소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이(里)단위의 오·벽지에 설치돼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 주민들에게 보건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자연부락민들에게 있어 이젠 명실공히 없어서는 안 될 삶의 비타민 같은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으로, 주민들의 건강증진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보건진료소를 방문하면 혈압체크기, 체중계, 안마의자 등 기구가 비치돼 있고, 벽면에는 건강을 위한 각종 팸플릿이 붙어있어 유용한 건강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음지에서 묵묵히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런 분들 중 최고는 보건진료소장이 아닐까 싶다. 지역보건법에 따라 설치된 시 보건소, 면에 위치한 보건지소에는 다수의 보건업무 담당직원들이 근무하지만, 보건진료소에는 보건진료직 공무원 1명만 근무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전국의 문화현장이 시끄럽다. 지금의 시기라면 마땅히 문예진흥기금의 신청이 이루어지는 때이고 예술인들은 이에 맞춰 한해 농사를 준비해야하는 매우 중차대한 기간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예술인들의 기금신청 시기에 문화예술인들은 자기 예술적 성과와 계획을 정리하기보다 e-나라 도움이라는 시스템의 사용에 관하여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1월 11일 예술가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e-나라 도움의 폐지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게 이른다. 예술 행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예술 행위를 제약하는 이 e-나라 도움 시스템에 대하여 예술가들의 항의는 너무도 정당하다. 무엇이 이 땅의 예술인들을 이토록 화가 나게 한 것일까. 정부에서는 연초부터 예술가들에게 어떠한 시범적 사전 점검조차 하지 않은 채 e-나라 도움이라는 시스템을 일방적 시행하게 된다. e-나라 도움 시스템은 정부의 세금으로 쓰이는 보조금 등에 부정수급이나 이중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정부가 350억이라는 거금을 투입해 만든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만든 기재부의 통합관리 의도와는 달리 예술현장에서는 시스템 사용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신
'빗소리도 님의 소리 바람 소리도 님의 소리,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니 고운님이 오신다는데, 삼경 되면 오시려나, 고운님은 오지 않고 베갯머리만 적시네,,' 한국의 민요가운데 가장 슬픈 가락이라는 흥타령.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밤새 그리는 표현이 너무나 처연하다. 그런데 애절한 가사 가운데 길조 '까치'가 등장하는 것이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성이나 강, 다리에는 까치의 작(鵲)자를 딴 이름이 많다. 작성(鵲城)이나 작천(鵲川), 오작교(烏鵲橋)이니 하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인들도 까치가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동물로 여겨 추에바오(鵲報), 시추에(喜鵲)란 말을 쓴다. 청주 까치내는 이곳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 멱 감고 자라 온 추억의 장소다. 은빛 찬란한 각종 민물고기들이 많이 잡혔다. 많은 이들이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달려본 낭만의 하이킹 장소이기도 했다. 옛날 무심천과 까치내 합수머리에 작은 주막이 있었다. 한양으로 가던 경상도 청년이 호랑이에게 당할 화를 까치가 울어 면하게 해 줬다는 전설이 있다. 이곳에는 관리들이 쉬어가는 작원(鵲院)이 있었다. 옛 기록에 '고을 서쪽 20리에 있었다'고 했는데 지
[충북일보] 합동조사단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 2차 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종합적인 결론은 지난 11일 이미 발표됐다. 이번 2차 조사는 화재 발생 전 소방 특별조사의 적정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조사단은 제천 참사의 경우 허술한 건물 안전 관리와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 부실이 빚어낸 인재라고 발표했다. 또 적절한 상황 판단으로 화재 진압 및 인명구조 지시를 내렸어야 하는 현장 지휘관들의 지휘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제천 화재는 지난 1993년 발생한 청주 우암상가 붕괴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4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를 두고 있지만 현장의 양상은 그대로였다. 부실시공과 구멍 난 안전시스템, 안이한 대처가 '판박이' 같았다. 둘 다 평상시 위기관리 부재에서 비롯된 안전사고였다. 위기관리의 대상은 자연재난과 인적재난, 그리고 국가기반체계 등이다. 말 그대로 자연으로 인한 피해는 '자연재해'다. 사람에 의한 인위적인 피해는 '인적재난'이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인재는 없어야 한다.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지방분권이 시대의 화두다. 이제 재난에 대한 안전 분권도 생각해야 한다. 중앙집중식 감독 권한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오는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평창, 강릉, 정선에서 95개국 6천500여 명의 선수단이 참여해 설상 7개 종목, 빙상 5개 종목, 슬라이딩 3개 종목 등 총 15개 종목 102개의 경기가 진행된다. 동계올림픽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북핵과 ICBM 등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와 일촉즉발의 첨예한 대립을 빚었던 북한이 참가, 개회식에 남·북한 선수단이 함께 입장하고 일부는 함께 경기를 치르게 돼 그야말로 전세계인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자 '평화 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이같은 지구촌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이에 대한민국 경찰은 '안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경찰은 선수와 관람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선수촌과 경기장에 대규모 경찰인력을 배치, 선수 및 관람객이 입장하기 전부터 경기가 마무리 될 때까지 돌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등 24시간 완벽한 경비·안전 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테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지 30여년 만에 서울에서 제24회 하계 올림픽이 열렸다. 당시 세계가 놀랐다. 잿더미 속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도약한데다 선진국만이 개최하던 올림픽을 주최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160개국이 참가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졌으며 대회 준비도 완벽했다. 특히 어느 올림픽보다 풍성한 문화 행사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1981년 올림픽의 개최가 결정된 후 7년간 철저하게 준비한데다 전 국민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단합된 마음의 결과였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종합 4위를 달성 올림픽 사상 가장 우수한 성적까지 거뒀다. 올림픽의 서울 개최는 여러가지 의미를 가졌다.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세계 160개국이 모여 경기를 치뤘다는 것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국가가 개발도상국으로 도약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22회 올림픽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불참했고,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23회 올림픽에는 소련 등 동유럽 국가가 불참했으나 24회 서울 올림픽에는 전세계 모든 국가가 참가 명실공히 최대 규모의 올림픽이 된 것이다. 이어 2002년 월드컵의 개최는 한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떨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
2016년 11월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혼란기가 아직까지도 진행되고 있으니 나날의 삶이 도대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언제까지 이러한 혼란과 불안이 이어질 것인지 암울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의 고언을 보면 사회 7대 악을 피력하였는데, 그 중에 원칙 없는 정치를 제 1항으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 정세를 후일 역사학자들은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 것인지, 현 정치인들은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정치권의 지체 높은 그들은 현실에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지, 자신들은 아무런 상관은 물론 책임이나 잘못은 전무한지 당장 묻고 싶은 심정이다. 이미 역사학자들 중에는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오늘날의 중병을 지극히 잘못된 정변으로 지적하였다. 일부 법조인들은 대통령으로서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조항이 있거늘 억지와 밀어붙이기로 탄핵을 단행한 점은 엄연한 범법이고 불법이라고도 했다. 앞서 간디의 고언을 빌어 말했듯이 우리 역시 원칙 없는 정치로 말미암아 오늘의 파탄을 겪고 있는 것이라면 해법은 전무하기만 한 것인가. 신도 실수한다. 필자가 몇 차례 즐겨하는 말이다. 1987년 11월 대한항공 여객기가 폭발을…
충북에 '조천' 또는 '조촌'이라 불리는 지명은 옥천군 청성면 조천리(鳥川里),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釣川里), 괴산군 청안면 조천리(釣川里), 음성군 원남면 조촌리(助村里) 등 여러 군데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옥천군 청성면의 조천리는 본래 청산군 남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조곡리(鳥谷里)와 도천리(道川里), 영동군 북이면의 도천리 일부를 병합하여 조곡과 도천의 이름을 따서 조천리라 하여 옥천군 청남면에 편입되었다가 1929년 청성면에 편입되었다고 한다. 충주시 앙성면의 조천리는 한자로 '釣川里'라 표기하고 있다. 본래 중원군 북성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조대리와 벌천리, 비내, 사기점, 청산이골을 병합하여 조대와 벌천의 이름을 따서 조천리라 하여 앙성면에 편입되었다. 조대리(釣垈里)는 원래부터 '조터골'이라 불리어온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인데 여기에서 '조'가 '안터골, 새터골, 흔터골'에서처럼 '터'를 꾸미는 말로 쓰인 것이 분명하며 원래부터 한자의 '조(釣)'가 아닌 순우리말의 '조'일 것인데 그 의미는 추정하기가 어렵다. 벌천리(伐川里)는 원래 '비내'라 불리어왔는데 옛날에 나무를
한밤 중만 되면 겨우내 온 동네가 시끄러웠다. 마실 다녀오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집집마다 개들이 짖어 대서다. 개 짖는 소리만 듣고도 어느 집 앞을 지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둘째 동생이 태어나던 해 가을 아버지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왔다. 그해 봄에 태어났다는데 검은색 몸통에 머리와 다리 일부분이 흰색인 수컷으로 진돗개와 흡사했다. 그 강아지는 묶어 놓지도 않고 개집도 없이 밖에서 컸다. 여름에는 마루 밑에서 자고 겨울에는 할머니가 마련해준 헛간의 짚더미나 나뭇간의 마른 잎을 덮고 잤다. 워낙 시골이라 사람도 변변한 목욕을 못하던 시절이라 개를 목욕시킨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꿨다. 그저 머리나 등을 쓰다듬어주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잘 컸다. 둘째 동생과는 유난히 친했다. 동갑내기로 같이 자라면서 어떤 유대감이 형성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할머니는 이 개를 유난히 아꼈다. 끼니때가 되면 늘 함께 챙기고 겨울에는 헛간이나 나뭇간에 잘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인지 그 개는 우리 집의 든든한 지킴이었다. 외부인은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맹렬히 짖어대며 달려들었지만 10명이 넘는 식구들의 발자국 소리는 용케 알고 꼬리를 흔들며
[충북일보] '최저임금 인상'의 역습이 계속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영세점포의 수익성 악화와 해고 바람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 "임금 인상으로 기존 근로자에게는 소득 증대가 일어난다. 하지만 기존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결국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들은 소득 창출의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 있다." #2.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노동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생이나 각종 용역자 등과 같이 시간제로 일하는 이들이 직접적인 유탄을 맞을 수 있다. 건물 청소 시간을 줄이거나 주말에는 청소를 하지 않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 예측은 최저임금 인상 때 생길 수 있을 것이란 최악의 우려였다. 그런데 시행 20일도 안 돼 현실화 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때 맞춰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 퇴출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아이러니가 생기고 있다. 결국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노동자의 일자리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인건비 절감의 대안으로 무인계산기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셀프계산에 이어 셀프주유시스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