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계절 봄이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봄철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봄에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으니 바로 봄철 화재다. 결빙기를 지나 해빙기에 접어든 요즘 건조주의보 발령이 늘어나고 논.밭두렁 태우기 및 잡목 등 쓰레기 소각이 늘어나면서 봄철 화재가 많이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옥천소방서 화재출동중 봄철 화재가 36.52%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겨울철로 24.3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봄철에는 주거시설보다는 임야 및 야외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했으며 원인은 부주의가 85.7%로 집계됐다. 이처럼 봄철에는 습도가 낮고 바람이 센 기상조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일단 발생한 화재는 연소 확대범위가 크고 인명피해의 위험성도 한층 높다. 평상시 같으면 화재로 까지 이르지 않을 것도 화재의 원인이 되는 것은 봄철 기상조건 때문일 것이다. 이에 봄철 화재예방을 위한 몇 가지 안전수칙을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건조주의보 발령 시에는 산림과 평야 등에서 불 사용을 금하고 옥외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모닥불을 피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화재원인의 대부분인 부
김정은의 방중이 앞으로 진행될 북미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중정상의 만남은 사실 의외였다. 모두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 무렵 북중회담이 진행되었다. 물론 정상 간의 만남은 외교적 절차나 준비 기간이 있었겠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갑작스럽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만남이 이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당사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배제, 소위 말하는 차이나 패싱이 현실적으로 다가 올 시점에 절묘하게 북중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덜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관리들이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있었다. 특히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 볼턴 내정자가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기만전술의 가능성이 높다고 치부하고 북한의 협상 방식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결국 북한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강경한 압박을 해서 미국이 원하는
다시 봄을 맞이할 때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봄나물이다. 새봄의 녹색 식탁을 처음 채우는 냉이는 수천 년 동안 즐겨온 백성들이 봄나물의 보배로 꼽았다. 아리 새콤한 달래무침이나 알싹한 달래장으로 금방 한 쌀밥을 쓱쓱 비벼먹을 때나 된장을 약간 풀어 씀씀하게 끓인 냉잇국을 먹을 때면 '혀가 음식 맛을 아는 것처럼' 입속에서부터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달래와 냉이, 쑥 등 봄나물을 뜯고 캐어 먹는다가 한 두주를 지나 온갖 산나물과 고사리, 두릅이 새순으로 돋아 먹게 될 무렵부터 봄나물의 만찬은 최고조에 이른다. 여기에다 쓰디쓴 맛의 씀바귀, 쌉싸래한 엄나무 순까지 더해지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그래서 옛사람은 봄나물을 초유의 보약이라 여겼다. 봄나물의 향연은 정학유가 1816년에 한글로 지은 노래 '농가월령가'에 잘 나타나 있다. 그 '이월령'에는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요 조롱장이 물쑥이라. 본초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바위를 깨치나니."라 하였다. 쓴맛의 최강자인 머위를 먹을 수 있는 3월말까지 봄나물의 첫 주자는 냉이(薺菜)이다. 기원전 6세기경 편찬된 중국의 '시경'에 처음 나온다. "누가…
지난겨울은 유독 북극 바람이 맹위를 떨쳤다. 이렇듯 동장군이 기세를 부리자 우리네 심신도 한껏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매스컴에서 전해주는 뉴스는 강추위도 물리치게 하였다. 초로의 남성이 꽁꽁 얼어붙은 한강에 투신자살 하려는 어느 여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다는 뉴스가 그것이다. 그는 한강에 뛰어든 여성을 발견하고 얼어붙은 한강까지 다가가 여인에게 구명환을 던졌으나 얼음이 깨지면서 그 역시 여인과 함께 강 속에 빠지고 말았다고 한다. 마침 신고를 받고 달려온 소방서 구조대원에게 자신보다 물속의 여인을 먼저 구해 달라고 부탁 했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다. 자신보다 타인 목숨을 더 소중히 여긴 그 남성의 선행이 참으로 훈훈하다. 하여 이 뉴스는 겨울 혹한마저 한껏 녹이는 듯하였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하려고 한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겸손해 한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태에 몸 사리지 않고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하려한 그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음 있다. 이 때 텔레비전 뉴스 자막에서 그의 이름 석 자를 발견한 순간 '귀한 인명을 구하려 한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니 얼마나 자랑스러
[충북일보] 충북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심각하다. 이전투구(泥田鬪狗)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가 되는 게 곧 당선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은 야권을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충북에서도 6·13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별로 다르지 않다. 체급 가리지 않고 싸움 수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은 자중지란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자칫 선거 패배를 부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역대 선거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자만이 부른 실패는 많았다. 후보들은 이런 사례를 곱씹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네거티브가 심해지면 후보 간 감정싸움으로 변하기 쉽다. 자칫 경선 완주를 포기하거나 경선에 불복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네거티브로 상대 후보를 심판하려 하다간 되레 당할 수도 있다. 이전투구로 얻을 게 별로 없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네거티브보다 내 정책의 우수성 홍보하는 포지티브가 효과적이다. 포지티브로 내 공약의 진정성과 합리성을 증명하는 게 좋다. 경쟁 후보에게 잘못이 있다면 법이나 도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네거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이 100명으로 같은 기간 업무 중 순직한 경찰관 79명 보다 많은 수치다. 어렵게 들어온 소위 '철밥통' '공무원'이라는 직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까지 한 이유가 무엇일까. 자살한 경찰관의 사망 원인 1위는 우울증 등 정신문제와 가정문제, 뒤이어 신병비관, 경제문제, 질병비관, 직장문제라고 한다. 경찰은 다른 공무원에 비해 감정노동과 스트레스, 트라우마, 야간 노동 등에 시달리고 있어 보이지 않는 상처가 깊다. 이러한 상처를 가슴에 안고 내 가정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매일아침 또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최근에는 경찰관의 돌연사 위험이 일반직 공무원보다 1.8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찰관은 급성심근경색, 동맥경화,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으로 부터도 위협을 받고 있다. 다른 직렬보다 많은 야간근무와 업무의 다양성과 난이도, 생명의 위협에서 느끼는 압박감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내 건강과 가정은 뒷전인 것이다. 경찰관의 상처를 치유하기위해 경찰청에서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고 심리상담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다. 충주경찰서도
지난 21일. 새벽부터 오기 시작한 눈이 아침까지 이어져 출근길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때 20도 이상까지 올라 봄보다는 여름이 올 것 같았던 날들이 이번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해 금방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3월 말의 눈. 지난 2004년 폭설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무릎까지 쌓일 것 같던 눈으로 인해 어느 고등학교 급식소 지붕이 무너졌네, 도로에서 차가 미끄러져 몇 중 추돌사고가 났네, 학교가 휴교를 하느니 마니 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고 3이던 난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정도로 눈에 대한 무서움이 크게 다가왔던 때였다. 지난해 7월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엄청난 폭우를 마주했다. 유독 농지가 많았던 강서2동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짧은 시간 동안 쏟아진 빗물로 인해 둑이 무너지고, 무너진 둑 사이로 빗물이 유입돼 토사가 쓸려 내리고 적절히 자라줬어야 할 벼들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그 뿐만 아니라 과수나무의 가지들이 부러지기도 하고 익어야 할 과수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새카맣게 만들었다. 피해 접수를 받으면서 주민들과 함께 마음 아팠고, 원하는 만큼 복구를 해드릴 수 없어 안타까웠다
나는 잘 말라가는 무청처럼 커피숍 창가에 조용히 앉아있다. 방학 첫날 느닷없이 날아든 그녀의 전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곳에서 그녀는 내게 불어왔다. 난 그녀가 내 인생 속으로 걸어들어 오는 것을 그저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와 어떤 인연으로 남을까. 그녀는 인생의 큰 도전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정치라는 정자에도 관심이 없는 나는 처음엔 당황했다. 그러나 내가 글쟁이이니까 글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는 일 인 것 같아 허락을 했다. 그녀를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기적으로 안 좋다고 한다. 별로 가능성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 그녀가 왜 내 앞에 등장한 것일까. 왜 내 앞에 길을 내며 걸어오고 있는 것일까. 바쁠 것이다 많이. 그리고 긴장과 스트레스가 그녀를 억누를 것이다. 그런 그녀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무엇인가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인가를 알기에 그 용기를 응원하고 축하한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많은 성장을 거듭하리라. 그녀를 기다리다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을 펼친다. 호주의 참사람 부족은 해마다 찾아오는 생일을 축하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며칠 전, 아침 일찍 볼 일이 있어 시내버스를 탔다. 시간이 워낙 이르다 보니 버스 안에는 승객이 모두 일곱 분이다. 그런데 버스에 오르고 조금 뒤였다. 저 뒤 쪽에서 어느 여인이 전화 통화를 하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흐느낌이 들려왔다. 기분은 별로였지만 뭔가 사연이 있어 그러려니 했다. 기사님도 거울을 통해 힐끔 보곤 말없이 운행을 이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여인의 흐느낌과 하소연이 장장 10분여 정도 이어졌다는데 있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지 라고 했지만 울음이 길어지자 슬슬 불쾌하고 짜증스러웠다. 아침시간 버스 안 아닌가. 드디어 기사님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듯싶었다. 갑자기 버스가 멈춰서고 울근불근해진 기사님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아가씨! 뭐 하는 짓이요· 아침에 재수 없게". 모두의 시선이 20대로 보이는 여인에게 쏠렸다. 순간, 기막힌 반전을 보게 되었다. 문제의 여인은 그토록 흐느껴 울던 흔적도 전혀 보이지 않은 깔끔 자체였다. 그리곤 말간 얼굴을 기사에게 들이대며 "왜 남의 일에 참견이에요 내리면 되지, 됐어요·" 라며 혀를 쏙 내민다. 이런, 누구라도 그 물렁하고 둥근 혀를 내미는 발칙한 그녀를 보았다면 뻔뻔함의 극치를 보았다…
정치적 음모론을 운운하며 기세등등하던 정봉주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거짓 해명을 시인하자 그를 믿고 응원했던 지지자들이 세상 민망한 처지가 돼 버렸다. 정봉주 관련 기사 댓글은 정봉주 말만 믿고 피해자를 모욕했던 경솔함에 용서를 비는 내용으로 도배다. '반성한다, 미안하다'로 그동안의 오해가 대충 정리되는 상황인데, 유독 김비오 민주당 부산 중ㆍ영도지역위원장만 독박을 쓰고 있다. 정봉주의 결백에 거금 1억 원을 배팅하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정봉주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의 법률 대리인을 자처한 박훈 변호사가 SNS를 통해 정봉주가 제시한 알리바이 사진이 사실이라면 1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김비오 위원장은 즉각 정봉주의 결백에 1억 원을 베팅한다는 대응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었다. 박 변호사를 디스하는 내용을 덧붙여서다. "평소에 존경했던 분인데, 요즘 근황을 보면 실망스럽습니다. 1억 포상금. 저는 그 시간에 정봉주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에 1억 원을 베팅합니다." 정봉주 측이 결백하다면 공개 사과와 함께 빚을 내서라도 손해배상액 '1억 원'을 정봉주 전 의원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던 박훈 변호사는 정봉주의 결
행복의 새는 발이 없다. 행복한 삶의 추구는 곧 발 없는 새에게 발을 달아주는 과정이었을까. 찾을 것도 없이 주변을 날아다닐 때 달아주면 되는데 엉뚱한 곳을 헤매는 우리. 방정식이라면 무조건 어렵게 여기듯 행복의 방정식도 까다롭게만 생각한다. 이따금 그 새가 어디론지 날아갈 때도 있다. 마음의 텃밭에 있던 행복의 꽃이 시들었을 때다. 어느 날 다시 또 꽃이 피고 새가 우짖을 테지만 언제 또 날아갈지 모른다. 아름다운 목청을 갖고 있어도 발을 달아 주지 않으면 노래조차 부를 수 없는 새. 다 좋은데 발이 없어 툭하면 사라지는데, 우리 역시 마루 끝에 있는 행복의 새장은 외면하고 도닐기만 한다. 마음의 텃밭에 핀 꽃도 어찌나 민감한지 우리 찡그리기만 해도 떨어진다. 불평하지 않고 살 때는 예쁘게 피고 향기도 곱지만 비관을 일삼으면 금방 시드는 돌연변이. 씨앗을 뿌려 가꾸는 거라면 차라리 괜찮거늘 멀쩡히 피어 있다가도 불쑥 진다. 사막을 가다 보면 오아시스가 나오듯 돌연 나타날 때가 있고 그 순간 느끼는 감동이었으나 무슨 물건처럼 생각하고는 잡지 못했다고 발 동동 구르며 아쉬워한다. 행복 지수를 계산할 때의 공통분모는 누구를 막론하고 똑같이 설정해야 무리가…
[충북일보] SK하이닉스가 청주에서 새로운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한다. 다름 아닌 '지역신문 활용 사회복지시설 정보복지 지원' 사업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지역신문 구독을 지원해 정보 접근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서다. 청주시는 지난 28일 SK하이닉스와 협약을 맺고 가경노인종합복지관,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오송종합복지관 등 관내 사회복지시설 15개소에 충북일보 등을 제공키로 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영역의 사회공헌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신문구독 지원 사업은 복지 사업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낭비가 아니라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종이 신문의 활성화를 도와 지역을 발전시키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건강한 지역 신문이 건강한 지역발전을 이끈다. 이제 충북도 지역 신문사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신뢰를 받는 신문에 대해 적절한 운영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게 불량 신문을 퇴출하는 길이다. 신문의 위기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신문구독자 감소는 신뢰도 하락과 연결된다. 광고 점유율 감소로도 이어진다. 서울의 메이저 신문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신문
전회에 신미대사가 세종대왕 한글창제 작업에 도움을 줬을 가능성에 대해 4가지 가운데 2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승려의 도성 출입이 금지됐던 시기에 세종대왕이 어떤 이유로 신미대사를 궁궐 안 침실 공간으로 불러들였고, 그리고 극진한 예를 갖췄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세종이 신미대사에게 내리려 했던 긴 시호이다. '선교종 도총섭 밀전정법 비지쌍운 우국이세 원융무애 혜각존자'의 무려 26자 시호 가운데 '나라를 도왔고 세상을 이롭게 했다'는 뜻인 '우국이세'가 특히 문제가 됐다. 왜 세종대왕은 모든 대신이 백안시하는 한 승려에게 '나라를 도왔고 세상을 이롭게 했다'는 시호를 내렸을까· 이 부분이 신미대사가 한글창제 작업을 도운 것에 대한 '대가적인 시호'가 아닌가라고 추정이 되는 대목이다. 결국 후임왕 문종은 '우국이세'는 삭제하고, 또 다른 극촌칭이었던 '혜각존자'는 '혜각종사'로 표현을 격하해야 했다. 신미대사가 한글창제 작업을 도왔을 가능성의 세 번째로 추정 근거는 그와 수양대군 세조가 '어떤 것'이 계기가 돼 인간적으로 무척 친했다는 점이다. 일부 어문전문가는 이때의 '어떤 것'을 한글창제 작업에 두 사람이 공동 참여했을 가능성을 꼽고 있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승사자들에게 공포였던 퇴출자 선별작업이 2차 퇴출대상자를 확정하고 나자 대상자에 속한 자들을 제외한 사자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서 희희낙락 하는 것처럼 보였다. 요즘 몇 건의 사건사고가 터졌다. 그런데 아무도 그 사고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 같았으면 이러쿵저러쿵 난리법석을 떨며 관심을 갖고 참견을 했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던 저승세계 문화가 최근 들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면서도 믿고 싶지 않았다. 동방도 그런 낌새를 느껴서인지 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사자님. 참 이상해요. 그렇지 않나요?" "뭐가·" "우리, 지금 저승세계에 있는 거 맞죠?" 나는 동방에게 꿀밤을 한 대 먹이면서 대꾸했다. "또 엉뚱한 소릴 해서 헷갈리게 할 거면 다른데 가서 하게나." "헤. 사자님이 장난을 걸어주니까 기분이 좋아요. 그동안 좀 우울했거든요." 동방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나는 차마 동방과 눈을 마주칠 수 없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말을 했다. "왜 안 그랬겠나. 나라도 그랬겠지. 아니 나는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을 게야.
소백산맥은 월악산 속리산에서 충북과 영남을 갈라놓았다. 영동 금산에서는 금강을 안고 호남으로 선을 긋는다. 숙명적으로 소백산을 두고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나뉜 셈이다. 분수령이란 이런 것을 말한 것인가. 속리산 정상에서 흐른 빗물이 동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된다. 서쪽으로 향하면 금강이 되며 북으로 흐르면 아리수 즉 한강이 된다. 삼국의 강성여하에 따라 소백산 지역의 주인이 바뀌었다. 고구려가 한창 강할 때는 속리산 밑까지 진을 치고 지금의 경상도 땅 문경을 넘보기도 했다. 그러나 신라가 강해지면서 소백산일대의 주인이 바뀌었다. 고구려는 실지회복을 한다고 남진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숙원은 한강유역인 아차성에서 온달장군의 패전이후에는 끝내 시들고 말았다. 속리산에 대가람 법주사가 있다. 기록을 보면 신라 통일 이전에 세웠다고 한다. 진흥왕 14년 553년에 의신(義信)이 창건하였다고 했으니 왕이 낭성(지금의 충주)에서 우륵을 불러 가야금 소리에 취했다는 시기(551년)와 비슷하다. 왜 법주사라고 이름 지었을까. 일설에는 의신스님이 서역으로부터 돌아올 때 나귀에 불경을 싣고 와서 머물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불가에서 법은 불
후보 단일화 수면위로 경선판 요동, 지방선거 후보단일화 혼선, 보수후보 단일화 한목소리, 합종연횡 등등 선거철이 되면 후보단일화에 대한 기사제목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유력한 후보에 맞서는 군소후보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본격 선거에 들어가면 늘 물밑에서 이러한 움직임들이 이루어지며 언론은 앞다투어 각 후보들의 단일화에 대한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생산해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역시 후보단일화, 혹은 정당간의 연대에 대한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과거 선거, 독재정권시절이나 민주화 과정에서 나왔던 후보단일화는 유권자들의 관심과 요구가 있었던 사례도 심심찮게 있었다. 거대 여당, 즉 독재정권에 맞서서 야당후보들이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 뜻을 모아서 선거를 통한 독재타도와 민주화를 쟁취하려는 바램에서 후보 단일화나 연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우월한 지지를 받는 야당의 후보로 단일화하거나 다른 야당이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는 편법을 동원하였다. 그 결과 과거 야당들은 나름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고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에 맞서는 정치세력을 국민의 손으로 선출해 국회로 진출시켰다. 박정희 독재정권과 전두환, 노태우 군사
[충북일보] 6·13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이다. 선거와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스윙보터(Swing Voter)로 불리는 부동층이다. 충북도내 선거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윙보터의 향배에 따라 선거별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충북지사 선거의 경우 3당 중심으로 짜졌다. 야권은 이미 후보를 정했다. 여권은 현직 지사와 현역 국회의원이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역대 선거를 살펴볼 때 충북은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다. 충북민심을 잡은 주자가 항상 대권을 쟁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심은 항상 같지 않았다. 예를 들어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충북민심은 일방적이진 않았다. 신중한 투표 성향을 보였다. 견제와 균형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해 어느 후보에게 표를 줄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은 지역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투표할 후보가 없다거나 모름·무응답을 선택한 유권자가 많은 건 공통적이다. 대략 20~40%에 이른다. 본보
최근 헌법 개정이 이슈화되면서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핵심적인 개정 내용 중 하나는 지방분권 강화다. 지방분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민주주의의 근본은 권력 분립과 지방자치이며, 권력분립을 통해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것이 지방분권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래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중앙정부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국가의 지방 통제가 과도한 실정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은 중앙과 지방간 권한 배분을 통해 안정적 국정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지방분권은 지방의 정책 결정권 보장에서 출발하며 이를 통한 주민 참여 확대와 자치역량 강화를 통해 한층 성숙한 지방자치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런데 지방의 정책결정권은 재정분권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중앙에 의존하는 재정구조로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을 만들 수 없으며 그러한 정책을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실현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자주적 정책결정과 집행, 그에 따른 책임을 보장하기 위해서 자주 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방분권을 위한 자주 재정 확보를 위해 고려할 사항으로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은 잘 들을 수 없지만 '결혼적령기'라는 말이 있다. 결혼을 권하는 연령대라는 뜻으로 남성 28~35세, 여성 26~33세를 일컫는다. 통계청 자료(2016년 기준)에 의하면 결혼적령기 남성인구는 292만 명, 여성은 255만 명으로 남녀 간의 인구차이는 37만 명이었다. 성비는 100:193으로 출생 성비가 최악으로 불균형을 나타냈던 시기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의학의 발달로 산부인과는 태아의 성별을 구분했고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여아들이 빛조차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운 좋게 살아남은 여아들은 그래서 더 강인한 생존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 이 당시 출생한 세대의 성비불균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가부장제 문화로 인해 여아를 낙태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절을 건너왔기에 여성들의 생존과 성공에 대한 열망이 커진 걸까·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2000년 이후 서서히 증가하다가 2015년 이후 남성을 앞서면서 여성들은 똑똑해져 갔다. 이 불평등의 세계가 불편하지 않았던 남성들은 여전히 의식의 변화 없이, 습관대로 모든 문제의 원인은 '여성에게 있다고' 하고 성비의 격차가, 의식의 격차가…
재작년 겨울로 기억됩니다. 마이클 브린 전 주한외신기자클럽 회장이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분노한 신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는 군중의 감정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강력한 야수로 돌변해 정책결정과정이나 확립된 법치를 붕괴시킨다. 한국인은 이를 '민심'이라고 부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민심'이 한국의 허약한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3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한국에 거주하면서 외국 언론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사람입니다. 우리를 잘 아는 외국인이 지적한 것이어서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브린 씨는 박근혜 정부를 전복시킨 촛불집회를 두고서도 "대규모 집회가 계속됐는데도 폭력과 불상사가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군중집회가 '소통'의 수단이지 법 제도를 지배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더군요. 그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정부나 입법기관, 사법기관이 군중의 감정을 의식해 대중 정서에 편승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국내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
근간 우리사회에서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안 중 가장 큰 변경 사안이라면 단연 지번주소에서 도로명 주소로의 변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도로명 주소가 시행된 지 이미 상당기간이 경과됐으나 아직까지 정착되지 못 하고 있다는 건 길 주소계획추진 및 시행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구체적 문제점이라고 볼만한 사례를 들어 살펴보기로 하겠다. 도로명 주소활용에 대해 처음부터 주민들이 자진 참여는 전무한 채 행정력에 의해 강제적 강요가 역력히 눈에 띄었었다. 이는 국민들에게 주지되지 못해서라기보다 그 시행 안이 국민들에게 얼핏 장점으로 다가오는 점이 느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사실상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골목길 이름조차 다 알 수 없다는 건 바로 우리 생활에 편리하지 못하고 적잖은 불편한 점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니 더 늦기 전에 과감히 보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택배문화가 발전 정착해 아마도 세계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을 정도인데 택배업 종사자들은 근간에도 과거 지번주소를 더 선호하는 형편인 게 현실이다. 현 도로명주소를 고집하려면 국민 개개인에게 길 찾기 전용 내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는 본래 청주군(淸州郡) 서강외이하면(西江外二下面) 지역이었다. 1914년 일제의 행정 구역 통폐합 정책에 따라 창리(倉里)와 소로리(小魯里) 일부를 병합하여, 소로리(小魯里)라 명명하고 옥산면(玉山面)에 편입되었으며 에도 '소로(小魯)'로 기록되어있다. · 소로리는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국사리와 오창과학단지 사이에 위치한 마을로서 미호천을 바라보며 드넓은 들녘을 지닌 소로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약 1만 5천년 전) '볍씨'가 출토된 유적지로서 의미가 깊은 마을이기도 하다. 소로리 볍씨는 충북대와 단국대 합동 발굴팀이 1997년과 2001년 오창과학산업단지 조성을 앞두고 옥산면 소로리 일대 발굴 조사를 하면서 1998년에 찾아낸 고대 벼 18톨, 유사벼 109톨을 말한다. 이때 출토된 볍씨는 서울대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과 미국 지오크론 연구실 측정에서 1만 3천~1만 5천년 전의 것으로 추정됐다. 이어 미국 애리조나대 측정에선 1만 7천년 전의 것으로 추정됐다. 학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 후난성 볍씨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의 볍씨로 인증했던 것이다. 이에 청주시는 소로리 볍씨를 본 따 '생명'과 '창조'를 지역 상징
[충북일보] 6·13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비후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충북도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충북에선 공개 정책토론회 제안이 봇물이다. 여야 가릴 것이 없다. 비교 검증을 통한 우월성 선점을 위해서다. 야권 후보가 먼저 나섰다. 바른미래당 신용한 도지사 예비후보는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박경국 도지사 후보에게 '권역별 야당 합동 정책토론회'를 공개 제안했다. 여권 후보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지난 26일 이시종 지사를 향해 "공개 정책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총론에만 공감할 뿐 각론에선 '글쎄'이기 때문이다. 야권의 경우 선거 승리를 위해 여·야 1대 1 구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중앙당 차원에서 "연대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여권도 쉽지 않다. 현직인 이 지사가 오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일 별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개 토론은 말 그대로 일반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널리 터놓고 하는 토론이다. 방청객이나 시청자들에게 토론자의 역량을 널리 드러낼 수 있는 기회다. 지방선거 관련 토론회라면 지방자치 실
지난 춘분 날에는 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춘분이 겨울과 봄을 한곳에 불러 모은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젠 완연한 봄이다. 계절의 수레바퀴가 돌고 돌아 또다시 봄이 찾아 왔다. 며칠 전 시골 마을엘 들렀다. 내 나이가 일흔이 넘었는데 아직도 경로당에서 막내라는 고향 선배의 농담 섞인 말이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요즘 면 단위 농촌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40%에 육박하는 초고령 사회로 이미 진입했다. 예순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필자도 시골에 가면 청년 회장감이다. 노인들도 60대에서 9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분포하면서 부모와 자식이 같은 경로당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경로당 이용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우리 군에는 총 308개의 경로당이 운영되고 있는데, 일부 마을에서는 2개의 경로당을 운영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 하나는 할머니 방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60~70대 초년 노인층과 80~90대 노인들을 구분해 별도로 운영하는 마을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 완주에서는 전국최초로 초년 노인층을 위한 경로당이 아닌 중로당(中老堂)을…
한국 탁구가 세계무대에 나가면 정상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곤 한다. 중국 때문이다. 파죽지세로 승리하다가도 결승에서 중국을 만나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하기 일쑤다. 이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하는 것은 우리보다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한 달 정도 체류하는 동안 무료한 시간을 때워보려고 탁구장을 찾았다. 탁구 최강국이니 곳곳에 탁구장이 즐비할 줄 알았다. 의외로 탁구장이 많지 않았다. 중국 사람들과 탁구를 치면서 이런 나라가 어떻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나라에 한국 탁구가 패하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도 했다. 이런 의문을 풀기위해 충북 탁구계를 살펴보니 답이 보였다. 우선 탁구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축구, 배구, 농구 등 수많은 종목이 있고, 그 종목마다 협회를 중심으로 결속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충북 탁구계는 그런 역할이 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탁구는 어느 종목보다 대중적이다. 실내에서 하는 운동이니 사시사철 날씨와 관계없이 할 수 있다. 이 뿐만도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다. 게다가 돈이 가장…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