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목에 꽂혀 보기 시작한 TV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김 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드라마다. 대기업 부회장이자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남자 주인공과 9년 동안 비서로서 부회장을 완벽하게 보필한 여자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야기는 여자 주인공의 갑작스런 퇴사선언으로 시작된다. 남자 주인공은 본인의 성향을 완벽하게 아는 여비서를 붙잡기 위해 여러 회유책을 제시하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남자 주인공의 머리에서 나온 대안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 과정에서 꽃 알레르기가 있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 때문에 갑작스럽게 꽃다발을 준비하면서 눈물 콧물을 쏟는데, 이를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오해까지 하게 된다. 약간은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남에게 사과해본 적도 없고 대화보다는 지시가 먼저인 남자와 희생에 익숙한 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재미를 주다보니 오랜만에 '본방사수'까지 하고 있다. 과장된 설정과 재미를 위한 드라마지만 그 발단은 바로 배려와 소통의 부재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에 남자 주인공이 진작 여자 주인공과 이야기하며 그녀의 취향이나 의도를 미리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그랬다면 드라마 자체
새터민 관련 공식명칭은 월남귀순자→귀순용사→귀순동포를 거쳐 현행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공식명칭으로 변화돼 왔는데, 거부감이 있어서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새터민'이란 용어를 사용하게 됐다. 새터민이 한국사회에 진입한 후 초기 6개월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남한사회의 문화적 이질성이다. 폐쇄적이고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북한사회의 생활패턴을 경험해온 새터민에게 자유로운 행동과 외모, 생활풍습의 차이, 남한주민의 사고방식들은 낯설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체제와 상이한 성격을 지닌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의 체제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지역사회로의 동화과정에서 문화적 이질감 외에도 극심한 자격지심에 시달리며 남한 주민과의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 그리고 새터민은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경제적 능력이나 지위와 무관하지 않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과거에는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왔다는 사실만으로 영웅시되고 많은 물질적 지원과 사회적 혜택이 주어졌지만, 현재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다루어지는 난민(難民)의 영역에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와 함께 사회적 안전망의 부실로 인한 탈북자의 외로움이나 고독감 등은…
마음처럼 무서운 무기도 없다. 또한 마음처럼 강력한 정책도 없다. 그마 만큼 '마음'이라고 하는 보이지 않은 무형의 인체 장기(臟器)는 가장 미친 존재감으로 우리를 행복하게도 괴롭게도 한다. 마음으로라도 살인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참아내야 하고, 예기치 못한 분노에 몸서리가 쳐지더라도 그것을 빨리 풀어버리기 위해 노력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재워야 한다는 이스라엘 율법처럼 인간답게 살기 위한 온갖 노력은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은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다. 행복의 기준도 평범하게 살자는 그 기준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자기에게 관심조차 가지지 않길 바라면서, 남에게 상처를 받지 않고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니냐고 한다. 난립하는 디스와 굴욕, 위태로운 사회구성원들의 자존감, 개인적인 것은 사실 가장 사회적인 것이기에 그들의 상처는 우리가 들여다보아야 하는 사회적 현상이다. 마음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보이는 대략적 양상은 가해자는 '대수롭지' 않았고, 일단 한번 모멸을 느낀 피해자는 좀처럼 건강한 방법으로 이 감정을 표출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됐다. 그런데 그 발표형식이 특이했다. 국무총리가 배경과 필요성을 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하고,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호응하는 형식이었다. 이것만으로도 특이한데 조국 민정수석이 기자들에게 자세한 설명까지 했다.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검·경이 합의했으니 정치권은 입법절차만 밞으라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서명식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나는 게 있다. 먼저 경찰은 지금도 막강한 권력기관이라는 사실이다. 경찰은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을 조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말에 공감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혼탁하다는 뜻이다. 흙탕물이 도도히 흐르는 강을 건너라고 하면서 옷을 흙탕물에 적시면 처벌한다는 것처럼 이율배반적이다. 안 걸리면 운이 좋은 것이고, 걸리면 운이 나쁜 것뿐이다. 이런 사회에서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겁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수사권만으로도 막강한데 정보 보안 교통 등 치안권까지 갖고 있다. 이렇게 막강한 경찰도 맥을 못 추는 기관이 있다. 그게 바로 검찰과 중정(옛 국정원)이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근거해서 수
언제부터인가 청주 시내 곳곳의 교통섬과 무심천변 길가에는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늠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비가 흩날려 감상에 젖는 날이나 일에 찌들어 무거운 어깨로 힘들어하는 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만나면 쭈글쭈글 움츠러들었던 가슴이 쫙 펴짐을 느낀다. 실패와 좌절의 푸르른 젊은 날을 보내며 언젠가부터 입에 달고 부르던 노래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날이나 눈보라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네 빛" 의 노랫말에 나오는 소나무는 나의 절대자이었다. 원하지 않던 대학에 들어가 우울한 날들을 보낼 때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말을 잊고 외톨이의 생활을 할 때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언제나 울려 퍼지던 노래였다. 삶을 지탱해주며 희망이라는 꽃을 피우게 해 준 노래 소나무는 외롭고 힘든 날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실어주었다. 인생길에 꽃길만 걷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찌 삶의 참 맛을 느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삶이란 고된 가시밭길도 걸어봐야만 깨달음도 있지 않겠는가! 4대 성인이라 일컫는 석가모니도 예수도 공자도 소크라테스도 고난과 역경 속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지금까지 오래도록 꺼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의미와 이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내가 한전의 인턴 최종면접 때 받은 질문이다. 그때는 '4.27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고, 아직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생각도 못할 때였다. 나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면접 전날 '아시아를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관련기사를 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이끌고 남북경협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 가는데 한전의 중추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난 인턴에 합격했다. 내가 인턴업무를 시작하자마자 '6.12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장면을 보게 됐다. 정상회담 이후 면접 때 막연하게 대답했던 '남북경협'이 발 빠르게 가시화됐다. "에너지 분야 기업, 남북경협의 최대 수혜주"와 같은 제목의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졌고, 덩달아 북한의 전력과 관련된 뉴스도 연일 나왔다. 나는 전력회사에 입사할 날을 꿈꾸며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홍수와도 같이 넘쳐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신이 나서 읽고 스크랩을 하고,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나는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나 통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국내의 많은 기업
[충북일보] 도민 163만 명이 외딴 섬에 고립된 것과 같은 처지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외지로 떠나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 대표 산업이 없어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장기간 이어진 내수침체로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단해지고 있다. 세종시가 정착되고 있지만, 오히려 청주 등 인근 지역은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개발 정책은 국가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인프라 못 살리는 충북 충북은 청주국제공항이 위치해 있다. 항공특성화 대학도 집적된 상태다. 항공 인프라가 뛰어나지만 이런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청주공항 관련 약속을 했다. 정치인들도 달콤한 공약을 쏟아냈지만, 현실은 공허한 메아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주공항 내 항공기정비센터(MRO) 시범단지와 수도권 전철 천안~청주공항 전용선 건설을 약속했다. 물론 지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MRO 시범지구를 전국 공모로 바꿨다. MRO를 경남지역에 빼앗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점 LCC(저비용항공사)를 포함한 청주공항 육성정책을 발표했다. 이시종 충북지사의 건의를 전폭 수용하면서다. 그런데 대통령 의지와 달리 항공정책 주무부처
[충북일보]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남북 군사분계선이었던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을 감행했다. 6·25 전쟁 발발 11년 전인 1939년 시작된 2차 세계대전은 1945년 종결됐다. 이때 한국은 일본의 불법적인 36년간의 점령에서 해방됐다. 당시 카이로회담에서 한반도 독립이 약속됐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의 패권에 따라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미·소 양군이 분할 진주했다. 한반도에서 가슴 아픈 국토 분단은 이렇게 시작됐다. 북한에 진주한 소련 군정당국은 남북 간 왕래와 일체의 통신연락을 단절시켰다. 38도선을 남북을 가르는 정치적 경계선으로 만들었으며, 공산화 통일이 보장되지 않는 어떠한 통일정부 수립도 거부했다. 한반도 분단은 강대국의 정치적 셈법에 따른 비극이었다. 한반도 지배권 강화를 목표로 하는 소련의 기도와 적대정부의 출현을 반대하는 미국의 입장이 타협될 수 없었다. 분단 후 북한의 최대 성과는 핵 개발로 요약된다. 산업화와 글로벌화를 추진했던 남한과 비교된 행보였다. 남한은 글로벌 '톱 10'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북한은 미국도 어찌할 수 없는 핵 강국으로 변신했다. 한반도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오락
[충북일보] 민선 6기 지방의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수준 낮은 '패거리 정치'를 보여줬다.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놓고 여야 대결은 물론, 같은 당 내부 갈등까지 겹치며 끊임없는 자리다툼을 반복했다. 물론, 민선 5기 의회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민주당 다선 의원들이 제11대 전반기 의장 선출을 놓고 아직까지 합의를 하지 못했나 보다. 이숙애 (청주1) 임시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민선 7기 도의회 원 구성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 요지는 원만한 협의로 의장 후보를 선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협의가 제대로 안 되면 오는 7월 3일 투표를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장선배(56·3선·청주2), 황규철(51·3선·옥천2), 김영주(44·3선·청주6), 이의영(67·2선·청주12), 연철흠(57·재선·청주9) 의원과 박문희(64·재선·청주3) 당선자 등이 자천타천 격 도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총 32석 중 28석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압승이었다. 그런 만큼 책임감도 강해졌다. 고작 의장단 구성을 놓고 내부갈등을 벌어서는 곤란하다. 내달 2일 공식 출범하
청원구청에서 임용장을 받고 벌써 3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직 3주밖에 되지 않았기에 첫 출근 날의 기억이 또렷이 남아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독서실을 향할 때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마냥 부러워했는데 막상 출근하려니 막연한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던 것 같다. 첫 출근 이후 구청에 나의 자리가 생기고, 공무원증도 신청하고 내 이름으로 된 업무들이 조직도에 올라가게 됐다. 조직도를 보며 내가 정말 공직사회에 입문했구나 하고 느끼게 된 것 같다. 대학생 시절 청원구청에서 한 달가량 학생 근로 활동을 한 경험도 있었기에 조직도에 내 이름이 올라갔다는 것이 더 뿌듯하게 느껴졌다. 신기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맡은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책임감이 앞서 찾아 왔다. 청원구청과의 인연이 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그만큼 더 책임감 있게 다녀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기기도 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막상 출근하면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새로운 민원인들을 만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 다음날이 된다. 하루가 반복돼 한 주가 되고, 지금은 3주가 지나 한 달째를 앞두게
6월 1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요즘 선거관리위원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신규직원인 나도 민주주의 사회의 첫 출발점인 '투표'와 '선거' 제도를 담당하는 기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정신없이 선거업무를 하다가 좀 지친 상태에서 사무실에 앉아있을 때 내 귀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든 '유권자의 노래'가 들려왔고, 나는 가사를 곱씹어보며 의미를 되새겼다. "내손으로 세상을 가꾸고 내 꿈으로 미래를 만들죠. 유권자가 만드는 희망의 축제 우리가 시작해요." 노래를 들으며 유권자에게 선거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가장 큰 것은 선거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투표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고들 한다. 영화 '스윙보트'에서 정치에 냉담한 유권자 케빈 코스트너의 대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잘 느끼지 못했을 뿐 세상은 투표를 통해서 변해 왔으며 중점정책 역시 그때그때 변해 왔다. 최근 투표로 정책이 크게 바뀐 예는 아마도 남북관계일 것이다. 개개인의 신념에 따라 이러한 변화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계절이지만 미세먼지의 위협에 마냥 즐겁지는 않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또 WHO는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좀 더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7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OECD가 공개한 '2017년 삶의 질' 보고서의 '초미세먼지(PM 2.5, 지름이 2.5㎛ 이하) 노출도'를 보면 2015년 한국의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32.0㎍/㎥로, OECD 35개 회원국 중 가장 나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당 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된 1998년 이후 12차례나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실내 공기도 오염되기 쉽다는 점이다. 건물 안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실내 공기 오염에 대한 대처 요령 정보는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실내 오염물질은 바깥에서 유입되는 경우와 안에서 생성되는 형태로 구분되며, 창문과 틈새로 들어오는 오염물질로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있다. 옷에 붙은 미세먼지도 실내로 들어오면서 공기에 스며든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주로 조리할 때…
[충북일보] 대한민국이 저출산 늪에 빠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합계출산율은 인구감소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의미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 올해 1분기(1∼3월) 기준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인 합계출산율은 1.07명이다. 이 상태라면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산율을 높이는 문제는 이제 지방도시를 넘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 연구보고서를 보면 옥천·단양·보은·영동·괴산 등 5개 군(郡)은 인구감소 위험지역에 분류됐다. 충북의 수부도시인 청주시도 2030년 인구 105만 도시를 예상했으나 세종시 블랙홀 등으로 인구 증가는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83만5천293명으로 2014년 7월 통합시가 출범한 뒤 4천895명 증가에 그쳤다.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자'로 시작해 구호로 시작해 '세 살 터울로 세 자녀만 35세 이전에 낳자', '1가구 2자녀 이하 갖기'라는 구호로 이어진 1960~
세기의 담판으로 열린 지난 6월 12일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의 점심 메뉴로 오이가 나왔다. 오이에 낸 칼집 틈에 소고기, 달걀, 당근 등을 채우고 새콤한 식초 물을 끼얹은 오이선 요리였다. 토마토와 마찬가지로 오이는 풀에서 열리는 열매인 채소이다. 오이(瓜)는 인도 서북부가 원산지로 인류 최초의 절임 음식이다. 기원전 공자가 편찬한 '시경'에 처음 나온다. "밭두둑에 오이가 열렸다. 껍질을 벗기고 절여 조상님께 바치자(疆埸有瓜 是剝是菹 獻之皇祖)" 해 제례음식으로 기록됐다. 오이를 소금이나 식초에 절인 것으로 보아 오이지를 가리킨다. 후한 때 편찬된 '설문해자'에는 절인 채소를 식초에 절인 것이라 풀이했다. '시경'에 나오는 오이지는 소금에 절인 것이라기보다도 식초에 절인 서양식 장아찌인 오이피클(pickle)이나 식초를 타서 겉절이로 먹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시경'에 기록된 것과 다르게 오이는 300년이 지나서 한나라 때 "장건의 실크로드 개척으로 서역에서 전래되었다"고 명나라 때의 이시진이 '본초강목'에 기록했다. 남북조시대인 424년에 번역된 '불설무량수불경' 등에는 "석가여래는 삼월에 일찍 빔바(bimba) 과일을 먹고, 사월이면 생오이(
요즘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은 우연한 기회에 얻었다. 전과 달리 사소한 일에도 감사한 마음을 지녀서인지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동안 갱년기 증세였나 보다. 평소 심신의 위축 탓인지 까닭 없이 불안하고 우울하기 예사였다. 이렇게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는 미용실을 찾곤 하였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커트 하거나 파마를 하고나면 종전까지 요동치던 마음이 다소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럴 때마다 미용사에게 고마움이 앞선다. 여성은 헤어스타일만 바꾸어도 인상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기분마저 환기 되는 게 사실이다. 이러니 미용사야 말로 얼마나 복된 직업인가. 타인에게 아름다움은 물론 마음의 치유까지 안겨주는 미용사가 아니던가. 그래 언제부터인가 나또한 미용실을 찾을 때마다 그곳 미용사에게 은연중 깊은 관심을 지니곤 한다. 어제도 시내 외출을 했다가 우연히 어느 미용실을 들렸다. 미용실 안은 클래식 음악이 은은히 흐르고 있어 마치 커피숍처럼 아늑하였다. 그곳을 둘러보노라니 커다란 거울 앞에 앉아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단정하게 단체복장을 한 많은 미용사들이 고객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주기 위해 제각기 분주하다. 미용실 안을 들어서
지난 6월 5일부터 12일까지 서유럽 3개국(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여행을 다녀왔다. 유럽 선진국에 대한 여행이 처음이어서 기대되는 바가 켰다. 로마에서는 바티칸 박물관과 콜로세움 전경을 보고,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를 거쳐 수상도시 베니스에서 곤돌라와 수상택시를 탔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의 눈과 얼음으로 덮힌 위대한 산을 구경했다. 프랑스에서는 에펠탑과 개선문 등 교과서에서만 보던 세계적인 유적과 자연경관을 직접보고 크게 감탄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나의 멋진 기대는 이탈리아에서 호텔에 투숙하면서 깨졌다. 호텔방은 아주 작아서 캐리어를 펴 놓을 자리도 없었다. 끌신이 없어서 비행기에서 준 얇은 끌신을 챙겨서 요긴하게 섰다. 물론 치약, 칫솔, 비누도 없었다. 샤워장은 가로 세로 70㎝도 되지 않아 몸을 돌리기도 어려웠다. 화장실 바닥에 물구멍이 없는 것을 몰라서 사용하고 나서 바닥에 물을 닦아내야 했다. 침대도 삐거덕 거리고 잠도 오지 않았다. 호텔에서도 느꼈지만 서양인들은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거나 미소로 대하지 않는다. 특히, 동양인에 대하여는 극히 사무적이고 은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백화점에 가서도 물어보기
[충북일보] 지난해 여름은 도민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줬다. 역대 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내 곳곳에서 엄청난 수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름철 폭우는 6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장맛비와 7~8월 국지성 폭우가 대표적이다. 장마철 폭우로 약해진 지반에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도로 붕괴, 도심하천 범람 등 피해를 반복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 동안 국지성 폭우는 도민들의 재산은 물론, 생명까지 앗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장맛비에 대비하는 행정과 민간 영역에서의 무관심을 보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을 다시 꺼내게 된다. 충북도는 최근 충주·증평·괴산·진천, 청주·보은·옥천 등 도내 7개 지역의 여름철 인명피해 우려지역에 대한 전수점검을 마무리했다. 도내 배수펌프장과 재난 예·경보시설에 대한 점검도 실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충주·증평·괴산·진천 등 일부지역의 관리상태를 확인하고 우수 1곳, 보통 10곳, 미흡 1곳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미흡 평가를 받은 충주시 달천 지구이다. 배수시설 설치 및 유지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됐다. 배수 통관 자동 문비 보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충주시 가
여름철은 장마와 집중호우, 폭염,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 크고 작은 각종 재난이 연이어 발생하는 계절이다. 올여름 기상전망에 따르면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나 폭염 강도와 일수가 증가하고 대기 불안으로 국지성 폭우 등 지역적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올해도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방재당국에서는 철저한 사전 대비를 서둘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재시설인 우수저류시설, 하천, 하수시설 등 각종 시설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지역별 방재성능 목표를 상향해 강화된 기준에 따라 시설의 보강이 필요하며, 장마철을 앞두고 관내 곳곳의 옹벽, 절개지, 대규모 공사현장 등의 시설을 점검해야 한다. 또 올 여름철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복지 차상위계층 주거지역 및 농촌 취약지역 등에 무더위 쉼터 확대 지정이 필요하며, 도시 유동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 그늘막 등 생활 밀착형 폭염 저감 대책 개선도 필요하다. 이 같은 재난취약시설은 여름철 태풍과 집중 호우가 많이 발생하는 우기철에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지금부터 유비무환 자세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유명 셰프 세분이 연예인 호스트(host)가 만든 음식을 함께 만드는 요리프로다. 연예인이면서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그녀는 자신만의 맛을 내기 위해 몇 십 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오늘의 밥반찬 요리는 '고사리 굴비조림'. 재료가 소개된다. 보리굴비 10마리, 삶은 고사리 1kg, 국간장 1Ts, 마늘 3Ts, 양파 1개, 홍고추 2개, 대파 2개, 고춧가루 등등. 낯익은 재료들이다. 소금에 절여진 짭쪼롬한 굴비, 육지가 고향인 대파, 마늘, 고추, 산에서 내려온 고사리가 모였다. 조리실은 재료 다듬는 소리, 똑똑 파 써는 소리, 물 끓는 소리, 이어 모든 재료들이 불 위 냄비에서 뭉근하게 자작자작 졸여진다. 채소의 붉고 푸른 색깔, 쫀득한 굴비의 맛, 향긋한 고사리냄새까지 식욕을 일으키는 색과 맛이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돋는다. 호스트(host)인 그녀가 셰프들이 만든 요리를 일일이 맛본다. 과연 같은 조건 같은 요리를 만들었는데 세 셰프의 맛은 같았을까? 다른 사물과 어울리면서 원래의 내 모습 내 향기를 간직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오묘한 일인가. 이 오묘한 맛의 변화를 잘 이끌어 내는 사람을 흔히 요리사라고 말한다. 요리사를 영어로는 co
인류를 구할 공생의 세 가지 도구가 시와 자전거와 도서관이라고 했던가. 나는 그 중에 하나인 시를 부여잡고 쩔쩔 매고 있다. 인류는커녕 나조차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를 쓰는 일은 차가운 고독과 마주하는 일이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에 벌거벗은 서늘한 나를 대면하는 일이다. 나는 지금 왜 이곳에 있으며 무엇 때문에 시를 잡고 종종거리는가. 장을 본 후 안성을 향해 엑셀을 밟았다. 시 때문에 냉가슴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로 했다. 1박2일 서로의 시를 보면서 배움을 키워가기로 했다. 내가 안성을 향한 것은 그들과 동일시하며 위안을 받고 싶어서인지 모른다. 한 시간 반을 달려 칠현산방에 도착했다. 제일 어린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백숙을 끓이기 시작했다. 오이를 가르고 파를 썰고 김치를 잘라 11인분의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을 먹고 각자 써온 시를 펼친다. 서로의 시를 보며 잘된 점을 이야기해주고 생각이 다른 점은 반론도 제기했다. 늦깎이들의 진지한 모습에 내 모습을 투영시키면서 안도의 숨을 쉬었다. 7시부터 시작한 수업이 11시까지 이어졌다. 수업을 마무리 하고 숲으로 향했다. 소리가 나면 반딧불이가 오다가 도망간다는 산방 주인장의 말에 따라
천국의 문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의 가지에는 죽어서 온 영혼들이 적어 낸 온갖 사연이 매달려 있다. 이제 막 도착한 영혼들은 모두 자기 이야기를 써서 걸어놓은 뒤 천사와 함께 나무 둘레를 돌며 다른 사람이 적어 놓은 얘기를 읽게 된다. 바로 그때 천사는 여기 적힌 사람들의 생애 중 하나를 고르면 그대로 살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내놓는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니 누구라도 솔깃한 일인데 어떤 영혼이든 뜻밖에 자기가 살아온 삶을 다시 적어낸다고 했다. 나무에 적혀 있는 가지가지 사연을 보고 나면 자기는 그래도 행복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우화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자기 인생이 그나마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견딜 만했다는 의미다. 아니 모두가 힘들었을 텐데 능력만큼 주어지면서 그나마 수월했을 것이다. 요컨대 하루 종일 뛰고 달려야 되는 일이라면 말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나무를 타고 오르는 일은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반면 말에게는 형벌 같은 시련도 원숭이라면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수월할 수 있겠지. 어려움은 천태만상이고 시련 또한 적성에 맞춰 온다. 저마다 살아온 삶은 스스로에게 아주 적합했을 테니 불평할 게 아니다. 우
'졸혼(卒婚), 글자대로 풀면 혼인 관계의 졸업이다. 지난 2004년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을 발표해 졸혼 돌풍을 일으킨 '스기야마 유미코'는 졸혼이 '자기에게 맞는 새 라이프스타일로 바꾸려고 결혼 형태를 졸업하는 것'이라 했다. 평범한 부부생활을 유지하던 스기야마 부부는 아이들이 성장한 후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졌던가 보다.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결혼의 틀은 유지하되 각자 자유롭게 살기로 한 스기야마 부부는 도보로 25분쯤 떨어진 아파트에서 각자 기거하기로 합의한다. 누구를 만나건 어떤 일을 벌이건 서로의 생활에 대해 일체 간섭하지 않기로 합의한 두 사람은 한 달에 두어 번 만나 식사를 같이 하는 것으로 법적인 부부임을 확인하며 지낸다. 그런데 아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명으로 한 달에 두어 번 만나 식사를 같이 한다고 선전하는 졸혼 부부의 모습이 아무래도 어색하다. 한 달에 두 번으로 정한 행사 같은 식사를 하며 두 사람은 무슨 대화를 나누려나 쓸데없는 호기심이 든다. 지금 만나고 있는 새로운 이성 친구를 서로 자랑하며 가볍고 유쾌하게 조언이라도 하는 것일까. 진정한 자유를 찾아 주위를
[충북일보] 청주대학교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4년 연속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됐다. 하지만 다행히 2주기 평가에서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20일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옛 대학구조개혁평가)' 1단계 심의 가결과로 선정한 2단계 진단 대상 86개교를 각 대학에 안내했다. 충북에서는 유원대, 극동대, 중원대 등 3개 대학이 2단계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청주대는 다행히 1단계 통과 대학에 포함됐다.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평가를 쉼 없는 자구 노력으로 극복했다. 자칫 학교가 조각날 수도 있는 구조개혁의 칼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기사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청주대는 4년 연속 재정지원제한대학이라는 오명을 쓰고 각종 비난을 감수했다. 그 사이 3명의 총장이 교체되는 등 구성원간 갈등도 계속됐다. 급기야 지역사회에서조차 '문제 사학'이라는 쓴 소리를 낼 정도였다. 대학 구성원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취업과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아 왔다. 교수들은 각종 연구사업에서 제한을 받아왔다. 교직원들은 교직원들대로 교육부에 제출할 각종 자료를 만드느라
조선 명종 대 동주 성제원(東洲 成悌元)은 속리산을 사랑했다. 동주는 학문이 깊고 문장이 뛰어나 사류들에게 존경받는 학자였다. 그런데 친구인 청주목사에게 들렀다가 춘절(春節)이라는 기생을 만나 속리산을 돌아보고는 그만 눌러 앉고 싶었다. 일주일을 같이 자며 시를 짓고 즐거워했지만 끝내 군자로서의 자세를 흐트러지지 않았던 동주. 기생과의 염문은 유명한 일화로 남았지만 그가 보은 현감 직을 자청하여 속리산을 가까이 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보은에는 서울을 외면하고 내려 온 성운(成運)이 있었다. 스스로 대곡(大谷)이라 부른 성운은 당대의 석학이었다. 성품이 인자하고 욕심이 없었다. 보은은 성운의 처가로 을사사화 때 책 보따릴 안고 내려온 것이었다. 동주는 현감 직을 수행하면서 대곡과 자주 만나 학문을 논했다. 이 소식이 한양과 전국 사림들에게도 퍼졌다. 제일먼저 보은을 찾아오고 싶었던 것은 경남 김해에 있던 대학자 남명 조식(南冥 曺植)이었다. 여름철 남명은 노새에 몸을 싣고 성운을 찾아온다. 지리산에서 보은까지는 600리길. 남명은 성운을 만나는 자리에서 소문으로 듣던 동주를 소개 받았다. 남명은 동주를 처음 만났지만 오랜 친구 같았다.
유월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지방선거가 끝났다. 북미회담 역시 모두가 이기는 상생의 결론을 얻어냈다. 그리고 적폐청산의 대상인 거대야당의 의원들이 무릎을 꿇었다. 막말과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지방선거는 민주세력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세상은 아주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우리는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제 조금은 차분히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는 국민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바로 그것은 우리 국민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수적 관점이 아닌 보편적 상식의 관점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서 수십 년간 퇴행과 굴종을 반복해왔던 보수의 가치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남북, 북미 회담을 통해 안보는 보수라는 냉전의 논리가 무의미해졌다. 이는 그동안 보수정당을 지탱하던 안보와 경제라는 가장 큰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 이제 편 가르고 기득권을 지키고자 버티던 지난 시대 분열의 패러다임은 서서히 청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이 실종된 채 치르는 그런 선거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는 그것이 여당 후보자들이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