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그(EPL) 박지성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아시아축구의 전설이다. 박지성은 호날두·루니·손흥민처럼 많은 골을 넣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는 매우 헌신적인 플레이로 동료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수로 꼽혔다. 그의 머리와 발끝을 떠난 볼은 공격수들이 골을 넣기에 딱 좋은 수준까지 어시스트가 된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해리케인은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향하고 있지만, 그에게 볼을 배달하는 덴마크 출신의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잉글랜드 출신의 델레 알리, 한국 출신의 손흥민 등과 호흡이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나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박지성과 손흥민은 어린 시절, 각각 일본과 유럽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운동했다. 이들 때문에 과거 '우물 안 개구리'로 평가되던 한국 축구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음하고 있다. 물론, 우리 지역에도 세계적인 선수가 있었다. 그러나 차범근과 박지성, 손흥민 정도의 급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인다. 현재 충북 출신 선수들은 과거 월드컵에서 활약을 보여준 최순호 포항스틸러스 감독급도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지난 2014년 1월 선수 3명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가 한동안 유행이었다. 사실, 걷고 싶은 도시는 모든 도시가 꾸는 꿈이자 이상이다. 산책이 일상이 되는 도시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아이들은 거리에서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뛰어놀 수 있다. 걷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도시는 더 건강해질 것이고, 걷는 길 위의 마주침이 빈번해질수록 자연스레 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과연 성공했을까. 사람들은 도시에서 더 많이 걷고 있을까. 두 질문의 답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걷고 싶은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우선 첫째, 자동차로부터의 위협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라면 누가 걷고 싶어 하겠는가. 둘째, 작고 다양한 상점들이 많아 눈요깃거리들이 많은 곳이다. 가도 가도 삭막한 담장이 계속된다면 걷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셋째, 나무와 풀이 있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그늘이 돼주며, 불어오는 바람에 꽃향기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건물로부터의 탈출은 곧 자연에 대한 욕구일 테니 말이다.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가 도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도로 다이어트는 차로를 줄이고 대신 보도를 확장하거나 자전거 도로를 신설
한 여름 뙤약볕은 뜨겁다 못해 따갑다. 이 따가운 뙤약볕을 삼켜서야 소금이 온다. 시골본가에는 오래 된 장독이 몇 있다. 장독대 뒷줄에는 소금독이 하나 있는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딱딱하게 굳었다. 얼마나 단단한지 그릇으로 퍼낼 수가 없어서 탁탁 치거나 뾰족한 것으로 후벼야 겨우 한 소금 퍼낼 수 있다. 장마 지난 시골집이 궁금해 찾아왔다. 짐작대로 울안이 온통 눅눅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허물어진 장독대 앞에 섰다. 이맘 때 쯤, 장독대 둘레에는 나팔 모양의 붉은 분꽃이 피었었다. 밥 짓는 시간이란 걸 짐작케 한다는 분꽃이 피고 나면 봉숭아 채송화 맨드라미가 시샘이라도 하듯 연이어 피어난다. 그뿐인가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더덕 꽃이 피어나면 장독대가 향기로 가득했는데. 꽃도 사람도 보이지 않으니 무심함만이 떠돈다. 신주단지 모시 듯 쓸고 닦고 매만지시던 어머님의 장독대였다. 어제처럼 어머님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어디선가 어머님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에미야, 소금은 간수를 빼고 써야 한다" 해마다, 봉숭아 열매가 툭 터질 때 쯤 소금이 왔던 것 같다. 가다보니 소금 오는 날 가게 됐다. 어둡고 불편했던 시절이니 동네별로 신청해야…
언제부턴가 시골장터의 풍경이 좋아졌다. 그 곳에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느긋한 여유와 한가로움이 있고, 사람들의 정이 있다. 농사일 잠시 잊은 채 손주들 입힐 옷을 흥정하는 아낙네의 모습에서, 막걸리 한 사발에 세상시름 던져버리고 풍년가 한 소절을 멋들어지게 뽑아대는 구릿빛 농사꾼의 얼굴에서 나는 삶의 여유와 넉넉함을 느낀다. 오늘도 고향을 찾아 그 옛날 추억이 남아있는 시골장터를 기웃거렸다.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나물바구니를 펼쳐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아주머니들이 나물단 처럼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등이 굽어 유모차를 끌며 지나가는 동네 노인에게도 객지나간 자식들의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건넨다. 시골이라 그런지 주고받는 대화에도 순박함이 묻어난다. 노점 끝자락에 어렴풋이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고향집 윗동네 살던 동순이 엄마였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보니 텃밭에서 직접 가꾼 시들어진 호박잎과 열무 몇 단 앞에 놓고 꾸벅꾸벅 졸고 계신다. 장터 사람들과 반주삼아 해장술 한잔을 하셨단다. 부스스한 머리와 주름진 손 등을 들여다보니 살아온 세월이 고달파 보인다. 삶은 얼마나 무거운 것이기에 하루를 짊어지기에도 저토록 힘들어 보이는 걸까. "아직도
초롱한 눈빛과 아침을 맞는다. 인연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인 아이들과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노라면 시간은 그야말로 쏜 살이다. 수업을 마치고 오후 시간은 연구실로 가서 쌓인 공문을 처리한다. 방광이 터지는 듯 아픔을 참으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퇴근시간에 맞추려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야 한다. 어느새 저녁이 창가에 서있다. 서둘러 서류를 정리한다. 15년을 훌쩍 뛰어 넘어 그들을 본다. 어스름 저녁 수동 하늘에 번지는 노을을 보며 둘러앉는다. 그 시절의 영상이 파도처럼 출렁인다. 우리는 충남의 바닷가 관사에서 함께 생활을 했었다. 나는 그곳에서 교직 생활의 첫 걸음을 떼었다. 바닷바람이 운동장을 휘 돌던 그 시절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렀다. 그때 그들은 내게 인자한 아버지처럼 다정한 엄마처럼 위로와 격려와 힘을 줬다. 그곳에서 3년을 근무하고 충북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인연도 그렇게 가물거리면 멀어졌다. 간간히 통화만 하던 우리가 오늘 저녁 시간을 함께 하기로 했다. 교장선생님은 예나 지금이나 편안해 보였다. 정년퇴직을 하시고 이제는 천안에서 붓글씨를 쓰면서 소일을 하신다고 한다. 윤수 선생님은 퇴직을 하고 서
[충북일보]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편의점 업주들 간 이견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노동단체와 사용자 단체 모두 반발하고 있다. 노동단체 쪽은 인상폭이 너무 적다고 주장하고, 사용자 측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갈등이 가장 극명한 업종은 편의점 업계다. 업주들은 오는 2021년 시행 예정인 주당 52시간 근무제와 시간당 8천350원으로 정해진 내년도 시급에 대해 적지 않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또 다시 원론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 문제를 정쟁(政爭)의 도구로 삼고 있다. 야권은 일단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집권당인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미칠 우려를 걱정하면서도 본사 갑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 정책을 두둔하는 모양새다. 딱 양비론(兩非論)이다. 맞서 내세우는 두 말 모두 틀렸다는 주장이나 이론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 노동계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득실을
급속히 발전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각종 생활 공해들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 건강까지 위협하는 환경 공해들의 심각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소음공해에 의해 사람과 동물이 실리적, 신체적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합니다. 소음 공해의 배출원이 자동차(승용차, 이륜차, 기타차랑), 기차 등으로 발생 소음도가 매우 높을 뿐 아니라 피해지역도 광범위합니다. 특히 자동차는 도로망이 확장되고 차량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어 대도시의 주요 소음원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밖에서나 집안에서나 온갖 소음에 시달리고 사는 것이 오늘의 현실 입니다. 소음은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특히 사람에게는 감각기관으로 감지되기 때문에 소음에 접하는 순간 심한 불쾌감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높은 소음을 자제하도록 홍보하고 일부 불법사항을 개선·규제한다면 피해지역도 감소되고 좀 더 나은 쾌적한 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부 승용차, 이륜자동차, 화물차의 인위적인 높은 굉음은 날이 갈수록 더울 심각합니다. '굉음경쟁'이라도 하듯이 삼삼오오 질주하는 이륜 차량과 승용차들때문에 보행중이거나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사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며 61.7%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9일 나왔다. 리얼미터의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6.4%포인트 내린 61.7%로 집계됐다고 한다. 부정 평가율은 32.3%를 기록했다. 이번 지지율은 가상화폐와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논란으로 최저치를 찍었던 올해 1월 4주차(60.8%)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하락 폭은 취임 후 가장 컸다. 정당지지도에서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 대비 3.8%포인트 하락한 41.8%를 기록, 5주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는 작년 4월 4주차(39.6%) 이후 1년 2개월여 만의 가장 낮은 수치다. 촛불시위 이후 50~60%대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던 민주당은 어느새 이제 30%대로 추락하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 역대 정권의 임기 2년차 지지율과 비교하면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닌 듯하다, 역대 대통령 집권 2년차 1분기 지지율 순위는 역대 대통령 집권 1년차 4분기 지지율과 비슷했다. 당시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 68%, 김대중 대통령 63%, 김영삼 대통령 59%, 박근
사자들은 최종 퇴출자로 선정될 자를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분위기였다. 동방을 아예 투명사자 취급을 하는 자도 생겨났다. "이제 우리가 같이 있을 시간도 얼마 안 남았군." 무심코 뱉어 낸 말이 내 심장에 와 박혀서 가슴이 욱신거렸다. 동방을 만나고 나서부터 내가 현재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자각했던 것 같다. 그를 만나기 이전에는 그저 내 존재라는 건 저승세계 시스템의 일환으로 필요한 존재이기에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존재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만큼 내 자신의 가치도 내가 속한 이 세계의 가치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참으로 고마운 자였는데……." 이제 두어 달이 지나면 동방은 우리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진 선배가 한 말이 절실하게 와 닿았다. 동방을 만나기 전에는 그저 존재하니까, 맡은 일이 있으니까, 단순히 조직 시스템에 따라 살았지만 내 마음에 동방이 들어오고부터는 사자들 개인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사자들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동방 그 자는 왜 이곳으로 온 걸까·" 나는 그를 만나고 얼마 안
벌써 한여름이다. 짧은 장마가 지나더니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더운 것은 그나마 견뎌낼 수 있지만 온몸을 휘감는 눅눅함은 마치 지옥 같다. 이렇게 때때로 세상의 작은 변화에도 못견뎌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 세상에 매달리며 집착하는 내 모습이 끈적한 살갗처럼 달라붙는다. 이럴 때 마다 사람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 며칠 아무리 더워도 러시아 월드컵에 치맥을 즐기는 재미로 견뎌왔다. 그런데 이젠 그 마저도 끝났다. 날들이 훌쩍 더 달궈져 밤잠조차 이루기 힘들다. 이리저리 잡생각이 많다. 나에게 매달린 집착의 어둔 그림자를 본다. 세상 살면서 지나치면 탈이 되는 것들이 많다. 그것은 이 여름 폭염만은 아니다. 세상 걱정도 많아지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욕심이라는 것들도 이참에 막 기어 나온다. 내 속에 있는 불의 기운들이 여름을 틈타 솟구친다. 버리고 떠나자고 머리를 흔들지만 그때뿐이다. 아무리 샤워를 하더라도 열은 가시지 않는다. 한밤중 일어났다 잠들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 여름을 버틴다는 게 더 힘든가 보다. 이렇게 무자비한 더위가 찾아오면 선인들은 이를 애써 피하지 않고 자기가 있는 곳에서 만족해
백제 멸망 5년 후 신라왕과 망국의 왕자 융(隆)은 취리산(就利山)에서 만나 영원히 전쟁을 종식 시킬 것을 맹세한다. 이 사건을 역사는 '취리산회맹'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신라 측의 김인문(金仁問) 등이 웅진에서 부여 융을 만났다. 이 시기는 회맹이 이뤄지기 1년 6개월 전인 664년 2월이었다. 가운데는 당장 유인원이 입회했다. 요즈음 용어로는 종전선언을 위한 사전 예비회담 격이었다. 665년 8월 취리산에서 신라 문무왕 및 여러 대신과 백제에서는 융이 만났다. 음력 8월이면 선선한 날씨인 초가을이다. 회담은 중국 고대 방식을 따랐다. 산 정상에 단(壇)을 쌓고 백마를 죽였다. 문무왕과 융은 백마의 피를 입에 발라 다시는 싸우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신라와 백제가 영원한 우방으로서 형제처럼 화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이 합의 한 맹세문(盟文)은 쇠판에 새겨 금궤에 넣어 땅에 묻었다. 그런데 글은 입회한 당나라 사령관 유인궤가 지었다. 그런데 회맹의 주인공 백제 왕자 융은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당나라로 몸을 숨긴다. 필자는 공주 인근의 여러 산에 올라가 회맹유적을 찾은 적이 있었다. 동서 전쟁을…
[충북일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매년 이맘때이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세종·충청지역 환경 관련 빅뉴스는 '대청호 녹조 비상'이다. 깨끗한 강물도 흐르지 않으면 인근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녹조가 생긴다. 따라서 대청호가 없었다면 골칫거리인 녹조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청호는 500여만 충청 주민의 가정용수원이다. '대한민국 행정 심장부'인 정부세종청사도 대청호에서 만들어진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마비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3.7%가 산지이다 보니 금강,한강 등 4대 강 유역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돼 왔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도 큰 강 유역이다. 따라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이수(利水·물을 잘 이용함)'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최근 필자를 슬프게 한 대표적 전국 뉴스는 '4대강 사업'이다. 국무조정실과 감사원이 잇달아 발표한 내용의 줄거리는 16개 보 건설을 중심으로 이명박 전전(前前)정부가 벌인 이 사업이 문제 투성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후인 작년 6월부터 보를 개방한 뒤 조류 농도가 낮아졌고, 모래톱 회복·수변공간 면적 증가 등과 함께 동식물 서식 환경
엊그제가 올 여름 들어 무더위가 극심하다는 삼복 중 초복이었다. 올해는 사실상 초복이 오기 전까지 열대야도 없었고 심지어 밤 기온이 차가워 농작물들이 냉해를 입고 있다는 염려스런 목소리도 들렸었다. 24절기에 관해 알아보기로 한다. 우선 24절기의 대들보라고 할 수 있는 게 입춘, 입하, 입추, 입동 등 사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네 절기가 있고, 밤낮의 길이가 확연하게 다른 춘분, 하지, 추분, 동지가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밤낮의 길이가 부지불식간에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걸 따라 연간 기온차가 나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면 하지는 낮의 길이가 연중 가장 길고 그 반대로 동지는 연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올해 입하는 지난 5월 5일이었다. 그리고 하지는 지난 6월 21일이었다. 다시 오는 8월 7일이 입추가 되니까 하짓날은 여름의 반이 지나가는 날인 셈이 된다. 아침이면 우리 집 화단에 찾아드는 참새소리가 영롱하다. 한참 낮이 길어진 하지쯤 엔 새벽 5시면 참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가 지난 지 근 일 개월이 돼가는 오늘 아침엔 5시 20분경에 참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필자는 주먹
영동군 용산면 산저리(山底里)는 마을 주민들에게 '밑골, 산저, 밀골, 별골, 성곡'의 이름으로 불리어 왔는데 '성곡(星谷)'은 '별골'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벼랑 근처에 있는 골짜기나 마을'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여기에서 '밑골, 산저, 밀골'이 '저산리'의 어원을 찾는데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즉 '밀골'이란 '밑골'이 음운 변이된 것이고 '밑골'이 오랫동안 불리어 온 이 마을의 지명인데 한자로 표기하면서 '산의 밑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보아서 '산저(山底)'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지명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지형의 위치가 아래에 있다고 해서 '밑'이라는 말로 쓰인 지명의 예는 찾기가 어렵고 일반적인 지명의 유연성으로 볼 때에도 '밑골'의 '밑'은 '아래'의 의미로 보기보다는 '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밑골'은 '묏골(산에 있는 골짜기나 마을)'의 의미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저산리'의 지명이 만들어지게 된 '저산'은 산(山)이므로 오랜 옛날에 그냥 산이라는 의미의 '잣'이라고 불리다가 '잣'의 의미가 변이돼 그 의미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으므로 그 당시 많이 쓰이던 '산'이라는 말을 뒤에 중첩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고기의 내장을 흩어놓은 것처럼 어수선한 전통시장에 나와 매일처럼 좌판을 깔고 양파를 파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중년 신사가 다가오더니 물었습니다. "양파 한 망에 얼마입니까?" "이천 원입니다." 그러면서 노인은 두 망에는 사천 원, 세 망에는 육천 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중년 신사는 많은 양을 사면 깎아주기 마련인데 어떻게 세 망을 사는데 한 푼도 깎아주지 않느냐며 세 망을 살 테니 오천오백 원에 팔라고 했습니다. 노인은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중년 신사는 어이없어 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양파를 모두 사면 얼마에 줄 수 있나요?" 노인은 그 중년 신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습니다. "전부 다는 팔 수 없습니다." 중년 신사는 황당해 하며 반문했습니다. "왜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나는 여기에 단지 양파만을 팔기 위해 나와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나와 있는 것이지요.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여기에서 온종일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그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온종일 양파를 팔고 있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 비해 화재가 일어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장마철에는 냉방기기의 사용으로 전기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함에 따라 전기시설에서의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다면 왜 여름철에는 화재가 많이 발생할까· 여름철은 고온다습하고 장마기간 동안은 많은 비가 내리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 비해 화재 발생비율이 낮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 등 냉방을 위한 가전제품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되고 있어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조금의 관심이 여름철 부주의에 의한 화재를 예방할 수 있으며, 전기 점검을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화재예방에 대한 대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전기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한 전기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주택에서 물기가 있는 장소에 공급하는 전로에는 반드시 누전차단기를 설치, 누전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 개폐기에 사용하는 휴즈는 과부하나…
[충북일보] 비수도권 언론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력히 비판한다. 어떨 때에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비난하기도 한다. 보수성향의 정당은 수시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항상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를 통해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려 했다. 그래야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패키지로 규제를 완화하면 수도권에서만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비수도권은 수도권 규제는 당분간 유지하되, 비수도권에 획기적인 투자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에 가장 충실했던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마치 수도권과 비수도권 균형발전이 지상 최대의 목표처럼 행동했다. 대부분의 비수도권 지자체와 주민들은 이런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정책을 보면 몇 해 전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력히 반대했던 정당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중앙 집중을 해소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중앙 집중은 경제 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양극화 초래한 주범이다. 언론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언론환경이 지나치게…
[충북일보] 본보는 지난 8일자 1면을 통해 KTX 세종역 신설 저지를 위한 논리로 오송역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트램(Tram)'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세종시 트램은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소속 한범덕 청주시장이 주장했던 내용이다. 한 시장은 당선 후 본보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세종시 트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시장의 논리는 오송역과 정부세종청사를 오가는 문제 때문에 세종역 신설이 추진된 것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단순히 택시요금을 낮추는 것만으로 세종시의 세종역 신설 추진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오송역과 정부세종청사를 잇는 BRT 노선 위에 트램이 운행될 수 있도록 선로만 구축하면 오송역 접근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 트램이 천안∼청주국제공항 복선전철 사업과 연계되면 청주국제공항 이용률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오는 2022년 완공 예정인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과 오송역~세종정부청사 트램은 매우 매력적인 구상이다. 이 구상은 민주당 변재일(청주 청원) 의원의 청주공항~오송~세종시 간 셔틀열차, 자유한국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의 대전∼정부세종청사∼오송 간 경량전철 논리까지 합쳐 지역 차원의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을 千里馬천리마라 일컫는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징기스칸을 증인으로 내세워야한다. 그는 가장 잘 달리는 말 다섯 필을 뽑아 말위에 올라타고 다른 말에는 간단한 먹을 것을 얹고 빈말을 함께 끌고 밤낮없이 내달렸다. 말이 지치면 다른 말을 바꾸어 탔다. 그렇게 하루에 천리를 충분하게 달려서 그때부터 천리마라는 용어가 생겼다. 그런 속력으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그 발굽아래 두고 무려 777만 제곱킬로미터를 정복했다. 단연 세계 역사상 최고였다. 히틀러는 그 절반도 못 미치는 219만 제곱킬로미터에 불과했다. 물론 나폴레옹도 세계를 정복한 것은 그런 말을 통해서였다. 치열한 전쟁 중에는 내리 이틀이나 말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가 수 천리 원정길에 나설 때는 말이 끄는 수레를 타기도 했는데 그럴라치면 책을 천권 정도를 실었다 한다. 전쟁에 가며 끝나고 돌아올 때 심지어는 불꽃 튀는 전쟁 중에도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그는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진중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일곱 번이나 읽었다고 전한다. 훗날 두 사람은 아주 반갑게 만났다. 나폴레옹은 「나는 오늘 가장 참다운 사
저는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238-1번지에 사는 채기충이란 74세의 노인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의 재개발로 인하여 정든 마을을 떠나야 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생활터전을 잃게 되는 것은 더욱 큰 고통입니다. 보상금만으로는 인근에서 비슷한 규모의 토지나 건물을 구입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에 가서 이 정도로 목이 좋은 토지나 건물을 사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억 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보상금보다 5억 원 이상 더 필요하다는 결론입니다. 탁구장 말고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 74세의 노인으로서는 그 많은 돈을 마련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는 60년대 월남전에 참전하여 고엽제 피해를 입은 참전 용사입니다. 근검절약하여 모은 돈으로 2013년에 4차선 도로의 교차로와 횡단보도에 접한 코너 건물을 평당 830만원에 매입하였습니다. 저는 6년 전에 사랑하는 아내를 암으로 보내고 삶의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 '복대 탁구장'이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지극 정성으로 운영해온 결과 이제는 제법 기반을 닦아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마지막 소망이 있다면 탁구를 좋아하는 동호인을 아내로 맞아 함께 운동하며 노후를 보내는
"안 넘어가 그만 먹을 게" "한입만~ 한입만 더 드세요." 남편과 아들이 실랑이를 한다. 심장조영시술을 마치고 나면 4시간 정도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어야 부작용이 최소화된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금식으로 입 안이 쓰고 텁텁하여 드시기 어려울 텐데 게다가 반뜻하게 누워서 받아넘기라니 힘에 겨워서 거부하는 아버지와 한 수저라도 더 떠 넣으려고 떼쓰듯 매달리는 아들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온다. 먼 기억이 아물거린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우르르 쾅쾅' 무서운 기세로 천둥번개가 몰아쳤다. 방으로 뛰어 들어가 보니 형은 어디 갔는지 방에서 혼자 놀고 있던 6살 작은아이가 파랗게 질려 있었다. 한참 동안 안고 다독여 주자 편안해진 녀석은 내 품에서 빠져나오며 꼬마답지 않은 제안을 해온다. "엄마, 내가 무서울 땐 엄마가 꼭 지켜 주어야 해." "그럼, 그러고 말고." 안심한 듯 방그레 웃는 녀석을 보자 난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런데 엄마가 무서울 땐 누가 지켜주지." 녀석은 눈을 깜박이며 나를 바라보더니 "내가 지켜주면 되잖아."라고 한다. "엄마 우리 서로 지켜주자." 한 수 더 뜬다. "네가· 나를! 하하하…."…
[충북일보] 기자들도 노동자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좋은 일이다. 주당 근무시간도 팍팍 줄어들면 싫어할 노동자는 없다. 그런데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좋지 않은 영향을 초래한다면 기자들은 문제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 성장론(Wage Led Growth)'은 저임금 노동자와 가계의 임금, 소득을 올려 소비를 증대시킨다는 경제학적 이론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투자 및 생산을 확대시키고,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 선순환구조를 이뤄낼 수 있다는 논리다. 저임금 노동자들 한숨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다. 그리고 취업을 하지 못한 20대 청년이다. 왜 그럴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예비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로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서 단순 노동을 선택한다. 관공서 아르바이트가 있지만 '하늘의 별따기'다. 이들은 돈을 모아 여행을 구상하거나 등록금을 보태기도 한다. '과외'를 통해 높은 수입을 올리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돈을 벌어 본 학생들은 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씀씀이를 줄이고, 근검절약하면서 부자를 꿈꾸는 이들은 나중에 성
[충북일보] KTX 세종역 신설 재추진 움직임이 충청권의 상생과 공조를 방해하고 있다. 충청권 상생 로드맵에 또 다시 찬물을 끼얹고 있다. 세종시는 여전히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의 편익을 위한 KTX 세종역 신설을 고집하고 있다. 지금도 그 입장엔 변함이 없다. 해묵은 논란거리로 여기기엔 너무 적극적이다. 충북 정치권과 자치단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6·13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당선 직후 세종역 신설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경제성 등을 보완한 뒤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구용역 당시 B/C 분석의 부적절성 등도 언급했다. 이 시장은 공약집에서 "국회의원 이해찬과 세종시장 이춘희 드림팀이 책입집니다"며 KTX세종역 신설을 공약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법을 바꿔서라도 KTX세종역을 추진하겠다는 속내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 시장은 지난 6·13 세종시장 선거에서 세종역 신설 재추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공약 추진을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싫든 좋든 세종역 신설 문제는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충북은 시간이 지나며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충북일보] 청주시가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의 시험지 유출과 관련해 뒤늦게 사과했다. 재단 쇄신 방안도 언급했다. 사건 발생 한 달 만이다. 누가 봐도 뒷북 행정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 불편한 진실까지 다 알아내야 청주문화재단은 지난 5월21일 홍보·문화 분야 등 총 5명의 신규직원 채용 공고를 냈다. 이어 서류 전형을 거쳐 논술 시험을 마치고 채점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응시자 A씨의 답안이 모범답안 예시와 유사한 점이 발견됐다. 채점관들은 답안 유출이 의심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재단은 즉시 청주시 감사관실에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 그리고 답안 유출자가 김 전 총장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건은 현재 청주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 청주시는 이때까지도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느닷없이 한 달 만에 사과를 했다. 재단 쇄신 방안도 내놨다. 사후대책도 세우겠다고 했다. 재단 복무 기강 확립을 위해 이사회도 연다고 했다. 참 뜬금없는 일이다. 청주시는 문제 발생 직후 즉각적인 사과를 했어야 했다. 시험지 유출 사건은 지난달 14일 발생했다. 적어도 사무총장의 해임 결정 후엔 공식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공공기관의…
지난 주말에 가족이 모두 모여서 시원한 계곡을 찾아 쌍곡으로 향했다. 빠른 길로 가기 위해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를 지나갔다. 여름철의 별미인 대학찰옥수수가 출하되었다. 이미 그 쫀득쫀득한 맛에 젖어있는 딸, 사위, 손자들은 먹고 싶다며 아우성이다. 차를 세우고 가마솥에서 방금 쩌 낸 찰옥수수 한보따리를 사서 주었더니"역시 이 맛이야!"를 연발하였다. 옥수수하모니카를 불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흐믓한 마음이 들었다. 손자 한명이"누가 이렇게 맛있는 옥수수를 만들었어요·"라며 좋아했다. 예전에는 옥수수하면 강원도 찰옥수수였는데 이 고장 출신이신 최봉호 박사가 만드셨다고 말해 주었다. 일반옥수수보다 통이 가늘어 8줄~12줄로 당도가 높으며 껍질이 얇아 치아 사이에 끼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 많은 사람이 즐겨먹는 여름 피서 철의 인기 높은 간식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고향의 자연환경에 맞는 특산품을 개발하여 농가 소득을 높여주고 있으니 이 지역에선 구세주 같은 분이다. 최봉호 박사는 미주리대학교 캔자스시티교대학원 작물육종학 박사학위를 받고 충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할 당시 1991년부터 시험재배를 실시하여 12년간의 연구 끝에 2002년부터 연농(延農)…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