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고 시인 이육사는 7월을 노래 했으나 그해 7월은 우리의 강토가 피로 물들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서 신음을 토하며 죽어갔다. 그해 7월 남한의 90%를 점령당했다. 그와 전후하여 한강과 낙동강에서는 조국수호를 위한 두 방어선을 구축했다. 침략자들이 기습작전으로 순식간에 서울을 점령하고도 3일동안 축제를 벌리면서 허송한 것은 그 사이 남로당 20만이 스스로 봉기하여 남한 전체를 차지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로당 등 좌익 33만은 자수하여 보도연맹이란 이름으로 이미 공산주의에서 탈퇴했다. 「이런 전쟁」에서 6.25는 한국과 미국의 초기 준비 미비未備, 침략자들의 오판誤判, 양자의 전쟁공포恐怖 때문에 일어났다고 했다.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만 점령하면 남로당이 전국에서 일어나 손 안대고 코 푼다」는 오판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군은 그 3일 동안 금방 전투태세에 돌입하여 「한강 방어선」을 구축하고 김홍일이 사령관이 되어 아주 훌륭하게 잘 버티면서 시간을 벌고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미국은 발 빠르게 북한이 침략군임을 유엔에 통보했고 유엔안보리에서는 28
늦은 퇴근길, 따가운 햇살을 집어삼킨 어둠이 짙게 내린 들판에서 개구리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개구리 합창소리에 벅차 오른 가슴은 빵빵해진 풍선처럼 터질 듯하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소리에 심취한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 어릴 적, 덕유리 새말을 향해 날아간다. 이제는 대청호에 잠겨 갈 수도 없는 곳이 되어버린 할머니 댁 마을 어귀에 안착한다. 미루나무 신작로를 따라 작은 발걸음으로 한 참을 걸어가면 둥구나무 한 그루가 반갑게 맞아주던 곳이었다. 둥구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농사일로 흘린 비지땀을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에 씻어내기도 하고. 따끈하고 포실한 감자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할아버지들이 짚으로 새끼를 꽈가며 콧노래를 부르던 모습들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멍석 위에서 곤하게 잠든 손주를 위해 열심히 부채질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눈을 꽉 채운다. 주마등처럼 흘러간 지나간 추억들이 고향의 진한 그리움으로 밀려와 세차게 온몸을 감싸준다. 저녁나절 앞마당에 자리한 평상에 누우면 깜깜한 밤하늘에 빼곡히 박혀있던 별들이 내 얼굴로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았었다. 반짝이는 별들을 세며 옥수수 하모니카를…
[충북일보]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양키 고 홈(Yanqui go home)'이라는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은 물론, 90년대 초반까지 일종의 유행어였다. 무려 3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30년 전 유행어 흐름이 최근 바뀌고 있다. '양키 고 홈'과 이명박 정부 시절 유행했던 '뇌 송송 구멍 탁'이라는 구호는 사라졌고, 온라인을 통해 '항일(抗日)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확산되고 있다. 가깝고도 먼 일본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일본은 '극혐'의 대상이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드라마 '야인시대'에 열광했던 이유다. 일본은 제국주의(帝國主義)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1592년 임진왜란과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요즈음 2040 세대는 다소 다르다. 일본 여행과 문화, 맛집 등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 1년 동안 서너 차례 일본 여행을 하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일본과 미국,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을 평가하면서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보수적 성향은 미국과 일본은 우방, 중국과 러시아는 협력하되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다. 북한
[충북일보]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충북의 대기오염 측정업체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대행업체의 측정기록부 허위 작성 등 위법 행위가 그대로 드러났다. 한 마디로 곪을 대로 곪아버린 '대기오염물질 자가 측정 제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는 대기배출사업장을 전수조사하고 미세먼지 대책을 다시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충북지역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5곳이 832개 업체 4천602건의 성적서를 측정하지도 않은 채 허위로 기록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북도는 오염물질 배출조작 업체 명단을 공개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특히 배출량 조작을 지시한 배출사업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 4월1일부터 19일까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대기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를 진행했다. 충북에서도 2017년 5개 업체가 1천194개 업체의 측정을 대행해 9천10건의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 중 832곳 4천602건의 대기측정기록부가 허위 작성
세월의 톱니 바퀴에 끼워서 허우적 거리며 살아온 그 세월을 어찌 참아내셨는지요, 가족이 함께 있었기에 버팀목이 되셨건만… 잎새 한잎 두잎 떨어져나가 홀로 고목이 되어서 바람막이 하나 없어도 그 세월 어찌 참아 내셨는지요, 이제 어머니의 딸도 그 길을 가고 있기에 생각사 생각사 눈물이 납니다 어 머 니… 먼훗날 나의 딸도 지금의 애미 마음을 읽을수가 있을런지요 몰랐었기에…… 죄송 합니다 미안 합니다 사랑 합니다
주둥이가 길고 날씬한 주전자로 가느다란 물줄기를 만들어 조심스레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맛있는 커피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에 설레게 된다. 의식을 치르는 듯 커피를 내리는 것은 사실 마음가짐을 가지런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커피 추출을 '다도(Teaism)'와 견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핸드드립(Hand drip)'이라고 부르는 일본식 커피추출 문화에서 비롯됐다. 커피를 맛있게 추출하려면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일본식 핸드드립을 일각에서 꽤 오랫동안 맹종(盲從)하는 바람에 커피 추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깊게 배이면서 고질병처럼 된 게 있다. 물을 붓는 방식이 커피의 맛을 좌우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이 그것이다. 커피 입문자들로 하여금 커피의 맛이 물을 어떻게 붓느냐에 따라 결판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앞선 세대의 잘못이다. 핸드드립에서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마땅히 어떤 커피를 사용했느냐가 돼야 한다. 공들여 추출한 커피의 향미가 떨어지는 이유를 '물줄기가 굵었네' '주전자를 두 바퀴 덜 돌렸네' '물줄기가 갔던 길을 또 갔네'라는 식으로만 분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잠은 시나브로 오고 배고픔은 눈 뜨면 달려온다"고 했다. 예로부터 햇보리가 나오기 전까지를 보릿고개라 불렀다. 이 고갯길[麥嶺]을 넘어야 보리쌀이나 햇감자를 먹을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고개라 불렀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보릿고개 배고픔이야말로 생사가 왔다 갔다고 한다. 보릿고개는 힘든 노동으로 '등골 빠진다'라는 말보다 더 무서울 정도였다. 햇감자는 음력 6월부터가 제철이다. 땅콩, 고구마 등과 마찬가지로 땅에서 얻는 구황(救荒)작물이다. 그야말로 배고픔을 이겨내는 식물이란 뜻이다. 1925년 발표된 김동인의 단편소설《감자》에서 감자는 가난의 상징, 굶주림을 면해주는 식량이었다. 중국 명나라 때 서광계가 1639년 편찬한《농정전서》에도 고구마와 함께 감자 등은 구민(救民)의 작물이라 했다. 그로부터 명과 청나라에 가는 사신, 역관 등에게 여러 차례 고구마 등을 가져오라고 부탁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인 옥수수 그리고 쌀과 밀, 그다음 순위가 감자(甘藷)일 정도다. 적응력이 뛰어난 재배식물인 감자는 해안가에서부터 히말라야나 안데스 고산지대에서까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서부터 연중 대부분…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아침 다섯 시면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그러한 버릇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몸에 익혀 온 것입니다.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든,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든 일어나는 시각은 항상 동일합니다. 일어나면 정신을 가다듬은 뒤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글을 만들거나 이미 쓴 글을 반복해서 고치는 작업을 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대개 서너 시간 이어집니다. 며칠 전에는 청탁받은 짧은 글을 쓰다 '목이 좋다'라는 구절에서 생각이 멈추었습니다. '몫이 좋다'와 '목이 좋다'를 두고 어느 쪽의 맞춤법이 맞는 것인지 뜬금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잠시 헷갈렸던 것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바로 관련 자료를 뒤졌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목이 좋다'가 표준말이더군요. 내친 김에 고구마 줄기처럼 끌려나온 내용들을 더듬었습니다. '수능 한국사 강의 1인자 고종훈 선생님과 함께하는 생방송 한국사'라는 자료였는데, 고려 제6대 왕인 성종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목이 좋다'라는 말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과거 학창시절의 어느 시점엔가 배운 내용인데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그것을 상기할 목적으로 내용을 자세히 훑었습니다
'우보(牛步)'라는 호를 쓰는 후배가 있다. 더불어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생각난다. 소의 걸음은 느리지만 한 걸음 두 걸음 성실하게 나아가면 결국 목적한 먼 거리까지 도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왜 갑자기 그 단어가 생각이 났을까. 아마도 답답해서 일거다. 뜻한 바가 제대로 진척이 안 됨에 조바심이 일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름 아닌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에 관한 문제다. 왜 건립돼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이미 답을 찾았다. 목적도 명확히 밝혔다. 내로라하는 학자들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여러 각도로 분석도 했다. 현실감이 넘치는 충북도와 충주시의 행정 차원에서도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도 발 벗고 나섰다. 그럼에도 넘치는 생기(生氣)를 막고, 미래에 후회되지 않을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소위 힘 있는 자들의 펜 끝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의욕은 왕성하지만 막상 쓸 힘없는 시민일 뿐이다. 하지만 말 잘 듣는 시민들의 가슴에는 어리석음만 담겨 있지 않다. 무엇이 이롭고 어떠함이 해로운지 안다.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며 어떠한 것이 세상에 필요한지 안다.…
[충북일보] "역사는 되풀이 된다." 오류(誤謬)란 말을 나날이 되뇐다. 연목구어(緣木求魚)와 후필재앙(後必災殃)을 떠올린다. 각성(覺醒) 되지 않은 사람과 조직, 나라가 줄지어 간다. 불행한 운명이 이어진다. *** 혁신의 주체는 결국 공무원 시간이 참 빠르다. 지난 1년 한범덕 청주시장에 대한 평가는 만족스럽지 않다. 좋게 보면 민선7기 방향타를 잡는 기초과정이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비교적 순항 중이다. 지방세 수입 1조원 돌파 등 성과도 있었다. 소통을 위한 청주1번가 운영과 주민과의 대화는 호평을 받았다. 공유오피스 '비채나움'은 행정 공간 혁신사례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도시공원 민간개발 특례사업 등은 삐걱 소리를 냈다. 개발을 둘러싼 일부 시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년 내내 한 시장을 괴롭힌 도시공원 일몰제였다. 한 시장은 '공원 최대 보전, 개발 최소'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불가피한 선택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당부하고 있다. 한 시장의 선택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청주시민을 위안 소신 있는 선택이라면 되레 응원하고 싶다.…
[충북일보] 올해도 전국이 일찌감치 찜통더위다. 장마철 폭우 대신 폭염이 기승을 부릴 태세다. 최근 충북의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올랐다. 도민들이 때 이른 무더위로 연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여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벌써부터 폭염 걱정이 커지고 있다. 봄이 사라지면서 숨 막히는 더위가 여름철 당연한 현상이 됐다.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물론 각 지자체가 폭염대책을 수립·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 도사린 사각지대를 찾아내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폭염이 지속되면 노인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된다. 특히 빈곤층 노인, 연고가 없는 홀몸노인, 장애인, 노숙자 등에게 치명적이다. 이들의 주거환경은 취약하다. 냉방기기 이용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러다 보니 온열질환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십상이다. 대개 전기요금 걱정으로 선풍기조차 맘대로 틀지 못한다. 자칫 무더위 속에 방치되면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 충북의 폭염 위험도 지수는 높은 편이다.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자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폭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별 다각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고무줄 신승희 충북시인협회 빨래를 개다 눈에 들어온 그이의 팬티 늘어진 고무줄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잡아당겨도 튕겨질 듯한 긴장감이, 뚝 끊기고 팽팽한 얽매임을 가슴뼈까지 묶고 걸어온 삶의 무게가 보인다 질긴 듯 끊어질 듯 소리 없이 삭아가고 있는 고무줄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태생적 성격이란 게 있다. 흔히 까칠한 성격을 빗대 성질머리라고도 불리는데 나의 경우도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성격이 있다. 한 박자 늦추자 늦추자 하면서도 못 고치는 급한 성격이다. 혹자는 수양을 하거나 노력을 하면 가능하다고 하는데 아직도 그걸 잘 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아주 거창한 것도 아닌 소소한 상황에서 조차 그러하니 나 같은 사람은 수양이 한참 필요한건 맞는 얘기인가 보다. 올 봄, 처음 키워보는 종류의 꽃 화분을 들였다. 그러고 바로 며칠 전이다. 아침에 화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활짝 피었던 네 송이의 꽃이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 죽은 듯 누워있었다. 순간 "어떡해 웬일이야 죽었네"라는 말이 나왔다. 수분이 생명인 꽃이라 얼마나 신경을 썼는데. 물도 아침에 흠뻑 주어서 말라 죽은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무 이상이 없는데 이상하다 죽을 이유가 없다 생각하니 더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아예 녀석들이 죽었다고 잠시나마 생각했다. 네 송이의 꽃은 그렇게 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그것도 하루 사이에. 이튿날 오후, 기척도 없던 녀석이 저녁 무렵 일어난 게 아닌가. 성급한 단정
벽이 있다. 어떤 사람은 벽을 넘고, 어떤 사람은 돌아서 다른 길을 가고 또 어떤 사람은 벽을 부순다고 했던가. 나는 과연 벽을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누군가와 논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이란 게 있고, 나도 내 나름대로 사고를 하는 독립적인 존재이니까. 책 읽기 모임에서 만난 어떤 이가 다짜고짜 내게 물었다. "선생님은 좌파입니까 우파입니까· "나는 대답했다. "저는 양파에요." 그러자 그녀가 다시 묻는다. "까도 까도 또 뭔가가 있는 양파라는 말씀인가요·" 나는 답했다. "아니요 까도 까도 아무것도 없는 양파죠. 양파는 까면 깔수록 아무것도 없어요. 다 까고 나면 허공만 남지요. 저는 그런 양파입니다. 그래서 저는 알면 알수록 알아갈 게 없는 허무한 사람이지요." 그녀는 다행이라고 했다. 자신은 우파인데 내가 혹시 좌파이면 모임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정치는 모른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이 나라에 발붙이고 사는 한 최소한의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누군가가 말할 때 마다 난 대답했다. 무관심도 관심중의 하나라고. 그런데 그녀는 나를 볼 때 마다 좌파라 했다. 난 그때마다 아무파도 아니라고 항변했다.
1991년 탄생된 지방의회가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다 돼 간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방의회는 그동안 나름대로 지방자치제 연착륙과 더불어 지역발전을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지역 토호세력과의 각종 갑질과 부정부패 행위로 주민들의 불신을 적잖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갑질과 부정부패 행위는 굳이 많은 예를 들지 않더라도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볼 수 있다. 지방의회 84%가 겸직금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권에 개입할 수 있는 부정부패 유발요인이 되고 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제8조에 따라 모든 공무원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제정·준수토록 돼 있다. 지방의회의원도 공무원 신분으로 이 행동강령 적용대상이다. 부패예방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다양한 논의를 거쳐 지방의원의 직무상·신분상 특수성을 반영한 지방의원 행동강령을 마련해 운영해 온 지 10여년이 됐다. 지방의원 행동강령은 제정목적에 나타나 있듯 기본적으로 의원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제시함으로써 부정부패를…
날이 무더워지면서 여름 피서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다. 스토리텔링의 의미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네의 주변에 특별히 일어나는 심리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작은 기념품 하나가 첫 사랑 추억이 담겨있는 거라면 그 기념품은 다른 물건과 완전히 다른 의미가 담겨있는 소중한 물건이 될 것이다. 예전 필자가 호텔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 직원들의 말과 행동을 담은 동영상필름을 직원식당에 틀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내용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는데도 많은 직원들이 자기가 나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재미있게 보고, 주위 동료의 말하는 모습, 실수하는 모습 등 모든 것을 재미있어 하면서 동영상화면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는 주위 분들이 손자가 생기면 그 사진을 자기 폰 화면에 깔아놓고 신나하며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주제는 관광지 여행을 할 때 막연히 경관만 보는 것 말고 그 장소에 스토리를 부여한 나와 우리에 특별한 의미를 담은 내용을 알면서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관광'을 권해보기 위함이다. 소설과 영화로 널리 알려진 '남한산성'은 실제 역사와 문화적 경험 등으로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을 것이다. 조선의 인조임금 시대 병자호란으로 청이 쳐들
여름 언저리에서 비를 기다린다. 남녘엔 장마가 한 차례 지나갔다. 중부지역은 마른장마가 지나가고 무덥다.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유심히 일기예보를 보며 우산을 챙겨 들고 다녔지만 좀처럼 비가 내리질 않는다. 한국어교실에 나오는 초등학생들도 우산을 들고 왔다가 놓고 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일기예보는 빗나가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은근히 비를 기다리는 눈치다. 우리 한국어교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선생님, 오늘 왜 비가 안 와요·"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들고 온 우산을 챙기며 묻는다. "엄마가 오늘 비 온다고 말했어요." 벌써 며칠째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니, 우산을 가져왔다가 교실에 두고 가는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장마에 내 귓바퀴를 맴도는 말이 있다. '장미, 기분이 너무 아파요!' 얼마 전, 한국어교실에서 날씨에 대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국적이 다양한 우리 친구들에게 사계절은 좀 낯설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3개월씩 나누어 알려주고 사계절 특징을 덧붙여 설명한다. 봄은 3월부터 5
[충북일보] 공공부문 노동계의 여름 파업이 거세다. 대한민국을 뒤흔들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 정부가 국정목표로 삼은 '노동존중 사회'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가 무색해지고 있다. 노동현장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미숙한 정부 탓이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예고대로 지난 3일 파업에 돌입했다. 충북에서도 100여 곳의 학교에서 800명 이상의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했다. 일선 학교에선 기존 급식이 중단됐다. 빵과 우유 등이 대체식으로 제공됐다. 돌봄 교실 운영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물론 우려했던 대란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혼란이 발생한 건 분명하다. 집배원들이 소속된 우정노조는 다음 주 파업을 결의했다. 대한의사협회도 파업을 협의 중이다. 이번 파업의 근본 원인은 복합적이다. 정확히 보면 정부와 노조가 함께 만든 합작품이라고 해야 맞다. 정부는 고용안정에만 방점을 찍은 채 서둘러 비정규직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노조는 고용안정뿐만 아니라 처우개선까지 한꺼번에 요구했다. 당연히 부조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일단 정부가 재원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인 영향이 가장 크다.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에 뒷짐만 지
사과를 깎으며 오무임 충북시인협회 나는 지금 사과를 깎으며 내 젊음의 향기를 맡는다. 벌레 먹은 사과가 더 맛있다며 흠집 가득한 사과를 요리조리 재단하여 노란 꿀이 섞인 싱싱한 쪽만 잘라 주시던 어머니의 맛까지 나는 지금 사과를 깎고 있지만 세월을 깎고 있는지도 모른다. 풋풋한 향을 넘치도록 머금고 삶의 저 쪽에서 아직도 나에게 미소 짓고 있는 그를 만나고 싶어서 나는 지금도 사과를 깎는다. 작은 사과 한 알을 깎으면서도 넘치도록 피어나는 향수에 젖고 잡힐 듯이 안겨오는 지난 세월에 발갛게 익어버린 너를 만지며 뜨거움을 느낀다. 나는 아직도 사과를 깎고 있다 추억 한 껍데기 그리움 한 껍데기 그리고 눈물 한 껍데기를 발가벗은 속살은 아름다운 사랑 덩어리가 되어 내 가슴에 하얀 꽃 피운다.
음주운전은 범죄이다. 따라서 발생하여서는 안되는 것이고, 발생하기 전에 예방되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은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단속된 운전자가 20 만여 명이라고 한다. 음주운전을 하였으되 단속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여 역산을 해보면 더 많은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음주운전은 아주 위험한 행위로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에 손상을 가져오게 되는데, 하루 평균 53.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그 사고로 1.2명이 사망을 하고, 92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 행위로 인하여 행위자만이 피해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고, 그래서 음주운전을 살인행위라고도 이야기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행위여서 형법에서는 허용된 위험의 법리라 하여, 위험한 행위를 해서는 안되지만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유용성과 사회생활상의 필요성으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되, 최상의 주의와 배려를 다하여 위험의 발생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여야 하며, 신뢰의 원칙 상 허용된 위험업무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도 최상의 주의의무를
노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중의 한 사람으로 조나라에서 태어나 공자보다 연장자로 공자가 노자에게 예를 물었으며 매우 노자를 칭찬하였다고 한다. 그는 위대한 철학자요 도교의 시조이다. 그가 지은 책은 " 노자 " 또는 " 도덕경 "이라 부르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노자는 주나라 수장실의 사관을 지냈던 적이 있었는데 일단의 오랜 시간을 지낸 다음 왕실이 쇠약해지자 그의 이상과 학설을 밀고 나갈 방법이 없게 되자 청우(靑牛)를 타고 은거하려 거용관을 지날 때 그곳을 지키던 윤희가 "그대는 어디로 숨으려 하시는구려. 나를 위하여 글이나 좀 써주시오." 하자 직접 그에게 오천 글자의 책 한 권을 써주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 도덕경 "이다. 그 후 노자는 서쪽으로 가서 도를 깨우치고 신선이 되었으며 어떤 사람도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 흐르는 물은 가두지 마라 " 의 책자도 이 오천 글자의 근원을 두고 쓰여졌다고 생각되며, 작은 한 권의 책이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고대 중국의 현명한 정부지도자 또는 정치지도자에게 가르쳐졌던 것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지 않을 수 없다. 노자는 부드러움의 추구자로 "무지"와
"아빠 물놀이는 하는 거지?" "아빠 별은 무지하게 많아?" 얼마전 두 아이와 함께 화양동을 찾았다. 아침부터 들떠 있는 아이들에게 옛사람들이 공부하던 곳이고 대금연주와 시조창, 판소리, 맑은 계곡, 흔들리는 별과 달 등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을 하였는데, 돌아오는 질문은 오직 물놀이과 흔들리는 별에 대한 것뿐이다. 화양동에서 진행된 인문여행에 참여한 것인데 두 아이의 끊임없는 요구와 칭얼거림에 왜 데려 왔을까 하는 후회가 있었지만 오랜만의 물놀이에 신나하는 모습과 전통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을 보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산지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자연공간에서 펼쳐진 일정은 경전읽기, 시조창, 판소리 등으로 진행되며 톤을 높이다 별빛 따라 걷기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깜깜한 밤 불하나 없는 산길을 걷는 야행은 밤하늘 가득 차 흔들리는 별빛과 대금연주에 이름 모를 벌레소리 새소리와 시원한 계곡물소리가 더해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멋진 이벤트를 만들어 내었다. 혹시나 해서 6살 큰아이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물놀이와 별빛, 그리고 판소리가 좋았지만 어둠 속 깜깜한 길을 걷는 건 무서웠다고 한다. 시골서 자라 깜깜한 밤이 정겨운 나와는
어느 지인의 말이다. 언젠가부터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 나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에 일백 번 이상 틈틈이 "감사합니다" 그 말을 하며 산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꾸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 했다. 2019년 85세 된 노인이다. 그 분이 경상북도 의성출신 조원칠 안산고용노동연구원 이사장이다. 조 이사장은 90대를 눈앞에 두고 80대 중반까지도 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 소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 즐겁다고 했다. 그게 "감사합니다"가 가져다 준 기적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한다며 여러분도 삶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살아 보라고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 착하고 좋은 일을 하면 반드시 행운이 온다고 했다. 미국인 실업가며 자선사업가로 전설적인 인물 록펠러가 50대 초에 중병을 앓았다. 그 때 병원 의사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병원을 한 동안 드나들었다. 그런 어느 날 하루는 병원현관에 걸린 '베푸는 자의 삶이 복되도다.' 라는 글이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 글을 읽고 죽기 전에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기로 결심을 하고 실천을 했다. 재산 중 상당액을 가지고 불우한 사람들을 돕
[충북일보]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지 일주일이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 질문 등 임시국회 의사일정은 확정됐다. 하지만 추경 예산안 처리 일정 등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완전한 국회정상화 꽃이 피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서로 다른 사안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내년 국가 예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각 부처 반영 예산이 심의에서 탈락하거나 삭감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각 부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2020년 회계연도 예산요구서를 지난 5월31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현재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예산안은 498조7천억 원이다. 올해 469조6천억 원보다 6.2% 증액됐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SOC)과 농림수산 분야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자체의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상황도 다르지 않다. 충북도와 도내 지자체들도 국비 확보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이시종 지사가 직접 중앙을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도내 각 시·군도 단체장이 중앙부처를 방문하는 등 예산확보에 전력하고 있다. 충북도의 예산 확보 목표는 사상 최대인 6조…
살아간다는 것 노영숙 백석대 겸임교수 허물 벗은 모습에서 나를 느낀다 각질을 벗으며 존재를 키워 지워가는 것이 그대로 경전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나를 버리는 일 내 존재를 지우는 일이다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