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어느 청년이 내 앞에 불쑥 고무장갑을 내민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든 나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자 그 청년은 눈웃음을 치며 말을 건네어온다. " 아주머니! 이 아파트 이십 층에서 아파트 내부 공사를 낼부터 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에 공고문은 붙였지만, 왠지 주민들에게 소음으로 인한 민폐를 끼치게 돼 죄송한 마음에 준비했습니다. 약소하지만 받아주세요." 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종전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여겨보았던 공지문 문구가 떠올랐다. '시끄러운 날'이라는 글제 하에 친정집 아파트 이웃에서 인테리어 공사로 인한 소음이 발생한다는 공사 안내 문구가 붙여진 게 그것이다. 친정집을 찾았던 나는 이곳에 사는 주민이 아니라고 청년이 권하는 고무장갑을 거절하자, 그 청년은 친정어머니를 갖다드리라며 한사코 떠맡긴다. 그가 건넨 고무장갑을 자세히 살펴본 나는 새삼 그의 반듯한 태도에 깊은 감흥을 받았다. 자신의 업체를 광고하는 명함 정도쯤은 고무장갑 포장지 속에 끼워 넣었을 법한데, 일일이 손으로 직접 쓴 짤막한 메모만 그 속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 주민 여러분! 불편을 끼쳐드려 매우 죄송합니다. 공사 날짜에 맞추어 최대한
서울의 위상과 경쟁력은 세계적이다. 구매력환산 GDP로 볼 때 서울은 도쿄, 뉴욕, LA에 이은 세계 4번째 큰 도시다. 서울과 수도권 발전 결과는 대한민국이 GDP 규모 세계 11위, 무역 세계 6위, 제조업 세계 5대 강국에 자리매김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음은 당연하다. 또한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강국이며, 최근 코로나 사태 와중에서 방역과 민주주의 체제에서 전 세계 민주진영의 자존심을 지켜준 국가로 칭찬받고 있다. 자원과 자본 모두 부족했던 우리나라가 수도권에 모든 것을 집중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은 매우 효과적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벌어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국토 면적이 12%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는 작년 말 전체 인구 50%를 초과하였다. 경제와 관련된 모든 부문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명문대학과 의료기관, 문화 콘텐츠 산업 등은 80% 이상 집중되어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람과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은 어느 나라나 공통적이라 할 수 있지만, 서울의 경우는 특히 심각하다. 대도시의 국가 GDP 비중을 보면, 서울은 51.5%로 50%를 넘는 세계 유일의 주요 대도시이다. 뉴욕은 8.3%,
우리는 일상생활이나 조직생활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이에 따른 상호의존적 행동을 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특히, 자연재난이나 사건·사고, 감염병, 가축질병 등 위기상황에서 갈등은 쉽게 발생하거나 증폭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중국 우한 교민의 격리 시설 결정과정에서 정부는 당초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과 국립중앙청소련수련 등 2곳에 수용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이에 천안 지역사회는 크게 반발하였으며, 결국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아산시 경찰 인재개발원에 분산 격리 수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진천군과 지역단체들은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결정과정과 불투명성, 미흡한 감염예방 대책 등으로 초기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정부의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키로 하였다. 우한교민의 시설 입소 후 2020년 2월 9일 대통령이 진천군에 방문하여,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개최하였으며, 지역주민들이 느낀 불안, 긴장 등은 정부가 해소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대통령의 진천방문은 위기관리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정부차원에서 해결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갈등이 발생하는 관계나 상황은 매
[충북일보] 코로나19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농업계 역시 다르지 않다. 농수축산물 소비가 위축되면서 위태롭다. 친환경 농가들은 급식 납품이 끊겨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11조7천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도 어려운 농가를 위한 예산은 없다. 되레 본예산에 편성된 농업예산을 가져다 추경으로 편성했다. 농업계의 아쉬움과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농업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의 3%밖에 되지 않는다. 정말 보잘것없다. 이런 예산에서 추경을 위해 784억 원을 가져갔다. 코로나19로 입는 농업 피해도 만만치 않다. 학교급식 중단으로 인해 급식납품 농가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영농 현장 곳곳에선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1~2차 추경예산에 농업분야 대책은 없다. 되레 농업예산으로 추경을 편성했으니 농업홀대 이야기가 안 나오면 이상하다. 학교급식 납품농가들이 판로를 잃은 지는 오래다. 화훼업계는 각종 행사 취소로 파산 지경이다. 일선 농가에선 외국인 근로자 공급 차질로 농번기 일손이 크게 부족하다. 더불어 인건비까지 폭등했다. 한국 발 항공기 운항 금지·축소로 농산물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로 쌀 등 곡물 수출을 금지하
기차가 흘린 시 박별 충북시인협회 그대 청춘 싣고 떠난 이젠 녹슨 철길 시와 별이 흐르는 동강으로 가볼까 그 푸른 기억 찾아 기차를 탄다 언제나 그 길 그리웠다고 꽃잎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고 그 때 떠난 청춘도 가끔 생각했으면 무심히 누운 철길 따라 황금빛 뜨겁게 다시 뿌리며 기차가 흘린 시 한 줄 '시는 늙지 않는다고' '시는 언제나 새파란 마음이라고'
큰일 났다.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다했어도 부족했을 텐데 몇 년 동안 선거에 팔려있었다. 아무리 선거가 경제를 망쳤다고 해도 코로나만 아니면 이 지경은 안됐을 것이다. 원래 경제는 병이 들어있었다. 온실에 있던 화초를 갑자기 밖에 내놓은 것처럼 적응을 못했다. 경제도 벅찬데 코로나에다 선거까지 겹쳤으니 삼재(三災)가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삼재란 무엇인가? 하늘 땅 사람이 힘을 합쳐서 못 살게 군다는 뜻이다. 하늘만 훼방을 놔도 못살 텐데 땅까지 난리를 치는 꼴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웃이라도 도와줘야 살길이 열릴 게 아닌가. 이웃사촌까지 합세해 못살게 구니 어떻게 살 수가 있겠는가. 지금 우리 처지가 이렇다는 뜻이다. 문제는 삼재 중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극성스럽다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했던 것이다. 사람만 만나면 병이 들거나 죽으니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죽지 못해 사는 삶이 오죽하겠는가. 절간의 스님처럼 혼자 살다가 우연히 접한 게 바로 김동인의 소설 '감자'였다. 남편은 38살이고 아
매일 지면을 장식하는 뉴스 중 돈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며칠 전만 해도 돈 때문에 어머니와 자식을 숨지게 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반면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훈훈하고 정이 담겨있는 기부의 아름다운 얘기도 들려온다. 오월을 시작하는 첫날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망설이 언론을 지배했다. 그에 따른 경제의 득실을 따지는 강국의 손놀림 또한 빨랐으리라. 그동안 방에서만 지내던 사람들이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의 문이 열리자마자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외출로 한껏 들뜬 목소리는 거리에 활기를 넣고 있다. 손님이 없던 상점에서는 얼마나 반가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코로나 19 감염병 안전에 대해서는 촉각을 더 세울 수밖에 없다. 오월은 어느 달보다도 주머니를 풀어야 하는 날이 많다. 아이들이 생일만큼이나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어버이날. 언제나 불러도 마냥 좋은 단어 어머니인데. 서로 얼굴 맞대고 밥 한 끼 같이 할 기회조차 자주 갖지 못함이 죄송스럽기만 하다. 스승의 날도 다가오지만, 올해는 아직도 선생님과 대면하지 못한 학생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추고 일상의 변
"미스김 라일락!" "어머! 저 미스 아니에요, 미시즈에요." 자료실 데스크의 김선생에게 라일락 한송이를 내밀었더니 얼굴을 붉히며 향기를 맡는다. 도서관 정원의 커다란 라일락이 연보라로 곱게 단장하고 매혹의 향기를 흩뿌리고 있다. 봄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력을 가진 저 꽃의 이름은 안타깝게도 이다. 1947년 엘윈(미)이라는 식물 채집가가 북한산에서 국산 토종식물인 '수수꽃다리' 종자를 채취해서 미국으로 가져가 품종개량했는데, 꽃 이름은 당시 한국에서 함께 일했던 여직원의 이름을 땄고,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비싼 로열티를 물어가며 역수입하고 있다. 그때 그 미스김은 분명 여사(女士 : 학덕이 높고 어진 여자)였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속상한 마음을 달래본다. 라일락과 매우 비숫한 우리꽃 '수수꽃다리 '는 아쉽게도 아직은 황해도, 평안남도, 함경남도에 분포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남쪽으로 내려와 고혹의 향기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문세의 노래 을 틀어본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잊을 수 없는 기억에/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안고/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요즘 가로수로 많이 심는 나무 중에 이팝나무가 있다. 쌀밥처럼 생긴 나무꽃이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하루 평균 버리는 생활쓰레기의 양이 930g이라고 한다. 많은 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이 넘으니 하루에 발생하는 쓰레기의 총량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쓰레기로 인한 대기오염, 수질오염 같은 부수적인 것도 쓰레기의 양만큼이나 문제가 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말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던 말이다. 일회용품을 적게 쓰고, 분리배출을 하고, 음식은 먹을 만큼만 먹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랐다면 모두가 들어봤을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를 잘 실천해온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쓰레기를 줄인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구체적이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부터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다 보면 늘 느끼는데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플라스틱 용기, 나무젓가락, 비닐봉지…. 얼마 전까지는 나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해왔던 것들이다. 편리함에 익숙해져 무분별하게 사용했는데, 어느 날 분리배출을 하다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것들이 정말 꼭 필요해서 쓰인 걸까? 대체할 만한 것들은 없을까? 이런 생
[충북일보] 19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2022년 5월 9일까지다. 임기 종료 두 달 전인 2022년 3월 9일쯤 20대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같은 해 6월 1일 예정인 민선 8기 지방선거와 동시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질 경우 실제 선거일은 다소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역대 선거의 흐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으로 이어진 대통령 선거는 현재까지 유권자들의 일관된 표심을 보여줬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영·호남 대결이었다. 정치철학적으로 분석하면 영남은 보수, 호남은 진보를 지향했다. 그래서 다음 대선에서 지역과 철학적 흐름이 다소 무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번 4·15 총선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직접 선거 도입 후 영·호남은 6대 1의 흐름을 보여 왔다. 오롯이 호남 출신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뿐이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영남에서도 PK(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하되 호남에서 90% 이상 몰표를 받은 대통령이다. 지금의 집권 여당에서 한때 김경수 경남지사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충북일보] 농민수당과 관련해 충북도와 농민단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농민수당 도입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충북농민들이 발의한 '농민수당 조례안'이 충북도의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 조례안은 지난달 21일부터 29일까지 열린 도의회 381회 임시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하지만 산업경제위원회는 22일 1차 회의에서 이 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했다. 농정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재논의 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충북도는 농민수당을 지급할 재정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민단체와 충북도, 도의회 등이 합의에 이르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농민수당은 지난 2016년 전국농민회총연맹이 20대 총선 당시 처음 언급했다. 지자체들은 미온적이었다. 일각에선 농민수당 관련 요구를 '포퓰리즘'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예산이 충분치 않아 시행이 어렵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지금 충북도가 펴는 논리와 거의 유사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농민수당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전남은 2018년부터 이미 지급하기 시작했다. 충남과 전북도 올해 하반기 실현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 '농
코로나19 문규열 제천문인협회 비말을 경계하느라 모든 일상이 정지되었다 음압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외로움 처절한 정적이다
오늘 아침, 너는 또 기습 폭설처럼 내 머릿속에 내린다. 창문을 여니 차가운 바람이 뾰족하게 나를 후려친다. 얼마나 추울까. 얼마나 외로울까. 그 허허벌판 낯선 곳에서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어떻게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모질 수가 있을까. 내 마음속 어디에 이런 야멸참이 숨어있었을까. 이 느닷없는 이별을 너는 잘 견디고 있을까. 너를 그 찬바람 속에 버려두고도 나는 여전히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하루를 산다. 너는 속절없이 나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그 긴 기다림이 미움으로 변했겠지. 이렇게 모진 나를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말아라. 난 너에게 죄인이다. 다음 생엔 멋지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그래서 나 같은 것은 무참히 버리고 짓밟거라. 나 기꺼이 너의 단죄를 달게 받으리라. 미안하다고 말하기에도 너무 미안해서 입을 뗄 수가 없다. 눈송이 같은 하얀 꽃잎이 지붕 위로 분분히 떨어진다. 다시 나부끼는 꽃을 보고 있자니 걱정과 불안이 또 꽃잎을 타고 일렁인다. 그날 이후 너는 지는 꽃잎처럼 바람을 타고 수시로 내 머릿속에 나부끼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너의 얼굴이 떠오르고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까지 내 머릿속을 점령
며칠 전, 책을 뒤적이다가 젊은 여류 작가의 작품을 보았다. 제목이 핑크& 블루이다. 사진을 보면 작가는 아이들의 방을 방문해서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방에 한가득 채워놓았다. 대부분 여자아이들은 분홍색의 물건들과 바비 인형을, 남자아이들은 푸른 망토를 두르거나 로봇장난감과 파란색이 가득한 물건들을 배치하고 냉소적인 표정의 아이들을 담아냈다. 처음엔 여자아이들이 분홍색을 좋아하는 게 뭐 특별한가라 생각했었다. 대개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핑크색을 얼마나 좋아하던가. 그런데 한참을 보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남자아이들은 파란색 물건들이 많지? 왜 여자아이들은 분홍색물건들이 많을까. 작가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꾸준하게 주제로 삼아 독자에게 말을 건넬까. 핵심은 뭘까. 분명 작가의 의도가 있겠다 싶어 당연함을 내 입장에서 뒤집어 보았다. 분명 이제껏 내가 생각한 분홍색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다정한 색으로 거의 고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핑크빛 무드니 사랑이니 하는 이미지와 연계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현실적으로도 손자의 옷을 고를 때 어김없이 파랑계열의 진열장으로 다가가게 된다. 아니 분홍색을 남자 아이에게 입힐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평소 오월이라면 가정의 달이자 다양한 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져 조금은 분주하고 들뜬 분위기였겠지만 올해 오월은 다소 절제된 모습이다. 눈에 보이는 자연현상들만 묵묵히 제 역할들을 해내고 있다. 한껏 부풀었던 벚꽃 행렬이 지나고, 진달래, 개나리에 이어 보랏빛 박태기나무꽃도 지나간다. 이젠 수국이 필 차례다. 내려다보이는 정원에 어른 주먹 크기의 수국이 꽃잎을 부풀리는 중이다. 사람들의 일상은 어떤가. 마스크로 만든 사람들과의 경계와 지켜야 할 거리로 움츠러들었던 생활이 차츰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아직은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일상이 계속되니 균형 잃은 생활의 조각들이 삐걱거리기도 한다. 학생들이 주인인 학교가 텅 비었다. 꽃다지꽃을 들고 와서 내밀던 러시아에서 온 아이, 알록달록 풀잎을 들고 와서 그림도 같이 그려주던 우크라이나에서 온 아이, 꽃을 따면 안 된다며 시들어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주워 오던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아이 등등 온라인수업 화면으로만 만날 수 있는 제자들이 보고 싶다. 재잘대는 녀석들의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문득문득 그리워진다. 서서히 개학 시기가 거론되고 있으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도시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로부터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아왔고 현재는 세계 10대 무역 강국 및 경제대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1950년 6.25 전쟁으로 잿더미였던 상태에서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노동집약적 경공업 산업으로 시작하여 기계·조선·화학공업 등의 중공업 분야 발전을 거쳐 2000년대부터는 기술집약적인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한 뒤 현재는 반도체를 포함한 ICT와 SW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점유율이 70%를 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비메모리반도체분야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으로 반도체 산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산업이면서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현재 메모리반도체는 10nm(1nm는 10억분의 1m)급 소자를 양산 중이며 10nm급 이하의 극초미세 소자도 개발 중이다. 비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대만 TSMC社에서 7nm급을 양산하고 있으며 5nm·3nm급…
'결자해지(結者解之)'는 묶은 사람이 묶은 것을 풀어야 한다는 의미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고, 어떤 사건을 묶은 사람이 그 일에 대해서 가장 잘 알기에 풀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묶었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왔고 다투어 피는 꽃들을 보고 꽃들아 미안하다, 춥고 아픈 겨울을 이겼으니 참 기특하구나 인사도 못하고, 봄비 주척주척 내리는 날 옛사랑을 불러내지 못하고, 새벽 세 시 홀로 일어나 두 손 모으고 간절히 기도할 대상이 없다면 이는 마음에 큰 병이 들어앉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結은 맺을 결로 묶다, 매다라는 뜻이다. 매다는 매임이다. 매여 있는 것은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 〈브레이트 하트〉에서 스코틀랜드 영웅 윌리암 왈라스가 잉글랜드와 싸우다 패배하여 죽으면서 "자유Freedom!"을 외친 Freedom도 매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외침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매임들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매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일이 힘들어 한숨 쉬며, 하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리고 싶음, 또는 슬픔을 벗어나고 싶음 등이 그것이다.…
[충북일보]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가 코로나 극복 모범국을 무색케 하고 있다. '제천화재참사 재발방지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또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언제까지 이런 재앙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난망하다. 인명 수색 작업은 30일에도 계속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7시 현재까지 총 3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상자는 8명 경상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화재는 2018년 밀양 세종병원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것 같다. 세종병원 화재 당시 45명이 숨지고 147명이 다쳤다. 특히 이번 사고는 가연성 소재가 가득한 곳에서 화재 위험이 큰 작업을 하다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8년 40명이 숨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의 복사판이어서 더 안타깝다. 터지기만 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창고나 공사 현장의 안전사고 유형도 변하지 않고 있다. 언제나 그대로다. 그동안 공사 현장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는 너무 많았다. 대비책 마련 필요성도 숱하게 제기됐다. 그럼에도 또다시 수십의 인명이 목숨을 잃었다. 안전 불감증이 만든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전혀 개선되지 않은 건설업계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물론 정확한 화재 원인은 더…
고독의 뒷모습에 사색이 묻어 있다 황혜경 충북시인협회 고독이 바람 따라 놀러 오면 나는 걷는다 걷다 하늘을 보고 걷다 땅을 느낀다 사색을 마중하러 간다 고독이 두서없이 방문하면 옷을 주워 입고 문밖으로 나선다 신을 고쳐 신고 천천히 천천히 마음의 속도로 걷는다 걷다 보면 어느새 사색에 물든다 고독이 슬며시 뒷모습을 보인다 고독이 바람 따라 놀러 오면 나는 걷는다 걷다 하늘을 보고 걷다 땅을 느낀다 고독도 저만치 뒷모습을 보이며 걷고 있다
토요일 오전 외부 일정이 없을 때는 TV를 보곤 한다. 재방송인 '개는 훌륭하다'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개 조련사이자 반려견 행동 전문가인 '강형욱'과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반려견들이 주인공인 프로이다. '강형욱'의 선하고 순박한 인상이 믿음직스럽다.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개와 견주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의 진심이 어려있다. 어찌 그리 개의 심리파악과 치료와 조련의 스킬과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 신통방통하다. 이 프로를 볼 때마다 아내와 딸은 훌쩍인다. 나도 콧등이 싸아 시큰해지곤 한다. 우리는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안타까움의 마음을 함께 나눈다. "우리는 개들에게 잘해주고 있다"는 "개들의 심리를 잘 알며 키우고 있다"는, 지난 시간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의 동감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5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날이었다. 아내의 기억으로는, 수능 전날이었다고 한다. 나는 1박 2일 교육 중이었다. 충주에 소재한 건설경영연수원 'CEO 연수'에 들어가 있었다. 교육 첫 날 수업을 마치고 저녁 식사 후 친교의 시간을 가졌었다. 나는 왠지 그 자리가 흥이 나지 않았다. 슬쩍 자리에서 나와 숙소로 올라가서 샤워를 했다. 옷을 갈아 입고…
문화예술인의 윤리 의식. 어떠한 좋은 정책도 사용하는 주체의 도덕성을 확보 하지 못하면 사회가 거부하게 된다. 문화와 예술은 오랜 시간동안 인류의 필요로 의해 유지되어 왔다. 인류의 유산을 만들기 위해 사회는 문화, 예술가에게 표현의 자유를 주었다. 이것은 문화, 예술가에게도 종교인이나 교육인 처럼 엄격한 도덕적인 잣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에서 문화예술인에게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사회통념 해체에는 관대 하다. 사회통념에 대한 해석과 해체는 작가 개개인에게 자유와 동시에 책임을 주는 행위이다. 작가적 양심에 의한 자체 정화능력이 있어야 행정, 기업과 대등한 관계에서 문화예술의 거래가 가능하다. 대등한 거래를 위한 지역문화예술인의 예술권리를 대변해주는 문화예술행정 부서, 정직한 예술단체가 필요하다. 정직하지 않는다면 예술가를 이용하는 행정과 기업에 의한 수직적 관계형성이 생기므로 장기적으로는 참여 가능한 예술가가 저조할 것이다. 예술 작품은 독창성에 기인한 예술이다. 그러나 모든 예술은 모방을 통한 재창조라고 불리 운다. 재창조의 문제의식을 작가 스스로 이해하고 준비하여 자정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제 3자에게 의미를 전달할 때는 더욱 그러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쓰레기 배출량은 929.9g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의도치 않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회용품 줄이기, 장바구니 사용, 음식 남기지 않기 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매일 불가피하게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리해 배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환경부에서 고시한 분리수거의 핵심은 네 가지이다. 첫째, 비운다. 용기 안의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배출한다. 둘째, 헹군다. 이물질, 음식물 등은 닦거나 헹궈서 배출한다. 셋째, 분리한다. 라벨, 뚜껑 등 다른 재질을 제거 후 배출한다. 넷째, 섞지 않는다. 종류별, 재질별로 구분해 배출한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페트병을 비롯한 플라스틱류를 버릴 때에는 우선 용기 안의 내용물을 깨끗하게 제거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상표, 라벨, 뚜껑 등 재질이 다른 것들을 제거해 플라스틱과 비닐만 따로 배출해야 한다. 알약 포장재나 카세트테이프 등은 여러 재질이 섞이고, 분리가 어려우므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좋다. 스티로폼으로 된 용기나 박스는 전체가 흰 색인 것만 배출이 가능하다. 스티로폼 안에 내용물을 완전히
[충북일보]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선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100일이 지났다. 28일 현재 누적 확진자 수는 1만752명, 사망자 수는 244명이다. 확진자 중 격리 해제된 사람은 8천854명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생긴 변화는 수 없이 많다. 우선 국민생활이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불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일자리가 줄면서 실업급여 신청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의 폐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K방역의 글로벌 지위향상이 위안거리다. K방역이 없었더라면 경제적 충격은 훨씬 더 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한 국가가 없다. 확산세와 진정세를 반복할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학교 개학이 4차례나 연기된 이유도 여기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마다 연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100일의 성과에 만족하기엔 뭔가 찝찝하다. 마음을 놓고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올가을이나 겨울에 2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다.…
봄날은 간다 류귀현 충북시인협회 청노루 파란 꿈속에 하얀 산벚꽃 구름 따라 흘러가고 산 아래 붉게 피던 진달래꽃 두견새 울음소리에 흩어져 어디로 갔나 대지의 뜨거운 숨결 아지랑이 하늘 높이 피어가고 종달새 노래 물위에 율미기 봄을 가른다 복사꽃 지는 골에 소쩍새 울음소리 이 봄도 섧구나 민들레 피고 지고 통음광가오십추痛飮狂歌五十秋 먼 산 너머로 봄날은 간다
변재일 의원이 5선에 성공했다. 새삼스러운 눈길로 보는 것은 세대교체 바람이 거셌기 때문이다. 지역사회가 지목한 대상은 변재일 오제세 정우택 의원 등 세 명이었다. 칠순을 넘겼거나 5선에 도전하는 의원들이었다. 그 거센 바람에 오제세 정우택 의원이 맥없이 쓰러졌다. 변재일 의원만 살아남은 것이다. 세대교체 바람이 불 때 대상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다. 만약 5선에 성공하면 국회의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5선에 성공하자마자 중앙 언론은 변재일 의원을 의장 물망자로 보도하고 있다. 우선 중앙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기사 내용부터 살펴보자. "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과반을 훌쩍 넘겨 180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으로 도약했고, 여당 독주시대가 예고되면서 차기 국회의장 선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이 확보한 180석은 야당 도움 없이 예산·법안의 단독처리가 가능하다. 여당의 독주가 예상되면서 여야가 대화보다는 잦은 충돌로 차기 국회의장의 중재 역할이 커질 것이다. 국회의장은 중립을 지키기 위해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본회의 개최 시기와 본 회의에 부의된 쟁점 법안 표결 여부 등을 결정함으로써 사실상 쟁점법안의…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