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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가장 기뻐하고 축하받아야 할 순간, 승리의 영광을 뒤로하고 힘들게 어려운 얘기를 꺼낸 사람이 있다. 바로 안세영 선수다. 한 달 전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승리한 직후 안세영은 '더 이상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배드민턴 협회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귀국 후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의 염원과 응원에 감사를 표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죄송하다고 했다. 또 '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왔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부족한 것투성이고 모자란 것이 많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두렵지만 나서게 됐다'고 말하여 그간 마음고생이 컸음을 짐작케 했다.

얼마나 당당하고 예의 바른 말인가. 안세영의 말은 명확하다. '협회의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나쁜 관행을 고쳐 선수가 경기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22살의 어린 선수가 자신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를 기다린 분노의 시간이 어땠을까! 그래서였을까, 승리할 때마다 경기장 마루에 무릎을 꿇고 세상을 향해 포효한 것이.

28년 만에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28년 전에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방수현은 안세영과 축하 포옹의 여운도 가시기 전에 안세영 때리기에 앞장섰다. '본인이 혼자 금메달을 딴 것은 아니다. 누가 국가대표하라고 등 떠밀었느냐'며 체육계 어른들의 의식세계를 대변하고 나섰다. 가장 가슴 아파해야 하고, 선배로서 이런 풍토를 막지 못한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이 누구보다 먼저 후배를 비난했다.

협회의 부조리, 선·후배 사이의 악습, 스폰서 문제 등 20대 초반 어린 안세영이 감당하기엔 무거운 문제를 꺼낸 것이다. '부상에 대한 배려'와 '실력에 맞는 경제적 보상'도 말했다. 그러나 '너만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넌 특혜를 받고 있다. 응, 결국 돈 때문이었구나'로 본질을 비켜 간다면 문제 해결은 어렵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여태까지 아무도 문제를 제기한 적 없다'고 하는데 기가 막힌다.

이른바 '내부 고발자'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둔갑하기 일쑤이다. 내부 구성원들을 입단속 시키는가 하면 내부 고발자를 헐뜯고 고립시킨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9월 10일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에서 '부당한 규정을 손보고 배드민턴협회장의 횡령 및 배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니 안세영의 용기에 힘이 실리게 됐다. 힘 있는 사람의 말은 Fact가 되고 힘이 없는 사람의 항변은 불평이 되는 세상, 부조리한 현실에 익숙해져 버린 이 땅의 '어른'들에게 안세영은 일침(一針)을 가했다. 그들은 따끔했을까?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集團主義)' 사회라기보다 '관계주의(關係主義)' 사회라고 한다. 집단주의는 개인보다 집단 · 공동체의 이익이 우선시되지만 관계주의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중시한다. 우리 사회는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렇다 보니 관계를 중심으로 나를 맞춘다. 내가 사라진 것이다. 이런 것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공정, 효율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여 부정부패가 관행화될 수 있다고 심리학자는 경고한다.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문제, 안세영 선수가 언급한 배드민턴 협회의 문제도 어쩌면 우리 사회의 '관계주의'가 낳은 병폐이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는 어른들은 젊은 안세영에게 배우기를, 조용히 숨죽이며 결과의 열매를 따려는 사람들은 부끄러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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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규 충북도 경제부지사 "고향 발전에 밀알이 되겠다"

[충북일보] "'고향 발전에 밀알이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앞만 보며 열심히 뛰었고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중심 충북'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김명규 충북도 경제부지사는 취임 2년을 앞두고 충북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만큼 매일 충북 발전에 대해 고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지사는 취임 후 중앙부처와 국회, 기업 등을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며 거침없는 행보에 나섰다. 오직 지역 발전을 위해 뛴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투자유치, 도정 현안 해결, 예산 확보 등에서 충북이 굵직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견인했다. 김 부지사는 대전~세종~청주 광역급행철도(CTX) 청주도심 통과,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조성 추진,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사업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지난 2년 가까이를 숨 가쁘게 달려온 김 부지사로부터 그간 소회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2022년 9월 1일 취임한 후 2년이 다가오는데 소회는. "민선 8기 시작을 함께한 경제부지사라는 직책은 제게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이면서도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와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