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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3.12 17:15:04
  • 최종수정2020.03.12 19:40:48

정익현

건축사

학교를 졸업하고 건축설계를 하는 건축사사무소에 입사했다.

실무를 하기에 앞서 도면을 그리는 지침서격인「드로잉 매뉴얼(Drawing manual)」을 익혔다. 도면은 여러 사람이 그렸더라도 한 사람이 그린 것처럼 표현 방식이 동일해야 제3자가 이해하기 쉽고 오류도 없다. 드로잉 매뉴얼은 글씨 크기와 선의 굵기의 지정은 물론 중복 표현을 피하고 도면 상호간 앞 뒤 연계가 물 흐르듯 하여 도면의 간명함과 올바른 이해를 생명으로 한다. 나는 간결하고 논리적인 매뉴얼이 마음에 들어 후일 내가 설계사무소를 개설하여 직원들을 교육할 때 유용하게 썼다.

이처럼 매뉴얼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에 아주 유용할 수 있으나 잘못하면 매뉴얼의 함정에 빠져 대응을 못할 수도 있다. 그 좋은 예가 일본이다. 일본은 반복되는 자연재해인 태풍이나 지진에 대해서는 잘 대처해 왔지만 코로나19에서는 그렇지 못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5년 전 메르스 전염병의 경험을 살려 잘 대응하고 있지만 치사율이 낮은 대신 감염 속도가 빨라서 그에 따른 사회 불안이 고조되고 정부를 향한 도를 넘은 비난과 가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마스크 공급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데 인구 1인당 마스크 생산량이 세계 최고로 전 세계 생산물량의 25%인 하루 1천만 개 이상을 생산하는데도 매점매석과 가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품귀현상이 일어나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스크는 이제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생활필수품은 속성상 조금만 남거나 부족해도 가격이 요동친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 쌀이 그랬다. 그러나 오늘날 누구도 쌀이 모자랄까 걱정하지 않는다.

불확실하고 애매해서 예측가능하지 않을 때 인간은 불안해지고 불신이 팽배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국가가 제 때에, 제대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하면 한다고, 안 하면 안 한다고 비난만 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조심스럽게 자중하면서 우리의 일을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코로나19 못지않게 두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과도한 불안감이나 공포, 그리고 이 기회를 이용하여 어떤 이득을 보려는 무리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다. 최근에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질병관리본부의 신뢰는 높은 반면 언론기관에 대한 신뢰는 낮다. 그리고 중국인, 감염자, 감염자가 많이 나온 지역에 대한 혐오가 높다. 질병관리본부의 노력을 국민이 인정한 반면 언론은 그렇지 않다는 국민감정의 표출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가뜩이나 불안한 사람에게 비난과 조롱은 같은 국민으로서 취할 태도는 아니다.

사람은 두렵거나 불안할 때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자신을 보호한다. 이것이 자칫 나쁜 쪽으로 작동하면 현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여 자기 합리화 또는 남의 탓을 하고 상대방을 공격한다. 하지만 좋은 쪽으로 작동한다면 긍정적인 에너지의 발산으로 코로나방역에 자원봉사를 하며 헌신하기도 한다.

우리가 알면서도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 콜 센터 직원의 집단감염이라면 학교가 개학을 한 후의 집단감염에 대한 대책도 미리 세워야 한다. 이를테면 교육부 주도로 어린이와 청소년층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를 집에서 완전히 체득하게 하여 개학을 준비해야 한다. 소는 잃었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14세기 흑사병으로 유럽에서 수 천만 명이 죽은 후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형성되면서 중세의 봉건 질서는 무너져 새로운 시대를 맞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도 이 재난을 극복하고 바이러스 앞에 한없이 움츠렸던 우리의 모습을 거울삼아 좀 더 겸손하고 건전한 사회질서가 마련된다면 우리는 이미 백신(Vaccine)을 얻은 것이리라. '쓰러진 사람은 일으켜 세운다'는 인간애의 발로와 믿음이야말로 큰 대가를 치루고 있는 우리세대가 훗날 다음세대에게 오늘을 극복한 교훈으로 물려줄 덕목이 아닐까.

베란다 빨래걸이에 걸어놓은 마스크가 봄바람에 흔들린다. 4월 무심천, 구름처럼 피어난 벚꽃 아래 마스크 벗고 꽃 마중 나온 사람들의 밝은 얼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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