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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지난 8월 하순 이른바 '황제 의전'이 논란이 됐다. 한 장의 사진이 문제였다. 나도 그 사진을 보고 '이것은 아닌데..'하는 경악과 의구심이 동시에 들었다. 아프가니스탄인의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입소 야외행사장. 브리핑을 하는 법무부 차관 뒤에서 법무부 직원이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는 사진이었다.

여러 언론 매체는 법무부 차관과 현 정권을 비난하기 바빴다. '지금이 조선시대냐?' '김정은도 트럼프도 직접 우산을 쓴다!'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분개했고 일부 정치인들도 '나도 우산은 내가 쓴다'며 비난의 물결에 동참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이들을 구출한 한국군의 '미라클' 작전 성공은 그야말로 미라클(Miracle)처럼 사라졌다. 이렇게 되자 법무부 차관은 '이유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반전은 그다음에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충북 in 뉴스'의 최현주 기자는 논란을 제공한 것은 오히려 취재진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법무부 차관 옆에서 우산을 들고 있는 법무부 직원에게 '자세를 낮춰라' '뒤로 가라' '더, 더 앉아라'라고 하여 결국 무릎까지 꿇게 되었다 한다. 마치 사진에 나와서는 안 되는 물건 취급을 한 것이다. 과정은 사라졌고 결과만 남았다. 사실이 이런데도 '기자가 시킨다고 하는 차관은 뭐냐?'라고 비난하고 있으니 차라리 기자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낫지 않았나 싶다. 이번 일로 가장 상처를 받은 사람은 누가 뭐래도 우산을 받쳐 든 법무부 직원일 것이고 최현주 기자의 용기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었다.

사진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사진의 보정이나 조작이 쉬워졌다. 이에 따라 사진의 진실성과 사실성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가 문제로 부각되었다. 이와는 별개로 사진 촬영자의 의지나 의도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사실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는 것도 사진이다.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보도 사진에서는 공정한 시각에서 촬영해야 다른 오해나 추측을 불러오지 않는다. 사진은 말이 없지만 많은 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하는 것 또한 사진이기에 사진 한 장에도 올바른 마음가짐과 열정이 필요하다.

루벤스가 그린 '시몬과 페로'라는 그림이 있다. '딸의 젖을 빠는 아버지' 그림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늙은 시몬은 사형을 선고받고 음식물 공급이 중단되는 가혹한 형벌에 죽을 지경에 이른다. 아이를 해산한지 얼마 안 되는 페로는 아버지를 면회 가서 곧 죽을 것 같은 아버지에게 가슴을 풀고 젖을 물렸다는 일화를 그린 그림이다. 전후 사정을 모르고 그림을 보면 노인과 젊은 여자의 추한 애정 행각에 불결함과 분노를 느낄 것이다. 이처럼 그림도 사진같이 그 속에 담긴 본질을 알아야 오해가 없다.

어릴 때로 기억된다. 국어 교과서에 '언론의 사명'에 대해 말한 것이 있었는데 그때 인용된 것이 영국의 「데일리 메일」 신문이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다른 신문들은 연합군이 밀리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지 않았지만 데일리 메일만은 사실대로 보도하며 영국군의 무기가 낡았다는 사실도 알렸다. 국민들의 분노에도 그 신문은 진실 보도가 사명이고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는 신념을 유지했다. 결국 연합군은 승리했고 연합군에 패한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데일리 메일 때문에 전쟁에서 졌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공정한 보도를 한 그 신문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날 데일리 메일은 신문사 주인이 바뀌어서 그런지 인터넷 판에서 '낚시성 기사'로 재미를 본다고 하니 씁쓸하다.

학창 시절 나는 신문사 명사설집(名社說集)을 구해 어려운 한자를 해독하며 읽었다. 일제와 독재에 항거하는 문장은 기개(氣槪)가 있었다. 70년대 중반 독재 정권의 신문 탄압에 '백지 광고'로 대항한 'ㄷ'신문의 용기에는 응원을 보냈었다. 하나 요즈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세태가 안타깝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과 사생활 침해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오늘, 언론의 사명과 책임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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