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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엊그제 초복(初伏)이 지났다. 우리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는 기원전 679년 진(秦) 나라 때 복날을 맞아 개를 잡아 해충의 피해를 막는 제사를 지냈다는 데서 복날이 유래됐다고 중국의 《사기》를 인용했다. '삼복더위에는 입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이 있듯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보양식이나 시원한 과일을 먹고, 산속 계곡에 들어가서 더위를 물리쳤다.

올해도 복날을 맞아 보신탕을 찾는 사람들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초복을 앞두고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는 법안과 조례가 발의되고 개고기 식용 논란은 더 거세졌다. 양쪽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지난 6월 28일 일부 국회의원들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식용을 위해 개를 잡거나 팔고 사는 행위를 처벌하는 한편 개 농장 폐업에 대한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개는 4만 년 전부터 인류가 길들인 가축인데 식용으로 사용하였다 한다. 예로부터 복날에 먹는 보양식으로 많이 쓰였고 종묘 등의 제사에도 올렸다 한다. 한국의 개고기 식용은 삼국시대부터라고 추정된다. 평소 개고기를 먹지 않던 사람도 몸이 아프면 보신으로, 복날에는 계절 풍습으로 먹어 왔다. 《동의보감》에는 '오장을 편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기력을 증진 시킨다.'고 했다. 2000년 초까지 복날에 삼계탕보다 보신탕이 더 성행했으나 반려견의 증가로 개고기 식용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전통적인 보양식이냐, 반려동물로서의 자리매김이냐가 충돌하게 되었다.

'축산법' 제2조에 개는 가축으로 되어있는 반면 가축의 도살·유통·가공에 대한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는 가축에 포함되지 않았다. 바로 이 부분이 법 간에 상충되는 점이고 개의 판매·유통이 불법이 되는 것이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적용 대상 가축에 개가 포함되지 않아 잔인하게 도살되고 비위생적이어서 국민 건강에 위협을 준다면 당연히 그 법에 개를 포함시켜 관리하는 것이 맞다, 더 이상한 것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는 허가나 면허를 받은 경우에만 개의 도축이 가능하다 했으나 실제로 개 도축에 필요한 허가나 면허를 주는 제도가 없다.

나는 반려견을 키우지는 않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뭐라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얼마 전에 피반령을 넘다가 차로에서 방황하는 강아지가 안쓰러워 관련 단체에 신고하기도 했다. 또 개고기를 잘 먹지는 않지만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지도 않는다. 개고기 식용은 오랜 전통이었고 최근 들어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드는 마당에 굳이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 각자가 알아서 선택할 일이다.

서구에서는 먹지 않았기에 우리의 개고기 식용이 더 비난받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전통적으로 먹어왔던 개고기 식용을 야만적이거나 창피한 관습이라고 매도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오히려 '문화 사대주의'가 아닐까? 그들도 거위를 학대하여 만든 프랑스 고급 음식 프아그라(Foie gras)를 먹지 않는가?

내가 개를 반려동물로 키운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 자기의 주장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듯이 개고기를 먹고 안 먹는 것이 도덕성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식용으로 하는 개와 반려견은 엄연히 다르다. 젊은 층의 수요도 많지 않고 개고기 수요의 급격한 감소가 염소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지는 추세에 그냥 두어도 머지않아 개고기 식용 논란은 종식될 것이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차를 운전해 본 사람은 안다. 도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속도제한, 그리고 10㎞ 단위로 수시로 바뀌는 속도제한이 짜증 나고 혼란스럽다는 것을. 이처럼 우리 사회 모든 것을 법이나 규정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때로는 자율성을 부여하여 스스로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복날을 맞아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갈등이 '시간'이 주는 미덕으로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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