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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야구와 축구경기가 시작되었다.

예년에 비해 한 달 이상 늦었지만 관중 없이라도 경기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야구의 본고장 미국은 스포츠채널 ESPN에서 우리 야구를 하루 한 경기씩 LIVE로 중계하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에서는 한국의 축구 K-리그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LIVE 중계에 목말랐던 미국 야구팬들은 시간대가 새벽인데도 밤잠을 설치고 있고, 한국 야구에 대해 새로 공부를 하는가하면 자신이 응원할 팀을 정한다고 하니 참으로 낯선 광경이다. 그들은 지명타자제도와 선수 입장 때 선수별로 맞춤형 음악을 틀어주고 '빠던'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우리의 독특한 야구를 신기해한다고 한다. 빠던은 '빠따 던지기'의 줄임말인데 타자가 공을 친 후 하는 일종의 세리머니로 배트를 던지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나 미국에서는 상대투수를 자극하는 행위로 다음 타석에서 위협구로 보복당할 수 있어 금기시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빠던의 아버지'로 불리는 은퇴한 양준혁 선수는 '빠던은 그냥 멋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타격의 일부분'이라고 말한다. 1998년부터 외국인 선수가 도입되면서 외국인 투수는 빠던을 하는 양준혁 선수에게 위협구를 던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길을 갔다. 오히려 양준혁은 '한국에서는 그들이 한국야구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맞는 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자존심이다.

축구에서도 골을 넣고 화끈한 세리머니를 하고 투수도 삼진을 잡고 환호하는데 유독 타자만 장타를 날리고 방망이를 던지면 안 된다는 것은 그네들 나라에서만 통하는 불문율이요 문화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만들어 놓은 불문율에 얽매어 있다가 거침없이 방망이를 던져버리는 호쾌한 '빠던'에 열광하고 있으니 코로나19가 가져온 또 하나의 진풍경이다.

코로나19는 우리가 모르고 있던 우리의 소중한 가치를 알게 해줬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미국주도의 세계질서는 재편될 것이고 미국과 유럽이 선진국이라는 것이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과 우리 스스로 선진국임을 알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번에 투명성, 개방성, 신속성으로 방역에 성공하고 있는 사이 소위 말하는 선진국들은 늦장 대처와 은폐로 국민들의 안일함을 불러 폭발적인 감염을 가져왔다. 선진국이라는 그들이 동양인을 조롱하며 마스크도 쓰지 않고 버티다가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사재기를 하고 우리에게 진단키트를 보내달라고 사정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큰일을 해냈는지 확연히 알게 되었다.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확진자의 신속한 이동 동선 공개 등 우리의 방역사례가 세계표준이 되었고 다른 나라는 할 엄두도 못내는 선거를 우리는 감염 발생 한 명 없이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제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바뀌었지만 정작 우리 자신은 그들의 칭찬에 놀라며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오랜 사대주의와 일제 강점기를 거쳐 6.25 남침으로 폐허가 된 국토와 남북 분단 그리고 강대국의 영향으로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기존에 선진국이라고 여겼던 국가들이 허둥대는 것을 보고 많은 국민들은 그들이 선진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이제 우리가 과거의 열등감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 아닐까?

지금까지는 우리의 우수함을 다른 나라에 보여주려고 애를 썼지만 이제 우리는 그들의 허망한 모습을 보며 우리의 저력과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인식이 코로나19 이후 전개될 달라진 세상에 강한 경쟁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다시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서로를 쓰다듬으며 우리들 마음의 꽃밭에 바이러스의 발자국이 찍혀지지 않기를 빌어 본다.



아카시아 꽃향기 옷소매 적시는 지금은 5월. 우리 스스로를 대견해 하자.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우리가 한류(韓流)를 만들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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