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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08 17:03:50
  • 최종수정2023.06.08 17:03:50

정익현

건축사

2023년 4월 27일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그다음 날 TV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3'가 시작됐다. 6년 전 숱한 명대사를 남긴 바로 그 드라마가 김사부3까지 이어졌다. 드라마 인기와는 다르게 간호법은 거부권이 행사되어 5월 30일 국회에서 재의결하였으나 부결됐다. 간호법은 폐기됐고 의사단체는 파업 계획을 철회하였다.

이번 사태는 국민들이 우리의 의료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간호법의 쟁점은 무엇인가? 간호법은 의료법 안에 있는 '간호사의 신분과 할 수 있는 일'을 따로 떼어내 정리한 것이다. 제1조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5조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이 논란이었다. '지역사회' 문구로 의사단체는 간호사 단독 개원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것은 현행 의료법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방에서는 의사가 없어서 간호사들이 상당 부분 의료 행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가 하지 않을 경우 불법인 것을 의사 지시에 의해 관행적으로 해 온 업무를 간호법으로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이렇듯 간호사는 불법과 합법 사이를 오가며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했는데 다른 직역(職域)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의사, 간호사 숫자가 적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 3천507명이던 의대 정원은 그 해 의약분업 사태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서 2006년 3천58명이 되었다. 이후 지금까지 17년간 동결되었다. 의약 분업 시 조제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의대 정원을 줄여 달라는 의사 단체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한 결과였다. 그 후 정원 확대를 하려고 하면 의사 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최근 2020년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를 꾀하자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파업으로 의사 단체는 맞섰다. 간호사 역시 숫자가 OECD 평균의 절반 이하인 현실에서 과도한 업무 부담은 사기를 저하시켜 사직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의료시스템의 큰 틀이 치료에서 만성질환으로 바뀌고 있다고 의료전문가는 말한다. 이번 사태를 정쟁(政爭) 혹은 직역 간의 갈등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의료시스템 구축의 시발점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의료계의 누적된 문제의 본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편향적인 시각으로 간호법을 대할 것이 아니라 의료시스템 전체를 손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한 하나의 이익 단체가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익 단체는 그 단체 구성원의 권익이 우선이지만 그것이 공익에 우선 될 수는 없다.

이쯤에서 우리 교육 현실을 돌아본다. 초등학교에 '의·치·한·약'반이 생겨나고 고등학교 최상위권 학생의 진로는 '의·치·한·약'으로 향한다. 이른바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이다. 1970년대에 대학에 갔던 나 때는 우수한 이과 계열 학생들이 공대를 많이 갔다. 의대를 특별히 더 선호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의 80% 이상이 의대를 원하고 있다.

'의·치·한·약'의 신입생 대다수가 재수생 출신이고 이른바 SKY 등 명문대 이공계열 학생이 재수를 하여 '의·치·한·약'으로 갈아타고 있다. 인문계는 법조인을 꿈꿔 인재의 쏠림 현상은 이제 국가의 균형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은 공정과 평등을 가르쳐 올바른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법조인에 맞춰져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사람들은 왜 '김사부'에 열광할까? 현실에는 없는, 마치 이 시대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이기에 그럴 것이다. 김사부의 호통에서 사람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리라. 외상센터장으로 부임한 대학 동기 차진만. 원칙주의자이면서 의사의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그는 '의사한테 명예 빼면 뭐가 남는데?'라며 김사부에게 묻는다. 김사부는 이 시대 모든 의사들에게 일갈(一喝) 한다. '사명감!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다치고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일이야. 시작도 거기고 끝도 거기여야 돼. 그 외에 다른 건 다 부질없는 잡소리다. 진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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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