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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3.14 15:33:48
  • 최종수정2024.03.14 15:33:48

정익현

건축사

다음 달 4월 10일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정치권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이에 따른 잡음도 무성하다.

공천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탈당하여 상대방 당에 입당한 사람,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 또 '어디 잘 되나 보자!' 비난하며 어정쩡한 자세로 관망하는 사람. 이런 와중에 공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선언한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박광온 의원은 '원팀'을 강조하며 경선 패배를 겸허히 수용한다 했고, 이재명 당 대표의 정치적 동지로 알려진 김지호씨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당의 승리를 위해 주어진 역할을 다 하겠다'며 공천 탈락에 승복했다.

'국민의 힘'에서는 창원의 장명기 예비후보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결선 투표에 나선 배철순 후보를 지지한다 했고, 울산 남 갑甲 이채익 후보 또한 공천심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무소속 출마를 한다 했으나 공천 결과에 승복하겠다 했다. 이 밖에도 각 당에서 여러 명의 탈락자가 승복한다는 선언을 했다.

과거 우리나라 정치를 돌아본다. 1971년 대통령 선거, 신민당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김영삼 후보는 '김대중씨의 승리는 우리들의 승리이자 나의 승리이다'라며 경선 결과에 승복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작은 표 차이로 패배한 박근혜 후보도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이번에 서울 중-성동 갑甲에 출마한 민주당의 전현희 후보는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강남 을乙 경선에 패한 후 송파 갑甲 후보로 당의 공천을 받았으나 공천장을 반납하고 경선에서의 승자를 도우며 백의종군 했다.

경선 불복의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이인제 후보가 아닐까? 그는 신한국당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하자 탈당하여 새로운 당을 만들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이 사건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자는 당해 선거의 같은 지역구에서는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제57조 2'의 개정으로 이어졌으니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이 바로 이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2020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 후보는 선거를 치르기 전부터 '본인이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불복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불복 연설을 했고, 그의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바람에 미국 민주주의는 체면을 구겼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은 승복 연설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바이든에게 패했을 때는 불복 연설을 했다. 이와는 달리 2000년 앨 고어, 2004년 존 켈리, 2008년 매케인의 패배를 승복하는 연설은 우리에게 감동을 줘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경쟁에서 패배한 자의 불복은 스포츠에도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이탈리아, 스페인을 이겨 4강에 올랐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아시아권 나라에 당연히 이겼어야 했다는 오만傲慢은 아닐는지. 러시아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불공정했던 판정 등 가장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야 할 스포츠도 정치판 못지않게 오염됐다.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 해서 마음속까지 승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갖은 막말과 비난성 발언, 이에 편승한 가짜 뉴스에 시달리는 유권자로서는 경선 패배자의 승복 연설이 신선하다.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아름다운 패배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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