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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지난 연말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복권했다. 국정 농단, 뇌물수수 등의 죄목으로 22년 형을 받고 4년9개월의 수감생활 끝에 석방됐다.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공약이 있었고 '특별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해 행사하겠다', 사면 조건으로 '진심 어린 사과와 국민 공감대'를 내세웠던 문 대통령이었기에 연말 전격적으로 단행된 사면에 국민들은 놀라고 그 배경에 의견이 분분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 제79조 ①항에 보장되어 있으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 ①항과 충돌하고 있다. 또한 법원에서 선고한 형의 효력을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형을 사면하는 것은 3권 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 왔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일반사면에 비해서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특별사면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이래 일반사면은 없었던 반면 특별사면은 수 십 차례 있었다. 특별사면의 수혜자가 주로 재벌이나 정치인이었기에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의 정비가 지지부진한지도 모른다.

사면 제도를 두지 않는 국가도 있으나 대부분의 법치국가에서 사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과 각 주의 주지사까지 사면권을 가지고 있다. 다만 사면 절차를 미국 연방 규칙으로 정하여 사면권 남용을 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특히 탄핵을 당한 공무원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다. 일본은 유기징역일 경우 형기의 1/3, 무기징역일 경우 10년이 지난 후에야 사면 신청이 가능한데 사면 심사위원은 법무부장관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독일은 사면에 앞서 법원, 행형 위원회, 보호관찰관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프랑스는 특정 범죄에 대하여 사면을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여러 방법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방법은 있다. 사면 대상에 특정 범죄를 제외하고, 일정 형기가 지난 후 하도록 하며, 사면 심사위원회 구성을 객관적으로 하여 남용을 억제하면 된다. 사면권은 헌법에서 보장한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국민의 공감대 속에 이루어지는 고도의 통치술이어야 한다.

1997년 4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자마자 사면 이야기가 나왔다. 그해 12월 있는 대통령선거에서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두 사람의 사면을 선거공약으로 내 세워 사면의 공정성을 훼손시켰다. 결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틀 후 김영삼 대통령은 국민화합을 명분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발표했으니 형 확정 후 불과 8개월 만이었다.

2007년 개봉된 영화 '밀양(密陽)'은 우리에게 '용서'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 준다. 신애(전도연 분)는 하느님으로부터 용기를 얻어 아들을 유괴 살인한 죄인을 어렵게 용서하기로 하고 교도소를 찾는다. 그녀가 마주한 가해자의 평화로운 얼굴. 용서하러 온 신애에게 가해자는 '교도소에서 하느님께 회개하고 용서를 받았다'고 뻔뻔하게 말한다. 아직 용서할 준비가 덜 된 신애는 절규하고 우리는 섣부른 용서의 한 단면을 본다.

'용서해 주고 싶었는데 용서를 할 수 없어요. 이미 용서를 얻었는데 제가 어떻게 용서를 해요?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이 영화는 '용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죄를 지은 자는 오로지 피해 당사자에게만 용서받을 수 있고, 용서를 받았다 해도 그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 간의 용서와 달리 사회적인 용서는 사회 구성원의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대선 정국에 묻혀 오히려 조용한 느낌마저 드는 이 상황이 불편하다.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데 용서할 수 있는가, 용서해야 하나, 용서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사람들은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용서한다.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없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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