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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본인 그림을 다른 사람이 그리게 하여 사기죄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지난 달 6월 25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 판결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다.

이 사건은 조영남씨의 그림을 구매한 사람들이 그를 사기죄로 고소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가 보조 작가를 고용하여 그림의 대부분을 그리게 하고 본인은 아이디어 제공과 약간의 덧칠만 했다는데서 문제가 되었다. 1심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유죄였지만 2심과 대법원은 무죄로 판결하였다. 1심은 작업에 참여한 보조 작가를 독자적인 작가로 보고 구매자를 속인 행위라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이 작품이 화투를 소재로 한 조영남씨의 고유 아이디어라는데 무게를 두고 보조 작가는 단지 기술보조에 불과하다 했다. 보조 작가의 사용은 관행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 재판의 몇 가지 쟁점 중 '조영남씨가 직접 그림을 그렸는지 여부가 구매자의 작품 구매의 본질적인 동기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제 3자를 사용한 미술작품 제작 방식을 구매자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 미술계의 통상적인 거래관행인지 여부'가 관심이었다. 1심은 보조 작가를 고용한 것이 구매자를 속인 것으로 봤고 2심과 대법원은 보조 작가를 썼다는 것이 구매 시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했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돈만 있으면 제 3자가 대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사기가 아니며 그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릴 의무도 없다는 것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마음은 불편해 진다. 조영남씨가 보조 작가의 사용을 알리지 않음으로서 본인의 온전한 그림으로 세인을 착각하게 했다면 그 유명한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팩토리(FACTORY)에서 보조 작가를 사용해서 작품 제작을 한다고 공개한 사실을 법원은 주목했어야 했다.

검찰이 200여 점의 조영남씨 작품 중 17명에게 판 21점의 작품을 특정해서 사기죄로 기소했다는데 법원이 이들 17명을 불러 작가의 이름을 보고 구입한 것인지, 누가 그렸던 간에 그저 그림이 좋아서 구입한 것인지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졌다면 보다 국민정서에 맞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법은 우리들 앞에 저만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의 숨결이 들리는 몇 발자국 앞에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아왔던 예술작품에 대한 개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작가가 장인(匠人) 정신을 발휘하여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든지 제 3의 보조자를 써서 작품을 완성하고 그것을 자기의 작품이라 해도 된다는 논리이다.

이번의 판결이 자칫 예술작품에 법의 잣대가 개입해서 미술계의 좋지 않은 관행에 면죄부를 준 나쁜 판례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또한 보조 작가를 사용하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 했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후 한국미술협회는 성명서에서 '미술이란 작가의 고유한 창작활동으로써 남이 대신 그려주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용납되지도 않는다'했다. 사회통념상의 잣대와 법률과의 괴리(乖離)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숙제이다.

나는 보조 작가의 사용은 현대미술의 어느 특정한 분야에만 국한되어야 하고 아이디어만큼이나 작가의 손 끝 감각 즉 손재주도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그림에서 색감이나 붓의 텃치는 얼마나 중요한가! 음악의 경우 같은 악보일지라도 오케스트라마다, 지휘자에 따라 느낌이 다르거늘 오로지 아이디어만 존재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기술적인 요소(솜씨)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제껏 노력하여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이룩한 작가에게 절망감을 안겨줄 것 같다. 이제 예술가들은 자기 작품에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느냐를 두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조영남씨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다시 전시를 계획하고 바빠지게 되면 보조 작가를 또 쓸 것이라고 했다는데 과연 전시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예전처럼 그림이 팔릴지 여부가 대법원 판결보다 더 준엄한 국민의 판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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