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10대 충북도의회가 또 산으로 가고 있다. 건너선 안 될 강을 건너고 있는 모양새이기에 더욱 꼴사납다. 도민을 위한다고 말로는 떠들고 있지만, 하는 행태는 저마다의 앙금을 담아둔 채 발목잡고, 트집잡는데 혈안이다. 역시 도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도의회는 10대 의회 출범과 동시에 감투싸움으로 파행을 일삼았다. 2년 동안 건건이 부딪혔다. 이들의 소모적인 논쟁에 도민들은 떠났다. "저러라고 뽑아 준 게 아닌데…"라는 한탄마저 사라졌다. 이제는 도민들의 관심 밖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고 있다. 그것도 매우 치열하게. 전반기를 마친 도의회는 도민들에게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하지만 후반기 역시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더욱 오합지졸이 됐다. 철저하게 갈라지고 찢어졌다. 선장의 리더십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불신임 결의 움직임마저 본격화되고 있다. 후반기 의장 선출에서 불거진 새누리당의 내분은 '제3당' 출현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김양희 의장이 추진한 장애인 특위, MRO 특위 등은 의회 내 공감을 얻는데 실패했다. 반(反)의장 세력은 줄곧 상임위원장단 선출과정에서의 비민주적 행태를 지적했지만
[충북일보] 충북도내 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 50%를 넘는 지자체가 아예 없다. 대부분 20%대다. 이런 재정 상황으론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렵다. 지방세 수입만으론 어쩔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그동안 본란을 통해 소모성·낭비성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수없이 강조했다. 실효성 없는 국제대회부터 없앨 것도 주문했다. 그나마 앞으로는 무문별한 국제경기대회 유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더민주) 국회의원이 지난 7일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 법률안에는 대회 유치 전 전문기관에 의한 국제경기대회 타성성 조사 결과 제출을 의무화했다. 유치 승인 후에는 준비 상황과 사후 활용방안 등에 대한 사전평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유치 승인을 받은 경우 문체부장관이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필요 경비를 축소하고 경제 효과를 부풀려 신고하는 방식으로 대회를 유치한 지자체도 있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의 경우 경기 개최로 인해 852억 원의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켰다. 충북도와 충주시가
[충북일보] 북한의 핵 실험 등으로 대북 억지력이 약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에 새로운 각오와 대응이 필요해졌다. 북한이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날 핵실험은 지난 1월6일 단행한 4차 핵실험에 이어 8개월 만이다. 거듭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핵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 과시다. 북한의 핵실험은 더 강하고 더 빨라졌다. 5차 핵실험 규모는 10kt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1차 1kt, 2차 2~6kt, 3~4차 6kt으로 점차 위력이 증가하고 있다. 핵실험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이 2~3년 주기를 깬 배경은 미국과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한미의 대북 정책에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으로 더 강하게 반발하는 '제재와 반발' 패턴의 반복이다. 북한은 정권수립 기념일(9월9일)을 맞아 핵실험을 다시 감행했다. 대내외적으로 핵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예상되는 추가 제재까지도 감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 역시 더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을 예고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반도의 위기 국면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상당 기간 북한 핵…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국민들 모두가 가장 태평스런 절기란 뜻이겠으나 명절을 지나면서 일부 서민들에게는 범죄피해의 아픈 추억이 새겨지는 절기가 될 수도 있어 경찰 입장에서는 당부에 당부를 하고 싶은 철이기도 하다. 민족의 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찾을 형제. 친지들 맞이에, 차례상 준비에... 아무리 경기가 불황이고 빡빡한 살림살이라고 해도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엔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이고, 민족의 대이동 속에 도시의 주택가는 빈집들이 늘어나고, 금융기관에서는 많은 현금이 흘러나오게 되는 요즈음. 누군가는 이러한 대목을 반기며 범죄를 계획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경찰에서는 벌써부터 특별방범계획을 세우고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였지만 모두가 들떠있는 분위기 속에서 행여나 서민들을 울리는 범죄가 늘어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때일수록 조금더 세심한 주의로 범죄가 발생하지 않기위해 명절을 앞둔 시점에서 범죄 예방을 위한 몇가지 팁을 소개해 본다. 우선, 빈집털이 절도 예방이다. 집을 비울 때에는 문 단속. 창문 단속뿐 아니라 다액의 현금이나 귀중품은 은행에 보관의뢰를 하는 한편 현관 앞 우편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에어컨 가동이 급증하면서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한 요금 폭탄 우려로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웠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동일한 전기 소비 행태를 보이는 가구라도 매월 검침일에 따라 누진 사용량의 차이가 발생하여 전기료가 달라지는 문제점이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짐에 따라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원격검침시스템 도입으로 원격검침시스템은 원격지에 있는 계측기에서 측정한 값을 통신 회선을 통해 자동적으로 수집하여 컴퓨터로 집계·분석을 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원격검침시스템을 도입하면 전국 가정이 동일한 날에 검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희망일 검침제나 시간대별 요금제, 실시간 전기사용량 제공 등이 가능해져 보다 합리적이고 다양한 요금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ICT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이러한 원격검침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 알게 모르게 조금씩 파고들면서 우리 삶을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바꾸어 놓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인터넷 종합쇼핑몰인 아마존은 사물인터넷(IoT)과 온라인
교육계에서 매우 존경받고 계시는 분의 초대로 박약회를 소개받았다. '박약'이란 中庸의 박학어문(博學於文) 약지이례(約之以禮)의 줄임말로 널리 학문을 배워 익히고 이를 예로서 실천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박약은 모든 지식인들의 로망인 셈이다. 한때 성리학 분야를 공부한 경험이 있어 박약이라는 이름에 끌렸기 때문이다. 현재 진두에서 박약회를 이끌고 계시는 분이 이용태 회장이라는 말에 선뜻 입회를 하게 되었다. 과거 삼보컴퓨터 등 기업 운영에 헌신하셨던 분이 이제는 백년대계인 후세 교육에 열정을 기울이고 계시는 강의를 직접 듣고 감동하였기 때문이다. 금년 여름 방학 중에 박약회 강사들의 워크숍이 있다 하여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을 찾았다. 수련원 중앙에 있는 퇴계선생 좌상의 대좌에 적혀 있는 말이 '소원선인다(所願善人多·내가 바라는 것은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所願善人多가 궁금하여 선생의 시를 찾아보니, 31세 때 동암 양진암을 신축하면서 지은 시에 산중에 사는 늙은이가 웃으면서 묻기를 장차 퇴계는 무엇을 하려오· 몸소 밭갈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혀로 대신 밭을 갈리라. (東岩言志) 라 하여, 가르침으로 세상을 꾸리는…
우리조상들은 농경시대를 살아오면서 한해의 농사를 지어 수확을 하면 가장 먼저 조상님께 햅쌀로 빚은 떡(송편)과 과일을 차려놓고 먼저 예(禮)를 올린 다음 하늘(자연)에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었다. 추석의 유래는 신라 3대 유리왕 때 도읍안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음력 7월 보름에서 8월 한가위 날까지 한 달 동안 두레 삼기를 하였다고 한다. 마지막 날 심사를 하여 진편이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회소곡(會蘇曲)을 부르며 놀았던 유래가 삼국사기에 기록되었다. 당시 명칭은 가배(嘉俳)라 하였고, 한가위, 중추절(仲秋節), 추석(秋夕)이라 한다. 추석에 올리는 제를 차례(茶禮)라 하는데, 이는 차(茶)를 일상으로 마시는 중국의 풍습이 전해진 것이라 한다. 결실의 계절에 수확한 햇곡식을 조상에게 천신(薦新)하는데, 기제(忌祭)와는 다르게 아침에 무축단배(無祝單杯)로 축문을 읽지 않고, 모든 조상님께 한 잔의 술을 올리는 예이다. 차례를 마친 다음 음복(飮福)후 성묘(省墓), 벌초(伐草)를 한 다음에 농악놀이, 소 놀이, 거북놀이 등을 하며 즐겼고 부녀자들은 밝은 보름달아래서 강강술래 춤을 추며 결실의 기쁨을 축제로 승화시킨 전통…
우리 집 화분에서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는 천년초를 고무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뽑아 쓰레기통에 넣었다. 천년초 라는 이름을 가진 선인장을 우리 집에 들일 때에는 남편의 건강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어렵게 공수해왔다. 지인이 텃밭에 가꾸어 사철 조금씩 떼어서 갈아먹는데 건강식으로 그만이라는 말에 나에게 몇 뿌리 나누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해 얻어왔다. 화분에 심어 놓고는 혹시 잘못 관리하여 죽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으로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천년초 이다. 어쩌면 이 선인장이 남편의 건강을 다시 찾게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돌봤다. 천년초는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아픔을 주는 존재였다. 잔가시가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어쩌다 화분의 선인장을 스치기만 하여도 보이지도 않는 가시가 손등과 손바닥에 박히어 어찌나 성가시게 하던지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빼어낼 수도 없고 따끔거리며 사람을 은근히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남편이 위암 판정을 받고 위 전부를 절재 하는 수술을 받고 조심스럽게 생활한지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 위암이라는 사실을 통보 받았을 때 남편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 암 이라네!" 하고 말했을
[충북일보]충북도내 12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심각하다. 지방재정의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행정자치부 '2016년 재정자립도 현황'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자체의 90%가 넘는 220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 미쳤다. 전국적으로 재정자립도 50% 이상 지자체는 23 곳뿐이다. 도내에서 50%를 넘긴 지자체는 단 1곳도 없다. 보은군은 10.2%였다. 조사대상 243개 지자체 중 꼴찌서 6번째다. 청주시가 35.8%로 가장 높다. 하지만, 전국 62위다. 지방재정자립도란 지자체가 재정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어느 정도나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자체의 재정자립 수준을 나타낸다. 그런데 지표에서 나타나듯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방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지 20년이 지났다. 길지 않은 역사만큼 부실한 지방자치를 보여주고 있다. 80대 20의 국세와 지방세 구조는 시대의 변화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변치 않고 유지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의 재원 수요는 언제나 어렵다. 지방재원이 부담해야 하는 복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교부금 등 중앙
[충북일보]지방재정이 튼튼해야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가 원만하게 운영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다. 그런데도 각종 축제와 행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 행사엔 선심성·사치성 예산이 투입된다. 때론 일회성의 전시효과를 위해 쓰이기도 한다. 충북도내 곳곳에선 지금 이 시간에도 지자체마다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개최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전국 행사·축제 1만5천240여 건 중 1천만 원 미만의 행사·축제가 6천850건(44.9%)을 차지했다. 상당수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소모성·낭비성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축제나 행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치밀하게 기획·개최돼야 한다. 그래야 경제적 실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 전시행정으로 이뤄진다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급조된 국제행사 등의 폐해는 말할 것도 없다. 낭비성 행사부터 없애야 한다. 행정자치부가 '2017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운영기준(행정자치부훈령)'을 확정해 각 지자체에 통보한 이유는 분명하다. 지자체의 재정건전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행사·축제 예산총액한도제를 권하는 내용이다. 이 예산편성기준의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보노라면 머릿속이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기존의 상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배워온 도덕적 기준이 무색하게 얼굴 뻔뻔한 이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면서 그 혼란스러움을 부채질한다. 여기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큰 것은 이런 일들의 주인공이 소위 나라를 주무른다는 집권층이나 권력자들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아는 것처럼 청와대에 있는 어떤 수석이나 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자들, 그리고 얼마 전 임명된 경찰청장의 얼토당토않은 과거 행적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는 참담한 현실이다. 그런 한편, 이런 일이 하도 잦아 오히려 내가 잘못된 건 아닌지 반문하는 경우도 있으니 세상 참 별꼴이 따로 없다. 그렇잖아도 과문하기 짝이 없는 사람인데 거기에 더해 내가 엉터리 공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름 하여 베이비부머에 속하는 우리 또래들은 대부분 엇비슷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교생활 역시 그러하였다. 당시 기억으로 인구밀도가 세계 3위니 4위니 하면서 동네는 물론 학교 교실마다 아이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유례없는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된 것도 바로
얼마전 도로에서 갑자기 두 번씩이나 방향전환을 시도하는 앞 차 때문에 시비가 붙은 적이 있다. 니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시시비비를 가리다가 그 사람과 내가 내린 결론은 주민등록증 이른바 민증을 까자는 것 이였다. (나이와 운전이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친구는 내가 자신보다 어려 보였나 보다. 그리고 마침내 민증을 서로 공개했는데 의외로 그 분은 나보다 한 살이 어렸고, 그 결과에 그 분은 아무 소리 안하고 차를 뺐다. 지금 생각해도 옹졸하지만 통쾌한 순간이었다. 하하하. 그런데 그러고 나자 드는 찝찝한 기분은 뭘까. 나이 먹는다는 것이, 상대방보다 나이 많은 것이 좋고 나쁨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나이 값 좀 하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나이 값이란 아마도 나이에도 가격이 있으니 나이 값 좀 하라고 우리는 연장자에게 말하고 지위나 역할 등등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꼴값을 한다며 이른바 얼굴을 기준으로 비난을 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들, 즉 여성과 남성의 혐오전쟁은 물론 정치권에서 전개되는 이전투구는 물론 동북아 국제정세 등등은 제 값 즉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어제 오
여름이 갔다. 길었던 여름, 아니 길었던 더위가 갔다. 음력의 절기를 하나하나 무시하고 더위에 대한 기록을 차례로 깨던, 폭풍 같았던 더위는 8월말 한 번의 비와 9월의 달력을 넘기자마자 결국은 계절 앞에 무릎을 꿇고 패권은 푸른 하늘과 귀뚜라미에게 내주었다. 아직 본격적인 가을을 만나진 않았지만, 때론 짓궂은 꿈같았던 지난 여름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애써 가을을 더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이 있다. 매년 맞는 추석이지만 시기마다 마음과 기억 속에 새겨지는 추석은 각각 다르다. 어렸을 적엔 그저 친척들과의 만남과 북적이던 천안 할아버지 집이 마냥 좋았다. 오랜만에 뵙는 삼촌들의 달콤한 용돈과 사촌 형들과의 신나는 놀이를 즐겼고, 승용차 없이도 기차와 버스를 타고 시골에 있었던 선산 성묘가 소풍같아서 좋았다. 청소년이 되어서는 조부모님을 모셨던 우리 집에서 명절을 준비했기에 몇 일 전부터 준비하시던 어머니의 분주하신 모습이 안타까웠고, 조금 늦게 오셔서 상대적으로 일을 덜했던 숙모들이 얄밉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한 것은 항상 반갑게 인사를 하며 서로를 격려해주던 가족들 간의 만남이 있어서 추석은…
지난번 영동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앞서 가던 승용차 5대를 추돌하여 4명이 사망하고 37명이 중경상을 입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손 쓸 틈도 없이 사고가 발생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최근엔 청주 수암골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주차된 차량 두 대를 추돌하고 인근 건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현장 인근엔 토지공사를 하고 있어 자칫 진행 방향이 달랐다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비좁고 가파른 길에 대형버스가 다니기 결코 쉽지 않은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관광시간에 쫒기는 기사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인근까지 올라와 가파른 경사로에 주차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버스기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한 졸음운전, 주행 중 휴대폰사용, 차량관리소홀 등 문제가 반복되면서 안전운전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뒤로 한 채 안전불감증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 깊은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고속·시외버스 운전기사는 1주일간 고속도로를 약 11회 정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운전기사의 하루…
[충북일보] 신도시가 건설되면 기존 도심의 공동화와 함께 인구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 세종시 건설도 같은 현상을 초래했다. '인구블랙홀' 현상이 심각하다. 인접한 대전과 충남, 충북의 인구가 빨려들어가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세종시 인구는 23만1천552명이다. 2012년 7월 출범 당시 10만751명에 비해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2020년까지 30만 명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의 자족도시 건설을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중앙부처 이주 공무원과 서울과 수도권 인구의 지방유입으로 대부분 인구가 채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세종시는 현재 대전과 충남·북에서 유출된 인구로 채워지고 있다. 인근 자치단체별로 인구 지키기에 고심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100만 인구 늘리기'에 나섰다. 인구절벽 시대에 대비한 종합계획이다. 하지만 세종시 대규모 아파트 입주 등 악재로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014년 7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세종시로 전출된 인구는 1만5천156명이다. 반면 청주시로 전입한 인구는 3천841명에 불과했다. 내년에는 세종시 아파트
[충북일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의 시행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혼란과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법은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과 공적 영역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런 만큼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로 가기 위해 필요한 법이라는 인식도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법의 시행에 따른 법 적용과 처벌을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과 우려가 일고 있다. 무엇보다도 애매모호한 법 조항이 이 법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행이후 계속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법 시행령 제정안이 엊그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관련 입법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식사비 상한선은 3만원으로, 선물 및 경조사비도 원안대로 각각 5만원, 10만원으로 확정했다. 공무원과 교원, 언론인이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직무와 연관성 여부를 가리지 않았다. 기존 형사법에서 볼 수 없던 혁명적 처벌조항이다. 그릇된 접대·촌지문화 근절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법 제정의 근본 취지는 '갑질'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자동차 극장엘 갔다. 아무런 역사적 지식 없이 이달의 흥행작 '덕혜옹주'를 관람하게 되었다. 고종의 늦둥이 딸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에서는 그녀의 항일에 대한 의지, 일본문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 조국에 대한 그리움 등 대한제국의 독립과 귀향에 대한 강한 염원이 담겨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녀의 애환이 닮긴 삶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고 우리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불러 일으켰다. 덕혜옹주의 삶에 대해 더 알고 싶었던 나는 그녀의 삶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관련서적, 인터넷 등을 살펴보던 중 내 머릿속은 혼돈스러웠다. 덕혜옹주는 일제 합방 이후 왕족 대우를 받는 등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며, 일본 옷을 입고 일본 말을 하며 일본 소학교에 다니면서 조선과 일본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일을 했다. 또한 일본 유학생 독립 운동가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알던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고 내가 느낀 감정들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개봉 3주만에 500만 관객수가 넘은 '덕혜옹주'의 평가는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그녀의 삶을 옹호하며 안타까운 현실
대한민국을 지금처럼 잘 살게 만든 세대. 앞 세대는 대한민국을 지키려고 목숨을 내어던졌지만 그 뒤를 이어서 자신들의 모든 인생을 국가재건에 희생한 세대. 이제 한번 쉬어보려고 하지만 변화무쌍한 세상은 또 다시 등 떠밀어 더 일하라고 소명을 주는 세대. 부모를 끝까지 봉양하지만 정작 자신은 봉양을 받지 못하고 자식을 봉양해야하는 세대. 명절이 되면 자식들은 해외여행가자고 하지만 조상들이 눈에 밟혀 혼자라도 벌초하고 차례 지내야하는 세대. 수 많은 경험과 능력을 이제 은퇴라는 두 글자 앞에서 내려 놓아야하는 세대. 바로 그들이 베이비 부머라고 칭하는 1955년~1963년까지 출생한 우리 인구의 1/4을 육박하는 대한민국 700만명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지금 일자리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경력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어떠한 시스템도 없이 단순히 나이로 그 기준을 삼아 이제 그만 쉬라고 합니다. 그들의 지나온 세월을 백지화하고 단순 반복적이거나 몸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일자리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나온 세월동안 축적된 대한민국의 에너지는 그냥 무용지물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더 큰 멍에를 지웁니다. 베이비…
일제 강점기 때 개악된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원통산이 지난 3월(2016년) 옛 한자 지명을 되찾았다. 원통산의 한자 지명이 '怨慟山'이었는데 원망하다는 뜻의 '怨(원)'과 서럽게 울다는 의미의 '慟(통)'으로 표기되어 그 의미가 산의 이름으로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지역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고 또 역사적 근거도 없이 일제강점기에 나타난 이름이므로 일제가 민족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바꾼 이름은 이제 마땅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므로 역사적 기록의 근거를 들어 음은 같지만 뜻은 전혀 다른 '圓通山(둥글 원, 통할 통)'으로 변경한 것이다. 지명이란 그 지역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지역 발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의도적으로 나쁜 이미지로 바뀐 지명을 원래대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매우 축하해야 할 일인 것이다. '원통'계의 지명을 개명한 예는 다른 지역에도 있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있는 부평삼거리는 1999년까지만 해도 서울방향, 백운역방향, 인천방향의 삼거리로써 부평삼거리라 불렀다. 현재는 도시계획에 의거 사거리가 되었으나 시민들은 여전히 부평삼거리로 부르고 있다. 부평삼거리는 신태양 아파트 부평공동묘지 입구에
우리 속담에 등장하는'꼬리'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가 많다.'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은 옳지 못한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반드시 탄로 난다는 뜻이다. '용꼬리보다는 뱀대가리가 낫다'는 속담 또한 꼬리를 비하한다. 한때는 한 몸이지만 머리와 몸통을 지키기 위해 급히 잘려나간 도마뱀 꼬리 자르기의 꼬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중국도 다르지 않다. 벽암집(碧巖集)의 용두사미(龍頭蛇尾)는 시작은 거창하나 마무리가 흐지부지되는 것을 말하고, 사기(史記)의 鷄口牛後(계구우후) 또한 닭의 머리(입)는 될지언정 소꼬리(엉덩이)는 되지 말라는 뜻으로 활용된다. 서양의 꼬리도 무시 대상이었다. 1906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이탈리아 토지의 80%를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흔히 '8대 2 법칙'이라고 불리는 파레토법칙은 상위 20%의 사람들이 전체 부(富)의 80%를 가지고 있는 소득분포의 불평등을 설명한다. 파레토 그래프(분포)는 매출의 80%를 담당하는 상위 20%를 머리(head), 매출의 20%를 담당하는 하위 80%를 꼬리(tail)로 부른다. 그래서 비즈니스에 있어서 핵심
마크 W. 리퍼트(Mark W. Lippert) 주한미국대사가 주목받았다. 서민적 외교 행보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2년 전 한국 땅을 밟은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그가 청주를 찾았다. 2일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개막식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서민적 외교행보 펼치다 그는 이날 개막식 인사말에서 "미국 선수들이 많이 참석했어요. 미국 선수들 경기 잘 할 거에요"라며 격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무예의 바람이 일고 있고,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건강과 스포츠 경쟁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선수들이 참가한 행사를 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투르지만 정감 있는 어투의 한국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에게 큰 박수로 화답했다. 리퍼트 대사는 직지 문화유산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전통 한옥 온돌방에 숙박한 경험을 들며 "뜨끈뜨끈한 바닥에 허리를 대니 좋았다"며 "다음날 아침 개운하게 일어나면서, 뭔가 새롭고 다른 것을 경험하는 것이 즐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대사로서 첫 지방 방문지로 안동을 간 것은 탁월한…
[충북일보] 청주시 일원에서 '2016 청주 세계 무예마스터십' 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한 외국 선수들이 잇따라 잠적해 말썽이다. 충북지방경찰청과 무예 마스터십 조직위에 따르면 종적을 감춘 외국 선수의 국적은 타지키스탄 4명과 우즈베키스탄 2명, 스리랑카 3명, 우간다 1명 등 모두 10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휴대전화기를 사용하지 않아 발신지 추적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선수들의 잠적 사례는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때 자주 발생하고 있다. 아무래도 국가 주관 행사에 비해 선수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출국하지 않고 국내에 머물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잠적 자체보다 불법체류가 더 큰 문제다. 정부가 집계한 국내 거주 외국인은 190여만 명 수준이다. 이중 불법 체류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21만 4천여 명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10명 중 1명은 불법체류자라는 얘기다. 친지 방문이나 경기 참가 등 각종 이유로 입국한 뒤 잠적하고 있다. 외국인 불법체류로 인한 악순환은 반복되는 특징을 갖는다. 우선 불법체류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불법 고용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충북일보] 최근 청주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관리비 2억 원 가량을 횡령한 채 잠적했다. 정부의 아파트 '의무 외부감사 제도'가 도입된 지 1년도 안 돼 생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또 공동주택 관리 비리 근절을 위해 '공동주택 회계처리기준'을 제정·고시했다. '공동주택 회계감사기준'도 승인했다. 그리고 2019년까지 회계연도를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로 일원화 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외부감사인에게 감사보고서 설명을 요청하면 응하도록 했다.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한 셈이다. 외부회계감사의 핵심 절차인 금융기관 조회 확인도 의무화 했다. 차입금을 부채로 계상하지 않고 누락시켜 온 잘못된 회계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변하는 건 또 있다. 내년부터는 아파트 관리자가 3만 원 이상 지출하면 세금계산서나 신용카드 매출전표, 현금영수증 등의 적격증빙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계좌로 입금 하는 경우도 '공급자 명의의 계좌'로만 입금해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전국적으로 단일 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하면 회계업무의 표준성과 투명성, 효율성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개선된 회계감사기준의 적용으로 외부 회계감사
'뮤지엄 아워스'라는 영화가 있다.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 미술사박물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영화다. 영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명작들을 설명해주듯 미술관을 관람하는 듯 한 착각을 줄 정도로 미술관 내부의 분위기와 공간묘사를 특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극중에서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미술관 지킴이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미술관을 관찰하는 대목이 진솔하게 내레이션 된다. 특히 미술관 지킴이에 대해 소개 하는 부분이 있는데 "작품들 앞에 놓인 가드라인이 보이는데, 집으로 치면 대문과 울타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관은 그래서 도피처 같다.", "같은 작품을 오래 보노라면 새로운 장면을 발견할 때가 많다.", "관객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화장실의 위치이다." 이런 대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근무하거나,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사들이다. 미술관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때로는 한없이 조용하고, 정적이 흐를 때도 있으며, 어느 때는 어린아이들과 단체관람객들로 정신없는 혼란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하면 특유의 냄새와 공기의 흐름이 있다. 차분히 가라앉는 공
공무원이 되고 나서 놀란 것은, 공무원이 없는 곳이 없고 공무원이 하지 않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온갖 곳에 공무원이 있고, 온갖 일을 공무원이 하고 있었다. 그것은 차량 관련 사무도 마찬가지였는데, 차도 없고 운전도 할 줄 모르니 차량등록사업소라는 존재조차 몰랐던 나의 첫 발령지가 차량등록사업소였다. 온종일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마치 기계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민원서류를 처리하는 모습이 늘 일상이다. 차량등록사업소에는 '기계직'이 많은데, 우스갯소리로 '기계직은 마치 기계처럼 일을 해야 돼서 기계직'이라는 말까지 해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민원을 처리하고 잠시 커피 한 잔으로 쌓인 피로를 달랜다. 차량등록사업소 업무 중 재미있는 한 가지는 말소 업무이다. 평소에 '자동차'라는 것을 딱히 중요한 재산 목록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사고팔고 처분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말소 창구에 방문하는 민원인의 다양한 사연을 듣다 보니 자동차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는 재산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다. 폐차장에 믿고 맡겼는데 홀연히 증발한 차, 사위의 친구에게 빌려줬더니 가지고 도망간 차, 이전을 했는데 양수인이 명의를 이전하지 않고…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리는 옥샘정에서 해준다. 장 담그기가 사라진 아파트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장을 원하는 이들은 많다는 뜻이다. 집에서도 발효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장 담그기 키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옥샘정에서는 모든 장류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산 재료를 100% 활용한 장이다. 인근 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