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주에는 지난 100년의 시간을 훑어볼 수 있는 자료가 하나 생겼다. '충주 근현대 연표, 1896~1980'(충주박물관ㆍ예성문화연구회, 2016. 10)이 그것이다. 반가움에 펼쳤으나 이내 두려움에 덮고 말았다. '역사상 발생한 사건을 연대순으로 배열하여 적은 표'가 곧 연표(年表)이다. 달리 연대표(年代表)라고도 한다. 연표는 기본적으로 발생 사건의 시기를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충주 근현대 연표'라는 이름은 해당 시기에 충주와 관련한 사건의 발생 등에 대한 시기와 내용의 정리를 의미한다. 기본에 충실한가? 내용에 충실하려고 한 모습은 보인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사건 발생 일자가 거의 맞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상 자료가 신문 기사이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 일자를 옮겼기 때문에 빚어진 오류이다. 지금처럼 실시간의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기사에는 사건의 발생일자가 씌어 있다. 그것을 찾아 읽어주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연표가 가져야할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 시기의 문제도 보인다. 1896년을 기준의 시작으로 제시했다. 이것은 2004년도에 '충북 100년 연표, 1896~200
[충북일보] 믿기 싫은 보도들이 계속 쏟아진다. 악취가 진동한다. 이른바 '최순실' 의혹이 뿜어내는 악취다. 여인의 치마폭에서 나는 냄새치곤 너무 고약하다. *** 지금이라도 진실 밝혀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분노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를 이야기 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배신감과 좌절감의 강도를 가늠케 한다.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이다. 갈기갈기 찢긴 국민자존심이 거리에 나 뒹군 지 벌써 한 달이다. 국격(國格)은 이미 박 대통령의 인격과 함께 찌그러져 버렸다.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이 그 책임을 다 져야 한다. 누구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물론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도 행복하지 않았다. 재임기간 내내 구설에 올라 고초를 겪곤 했다. 친인척이 연루됐든, 직접 당사자가 됐든 슬픈 나날을 보낼 때가 많았다. 정권을 내놓을 때마다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았다. 군사정권 뺨치는 부패상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가까이는 노무현, MB 10년 내리 그랬다. YS, DJ 때도 그랬다. 그렇게 소원이던 대통령을 직접 뽑고도 늘 불행한 국민이었다. 모두 제왕적
[충북일보] 충주시의 지역경제 살리기에 눈길이 간다. 충주시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위축된 지역 경기 살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관가 주변 음식점들과 고급음식점, 꽃집 등이다. 실제로 충주시청 인근 식당들은 법 시행 후 하루 한 팀의 손님도 받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인사 때나 행사 때 호황을 누리던 꽃집 상황도 비슷하다. 법 시행 후 화환이나 조화 수요가 줄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건전한 소비촉진운동이라도 벌여할 판이다. 이래저래 서민들만 죽이는 김영란법이 됐다. 요즘 공무원들은 외부 식당에서 민원인과 식사 자체를 꺼리고 있다. 가능하면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면 이동거리가 짧은데다 식사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생긴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다. 요즘 같은 때 1천300여 공무원들이 1주일에 한번 만이라도 구내식당 대신 주변 식당을 이용하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위축돼 지역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충북일보] 옥천 제2의료기기산업단지가 조성 중이다. 내년부터 분양 예정이다. 그러나 높아진 조성 원가 탓에 원활한 분양 및 기업유치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옥천군은 원만한 분양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3단계 지역균형발전 전략사업 추진계획 중 장령산휴양림명소화 사업비 140억 원을 제2의료기기산업단지 예산으로 변경해 추진할 방침이다. 물론 이 사업 추진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편입용지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마찰로 삐걱 거렸다. 편입되는 용지매수 역시 예상보다 원만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부지가 줄어들면서 분양가가 올라 갈 수밖에 없었다. 충북개발공사의 탁상감정도 한몫했다. 옥천군은 개발공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공감대형성 부족으로 결국 다시 감정을 하고 있다. 100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경축자원순환센터 악취도 원활한 분양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부지선정의 적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자 옥천군이 보조금 20억 원을 지원해 악취제거 시설개선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남은 셈이다.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산업단지가 제대로 분양이 안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문화제에 예상치 못한 가수가 등장했다. 이제 원로가수라는 이름이 어색치 않은 관록의 스타 양희은이다. 예고 없이 무대에 오른 노가수는 '아침이슬'을 시작으로 '행복의 나라로'와 '상록수'를 열창했다. 특히 엔딩을 애국가로 편곡한 '아침이슬'은 암울한 대한민국을 걱정하며 현장에 모인 시민들의 가슴에 이슬이 아닌 빗발로 젖어 들었다. 이제 불후의 명곡으로 자리 잡은 '아침 이슬'은 46년 전인 1970년, 대한민국 포크계의 전설로 존경받는 김민기가 시를 짓고 곡을 붙인 아름다운 노래다.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알려져 있으나 김민기는 서울대 미대를 다닌 화가였다. 현재는 음악 활동보다 주로 뮤지컬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다재다능한 천재 김민기가 만든 아침이슬은 정작 김민기보다 양희은이 불러 크게 히트를 했다. 대한민국의 억압된 정치 상황을 은유하는 듯한 가사로 인해 '아침 이슬'은 시위현장에서 널리 불렸고, 1975년 유신 정부에 의해 금지곡으로 묶였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1971년 정부가 건전 가요로 아침이슬을 선정했었다는 사실이다
2014년 7월 1일 점심 무렵, 청주삼겹살거리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상인들과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좁은 삼겹살거리를 가득 매운 수백여 명의 인파는 대통령을 연호하며 좀 더 가까이에서 대통령의 용안을 보기위해 자리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였다. 앞서 30분 전쯤 5평 남짓한 서문시장 상인회 임시 사무실에서는 상인회 이사들과 대통령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대통령과 상인회 이사 10여 명은 허름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무릎을 맞댔다. 인근에 있는 깔끔한 건물을 빌려 간담회를 가질 수도 있었으나 따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만나고 싶다는 청와대의 주문에 따른 것이었다. 대통령은 청주서문시장 삼겹살거리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듯했다. 전통시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삼겹살거리로 특화한 서문시장이 서민경제 활성화 및 창조경제를 주창한 정부 정책의 롤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청주 서문시장은 인터넷 검색어 1위라는 전무후무한 호사를 누렸다.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은 상인들은 청와대에서 보내 준 사진을 몇 배 확대해 업소마다 입구에 걸어놓았다. 거리에는 대통령 방문기념 경축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어느 식당은 말 그대로 대박을 맞아 평소보다
[충북일보] 가계부채가 1천300조원을 넘어섰다.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경제 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를 뇌관이 됐다. 서민들은 그동안 저금리 덕택에 가계부채 부담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소비 위축과 부동산 시장 충격 등 여러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서민가계엔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인상 공포가 짙게 깔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2%대 금리가 사실상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4~5%대 이자 폭탄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응책은 한가하다. 물론 아파트 잔금대출과 상호금융의 주택담보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은 눈에 띈다. 하지만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는 근본 대책이라기엔 뭔가 부족하다. 이번 대책 역시 지난 8월 가계부채 대책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았다. 전문가나 국제기구가 권고해온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환원도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두 규제 완화는 지난 2014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취한 조치였다. 하지만 되레 가계부채 증가의 주원인이 됐다.…
[충북일보] '2016젓가락페스티벌'이 18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한중일 3국이 공연과 체험, 전시, 학술, 경연대회까지 젓가락으로 동아시아 평화의 마당을 풀어냈다. 만추의 계절에 청주가 풍성해졌다. 인류의 3분의 1은 포크를, 3분의 1은 젓가락을 사용한다. 다른 3분의 1은 손으로 식사를 한다. 이 가운데 한·중·일 3국이 젓가락 문화를 주도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젓가락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젓가락은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에서 공통으로 쓰는 식사도구다. 그러나 도구의 개념을 넘어서는 문화의 원형이다. 3국의 젓가락은 식생활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많이 다르다. 우선 재질과 크기가 다르다. 이번 젓가락 축제에선 서로 다른 3국의 젓가락 특색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의 젓가락은 숟가락과 함께 쓰여 몸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중국의 젓가락 '쾌자'는 크고 편리성을 강조했다. 일본의 젓가락 '하시'는 결혼 때 부부가 주고받을 정도로 귀하게 여겨진다. 젓가락은 세 나라가 고대부터 공유해온 문화다. 그러다 보니 청주 땅에서 벌어지는 젓가락 축제에 대한 나라 안팎의 관심도 크다. 대규모 전시회와 학술행사
덕(德)은 '밖에서 사람이 바람직하고 안에서 나에게 얻어진 것'이라 했다. 즉 덕은 인간이 스스로의 수양을 통해서 얻어지고 그것이 다시 실천을 통해 나타남을 말한다고 했다. 덕행, 덕택(분), 덕망, 덕담, 덕치, 덕장, 덕문, 덕의 등등 덕(德) 자(字)가 들어가는 낱말이 많다. 덕은 인간다운 생을 영위해 나아감에 있어서 마치 궁극적인 목표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인 양, 많은 사람들은 그 낱말 자체들을 선호하고 선망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 또한 도덕, 은덕, 공덕(功德, 公德)등 낱말의 뒤에 덕 자를 부쳐서 일상에 사용되는 말도 다양한 편이다. 고래로부터 전해오는 말 중에 '용장 위에 지장이오, 지장 위에 덕장'이라고 한 말도 있다. 장군은 용맹해야 하지만 용맹보다 지혜로움을 더 높이 쳤고, 지장보다 더 높이 친 말이 곧 덕장이라 했으니 덕망을 지닌 장군을 제일로 일컬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가 35년이 됐는데 필자는 야구에 심취돼 시즌마다 중계에 또는 경기장에 직접 나가 즐겨온 지 30년이 넘었다. 초창기에는 관중들이 완전히 편이 갈려 다소 지나치다고 할 만큼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응원문화였다면 지금은 원숙한 응원문화가 자리매김했다. 다시…
"벽난로 위에 있는 두 자루의 촛대를 코제트에게 유증합니다. 그것들은 은이지만 나에겐 금이고, 다이아몬드요 그것들은 거기에 꽂아놓는 초를 거룩한 큰 초로 변화시켜요 그것들을 내게 주신 분이 저 위에서 내게 만족하시는지 어떤지 나는 몰라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소. 내 아이들아, 너희들은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 다오." 오랜만에 꺼내든 소설『레미제라블』의 마지막 장면, 장발장이 남긴 말을 읽고 또 읽는다.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프랑스어로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소설 『레미제라블』은 뜻 그대로 급격한 산업화와 프랑스혁명으로 혼미한 시기에 살았던 장발장이란 한 인간을 중심으로 불쌍한 사람들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불쌍한 한 인간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어떻게 예수가 되고 어떻게 하느님이 되어 가는가 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 인간의 시각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근시적인가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영혼이 썩어있어도 좋은 옷 좋은 집에서 넉넉하게 살면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무식하고 가난한 장발장은 불쌍한 사람이었다. 그는 굶주리는 조카들에게 먹일 빵을 훔친 죄로 19
퇴출자 선별계획 공고가 뜨고부터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 전에는 오다가다 마주치면 인사라도 반갑게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나또한 동료들과 마주칠 때마다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 전혀 휩쓸리지 않는 사자는 동방뿐인 것 같다. "김 사자님!" 저쪽에서 동방이 나를 보고 헐떡이며 달려왔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뛰어다니나·" "김 사자님을 오랜만에 만나니까 반가워서 얼른 인사하고 싶잖아요." "그러고 보니 요즘 자넬 못 본 것 같구먼." "헤헤. 지난번에 그 아기를 저승으로 인도하고 오느라고요." 동방은 눈가에 웃음을 매달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혼하나 데려다주는데 뭐 그리 오래 걸렸나·" "헤헤. 사실은 삼도천을 못 건너서 시간이 좀 걸렸어요." 나는 어이가 없어 동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삼도천을 한두 번 건너다닌 것도 아니면서. 그걸 왜 못 건너·" 동방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헤, 그러게 말입니다. 그 순수하고 어린 영혼을 얼른 저승으로 안내해야한다는 생각만 하다 보니……." 나는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 "무슨 문제가 있었나·" 동방은 의기양양한 얼굴
구르몽의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하는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계절 이다. 가정에서는 전기장판 등 전열기구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농촌에서는 나무를 주재료로 하는 화목보일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시기이다. 화목보일러란 무엇인가? 화목보일러 안전관리 매뉴얼에 의하면 화목보일러란 "나무를 원료로 물을 가열하여 고온, 고압의 증기나 온수를 발생시키는 장치"라고 정의한다. 최근 늘고 있는 화목보일러 화재는 늦가을부터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연통의 과열 또는 불티 날림 등 관리상의 부주의가 큰 원인임을 인식해 화재없는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화재 예방을 위해서 평소에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한 화목보일러 사용을 위한 안전수칙으로는 연통은 불연재료로 견고하게 고정하고 화기가 새어나오는 구멍이 없도록 하며, 연통의 끝은천장과 벽면으로부터 0.6m 이상, 보일러 몸통보다 2m 이상 높게 연장하고 연통의 연결부에는 청소구를 설치한다. 화목보일러는 가스나 기름보일러와 달리 자동온도조절장치 등 안전장치가 없어 과열될 위험성이 높고 연료로 나무 등을 상당기간 사용하게되면 연통내부에…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후손들에 의해 그들의 삶은 반복되고 시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최근 혼란스러운 정국을 해석하면서 세대와 시간을 거슬러 나타나는 '평행이론'이 자주 언급된다. 평행이론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되는 모습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같은 패턴이 반복되기 보다는 몇 개의 우연의 일치들이 반복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 반복되는 평행이론을 보면 때론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사건들도 많다. 상담에서는 개인의 어려움이 반복되는 이유를 이해할 때 세대 간에 전해져 내려온 핵심감정과 삶의 패턴에 주목한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가족의 오랜 역사에 영향을 받는다. 부모가 겪어온 세월들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서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오래된 가족의 핵심감정과 삶의 패턴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고 다시 다음세대에 이를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역사를 이어간다. 이러한 패턴은 세대를 거슬러 전해지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삶 안에서 반복되기도 한다. 누군가와 사랑하고 이별하는 모습, 두려움에 직면할 때 이에 대처하는 방법, 학교나 직업현장
[충북일보]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 한사람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허탈해하고 있다. 책임정치는 말뿐이었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과 희생은 공염불에 그쳤다.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도 박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 국정농단 사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대권쟁취를 위해 주판만 튕기고 있다. 실의에 빠진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그 속에도 희망은 싹트고 있다. 마치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어김없이 돋아나는 봄 새싹처럼. 일련의 사태를 넋을 잃고 바라볼 시간이 없다. 분노하고 한탄하고 슬퍼할 시간도 없다. 이러한 감정 따윈 사치일 뿐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도 시계는 멈추지 않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내년도 대한민국 예산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국회의사당의 시계 바늘은 오늘도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다.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도리어 "(최기자) 어떻게 돌아가는 거요. (나는) 잘 모르겠네"라며 웃음 짓는 이시종 충북지사. 이 지사는 국정농단 사태로 시끌벅적한 국회에 모습을 자주 나타낸다. 최근 한 달 사이 6~7차례 국회 방문이다. 그의 손에는 항상 도에서 직접 제작
누가 그랬던가. 여행 중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이라고. 태어나서 죽음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만큼 한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그 여정은 끝없이 상상하며 걷는 길 없는 길이요, 기쁨과 영광과 아픔과 눈물 없이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는 거친 바다다. 이제껏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심연의 땅을 밟아가는 설렘과 두려움의 연속이 인생인 것이다. 그래서 '라 그란데 벨레짜', 숭고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서는 노인이 죽으면 "박물관이 사라졌다"며 그 소식을 전한다. 한 사람의 삶은 곧 거대한 스토리텔링이며 박물관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남긴 삶의 이야기와 흔적들이야말로 한 시대를 뒤흔드는 역사요, 새로운 가치를 발견케 하는 보물이다. 흔히들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을 쓰는데 다 이유가 있다. 자신 앞에 놓인 불완전한 삶을 인내와 지혜로 거침없이 걸어온 옛 사람들의 발자취를 통해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2016젓가락페스티벌에 대한 나라 안팎의 관심이 높다. 젓가락이 뭐길래, 대규모의 전시회를 열고 학술행사를 가지며 젓가락의 날 행사까지 하는지 다들 궁금해 한다. 행사장을 다녀간 사람들은
[충북일보] 연탄 후원 행사가 때 아닌 비난에 직면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생색내기용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명절 때만 되면 하는 정치권의 행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국회의원들은 설과 추석 등 명절 때만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명절 인사를 건네고, 제수용품을 구입하는 등 민심 잡기에 주력한다. 상인들도 어려움을 토로하며 민생경제를 살려줄 것을 당부하곤 한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정치권의 이런 행보가 "명절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기 일쑤다. 그러면서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지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 개발에 매진해 주길 주문하고 있다. 충북도내 일부 기업이나 단체가 하는 연탄 후원 행사도 꼭 정치권의 행태를 닮았다. 대표적인 게 획일적인 연탄지원 행사다. 주민들의 난방 연료에 대한 사전조사도 없이 무작정 연탄만 지원하고 있다. 11월 현재 청주지역에서 난방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대략 32만 명이다. 이 중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는 858가구에 불과하다. 모두 3인 가구라고해도 8%다. 그러나 상당수가 1~2인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비율은 더 낮아진다. 나머지 취약계층은 등유나 도시가스 등
[충북일보] 증평 좌구산 광산 개발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도가 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증평 좌구산 휴양랜드는 증평군 최대 관광명소다. 2003년부터 973억7천900만 원이 투입됐다. 천문대와 휴양림, 숲 명상치유센터, 출렁다리, 산림 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중부권 최고 종합 산림 휴양관광지로 꼽히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연간 30여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향후 100만여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좌구산 인근에서 광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채굴 구역에 좌구산 휴양랜드 전역이 포함돼 있다. 개발이 시작되면 자연경관 훼손과 발파 소음·진동·비산먼지 등으로 탐방객 감소가 우려된다. 관광지 면모를 손상 시킬 가능성도 크다. 진동이 심할 경우 천문대 설치 망원경 손상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충북도는 현재 광산 채굴 민원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결격사유가 없으면 허가할 예정이다. 청주시 미원면 대덕리 주민들과 증평군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광산개발에 직·간접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산 개발은 나라 전체를 위해 꼭 필요하다. 무작정 막을 일만은 아니다. 하지
[충북일보] 밀실행정이 부른 폐해는 엄청나다.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역시 밀실행정과 무관하지 않다. 충북도가 당초 리모델링·증축 방식으로 진행하던 도의회 청사 건립을 신축으로 변경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도의회 청사관련 밀실행정 논란은 계속될 것 같은 분위기다. 뒤늦게 열기로 한 공청회마저 '선 결정 후 수렴'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러 해명이 있었지만 도민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도의회 청사 신축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많다. 이번 공청회 계획조차 행정자치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도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7일 신축 계획 재검토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북도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행자부 지침대로 새로운 도의회 청사 신축안에 도민 편익 증진과 도심재생 효과 등을 보완했기 때문에 공청회를 잘 마치면 무리 없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도의회 청사 신축안의 경우 불통‧일방‧밀실행정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자
[충북일보] 획일적 교육체계 탈피를 위해 마련한 '교과교실제'가 겉돌고 있다. 시행 8년차지만 여전히 속빈 강정이다. 근본적인 한계를 무시하고 제도만 받아들인 허울뿐인 교육제도였기 때문이다. 교과교실제는 지난 2009년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교실 수업을 과목 중심과 학생 중심 수업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였다. 교과 특성에 맞는 창의적 수업으로 학생 중심의 탄력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게 골자다. 이전까지는 담당 과목 교사가 한 교실에 수업 시간표대로 들어와 수업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교과교실제는 과목별 전용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하는 방식이다. 수업시간도 과목별로 블록타임제(100분 수업)다. 그러나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3~7월 교과교실제 운영 중·고등학교 10곳을 대상으로 첫 성과감사를 벌였다. 표면적으론 그런대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일선 현장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교실은 창의적인 공간으로 바뀐 게 분명했다. 그런데 수업방식이 차별화되지 않고 있다. 이동수업에 대한 불만 요인이 됐다. 결국 이동수업 축소 운영을 초래했다. 궁극적으로 과거 학급교실 모습으로…
1년의 4계절 중 세 번째 계절 가을, 절기상으로는 입추부터 입동 전까지를 가을이라 한다. 뜨거운 여름에서 차가운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로 농부들에게는 중요한 시기로 가을걷이를 통해 농작물을 수확하는 때이기도 하다. 가을이 가기 전에 가을을 가리키는 말들을 어렴풋이 기억해 본다. 먼저 가을 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은 바로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아닐까 싶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을 일컫는 말이다. 가을에는 벼를 비롯하여 오곡이 열매를 맺고 감과 대추 등 과일들이 풍성하게 익으면서 우리에게 흐뭇함과 보람을 안겨주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라는 말이 있다. 잘 익은 벼를 수확하고 익은 과일도 따야 함으로 그야말로 가을은 온 식구가 달려들어도 일손이 많이 부족해서 부지깽이라도 거들어야 할 정도로 무척 바빴다. 이와 같은 뜻의 속담으로 '가을철에는 죽은 송장도 꿈지럭거린다'는 말이 있다. 부지깽이라면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시골에서 태어난 나는 그 용도에 대해서 알고 사용도 해보았던 기억이 난다. 부지깽이는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연료를 들추거나 밀어 넣는 데 쓰던 막대기다. 가을은 무
요즘 농촌 들판에는 마지막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그 옆으로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노란 은행잎들은 한가하고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더하고 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이 세상이치라더니, 발목을 삐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리 동네 '산막이옛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았다. 그들은 산막이옛길을 걸으면서 또한 청정 괴산에서 몸도 마음도 깨끗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힐링을 하고 또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바쁘고,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들이 이런 청정 자연환경에서 제대로 쉬고, 그곳에서 오염되지 않은 제대로 된 먹거리를 먹고, 마시며, 그러한 것들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지역의 중점산업으로 육성되어 세금수입만을 올리기 위해 무개념으로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지역이 하나쯤은 있으면 참 좋겠다. 지금 우리 모두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일까· 국민을 행복하고, 잘 살게 해 주어야 할 최고 책임자가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들의 세금을 엉뚱하게 몇 몇 개인들의 욕심을 채우는데 사용하는 것을 동조하고, 그들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는
까치내의 작깡다리와 쪽다리를 아십니까· 작깡다리는 1962년 청주시 흥덕구 신대동 일원의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콘크리트 고정보로 이를 이용해 오창 소로리를 건너다니며 주민들이 부르던 이름이다. 보의 공식명칭은 작천보(鵲川洑)로 편하게 까치내보로 부르기도 한다. 오랜 세월 풍파를 이겨낸 작깡다리는 '시설의 노후화와 상류의 하상 퇴적물로 인한 하천 단면의 감소로 홍수위가 상승하고 하상수위가 상승해 보의 본래 기능에 문제점이 발생해....'의 이유로 새로 건설되었다. 4대강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120억을 투자해 기존의 고정식 수중보를 수문개폐식 가동보로 바꾸면서 짝깡다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작천보만 남았다. 작천보는 길이 320m 높이 3.1m로 2011년 11월 준공했다. 수문 개폐를 통해 상류의 퇴적물을 없애고 11만톤의 물을 확보해 주변 농지 210ha에 안정적으로 농업용수 공급을 할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농업용보다. 쪽다리는 작깡다리 하류에 만들어진 다리로 신대마을 사람들이 미호천을 건너 옥산장에 가기위해 소로리로 건널 때 또는 소로리 주민들이 청주장으로 나들이 올 때 건넜던 나무다리이다. 나무다리는 큰 하천을 끼고
요즘처럼 이토록 애국의 물결이 흐르던 때가 있었던가. 남녀노소 하나 되어 저 거리가 장강의 물결 된 때가 있었던가. 대한민국이 하나 되고, 깃발과 촛불이 하나 되고, 길을 메운 민심과 막아서는 자가 하나 되어 축제를 이루는 것을 언제 우리가 보았던가. 참으로 심상치 않은 대한민국이다. 바람이 분다. 대한민국의 가슴이 뻥 뚫렸다. 분노를 넘어 허탈한 모두들, 촛불을 든다. 열심히 빛바랜 수저 들고는 이 땅에 살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수치를 모르고 나라의 온갖 것을 헤집어놓고 나몰랑 몽니로 버티는 그네 공주의 오기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이러려고 투표했나. 참으로 부끄럽다. 올해가 단재 신채호 선생 순국 80주년이다. 그리고 연말에 단재를 기리는 연극 두 편이 제작 되었다. 이 연극들은 일제 식민지 시대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이며 독립운동가로서 우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단재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과 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들은 단재의 진면목을 확인할 기회이다. '독립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나라 사람
이름이란 어떤 사물을 지칭하는 것이기에 그 사물의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하며 그 이름을 부르면 그 사물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이 가장 좋은 이름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사물을 가지고 나라마다 그 이름이 다른 것은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언어가 다르고 역사가 다르며 사상과 철학이 다르므로 그 나라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가진 소리로서 사물의 이름을 정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우리말은 있으나 오랫동안 우리 글자가 없어 남의 나라의 글자인 한자를 빌려다 쓰면서 우리가 생활주변에서 항상 대하는 사물들의 이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없는 한자 이름이 많아 언어를 통한 사고, 추리, 상상의 기능을 한정 받아왔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에서도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조직폭력배들이 조직원을 부르는 이름에 '쌍칼, 개코, 똥파리'들이 있는데 이 이름이 상스럽고 저속하게 들리지만 그 사람의 특징을 잘 나타냄으로써 이름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을 대신 나타내는 것이며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이놈의 대한민국에서 살아내기 위해선 지독한 인내심과 혹독한 마인드 컨트롤과 심오한 철학공부가 필요하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바보가 되거나, 이유 없이 부끄러워지거나, 죄책감과 홧병을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2016년 대한민국의 99%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은 그 잘난 1%의 지도자, 위정자, 고급관료와 전문가들에 대한 존경심일 것이다. 그동안은 1%들이 99%를 개, 돼지 취급하였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99%의 사람들이 그 1%를 개, 돼지로 여기게 될 것이다. 모두들 1%의 민낯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에 99%의 사람들이 얻은 것도 있다. 이제는 99%의 사람들이 더 이상 기득권에 비굴하게 복종하는 바보가 되지 않겠다는 각성과, 위선적인 지배자들의 고삐 풀린 권력 앞에서 굴복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그것이다. 수많은 유태인을 살해한 아이히만에 대해 한나 아렌트가 한 말을 지금 우리나라에 대입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이히만은 전형적인 공무원이에요. 그런데 공무원은 공무원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일 때 정말이지 대단히 위험한 신사에요." 한나 아렌트는 이를 가리켜 '악의 평범성'이라고 했다. '악'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자신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리는 옥샘정에서 해준다. 장 담그기가 사라진 아파트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장을 원하는 이들은 많다는 뜻이다. 집에서도 발효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장 담그기 키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옥샘정에서는 모든 장류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산 재료를 100% 활용한 장이다. 인근 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