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론에 '경찰 로또'라는 기사가 나왔다. 제목만 보면 경찰공무원이 되면 정년 보장되고 복지혜택도 좋으니 '로또당첨'이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사내용은 최근 유흥가에서는 상인, 취객들 사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자극해 자신을 체포하게 하거나 제지토록 상황을 만들고 "경찰 때문에 다쳤다"고 민원을 제기하거나 고소해 합의금을 받아낸다는 것이다. 경찰은 억울하지만 혹여 신분상 문제가 생길까봐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3년간 공무집행방해로 검거된 인원은 4만5천명에 이르며 이중 주취자가 약 70%를 차지한다. 이마저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폭행, 협박을 당해도 공권력 시비에 휘말리기 싫어 참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이제는 10대 학생들마저 경찰관을 우습게 여긴다. 지난 6월 공원에서 술 먹는 청소년을 제지하자 경찰의 멱살을 잡고 조끼를 찢어버렸다. 20명이 넘는 학생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테이저건까지 사용했다. 학생들은 바로 SNS를 활용해 경찰관이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글을 올렸지만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찍은 영상으로 학생들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음을 확인
판사는 세상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판사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판사를 걱정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뇌물을 받은 판사가 구속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 것은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동료와 막말을 하며 싸우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지만 판사가 그렇게 하면 뉴스거리다. 그만큼 판사는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야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편파적인 인사를 했다는 문제가 불거진 것은 한참 전이었다. 사실 어느 조직이고 정도의 문제이지 블랙리스트 비슷한 것은 존재하는 것이니 법원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대법원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고, 이를 행정처 판사가 보관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일반인이 아니고 판사의 문제이니까 법으로 해결하든가 당사자 간에 합의로 마무리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불법 의혹이 있으면 수사기관에 고발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규명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그런 절차를 밟지 않으면 불법이다. 당연히 형사고소 대상이고 전 현직 대법원장이라도 수사기관에 불려가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법치국가라서 그렇다
찬연한 태양이 떠오른 새해, 마음을 다스리려 '리더가 읽으면 무릎을 치는 옛글'이란 책을 다시금 읽습니다. '오동희'라는 분이 엮은 책인데 삶의 지혜가 책 전체에서 번뜩입니다. 책은 '부드러운 것이 곧 강한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노자(老子)에게 있어서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상징이었으며, 억세고 강한 것은 죽음의 상징이었다고 소개합니다. 만물이나 초목들도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러우면서 여리지만 죽으면 말라서 뻣뻣해진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이솝우화의 이야기를 한 토막 소개합니다. 큰 나무가 풀을 굽어보며 자기가 풀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뽐냅니다. "난 딱딱하고 강해서 사람들은 나를 이용해 집도 짓고 배도 만들지" 풀은 아무 대꾸도 하질 않습니다. 후에 큰 폭풍이 옵니다.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억수같이 내리자 큰 나무는 우지끈 부러져 풀 위로 고꾸라지고 맙니다. 나무가 죽어가며 누워 있을 때 풀이 말합니다. "내가 작을지는 몰라도 난 바람이 불 때 어떻게 유연하게 몸을 굽혀야 하는지는 알지" 이번에 책은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라고 일러줍니다. 현자(賢者)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을 바보는 제일 마지막에 한다고 지적하네
개헌(改憲)은 국가의 기틀을 바꾸는 일이다. 여당은 6월 지방선거와 동시투표를 주장한다. 반면,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2월 투표로 맞선다. 개헌 여론이 7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개헌 투표시기 갈등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탄핵 역풍이 불면서 한나라당은 폭망했다. 지역구 100석에 비례 21석 등 121석을 얻는데 그친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 129석에 비례 23석 등 모두 152석을 차지했다. 당시 충북에서도 지역구 8명 모두 열린우리당이 석권했다. 오죽했으면 당시 상황에 빗댄 '탄돌이'라는 말이 유행했을까. 원내 152석의 거대정당으로 변신한 열린우리당은 자만했다. 기세등등한 여당은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급기야 분당과 통합을 반복했다.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은 지역 66석과 비례 15석 등 81석에 그쳤다. 폭망했던 한나라당은 지역 131석과 비례 22석 등 모두 153석으로 부활했다. 정치는 살아서 움직인다. 단 한 순간도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지난 2016~2017년 국민들은 분노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현직 대통
목침만한 옥스퍼드 영영사전이 배달되었다. 베개 대용으로 사용해도 될 만큼 크기나 무게가 압도적이었다. 스물 일곱여덟 살쯤, 대학을 졸업하고 막 직장생활을 하던 때였다. 시사영어사에서 매달 발간하는 영어잡지의 번역대회에 당선되어 부상으로 받은 상품이었다.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영문을 번역하여 고치고 또 고치고, 수동타자기로 정성스레 글자를 쳐서 보낸 원고가 덜컥 그 잡지에 실렸다. 당선된 사람은 두 명, 두 개의 번역문을 국내 유수대학 영문과 교수가 원문과 대조하여 잘잘못을 지적하며 마구 메스질을 해대었다. 번역문의 내용은 지금은 잊었지만 심사평을 읽을 때 화끈거리던 내 얼굴이 지금도 기억난다. 당시 학생관련 기관에서 일한 탓에 심사위원은 나를 영어교사쯤으로 생각한 듯하다. 다른 한 명은 전문 번역가를 준비하는 대학원생쯤 되는 것 같았다. 같은 문장을 두고 두 개의 번역문을 대조해보니 신기하게도 글의 형식과 전달 의미가 많이 달랐다. 대학원생은 직독직해 위주의 정직한 번역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난 앞 뒤 문장을 매끄럽게 연결한 의역의 과감성을 칭찬해 주었다. 무엇이 좋은 번역인지의 결론 없이 각자의 장단점을 피력했던 것 같다. 큰 아들이…
[충북일보] 대한민국 권력기관 재편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의 권력구조개편으로 요약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8개월 만의 시도다. 청와대가 지난 14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따르면 기존의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을 경찰청 산하 '안보수사처'(가칭)로 넘겨주게 된다. 그런 다음 대북·해외기능만 맡는 전문 정보기관으로 변모한다. 명칭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뀐다. 검찰은 수사권한 일부를 경찰과 신설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로 이관한다. 주요 사건의 일차적 수사는 '수사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공직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공수처가 맡게 된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경제·금융 등 특수수사로 한정된다. 경찰 조직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우선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기능이 분리된다. 시·도 지사 산하의 자치경찰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찰청에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가칭)와 대공수사를 전담하는 '안보수사처'(가칭)가 생긴다.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충북 등 지역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건 바로 자치경찰제 도입이다. 시·도 지사의 지휘를 받아 생활범죄 예방과 단속, 공공질서 유지 등 지역…
[충북일보] 시대의 화두는 이미 국가권력구조 개편이다. 첫째 목적은 권력의 남용 방지다. 두 번째는 권력의 정치 개입 차단이다. 궁극적으로 공익(公益)이란 '절대선'을 위한 목표다. *** 대통령부터 비워야 한다 청와대가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많다. 물론 부정적인 내용 역시 적지 않다. 국가권력기관 개혁은 쉽지 않다. 역대 정권 때마다 거론됐다. 하지만 도마에 오르기만 했을 뿐 실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모두 시작 전 실패로 끝났다. 권력기관을 개혁하려는 최고 권력자의 마음이 먼저 개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건 변하지만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에르메스(HERMES) 브랜드 지면광고 카피가 우리의 현실을 기막히게 웅변한다. 권력의 속성 또한 그렇다. 외부의 변화는 중요하지 않다. 내부가 변해야 한다. 최고 권력자부터 변해야 한다. 성공하지 못한 혁명엔 다 이유가 있다. 혁명을 이끈 사람이 혁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권력기관 이용 유혹부터 버려야 한다. 권력기관의 도움을 빌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은 온 생애로 중요한 결정을 한다. 내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과 130조의 본문 그리고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 농업과 관련된 조항은 단 2개뿐이다. 제121조에서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이고 제123조로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제121조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농사를 짓는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방과 동시에 농지개혁을 단행하여 농지의 소유권을 경작자에게 돌려줌으로써 민주국가의 토대를 마련하였고, 아울러 농민들의 생활 향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러나 이 조항도 사실상 법률에서 예외 규정을 둠으로써 유명무실한 법이 되고 말았다. 제123조는 농업.농촌 지원에 관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조항에 불과하다. 이처럼 헌법상 농업의 가치에 관한 내용이 매우 미흡한 가운데, 다행히도 새 정부 들어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자는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결과 한 달 만에 1천만 명을 돌파하였다.
#2 산세베리아 (Sansevieria trifasciata / Snake plant) [벤젠/포름알데히드 외 기타 화학성분 제거효과]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물 중 하나인 산세베리아는 서아프리카 인근의 더운지역이 원산지입니다. 원산지의 기후가 열대이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실내 난방이 되는 곳에서 키워야 하는 식물입니다. 온도에 대한 민감성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이유는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관리 편의성과 강인한 생명력 덕분일 것입니다. 산세베리아는 뿌리에서부터 직선으로 곧게 자라나는 초록색의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환경이 제공 될 경우 대략 1m 이하로 자라나며 잎의 폭은 5-6cm 까지 자라날 수 있습니다. 모든 조건이 풍족하게 제공될 경우, 산세베리아는 2m까지 자라날 수 있으며 땅의 뿌리에서부터 갈라져 나오는 수많은 새순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풍족한 환경에서는 화분이 깨질 정도로 번식력이 왕성합니다. 분갈이를 하면서 포기를 나누어 심을 수 있기 때문에 오래도록 키우면 집안 곳곳의 공기를 정화하기에 안성맞춤인 식물일 것입니다. 또한 사계절 푸른 잎을 감
2019학년도에 개정교육과정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한자 300자를 병기(倂記)하기로 2016년 말에 교육부가 확정 발표하였는데, 지난 1월 10일자 신문에 폐기되었다는 뉴스가 실렸다. 2년간 정책 연구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발표한 정책을 새 정부가 아무런 설명 없이 폐기하기로 하였다니 아연실색(啞然失色)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는데, 전(前)정부에서 확정한 정책을 무슨 이유로 폐기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한자어(漢字語)가 약 2/3를 차지하고 있어 소리글자인 한글로만 표기해서는 그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괄호 속에 한자를 병기(倂記)해 주면 뜻을 확실히 알게 된다. 독해력(讀解力)이 향상되어 자기 주도적 학습에 크게 도움을 준다. 한자는 그 역사를 추적해 올라가면 고조선을 세우고 홍익인간(弘益人間)이념을 구현한 요하(遼河)지역의 홍산문명(紅山文明)을 일으킨 우리의 조상 동이(東夷)족이 만들어 사용한 문자이다. 중국대륙으로 진출하여 황하문명을 일으키며 중국전역(全域)은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한자문화권이 형성되었다. 한자는 중국글자 이전에 우리조상이 만든 글자이기 때문에 한자를 폐기(廢棄)하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흰 눈이 미소되는 날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와 우리의 사랑 축복해." 나도 모르게 흥얼대는 노랫소리. 이틀 동안 펑펑 쏟아진 눈은 청주를 온통 새하얀 눈 세상으로 만들었다. 겨울이 시작되고 기대하던 눈이 내리지 않아 겨울답지 않았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눈다운 눈이 내렸다. 기온이 뚝 떨어져 춥고 눈길 미끄러운 도로를 엉금엉금 기듯이 운전하며 출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혹시나 눈길에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며 운전을 했지만 새해를 축복하는 눈이라는 생각에 어린애 마냥 신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얗게 내린 눈으로 덮인 무심천변은 그림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눈 덮인 주변을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민원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일찌감치 출근한 직원들은 오자마자 제설 장비를 챙기고 나갔다. 머리에 눈이 쌓이는지도 모르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눈이 언제쯤 그칠까 하늘 한 번 보고 치운 눈길을 다시 거꾸로 걸으며 눈을 치운다. 평소에 차가 많이 주차돼 있어 넓어 보이지 않던 주차장이 왜 이렇게 커다란 축구장 만한지 쓸어도, 쓸어도 주차장이 작아지지 않는 건 기분 탓이려니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생각
[충북일보] 비극적인 대형 참사의 원인은 대부분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29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역시 다르지 않았다. 소방청 합조단은 지난주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최종브리핑에서 이번 참사를 인재로 결론지었다. 필로티 건물의 취약성·건물주의 소방안전관리 부실, 신고와 대피의 지체, 초기 소방대응력의 역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사고라고 발표했다. 인재로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제천 화재 참사의 발생부터 대응까지 종합적으로 복기할 필요가 있다. 그게 정부와 국회, 충북도가 안전한 대한민국, 안전한 충북을 위해 해야 할 선행조치다. 조사결과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은 불법 시공과 증축, 지자체의 인·허가 행정, 소방당국의 방화 및 위험물 관리 등 모든 측면에서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물론 대한민국의 상당수 건축물에서 확인되는 만연현상이다. 재난 콘트롤타워도 엉망이었다. 일각에서는 골든타임 내 구조를 못했던 세월호 사건과 판박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안전과 관련해 개선된 게 전혀 없다는 주장이 다. 실제로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제천 스포츠센터
지인이 다문화가정 웅변대회 시상식에 와서 시상을 해 달라기에 마지못해 참석하게 되었다. 이런 자리가 불편하므로 안 가려 했건만 주최하는 분의 협박어린 참석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가서 보니 도지사배 웅변대회 시상식이었으며, 축하차 모인 사람들이 식당을 꽉 채워 나름 풍성한 분위기였다. 시상식 축하인사로 전에 청주시정 책임을 지냈던 분이 나섰다. 그 분이 진천군의 수장이던 때에 특화사업으로 비단 잉어를 길러 적지 않은 량을 일본에 수출했다. 그런데 일본의 잉어 양식업자가 진천의 싱싱한 잉어를 사려고 일부러 비행기를 타고 왔단다. 일본에도 잉어가 있고, 우리가 수출하는 잉어도 있는데 무엇 하러 여기까지 왔느냐고 물었더니 일본에도 물론 잉어가 있지만 여러 해를 일본 내에서 근접 교배하다 보니 종자가 나빠져서 더 좋은 품종을 만들고자 한국 잉어에 눈을 들였다는 말이다. 축사한 분은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다문화도 나쁘지 않다는 말을 하니 한편 일리가 있다. 수백 번 외적의 침입을 받은 우리나라가 문자 그대로 단일민족인지도 불분명하거니와 다른 나라와의 교류가 우리 민족에게 긍정적인 기여를 하면 좋은 일이겠다. 역사를 통해 보면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5층에는 다섯 살 된 남자아이가 있고 1층에는 그 애 또래의 예쁜 여자아이가 살고 있다. 남자아이는 5층에서 내려오면 언제나 여자아이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여자 아이는 대답을 하고 베란다로 조르르 달려가 창문사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모습을 볼 때도 있고, 2층인 우리 집에까지 들려 듣기도 한다. 재잘대는 두 아이들의 소리를 들을 때면, 생김새처럼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나고 어떤 말을 나눌까 하는 궁금함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이미 내 아이를 품속에서 떠나보내 좀은 쓸쓸한 내 삶에 따뜻함과 활기를 가져다준다. 그러던 어느 날 5층 아이가 "지민아! 지민아! 사랑해"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아이엄마들의 웃음소리도 함께 들렸다. 그 풍경이 맑고 투명하게 다가와 신선함을 풍겼고 그 대화 속에 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5층 아이는 사랑이란 말을 알면서 했을까? 아마 1층 아이가 같은 동성인 남자였다면 사랑이란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고 그 말은 이성간에 하는 것이란 것을 어렴풋이 알고 사용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나 역시 아이들 엄마처럼 소리 내어 웃었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이성에 눈을
전시관에서 본 초두루미는 흔한 오지그릇이었다. 구태여 다른 점을 찾는다면 붉은 색을 입힌 것뿐인데, 두루미라는 이름대로 잘쏙하니 들어간 목과 벙긋하게 돌출된 입 부분 때문인지 날렵해 보인다. 오래 전부터 부뚜막에 놓고 쌀 막걸리를 빚어 초눈을 틔워 먹었다는 식초항아리로, 초파리 등의 벌레가 번식하면서 천연 식초가 된다. 주택 구조가 바뀌고 인공 식초가 나오면서 보기가 힘들더니 웰빙 붐을 타고 다시금 등장한 성 싶다. 이전같이 살림도구는 아니고 완상용일 텐데 가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초두루미라고 부른 배경은 똑 빼닮은 목 부분 때문이었을 것이다, 식초를 만드는 한낱 옹기지만 세상 어디를 봐도 그리 놀라운 기능을 가진 항아리도 없거니와 맛깔스럽게 이름 붙인 경우도 흔치 않다. 김치와 된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발효식품의 하나인 식초를 담고 있다 하여 오래 사는 새 이름을 넣어 초두루미라고 했겠지만 제조원은 고작 아궁이 근처다. 툭하면 연기가 나고 재티가 날렸을 것이나 행주로 훔쳐내는 등 세심히 보살폈을 정경. 나도 어릴 적 초두루미를 보았다. 대부분 부엌 초입의 가마솥 옆에 붙박이로 있었는데 목 부분이 솔가지로 덮여 있었다. 막무가내 드나들기보다는 얼기설
[충북일보]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는 충북 현안 중 가장 시급한 사안 중 하나로 꼽힌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사안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 청주공항은 지금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국토부의 청주공항 모기지 저비용항공사(LCC) 국제·국내항공운송사업 승인 반려로 침울한 상태다. 지난해 연간 이용객 '300만 명' 목표도 좌절됐다. 그러나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바람을 타고 청주공항 활성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LCC 모기지를 포함한 청주공항 활성화가 핵심 공약으로 부상할 태세다. 다시 말해 LCC 모기지 부활 조짐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국회의원이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청주공항을 '아시아 진출 관문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LCC를 반드시 유치해 청주공항 위상을 높이고 관련 시설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했다. 3선 출마가 유력한 이시종 지사도 그동안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한 에어로케이의 항공운송사업면허 승인을 위한 행정 지원을 해왔다. LCC 설립 등 청주공항과 관련된 공약이 이번 지방선거 주자들의
최근 tv를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무술년(戊戌年) 해맞이객들이 세워놓은 차가 소방서 앞 차고까지 가로막아 출동한 소방차가 바로 복귀하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안전센터 차고 앞에 빽빽하게 가득 들어선 승용차들로 인해 1분 1초를 아껴 현장으로 달려 가야하는 소방관들을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노블 휘트니스센터 화재 시 불법주정차로 인해 굴절사다리차의 소방활동 방해로 신속한 인명구조 활동이 늦었다는 뉴스를 우리는 방송 매체를 통해 접하지 않았나! 벌써 잊혀져 버린 것인지 아니면 나 하나만은 괜찮겠지 하는 안전 불감증이 아직도 우리의 생활 저편에 깔려 있는 것인지........ 재난현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방관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번 제천화재처럼 현장출동로가 확보되어 있지 않는다면 적절한 구조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장활동 소방대원은 물론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요구조자와 그들의 가족과 이웃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현장 진입시 불법 주정차차량으로 인해 늦어졌던 시간들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짧은 시간속에서 많은 것들이…
한 마을에 빵을 만들어 파는 빵장수와 그 빵집에 버터를 공급하는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어느 날 빵장수는 농부가 가져온 버터가 정량보다 조금 모자라는 것을 알고 화가 나서 농부를 고발하였다. 마침내 재판이 열렸고,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농부는 저울이 없어 빵장수가 만들어 놓은 1파운드짜리 빵의 무게에 맞추어 버터를 잘라 납품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버터의 함량이 미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빵장수가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1파운드짜리 빵의 중량을 줄였음에도 농부를 비난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을 탓한 전형적인 것이다. 검사로 오랫동안 재직하면서 처신하기 어려운 일중에 하나가 주변사람들로부터 자신이 고소하였거나 고소당한 사건에 대해 수사가 부당하게 진행된다거나 억울하게 당하고 있으니 담당 검사에게 잘 이야기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처리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부탁은 근거가 없거나 담당검사에게 부탁할 이유가 없는 사건들이고, 극히 일부만이 정확한 사건처리나 실체파악을 위해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사회 정서상 안면몰수 싹둑 거절하기도 어렵고, 되지도 않는 내용을…
특정전문지식을 섭렵한 전문가는 사회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았다. 전문가에 대한 부러움에는 남이 접근할 수 없는 전문지식 영역을 가지고 있고 그로인해 재산증식도 수월해서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과학이 발전이 되었지만, 컴퓨터는 아직 사람이 전해준 프로그램 수준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세돌기사와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이세돌기사의 승리가 당연한 듯 예측했지만, 바둑게임이 종료되었을 때 알파고에게 한판이라도 이긴 이세돌을 인류의 희망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특정전문지식이 몇몇에 의해 이끌어지는 것이 아니며 새롭고 공유가 가능한 세상으로 바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단순 전문지식처럼 대입하는 것에 일정한 답이 제공되는 것이 아닌 종합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인데 이 문화는 한 가지 해석으로 하려해도 결과가 다양하게 나온다. 해석하는 사람의 관점에 의해서 그렇기도 하고 시대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욕구의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20대에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변호사, 정치인, 더 나아가 문화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책으로 집필하였고 이 후 장관으로 국가의 문화체육업
찻집에 들어섰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안온한 온기, 천천히 흐르는 오래된 음악이 언 몸을 데운다. 눈이 내린다. 눈은 바람 한 점 기웃거릴 틈도 없이 내린다. 커다란 가마솥아궁이에 장작불이 훨훨 타는, 벽에 걸린 사진으로 시선이 갔다. 추억의 장작불이 그리움을 부른다. 스러지는 장작불을 아궁이에서 돋우시던 아버지 모습이 사진위로 투영된다. 커피 향처럼 번지는 진한 그리움 따라 기억 저편으로 들어갔다. '와그르르….' '워리~쫓쫓쫓….' '딸랑딸랑~~' 익숙한 소리들이 흔들흔들 도는 LP판 속으로 끼어든다. 아버지는 처마 밑에 쌓아두신 마른 장작개비를 한 아름 안아다 '와그르르…' 아궁에 앞에 쏟곤 하셨다. 그리고 불을 지피시기 전에 '워리~쫓쫓쫓….' 하고 온기를 찾아 아궁이 깊숙이 들어간 강아지를 불러내시면 부름에 화답하는 듯 '딸랑딸랑~~' 하고 방울소리를 내며 나오곤 했다. 어떤 날은 고몰 개에 끌려 나오기도 했는데, 그런 날에는 하얀 워리 털이 잿빛으로 염색을 하고 기어 나왔다. 탁, 탁, 성냥개비를 성냥골에 긋는 소리, 생명을 지피는 소리다. 나에게 생명을 주시고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한 아버지가 아침저녁으로 구들장을 달구어 생명 같은 온
2017년 한해 국민이 기억하는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일까? 아마도 촛불혁명과 국정농단, 조기 대선이 아닐까 싶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는 해마다 올해의 10대 시민운동을 선정 발표해 왔다. 예상했던 대로 1위는 '헌법유린·국정농단 박근혜 정권 퇴진 및 적폐청산 운동'이 차지했다. 돌이켜보면 그 시작은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면서부터였다. 2012년 대선기간에 국정원 사이버 댓글 사건이 알려지고 그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충북에서도 성안길 입구에서 매주 금요일 촛불집회를 진행해 왔다. 추운겨울, 찬 바닥에 앉아 주동자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며 한겨울을 보냈다. 그때만 해도 시민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진실규명과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집회를 또 그곳에서 가졌다. 그렇게 일 년을 보냈다. 그리고 2016년 10월 24일 JTBC에서 태블릿 PC가 공개되면서 국정농단이 수면이 떠올랐다. 그전과 마찬가지로 성안길 입구에 모여 촛불집회를 가졌다. 주된 구호는 '박근혜 대통령 사과와 진실 규명'이었다. 가끔 누군가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혹은 하야'를 외치면 옆에 있던 사람이 너무 앞서간다고 제
[충북일보] 지난 연말 충북 제천에서 대참사가 발생했다. 복합건물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아직 정확한 화재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건물주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이달 중순께 나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를 토대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그런데 충북도 소방상황실 재난컨트롤타워 역할 부실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재난 상황에 24시간 대비해야 할 도 상황실장은 당시 승진 심사위원으로 출타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국민의당 권은희(광산구을) 의원은 지난 9일 제천 화재피해가 커진 이유를 "도 소방종합상황실이 재난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난사고에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119종합상황실의 재난대응 시스템 개선도 촉구했다. 이어 "소방서는 재난사고를 대응하는 주(主) 관서로, 상황실을 주·야간 운영해 상황실장이 상주하며 적절한 현장지휘를 실시하는 등 재난 및 대형 화재사고에 효율적으로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인재형' 대참사는 많았다. 특히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여객선 침몰 참사는 많은
언덕과 개울 사이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온 마을 제천이 너무나 커다란 슬픔에 잠겼다. 한 사람만 건너면 모두가 지인이 되는 작은 도시가 감당하기 힘든 참사를 겪고 서로를 위로하며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침잠의 무술년을 맞고 있다. 모두의 슬픔이고 모두의 고통이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져온 삶의 습성대로 마주치는 누구나 서로의 눈빛을 통해 마음을 위로하고 슬픔과 고통을 나누고 있다. 이제 10개월을 지낸 제천행복교육지구를 크게 한번 돌아보는 한편, 온 마을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할지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개인의 참사가 지역의 참사이고 지역의 상처가 개인의 상처가 되는 마을공동체가 아직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이번 화재참사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제천행복교육지구에서 운영 중인 심리교실의 프로그램으로 상처받은 마을과 아이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과정을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난 3월 첫 출발한 제천행복교육지구는 이렇듯 지역의 현안을 시의에 맞게 프로그램화 할 수 있는 실천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민·관·학 거버넌스를 기본으로 해 온 마을이 참여하고 협력해 행
옛날 애꾸눈 임금이 살았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멋진 초상화를 후손에게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국의 이름난 화가들을 초청해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했죠. 한 화가는 임금께 잘 보이려는 마음으로 애꾸눈 대신 두 눈을 모두 그려 넣었고, 성품이 우직한 어떤 화가는 애꾸눈 왕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 임금께 올렸지요. 이윽고 두 그림을 살펴보던 임금은 갑자기 화를 내며 그림들을 모두 던져버렸어요. 임금은 두 눈을 모두 그린 그림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닌 거짓된 그림이라며 호통을 쳤고, 애꾸눈을 그대로 그린 초상화는 평생 마음속의 상처였던 모습이었던지라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니 속상해서 내쳤던 것이죠. 한참 동안 화를 안으로 삭이던 임금은 한 폭의 그림을 가슴에 안고 다가오는 한 화가를 발견했어요. 그가 조심스럽게 내민 그림을 펼쳐본 순간, 임금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죠. 애꾸눈 반대편, 성한 눈의 옆모습을 그려낸 초상화였던 거죠. 애써 감추지 않았지만, 그 또한 자신의 진실한 모습이었으니까요. '삶과 죽음은 여일(如一)하니…' 지난 2009년 부엉이바위에서 생을 마감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유언 중 유독 가슴을 두드렸던 한 구절입니다. 삶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인정보 문구다. 매력적인 강점은 한 번도 밀려본 적 없는 월급이고, 가장 큰 장점은 '가족 같은 분위기'란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가족처럼 따듯한 환경일 것이라는 또 다른 표현일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런데 진짜 일을 시작하면 정말 가족이 되는 경험을 한다. 밥값 못한다며 마땅찮은 시선으로 흘겨보던 부모님의 시선을 사장에게서 느낀다. 그 뿐이랴. 용기내서 어렵게 용돈을 달라치면 "어디에 쓸거냐, 공부도 안하면서 돈 쓸 시간은 있더냐"하며 잔소리하던 가족처럼 알바생이 월급 얘기를 용기내서 하게 한다. 내 배 부르면 종의 밥 짓지 말라던 옛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니라며 하소연하던 후배의 알바에 대한 소회를 듣다보니 짠한 생각이 든다. 불행이라면 불행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데 말이다. 밥벌이 하는 사람에게는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밥벌이를 하러 간다. 그야말로 '밥' 때문에 '벌'을 받는 심정일 것이다. 생존을 위한 '벌' 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밥을 먹는 것은 지당하며, 밥벌이를 위해 직업을 갖는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