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친구, 학교동창, 직장동료 등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모임이 은퇴 후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70년대 후반에 작은 시골학교에서 근무했던 선생님들과 모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졌다. 불혹(不惑)이라는 40대, 예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하며 발의한 모임이 부부동반으로 30여년을 이어오고 있으니 보통의 인연이 아니다. 회원이 타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빠진 분도 있는데 지금은 단촐 하게 8명이 매달 모여서 식사를 하며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여행비를 적립하여 다섯 차례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아마도 해외여행이 재미있어서 모임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 같다. 해외여행의 붐이 일 때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여행의 맛을 들였다. 하롱베이에서 배를 타고 기암괴석의 절경을 감상하며 감탄을 연발했고, 소형비행기로 캄보디아로 넘어가 동남아에서 가장 크다는 톤레샵 호수에 황토색 물에 새집처럼 수상집을 짓고 사는 모습을 보고 상대적인 행복감을 느꼈었다. 앙코르와트의 찬란했던 문화유적을 둘러보며 그들의 위대했던 조상을 존경스럽게 생각했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피부로 느끼며 무더운 나라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와 다른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
'서프러제트(SUFFRAGETTE)'라는 영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개봉한 영국 영화로, 일반 흥행작보다 여러 여성영화제에서 많이 상영된 영화이다. 영화는 보는 이에 따라 영화에 대한 해석과 재미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성별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 이 영화는 여성입장에서는 매우 처절하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이다. 영국의 여성참정권운동의 실존했던 여성 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메릴 스트립 역)'를 비롯한 영국 여성들의 참정권 투쟁 역사를 그린 영화이다. 에밀리 데이비슨이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글이 적힌 옷을 입고, 경마대회에서 달리고 있는 영국 왕의 말에 몸을 던져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1913년에 일어난 실제 사실이다. 남성중심의, 남성만을 온전한 인간으로 간주하던 당시 사회문화에서 참정권 요구는 목숨을 건 저항과 투쟁이며, 여성 개인의 삶의 변화를 보여준다. 영국은 그로부터 1918년에 제한적으로 30세이상 여성에게, 1928년에 비로소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인정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성들의 참정권 투쟁 없이, 해방 후 1948년에 남녀 모두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이렇듯 여성의 참정권의 역사는 근
[충북일보] 6·13지방선거가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정당별 경선 일정 등도 정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후보자들로 인해 개탄스러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어떤 선거에서든 후보자가 유권자를 상대로 기부 행위 등을 하면 불법이다. 중대한 범죄행위로 유권자 농락 행위다. 얼떨결에 금품을 받은 유권자는 과태료 폭탄을 맞아야 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할 수 없다. 선거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포지티브'와 '네거티브'로 구분할 수 있다. 포지티브는 자신이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가를 부각시키기 위한 홍보 전략이다. 남을 해하지 않아 긍정적이다. 네거티브는 반대 개념이다. 자신을 당선시키기 위해 상대를 비방하는 부정적 전략이다. 상대를 떨어트리기 위한 흑색선전에 가깝다. 그런데 기존의 선거분위기는 언제나 네거티브가 우세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네거티브의 부정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제 좀 바뀔 때가 됐다. 비방으로 인한 분열과 갈등을 없애야 한다. 대신 상대 공약에 대한 건전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공약에 대한 비판도 겸허
봄빛 쏟아지는 일요일 오후, 나는 그 햇살을 받으며 텅 빈 들길을 걷는다. 저 멀리 연둣빛 치마저고리를 입고 서있는 수양버들 한 쌍이 부는 바람에 몸을 맡겨 너울거리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속 잎 돋아난 가지에서는 버들강아지가 햇살에 반사되어 하얗게 빛나고 있다. 몽실 몽실 멍울 맺은 모습이 복스러워 버들강아지라고 불렀던 것일까. 물오른 버들가지를 살며시 부여잡고 머문 듯 흘러가는 미호천을 바라보니 옛 고향의 추억들이 사뭇 그립다. 어렸을 적 내 고향에는 강변 밭이 있었다. 뜰에는 모래밭이 펼쳐져 있고 언덕 위에는 낭창낭창 늘어진 수양버들이 줄을 이어 있었다. 초여름이 되면 아버지는 그늘도 없는 뙤약볕 아래 쪼그리고 앉아서 하루 종일 밭을 매셨다. 그리고 나와 동생들은 아버지가 만들어준 성글은 그물로 강버들 그늘 밑에 숨어있는 물고기를 잡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물속에 텀벙 뛰어들어 멱을 감고, 물놀이가 끝나면 강변 뜰 너럭바위에 벌러덩 드러누워 옷을 말렸다. 흰 구름 흘러가던 고향하늘이 지금도 나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과 그리움이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강변 빨래터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묶은 삶의 때라도 벗겨내려는…
쿨럭,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버스 한 대가 정류장으로 들어선다. 낡은 버스는 퍼런 칠이 벗겨진 자리에 더께처럼 벌겋게 녹이 슬어있었다. 여기저기 찌그러진 버스는 쉬지 않고 달려온 세월에 지쳐 대꾼해 보인다. 앞문과 뒷문으로 사람들이 꾸역꾸역 내린다. 내리는 사람들은 천천히 발을 옮기거나 손잡이를 의지해 조심스레 움직이는 노인들뿐이다. 노인들은 거개가 낡은 보퉁이를 이고 지고 있었다. 세월의 궤적으로 까뭇해진 저 보따리 속에 무엇이 담겨 있을까. 묵은 세월에 곰삭은 구수한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충실한 삶에서 얻은 땀의 지혜가 토실하게 담겨 있을까. 빛바랜 보퉁이는 노인들의 고단한 삶이 정직한 땀으로 환산되어 묵직하게 보였다. 구릿빛 주름 아래로 노인들의 지나온 삶이 보인다. 푸르른 청춘부터 저승꽃이 핀 지금까지 동이 트면 하루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하루를 마친 우직한 삶이었다. 튼실한 두 발로 논틀밭틀길을 걸으며 무위자연의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온 인생이었다. 눈가의 굵은 고랑은 자연이 저들의 노고를 치사하여 내린 훈장이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버스와 기신거리는 노인이 하나의 풍경 속에 있다. 낡음과 늙음은 생명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있지만, 세월이 지
노사(老師)의 사전적 의미는 나이 많은 스승이라 내 스스로 노사라 칭하기는 멋쩍으나 중국에서는 선생을 노사라 쓰고, 퇴임한 노털이니 노사라 해도 되겠다. 지식교육만 했던 아쉬움과 인간 교육을 좀 더 터치하지 못한 미진함이 있던 차 마침 계제가 되어 선비교육으로 이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이 생기도록 하려는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지도위원으로 위촉을 받았다. 40여 년의 교육 경력이 있어도 신규 지도위원은 치열한 연찬회와 참관으로 인턴 6개월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철저한 수련원이다. 금년에 비로소 첫 진행을 맡게 된 곳이 상당고 학생들이다. 두 시간 반이 소요되는 충청도에서 입소한 것은 순전히 1학년 부장이었던 김 선생 덕분인데, 작년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무성하자 아예 체험을 통하여 인간존중과 경(敬)에 대한 생각을 하길 바랐단다. 떠난 사람 험담만 안 해도 고맙거늘 같이 근무했던 교장의 내심을 살펴주니 살갑다. 덕분에 보고 싶었던 학생과 선생님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부임 때보다도 더 설레고 설렌다. 드디어 3월 28일에 수련입교식이 시작되었다. 원장님께서 환영사 후에 직전 교장이었던 나에게 인사를 하라신다. 창졸
더불어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자신의 아내 김혜경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춰달라는 글을 페이스 북에 올렸다. 이재명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글을 꾸준히 올렸던 '@08_hkkim'이라는 트위터 계정이 이 전 시장 부인의 것이라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일자 다급히 취한 행동으로 보인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계정 운영자의 아이디는 혜경김으로 읽으면 정확히 김혜경의 이니셜과 일치한다. 정보 수집력이 국가 정보기관에 뒤지지 않는 네티즌 수사대들은 해당 계정이 이재명 전 시장의 아내 김혜경의 영문 이니셜과 같다는 점 이외에도 해당 계정 사용자가 '서울출신이며 악기를 전공했고 아들 둘이 군에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던 사실 등을 찾아냈다. 공교롭게도 김혜경씨는 모 여대 피아노과를 졸업했으며 서울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두 아들까지 거의 흡사한 인적사항이다. 가족이 아니면 알아내기 어려운 정보가 트위터에 버젓이 게재되어 왔던 것도 의심을 살만한 점이었다. 이재명 전 시장과 다툼이 있던 형수와 조카사진을 올리고, 신경쇠약과 정신불안으로 입원한 형 이재선 씨를 미쳐서 가족들이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시켰다는 식으로 음해하며 병원…
[충북일보] 이윤창출은 기업의 최대 목표였다. 지금도 크게 변한 건 없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대놓고 이윤만 추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사회구성원들이 기업에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포괄적으로 정의하면 기업이 복지 사회를 위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실천해야 할 의무다. 이윤 추구에만 집착하지 않고 행복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야 한다는 뜻도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대략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경제적인 책임으로 이윤극대화와 고용창출 등과 연관된다. 2단계는 법적인 책임으로 회계의 투명성, 성실한 세금납부, 소비자의 권익보호 등이다. 3단계는 윤리적인 책임이다. 환경·윤리경영, 제품안전, 여성·현지인·소수 인종에 대한 공정한 대우 등과 관련된다. 4단계는 자선적인 책임이다. 사회공헌, 자선·교육·문화·체육 활동에 대한 기업의 지원 활동이다. 오늘날 기업의 이미지는 이런 4단계 사회적 책임 활동을 거치며 형성된다. 이른바 착한 기업, 좋은 기업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청주에서 SK하이닉스가 벌이는 활동도 다르지
'한번 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 최근까지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욜로'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광풍을 일으키고 지나가더니, 올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대표하는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사용 된 이 단어는 벌써 각종 문화 상품이나 소비 트렌드에도 반영되고, 기업들 역시 소비 촉진의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종 이벤트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소확행, 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행복감을 일컫는 단어로 암울하고 불확실한 현실에 놓인 청년들에게 그들이 현재를 버티기 위해 의도적으로 '찾아 낸' 한줄기 희망처럼 보인다. 서랍 안에 반듯하게 개어 정리 된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갓 구워낸 따뜻한 빵을 호호 불며 치즈처럼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이 소확행이라고 말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이어, 최근 '리틀포레스트'라는 영화에서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청춘들에게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자연', '힐링', '음식'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자극
충북도의 호수가 명칭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충주댐의 호수명칭과 대청댐의 명칭을 가지고 지자체 마다 서로 주장이 다르니 충청북도에서는 골치가 아프게 생겼다. 도지사 후보마다 또 다른 명칭을 주장하니 자칫 충북 전체가 논란으로 시끄러울 전망이다. 충주댐이 생기며 생긴 충주호라는 호수의 명칭이 충주·제천·단양의 지자체 간 갈등으로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동안 갈등을 빚다가 조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는데 다시 논란이 붙으며 떠들썩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 것 같다. 1983년 완공되어 벌써 25년이 지나고 국토지리원에서 댐을 막은 곳의 지명을 따라 충주호로 명명이 되었는데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제천시에서는 명칭을 청풍호로 바꾸어야 한다며 시위대가 충주로 진격하자 충주시에서는 이들을 저지하려는 저지대가 출동 한 적도 있다. 제천시에는 서울에서 충주·제천·단양쪽으로 내려오는 영동고속도로 하행선에 청풍호의 명칭을 써놓은 광고판까지 세워놓고 홍보를 하는 정책까지 펴가며 꾸준히 명칭을 고집하고 있으며 매년 봄에는 청풍호 벚꽃축제를 열어 관광객들에게 청풍호를 각인시키고 있다. 백승태의 충주호사
전쟁영화를 보면 살살 숨어 다녀도 목숨이 오락가락 하는데 등에 깃발을 짊어지고 뛰어가거나 별다른 무기 없이 부대 깃발 끝에 창을 꼽고 소리 지르며 뛰어가는 병사들이 나온다. 내가 적군이라도 부러울 만큼 현란한 색을 가지고 있고 어디서나 잘 보이는 멋진 마크에다가 혹 안보일까 하여 높기까지 하다. 전투 부대에서 부대의 기는 부대를 상징하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통수권자의 표창이 있을 때면 부대 깃발도 함께 표창을 대에 매단다. 그만큼 깃발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함은 물론이고 부대원이 가는 곳에는 가장 먼저 등장하는, 개개인을 넘어서는 무리에 대한 상징이다. 부대를 상징하는 깃발도 있지만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상징의 기가 있다. 간단하게는 '산불조심' 깃발부터 1970년대부터 '새마을운동' 깃발, 국경일이면 도로 곳곳에 게양하는 태극기가 있다. 가끔 '태국기'로 생각하는 오타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오타 내용은 태극모양의 국기라고 태국기라 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도 다양한 깃발은 존재 하였으나 국기에 대한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왕의 행차에는 쌍룡의 기를 세워 왕의 통치를 알렸고 다양한 음양오행의 기를 세워 통치의 방법이 우주질서를 따른 다는 것을 상징
우리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으로 시작한다. 따라서 모든 행정기관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으로 오로지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이고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고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에서 공무원들의 공무수행에 대해서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얼마 전 불필요한 금융규제조항의 개정을 추진했던 분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과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여 규제개혁을 추진하면서 각 행정부처에 "안된다. 할 수 없다"는 등 금지형태로 된 법률조항을 정리하여 보고하라는 지시를 하자 담당실무자가 상급자에게 "그런 내용을 모두 개정하면 우리는 뭐하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규제개혁이라도 자신의 권한이나 입지가 축소되는 것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단과 목적,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손톱 밑에 가시를 뺀다는 등의 구호와 함께 규제개혁을 추진하여 하였으나 지진 부진한 이유일 것이다.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우(外儲說右)' 에 구맹주산에 관한…
[충북일보] 6·13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후보 공천 절차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후보자가 몰린 민주당은 공정한 공천을 위해 중앙당 차원의 평판 검증까지 벌일 정도로 분주하다. 사실 정치는 철학의 문제다.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철학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을 우리는 흔히 선거라고 말한다. 철학이 다른 사람들끼리 경쟁은 본선을 의미한다. 본선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경선은 철학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들 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네거티브 위주의 경쟁은 심각한 내상(內傷)을 입을 수 있다. 3선에 도전하는 이시종 지사와 국회 4선의 중진인 오제세 의원의 충북지사 후보 경선 절차가 시작됐다. 이들은 그동안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물론, 오 의원이 주도한 공세였다. 아직 현역인 이 지사는 끙끙 앓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측근들과 언론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수시로 드러내고 토로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전략공천을 요구했다. 반면, 오 의원은 중앙당의 현역 출마자제 권고에도 지사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도민들은 충북을 대표하는 두 거물급 정치인의 거침없는 공방전에 대해…
미세 먼지가 우리의 하늘을 덮었다. 4월 1일은 세계의 친구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27주년 창립일이었다. 1991년 코이카 창립할 때에는 예산이 170억원, 봉사단 파견규모 연 37명, 개도국 연수생초청도 300명에 불과하여 원조공여국이라고 내세우기 가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예산이 8,500억원, 봉사단 파견이 2,500명, 연수생 초청이 5천명을 상회하며 중견 원조공여국으로 성장하였다. 1996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였고 2010년에는 가입조건이 가장 까다 로운 개발원조위원회(DAC)의 정식 회원국이 되어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2011년에는 부산에서 세계개발협력총회를 개최하는 등 원조 공여 국 중에서도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매김하였다. 코이카는 2015년부터 소위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의 중심에 서는 불운을 겪었다. 당시 외교부 장관은 ODA업무를 가장 잘 수행할 적임자를 적법하게 선정하여 대통령에게 추천할 법적 책임과 권한이 있는데도 ODA업무와 전혀 무관한 최순실의 사람을 대통령에게 추천하여 소중한 국가예산이 낭비 되도록 함은 물론 협력단 임원추천위원장을 통해 동위원회에 부당한 지시를 하여 부적격한 인사가 추천되도록…
지난 주말,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을 뚫고 동해 건너 일본 간사이공항에 도착했어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반갑더군요. "우리나라는 지금 미세먼지로 괴로운 상황인데 일본은 정말 공기가 맑고 좋다. 이곳이 진짜 봄 같네." 동료의 그 말에 화답하듯 오사카로 가는 곳곳에 벚꽃이 활짝 피었더군요. 연연한 분홍빛에 가슴이 환히 적시어 드는데, 이내 그 동료는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좋아. 여기는 지진이 일상화되었잖아. 커다란 폭탄을 안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지. 좋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나쁜 것도 있는 것이 삶 아니겠어·" 스스로 묻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아, 이곳에서도 균형이 존재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서둘러 오사카 호텔에 짐을 풀고, 교토로 달려갔죠. 청수사(淸水寺)를 방문하기 위함이었어요. 가는 길에 잠깐 교토 근처에 있는 아리시야마 숲을 관통하는 도로코 열차를 타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초록의 신록과 붉은 열차가 상큼한 대조를 이뤄 유달리 열차가 작고 귀여워 보였습니다. 열차의 좌석권은 이미 매진 상태여서 할 수 없이 입석권을 구했습니다. 양쪽 창가 좌석의 사람들과 중간…
'와인 파인 땡큐 안주?' 와인잡지에 실린 음식배달 앱 '배달의 민족' 광고문구다. 우아함으로 가득 찬 와인잡지에 뜬금없이, 그것도 아무 그림도 없는 흰 바탕에 딱딱한 글씨체로 촌스럽게 말이다. '배달의 민족'은 이러한 잡지광고를 '잡지테러'라 명명하고 몇 년 째 온갖 잡지에 '테러'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잡지에는 '밥 좀 주유소'를, 낚시 잡지에는 '슬플 땐 우럭', 외식잡지에는 '고기 맛이 고기서 고기지'나 '국은 물보다 진하다' 같이. '배달의 민족'은 그것도 모자라서 매년 '치믈리에 자격시험'도 본다. 배달음식의 대표주자인 치킨을 주제로 필기시험과 미각 테스트를 실시하여 '치킨감별사'를 선발, 인증서를 주는 것이다. 이렇듯 '배달의 민족'은 틀에 박힌 듯 고상하고 엄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와 재미, 파격을 추구하는 'B급 감성'을 내세우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관습과 당연함, 익숙함을 벗어난 일탈의 승리다. 지난주를 끝으로 종영한 MBC '무한도전'이야말로 'B급 감성'을 통한 일탈의 대명사 아니었을까. '잘난' 사람들의 경쟁이 아니라 '꼴찌'들의 반란과 무한한 도전정신을 가감 없이 보여줬던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역사×힙
소득불평등(所得不平等)은 바꾸어 말하면 경제적 불평등이다. 소득수준의 차이에 의해 부가 한 계층에 쏠림으로서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양극화(兩極化)란 사전적 어의로는 서로 다른 계층 또는 집단이 서로 상반되는 방향으로 분리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소득불평등이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양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논자에 따라서 양극화를 둘로 나누어 소득불평등을 경제적 양극화,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사회적 양극화로 보는 이도 있다. 한 사회의 소득불평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세전(稅前) 소득이 아니라 세후(歲後) 소득이기 때문에 한 개인이 쓸 수 있는 돈은 나타내는 가처분소득(可處分所得)의 조정이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富)의 재분배가 필수적인데, 이는 조세제도와 복지제도에 의해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조세제도에서 한국사회의 소득불평등에 관한 최근 통계 수치를 보면 세전소득의 불평등도는 낮은 편인데 반하여 세후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불평등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다시 말해서 조세제도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심화시키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하루 24시간 중 가장 혼자일 수 있는 시간, 퇴근길. 생각도 많아지고 그와 반대로 생각도 잘 정리되는 시간이다. 퇴근길과 같은 인생의 시기가 바로 '노인'인 것 같다. 하루를 보람차고 최선을 다해 일했다면 그 퇴근길도 행복해지기 마련이지만, 그와 반대라면 뭔가 찜찜하고 무가치 해 보이는 기분이 되니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늙어 간다. 젊었을 때는 자기 밖에 모르고 또 자기만의 세계에 안주하여 나눌 줄도 모르고 너그러이 받아들일 줄도 모른 채 이기적인 삶을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나 연륜이 쌓이고 인생의 여러 가지 경험을 겪으며 세월을 지낸 어른은 젊은이들이 볼 줄 모르는 것을 볼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늙는다는 것은 축복이다. 청춘이라고 불리던 시기에는 어떤 일을 하면서 '나'라는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실현할 것인가, 어디서 생활의 터전을 꾸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이 험한 인생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 하던 수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생활의 터전이 되 버린 곳에서 '나'라는 존재가 무슨 의미이고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뀌어 간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생활의 터전이…
[충북일보]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각종 문제를 낳고 있다. 관할 행정기관의 강력한 지도·점검이 시급하다. 대부분의 아파트 관련 회계사고는 잡수입과 관련돼 있다. 잡수입은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예비비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그런데 제대로 사용치 않는 게 문제다. 장기수선충당금 목적 외 사용과 무분별한 공사 집행이 대표적이다. 물론 잡수입이라 하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치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대표회의 의결 없이 무차별 집행되고 있다. 직원 수당이나 회식비 등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입주자대표회장 손에서 좌지우지되기 일쑤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의 시설 교체와 보수를 목적으로 주택 소유자에게 징수·적립하는 비용이다. 관리비에 포함돼 청구된다. 해당 공동주택의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사용된다. 공동주택에서 공용 사용 부분에 대한 수리 계획을 말한다. 공동주택 공용시설 교체나 보수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야 한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징수·적립한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조정한다. 물론 과반 입주자 서면 동의가 있으면 그 전에 할 수도 있다.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계
춥고 동굴과 같은 기나긴 동면이 끝나면서 따듯한 봄의 기운은 남쪽에서부터 시작된다. 봄기운은 미풍에 실려 북쪽으로 서서히 올라오면서 사람들의 여미어진 옷깃을 파고든다. 뛰는 가슴을 살살 다독거리며 사람들 옷깃을 파고들며 천천히 숨을 고른다. 이렇게 시작된 봄기운이 무심천에 이르면 아름다운 비너스로 변신한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던 하얀 포말 속에서 비너스는 태어났다고 하지만 향기로운 벚꽃 향기를 품은 꽃의 비너스는 춘풍에서 태어난 듯하다. 매년 4월은 남쪽 마을 진해에서부터 올라온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겨우내 살아있었음을 알리는 팡파르 소리와 함께 무심천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무심천변의 큰 아름드리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솜사탕 같은 벚꽃길. 그 뒤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첫 데이트하며 손을 잡을까 말까 하는 수줍은 연인들. 짓궂은 장난치면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동갑내기 친구들. 무심천 둔치에 심어진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의 향연을 기다리며 벚꽃이 터지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은 설레며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나 또한 4월이 되면 벚꽃에 대한 기다림으로 꽃의 향연 속에 빠져들기를 좋아한다. 한편으로는 무심천 벚꽃이 원
[충북일보] 아르헨티나 출신 토트넘 홋스퍼의 감독 마우리시오 포체티노(Mauricio Pochettino)가 인터뷰 때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스쿼드(Squad)와 퍼포먼스(Performance), 판타스틱(Fantastic) 등이다. 가령 '우리 선수들의 스쿼드가 좋아 환상적인 경기를 펼쳤다'고 자주 얘기한다. 여기서 스쿼드의 체육학적 의미는 운동을 하거나 경기에 참여할 때 하나의 유닛이 되는 선수 그룹이다. 토트넘의 스쿼드 포체티노의 지도력은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다. 1972년 3월 2일에 태어난 그는 1988년 뉴웰스 올드 보이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파리 생제르맹, RCD 에스파뇰을 거쳐 2009년 1월 자신이 선수로 활약했던 에스파뇰에서 감독을 맡았다. 2013년 1월 사우스햄튼 감독을 맡아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고, 지난 2014년 5월 토트넘 홋스퍼 감독에 부임했다. 토트넘은 당시 '톱 4'에 진입하기 어려운 팀이었다. '톱 4'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첼시, 리버풀, 멘체스터 시티 등이다. 토트넘은 5~10위 권 팀에 불과했다. 포체티노가 우리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손흥민 때문이다. 손흥민은 2010년…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봄비답지 않게 많은 비가 목마른 대지를 적신다. 차 앞 유리창에서 또르르 흐르는 빗방울이 나를 향해 달려와 메마른 감성을 노크한다. 순간 앞이 캄캄해진다. 반사적으로 와이퍼를 작동시킨다. 쉼 없는 움직임으로 빗물을 닦아내는 소리가 쏟아지는 빗방울과 함께 음률을 타며 어우러진다. 연신 움직이는 와이퍼 덕에 마음도 차분해지고 시야도 맑아진다. 모처럼의 빗소리에 봄의 교향곡을 감상하듯, 온몸의 신경이 촉각을 세운다. 며칠 전, 친구가 고민을 전해왔던 일이 떠올랐다. 아들이 집에 들어오면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단다. 당연히 아들과의 대화는 단절이라며,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하소연을 했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수정처럼 맑았던 마음이 언제부터인가 거리가 생겨 얼음처럼 차가운 벽을 만들었으니 안타깝기만 했다. 나 자신도 아이들을 키우며 수없이 경험한 일들이지만, 쉽게 고민을 해결할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친구의 아들이 무슨 이유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판단해서 이야기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그 일로 가슴이 답답했던 기억이 빗줄기와 엉키며 새끼줄을 꼬는 듯하다. 문득, 마음을 덮고 있는 얼룩을 와이퍼로 깨끗이…
모처럼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등산을 가기 위해서다. 7시 30분 차를 타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관광버스가 출발하려면 십 여분 이상 남았지만 등산복 차림이 눈에 뜨이기 시작한다. 저쪽에서 누군가 반색하며 다가온다. 선거철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붉은 옷을 입었으니 필시 자유한국당 후보일 것이다. 저 색깔을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던 시절 여당을 상징하는 색은 푸른색이었다. 어떤 일로 상징색을 바꿨다. 붉은색이 상징하는 것은 도전과 선동이다. 집권당을 타도하려는 도전정신이 바로 붉은색이다. 집권당이 그 색을 쓰더니 야당이 되어 버렸다. 묘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박봉규 후보로부터 명함을 받아든다. 정우택 의원이 후보시절 상황실장을 역임했다니 정치를 잘 알 테고 판세분석능력도 탁월할 것이다. 건투를 빈다는 말을 남기고 차로 올라가려는데 박봉규 후보가 누굴 급히 부른다. 탤런트처럼 잘 생긴 얼굴이다. "이종옥 도의원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명함을 받아들고 걸으면서 흝어본다. 눈에 뜨이는 경력이 하나 있다. 공인중개사 협회 충북 대의원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을 하다가 도의원까지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충북일보] 충북도 산하 각 기관·단체 등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지적이 잦다. 산하기관 여기저기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사 채용비리부터 임대 업체 상대 뒷돈 챙기기까지 각종 의혹이 다양하다. 경찰 조사를 받던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전 국장 A(63)씨는 결국 입건됐다. 임대업체 업주로부터 매달 200만~300만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다. A씨가 업체로부터 받은 돈은 10여 년 간 3억2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개인적인 일탈이 말썽이 되고 있다. 충북광역자활센터장 B씨는 그동안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지시를 직원들에게 일삼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폭언·욕설을 하는 등 강압적인 모습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충북도 등 지자체 산하기관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물론 개인 소양 부족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그 다음이 관리감독 주체의 관리·감독 소홀이다. 탁상에서 하는 형식적인 관리와 감독이 부정과 비리를 낳게 한 셈이다. 관리감독 주체가 소양 부족 인물을 잘못 선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욱 더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해야 한다. 충북도 역시 그랬다. 39년 만에 처음으로 청
[충북일보]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올해가 62주년이다. 지역신문의 위기를 떠올린다.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를 생각한다. 지역신문의 생존법을 고민한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 충북도가 먼저 나서는 게 좋다 신문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지역신문의 추락은 훨씬 더 비극적이다. 지역에서 신문의 날 기념행사가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그 사이 신문의 날 의미도 퇴색했다. 이름만 남아 있는 기념일로 전락했다. 지역신문은 지금 광고주가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점점 길들여진 맹수가 돼 가고 있다. 맹수성도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사냥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빨 빠진 기자들의 슬픈 울음소리만 들리고 있다. 지역신문이 건강해야 지역저널리즘도 건강해진다. 제대로 된 지역신문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중앙 정부의 독주행정을 막을 수 있다. 지역분권도 앞당길 수 있다. 충북도 등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 전체가 나서 살려야 한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정부기금이나 뉴스저작권 같은 수익 증대 방안 외에 다른 생존방법도 있다. 경남도 등 일부 지역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다. '지역신문지원조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