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누엘 칸트는 매일 정확한 시간에 산책했던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다. 그는 골똘한 생각에 잠긴 채 철학적 사고에 젖으며 걸었다고 한다. 또 니체는 '심오한 영감의 상태, 즉 모든 것이 오랫동안 걷는 길 위에서 떠올랐다'고 했다. 그런 훌륭한 분들의 위대한 생각이 탄생된 길이니 걷기를 매일 생활화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전국 곳곳마다 산길 따라, 물길 따라, 옛길 따라 둘레길을 찾아 유행처럼 걷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 길은 데크와 미끄럼 방지용 깔개를 깔아놓아 걸어도 쉽게 피곤하지 않는 길이다. 어린아이나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우리네 일상생활이 바쁘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거나 힘들 때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걷는다면 몸과 마음에 활기를 얻을 수 있다. 내 집 부근에 사직공원 둘레길이 있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낮은 산으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걷기에 딱 좋은 장소로 알려졌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시각까지 이곳 주변의 주민들이 찾아와 걷는 사람들로 이어진다. 더구나 이 길은 흙길이라서 발을 디딜 적마다 감촉이 너무 좋아 발걸음
허리를 조이고 가슴을 받쳐주기 위한 체형보정 속옷이 코르셋이다. BC 2000년경 청동기시대 미노아 문명의 크레타인들이 처음 입기 시작했다는데 체형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옷 위에 넓은 벨트처럼 착용했다. 첨단 패션 아이템 중의 하나인 코르셋 벨트의 원형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코르셋이 여성 속옷의 대명사가 됐지만 처음엔 남성들이 역삼각형 몸매를 만들기 위한 상체 교정 목적으로 코르셋을 입었다고 한다. 남성의 옷장에서 여성의 옷장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옮긴 셈이다. 코르셋의 앞면에는 가슴을 지지하고 보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지대인 버스크를 넣는다. 고래 뼈나 강철 등이 일반적인 버스크의 재료였으나 상류층 여성들은 은이나 상아 같은 재료로 버스크를 넣어 부를 과시했다. 버스크에 시 구절을 새겨 넣기도 했는데, 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버스크를 코르셋에서 빼내는 행동은 이성에 대한 유혹으로 여겼다. 세뇌된 미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조인 코르셋의 부작용은 여성 건강에 치명적이었다. 요통과 변비는 필수였고 탈장과 내출혈이 오는가하면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찌르는 바람에 사망하기도 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여성들이 툭하면 졸도했던 이유도 코르셋
세월이 정말 쏜살같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한 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올해로 공직 7년차. 4년 전 첫 아이를 출산하고 2년 전에 둘째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정신없이 지냈던 것 같다. 수시로 뒤바뀌는 밤낮으로 눈 밑에 다크서클을 항상 달고 아이들을 키웠으니 그나마 없는 체력에 어떻게 버텼는지 스스로도 놀랍다. 요즘 '워킹맘'이란 신조어가 널리 쓰인다. '일하는 엄마'란 뜻의 이 단어는 사회활동과 가정을 병행하는 여성을 일컫는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지속 증가하는 반면, 가정 내 육아 및 가사부분에 여성의존 부담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30대 초반 여성의 경력단절현상 심화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워킹맘들은 공평한 역할 분담이나 이의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일과 양육을 병행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가사와 육아 및 사회활동마저 완벽해야 한다는 주변의 바람과 시선은 부담을 가중시킨다. 나 또한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곤히 자는 아이를 아침 일찍 깨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낼 채비를 하다보면 첫째 아이는 이따금씩 "오늘 유치원 가는 날이야?"라고…
[충북일보] 6·13 지방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자꾸 하루 앞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뒤편으로 밀려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선거판까지 혼탁해져 유권자 무관심을 부채질 하고 있다. 충북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도 너도 나도 매니페스토 실천을 약속했다. 네거티브를 지양하겠다고 선서했다. 후보들은 도내 각 지역 선관위를 통해 매니페스토 협약서에 직접 사인했다. 하지만 후보마다 매니페스토를 아예 잊은 듯하다. 여야 모두 정책선거를 다짐하고도 '퍼포먼스'만 하고 있다. 청주·충주·진천·음성 등 도내 전 지역에선 네거티브 공방전이 치열하다. 정치 철학과 정책으로 경쟁하겠다는 의지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네거티브가 주류다. 서로 헐뜯는 공방전이 심해지고 있다. 충북지사 선거는 '후보 매수설'을 놓고 진실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청주시장 선거는 고발전이다. 충주는 미투(#Me Too)와 취업특혜 의혹으로 진흙탕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 매니페스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남북관계 해빙무드에 고무된 분위기다. 충북도당은 얼핏 충
조선유교사회에서 새로 임명되는 지방 수령들이 가장 우선을 두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환과고독(鰥寡孤獨)'의 처리였다. 늙은 나이에 아내가 없는 것을 환(鰥), 남편이 없으면 과(寡), 부모가 없으면 고(孤), 늙어 부양할 자식이 없는 것을 독(獨)라고 했다.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왕도정치를 묻자 이 문제를 잘 처리해야 현군이라고 가르친 데서 유래한다. 조선을 개국한 이태조는 즉위한 직후 백성들을 위한 교서를 내렸다. 이태조가 제일먼저 주문한 것이 바로 '환과고독'에 대한 지방 수령들의 책무였다. "환과고독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니 마땅히 불쌍히 여겨 구휼해야 될 것이다. 해당 관청에서는 굶주리고 곤궁한 사람을 진휼하고 그들의 부역을 면제해야 한다." 조선시대 후기 황해도 장연현감으로 부임한 김희채는 홀아비 과부를 짝지어 주는 일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칭송을 받았다. 바로 환과고독을 해결하는 것이 목민관의 첫 임무로 생각한 때문이다. 당시 보쌈은 약탈혼이라는 중대 범죄였지만 관아에서 눈을 감아주었다. 보쌈은 수절(守節)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 탈 유교적 풍속이기도 했다. 사대부가에서도 청상과부가 되면 은근히 보쌈 신세가…
벌써 유월이다. 분주함을 핑계로 서둘러 살다보니 어느새 꽃들이 지고 있다. 그리고 유월이 느닷없이 다가왔다. 온통 꽃으로 물든 봄을 보내며 맞는 올해의 유월은 가슴 떨린다. 언제 이렇게 가슴 뛰는 날들이 있었던가. 지방선거와 북미회담이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길을 열며 유월을 달구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작은 전율들이 온 몸을 감싼다. 지난날 민주화를 외치며 길 위에서 보내던 날들이 다가온다. 올해 유월이 이렇게 새로움의 떨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마 나만의 그 것은 아니리라. 지난날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들의 엄혹한 싸움은 지금의 민주주의를 위한 것들과는 그 질적으로나 양적인 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당시의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은 군부독재와의 싸움이었고 야만과 금기를 깨는 항쟁이었다. 그러기에 최루탄과 고문의 억압에 맞선 목숨을 건 투쟁으로 대중과 분리된 선도적 투쟁일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것은 철저히 파편화 되고 개인화 되어 민중들과 함께 가기 보다는 민중들을 앞서 이끌고 나간다는 지식인적 운동이었다. 그러기에 현장이라는 곳에서의 자각운동과 조직화 운동은 대단히 폐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유월항쟁이 있기까지는 그랬다. 유월항쟁은 이
동방이 비밀리에 결집한 조직원은 동방과 나를 포함하여 겨우 다섯 명이었다. 이 다섯 명이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그런데도 동방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내가 보기엔 이 게임은 이길 수 없는 게임 같은데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겐가?" 동방은 나를 보고 빙글거리며 대답했다. "김 사자님이 제 편이니까요." "예끼, 놀리지 말게나. 나야, 자네가 억지로 끌어들여 놓지 않았나?" "김 사자님은 우리 조직이 이상하게 변질되기 시작될 때부터 바로 돌려놓으려고 하셨잖아요?" "내가? 그게 무슨 말인가? 언제 그랬다는 건지……." 동방은 입술 끝을 올리고 소리 나지 않는 웃음을 표정으로 한참동안 웃고 나서 말했다. "저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요. 지금도 그때, 사자님의 당당한 모습을 생각하면 무언가 하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요." 나는 동방이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모르는 일을 저 혼자 저렇게 도취되어 떠드는 걸 보면 간밤에 꾼 꿈을 현실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일은 않고 졸다가 꿈을 꾼 게로군." 동방의 눈과 입술이 나를 놀리려고 작정이라도 하듯이…
2018년 6월 13일 4년간 우리 지역 행복을 책임질 일꾼들을 뽑는 날이다. 그러나 선거 날이 다가오면서 인터넷에 많은 가짜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짜뉴스란 외관상 실제 언론보도처럼 보이지만, 사실과 무관하게 작성된 기사를 말한다. 처음부터 악의적인 목적으로 작성된 유언비어로 흑색선전의 새로운 변형이며, 마치 사실처럼 보여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선거 등에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 내용을 왜곡 또는 조작해 대부분 사실 확인이 쉽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SNS를 통한 가짜뉴스는 큰 위력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가짜뉴스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국제 테러단체에 무기를 판매했다' 식의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미국 대선 판도를 바꿨다는 말까지 생겨나서 가짜뉴스 폐해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엉터리 정보를 담은 가짜뉴스의 문제점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인데, 가짜뉴스를 진실로 믿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퍼 나르면서 진실이 왜곡되고 사회의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피해는 곧장 유권자 즉 국민에게 돌아간다. 유권자의 눈과 귀를 흔들고 판
"건강한 신체는 영혼을 위한 침실이나 병든 몸은 영혼의 감옥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관리 즉, 예방이 중요하다. 최근 기온이 초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높아지면서 모기 활동이 왕성해 지고 있다. 일본뇌염 주의보도 지난해보다 빠른 지난 4월 1일에 발령됐다. 일찌감치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모기는 일본뇌염은 물론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 등 열대성 감염병을 옮기는 대표적인 해충이어서 특히 아기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뇌염은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빨간집모기(Culex tritaeniorhynchus)에 물린 경우 발병하며 대개 99% 이상은 무증상 또는 열을 동반하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일부에서 급성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일본뇌염의 합병증으로는 마비, 중추신경계 이상, 기면증, 섬망 등이 있고, 세균 감염에 의한 호흡 곤란을 동반한 폐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각한 후유증이 남거나 사망에 이르는 비율은 50∼60%에 이른다. 연령이 낮을수록 증상이 심하다. 일본뇌염 환자에 대한 특이적인 치료법은 없고 호흡장애, 순환장애, 세균감염에 대한 보존적인 치료를 한다. 또한,…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의 석곡리, 석실리는 '솝실'에서 '속실'로 변이된 이후 '속'이 '석'으로 변화된 특수한 예에 해당하지만 대부분의 지명에서는 '속실'에서 'ㄱ'이 탈락돼 '소실'로 변했다. 보은군 속리산면 중판리와 괴산군 청천면 사기막리의 '소실티골'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소실'을 비롯해 경북 군위군 우보면 모산리와 경북 군위군 우보면 문덕리의 '소실', 경남 함양군 함양읍 대덕리와 경북 울진군 매화면 갈면리의 '소실들', 전남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의 '소실당골',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의 '큰소실골' 등이 '소실'로 변이된 경우다. 그런데 '솝실'이 '속실, 석실, 이리(裡里)'로 변하기도 하지만 보은군 탄부면 벽지리의 '수반', 충주시 수안보면 고운리의 '숲안'은 숲의 안쪽이라고 설명하는데 '숲, 수'의 어원은 '숲(수풀)'이 아니라 '솝'으로 추정할 수 있는 흔적들이 많이 발견된다.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의 '수반들'은 우암동과 내덕동에 접한 무심천의 안쪽에 있던 들을 가리킨다. 현재의 청주농고와 청원경찰서 일대를 말하는데 '수안들'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수반'과 '수안'이 함께 사용되는 것은 '수반'에서 'ㅂ'이 탈락돼
얼마 전 6·13 지방선거 선거공보물이 왔다. 어쩌면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말 말 말'이 무성하게 들어있다. 우리 동네 시의원은 어떤 사람들이 나오는가. 이제껏 어떤 삶의 지향을 가지고 살아왔는가. 도지사후보나 시장후보에 대해서는 새로울 것도 없어 공약 중심으로 살펴볼 테지만, 우리 동네 시의원은 어떤 사람들이 나왔을까 다소 설레이기까지 하며 펼쳐봤다. 지방선거가 풀뿌리 정치의 축제라고 한다. 풀뿌리 정치는 생활영역에서 진행되는 삶의 과제들이 제도적 정책적인 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로부터 시작해 우리로, 지역으로 확장되는 변화의 설렘과 기대가 풀뿌리 정치에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길목에서 주체로 나선 후보자들은 새로운 길을 선택하며 어떤 꿈이 있는지, 그 생각과 움직임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하나같이 비슷한 자랑이고 비슷한 말이고 비슷한 일을 하겠다면 6·13 지방선거라는 정치 드라마는 참 재미없어 보인다. 거인의 정치에 기대어 한자리 해보겠다고 하는 모습은 재미도 없을뿐더러 비겁해 보이기까지 한다. 신발 끈 고쳐 메고 결단하고 나설 때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절박한 꿈이 있었을 것이다.
추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내 기억 속엔 잊지 못할 훌륭한 정치인이 자리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되는 지난날의 기억이다. 당시 필자는 한국교원총연합회충주시 교총회장이었을 때다. 필자는 감투욕만 앞세우고 맡은 소임엔 무관심한 자를 가장 혐오하는 성격이다. 한 달이면 최소한 두 차례 이상 우면동에 소재한 교총회관엘 들러 교육 관련한 정보를 나누고, 심지어 국회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소회의실에서 각 정당 대표를 대신하는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힐난하게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상 탁상공론이라는 말을 자주 되뇌는 일이 흔한 편인데 바로 위정자들이 현장에서 교단을 지키며 봉직하고 있는 교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외면한 채 권력을 거머쥐고 있다고 거드름을 피우거나 당리당략에만 치우쳐 딴 세상 사람들처럼 헛소리나 해대는 게 그 때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의 변하지 않는 작태라는 걸 지울 수 없다. 한번은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방문했었다. 생각보다 정책의장실이 협소했다. 김만제 정책위의장과 필자만 의자에 앉았고, 모두들 주위에 설 수밖에 없었다. 함께했던 20여명의 충주시 교장님들과 교총 임원들도 진지했었다.…
'친구를 만들어라. 언제든 찾아가 마음 터놓을 편안한 친구를 만들어라. 초라한 모습을 보여도 흉보지 않을 친구를 만들어라. 취미를 만들어라. 스트레스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시간을 다스리지 못하면 우울증이 생긴다. 아지트를 만들어라.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비밀 아지트를 만들어라. 산도 좋고 바다도 좋고 커피 향 가득한 카페도 좋다. 글을 써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라. 글을 쓰면 차분해지고 생각이 정리된다. 일기도 좋고 편지도 좋고 낙서도 좋다. 여행을 떠나라. 사람이 많으면 계획만 짜다 세월 다 간다. 혼자면 어떤가. 며칠이 어려우면 하루라도 떠나라. 다음엔 긴 여행도 갈 수 있다. 위의 내용은 시인이자 수필가인 조미하 씨가 지은 책 '꿈이 있는 한 나이는 없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 마련할 기본 장치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요즈음 필자는 '언제든 찾아가 마음 터놓을 편안한 친구들'과 자주 만납니다. 그들과 어울려 공통적인 화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도 좋고, 그저 웃는 것도 좋고, 세상을 탓하며 함께 식사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들과 함께 있노라면 세상사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처럼…
[충북일보] 문장대온천 개발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경북 쪽에서 사업을 추진한 지 30년 만이다. 또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겪어온 세월이 너무 힘들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경북 상주의 '문장대 온천관광 휴양지 개발 지주조합(이하 지주조합)'이 제출한 환경영향 평가서를 지난 1일자로 반려했다. 문장대 온천관광지 지정과 조성 계획의 효력 상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사업허가 취소 이후 2년 안에 다시 허가를 받아야 관광지 조성계획이 유효하다. 그런데 지주조합은 2009년 대법원 판결로 사업허가가 취소된 뒤 재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조성계획 수립 절차도 다시 진행하지 않았다. 문장대온천 개발 사업이 중단되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문장대 일대는 이제 개정된 환경 관련 규정에 따라 한강 환경오염 총량제의 적용을 받게 된다. 사업 재추진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근거는 여기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해결 된 건 아니다. 항구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먼저 온천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래야 온천개발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무모한 온천개발도 막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지역 간 상생
[충북일보]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다시 급부상했다. 6·13지방선거 세종시장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들이 세종역 신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충북 입장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내 여야 후보들은 전혀 대응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충청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지난달 31일 대전 야구장에서 공동 공약까지 발표했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한국당 송아영 세종시장 후보는 KTX 세종역 신설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조를 약속하면서 갈등의 씨앗을 품고 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참석자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 다른 후보들은 몰라도 박경국 충북도지사 후보는 분명하게 집고 넘어갔어야 했다. 어물쩍 넘어갈 정도로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KTX 세종역 신설 문제는 충북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던 사안이다. 아무런 조치 없이 공조만 외친 건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세종시장 후보도 KTX 세종역 신설을 대표 공약으로 추진 중이다. 여당 유력 후보의 공약이다 보니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시종 충북도지사 후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야 충북 여야…
이른 폭염과 게릴라성 호우, 도심 침수는 최근 들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도시화 과정에서 도로 이용이 편리해지고 괄목할만한 발전은 있었지만 현재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도심은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아쉬운 모습이다.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신도심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녹지공간과 친환경 공간이 어우러져 있다. 반면 구도심의 경우에는 도로와 좁은 골목길 대부분에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덮여 있다. 이동의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그런 생활공간에서는 실개천이나 풀 한 포기 찾아보는 게 쉽지 않고 생명력이 없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여름철 도심의 무더위와 폭우에 의한 침수를 대비할 방안은 무엇일까?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방법은 우리 삶의 공간을 자연 공간과 닮도록 환경친화적으로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도심 주변에 친수공간을 확대하고 환경친화적인 개발과 친환경 생태공간 확장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도심 주변의 하천은 생태하천 복원으로 생명력 있는 하천으로 조성하고, 도심 내 자연마당, 생태 놀이터와 같은 소공원을 더 넓혀 나가야 한다. 또한 도시계획 및 개발사업 추진 시 도시 내 건강한 물 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저 영향 개발
[충북일보] "고수는 감추고 하수는 뽐낸다." 인생의 지혜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경구다. 절대 고수, 진정한 강자가 그리운 시절이다. "산이 거기 있기에(Because it is there.)"를 떠올린다. *** 도내 산악인 11명 등정 성공 산을 좋아 하기 시작하면 한 가지 꿈을 꾼다. 가장 먼저 지리산(1,915m)을 한번쯤 종주하고 싶어 한다. 기회가 되면 히말라야 산군에 들려 한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8,848m)에도 오르려 한다. 산이 거기 있기에 꾸는 꿈이다. 충북의 바이오 벤처기업 임직원들이 세계 최고봉에 올랐다. 파이온텍 최진철·전재민 대원이 지난 5월16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다. 충청북도기를 펼치고 충북 발전과 도민 안녕을 빌었다. 가족들의 소망을 담은 USB도 산정에 묻었다. 충북과 에베레스트 인연은 깊다. 벌써 40년이 넘었다. 1977년 고상돈(1979년 사망·청주대 출신)이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루트는 남동릉 루트를 선택했다. 58번째 등정자였다. 국가별로는 8번째였다. 물론 한국에선 처음이었다. 그 후 에베레스트는 충북과 인연을 맺는데 10년을 더 요구했다. 마침내 1987년 허영호(청주대
짧은 봄이 지나가고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여름철 식물 관리법에 대하여 다루어 보겠습니다. 1) 물주기 여름철에 물을 주실 때에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 물을 주셔야합니다. 한 여름의 직사광선에 놓아둔 물컵 속의 물이 펄펄 끓는 것처럼 한 낮에 물을 주신다면 여름 볕으로 인해 화분속의 뿌리가 익는 경우도 생깁니다. 물을 주실 때에는 반드시 아침 햇살이 강하지 않은 이른 시간이나 해가 지고 기온이 조금 내려간 뒤에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철에 물을 주실 때에는 그 시간도 중요하지만 물의 양 또한 달리하셔야합니다. 고무나무와 같은 열대 관엽식물이나 허브종류는 여름철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물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겉 흙이 말랐다면 즉시 물을 주시되 충분한 양의 물을 흘러나오도록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신 물이 화분 밑 물받이에 고여있지 않도록 해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물주기의 간격이 긴 식물에 물을 주실 때에는 반드시 흙이 바짝 말랐는지 여부를 살펴보시고 바짝 말라있다면 물주시는 속도를 아주 천천히 늦춰서 흙이 충분히 적셔진 이후에 충분한 물을 한번 더 주
풀 향기가 코끝에 와 닿는 녹음이 짙푸른 유월이 되었다. 싱그러운 나뭇잎은 기름을 발라놓은 듯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계절이다. 들녘에는 농작물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모내기를 끝낸 논도 녹색들판으로 변해가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반도를 중심으로 숨 가쁘게 급변하는 정세가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6·13 지방선거의 열기도 달아올라서 초여름의 햇살과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내일은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분들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인 현충일(顯忠日)이다.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偉勳)을 추모하는 행사를 하는 날로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나라가 존재하는 한 수차례의 전란(戰亂)을 거치게 되어 있다. 모든 국가는 그 전란에서 희생된 사람을 추모하는 행사를 한다. 1948년 8월 정부수립 후 2년도 채 못 되어 6·25 한국전쟁을 맞았고 이에 40만 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하였으며 백만 명에 달하는 일반 시민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고 재산피해를 입었다. 1953년 휴전이 성립된 뒤 3년이 지나 어느 정도 자리가 안정을 찾아가자 정부는 1956년 4월 대통령령 제1
절간 마당을 가득 채운 연등행렬은 마을길까지 이어진다. 밤길을 아름답게 수놓은 연등은 위대한 성인탄생을 경축하는 정성들이 모인 것이다. 이 계절 하늘엔 별이 빛나고 숲길엔 등불이 환하게 비치고 아름다운 향기가 온누리에 퍼져나가게 된다. 다행히 우암산 기슭에 거처를 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자연이 연출하는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끽할 수 있고 자연 속의 모든 생명들과 함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난 내가 살아있음을 진심으로 감사한다. 번뇌를 주체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마음에 아름다운 꽃을 심고 가꿔 나간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가 살아가면서 앞으로 몇 번이나 이렇게 곱고 맑은 마음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삶 속에서 사는 것에 얽매여 갇혀 버린다면 마음속에 고운 꽃을 피워낼 수 없다. 마음에 집착을 버리고 여유를 얻은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어느 날 한 중생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하루를 보람 있게 보내려면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조주선사는 답했다. 그대는 '하루 24시간 부림을 받지만 나는 부리고 있다네' 그대는 어떤 시간을 말하는가? 집착하면 시간의 부림을 받지만 집착을 버리
[충북일보] 가짜 뉴스(Fake news)가 판을 치고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6·13지방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네거티브가 더 심해지고 있다. 가짜 뉴스는 뉴스 형태로 된 거짓 정보를 일컫는다. 일부분이 사실이 아닌 정보로 만든 뉴스도 가짜 뉴스에 해당한다.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보를 조작해 대중에 유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가짜 뉴스는 거의 선거와 연관돼 있다.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흥미와 본능을 자극해 시선을 끈다. 일종의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이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는 특징을 띤다. 대개 재정적 또는 정치적으로 이득을 얻으려고 생산·발간된다. 대부분 일부 사실을 침소봉대해 전부인양 호도하는 특징을 갖는다. 사실과 전혀 다를 때가 더 많다. 선거전이 치열해질수록 가짜 뉴스 생산과 흑색선전 가능성은 커진다. SNS 등이 가짜뉴스를 실어 나르는 통로 역할을 한다. 충북에선 최근 도지사선거 후보 매수와 관련된 각종 설이 난무했다. 매수 주장 문건이 나오고 반박도 있었다. 당사자로 지목된 후보는 결국 사실 무근 기자회견까지 했다. 이런 논란 역시 한 인터넷 매체 기사에서 시작됐다. 얼마 전까지는
할아버지는 주검 속에서 눈을 떴다. 짓눌린 상처가 아픈 줄도 모르고 동료들을 비집고 나오니 주변은 이미 폐허가 돼 아무도 없었다. 고향에 두고 온 할머니와 6남매를 떠올리며 홀로 걷고 또 걸으셨다고 했다. 그러다 회군하는 북한 군대와 마주쳤을 땐 '아, 이대로 끝이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이대로 도망칠 수도 없어 죽음을 고사하고 그저 걸었더니, 지친 북한군도 똑같이 서로의 얼굴만 마주 본 채 지나쳐갔다고 했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오신 할아버지는 귀한 막내딸을 낳으셨고, 그 막내딸은 나의 어머니가 돼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6·25전쟁 당시 할아버지의 전쟁담은 나에게는 역사책에서만 보던 이야기지만 할아버지에겐 몸에 또렷이 남은 과거의 상처였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한평생 벽면에 걸린 훈장과 표창을 보며,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그날 그들의 지친 얼굴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그중 어느 한 명이라도 총을 쐈다면 집으로 올 수 없었을 거라 하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현실에 너무도 감격스러워 하셨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포탄 소리로 깜빡깜빡 먹은 귀 때문에 더욱 큰 목소리로 여러 번 이야기하셨다. 전쟁 속에 피폐해진…
5월 스승의 날을 보내며 좋은 가르침을 베풀어 주신 은사님들을 떠 올리게 된다. 살면서 많은 분들에게 가르침을 얻었고, 그러다 스치듯 주신 한 마디에 나의 인생관이 달라졌으니 다시 생각해도 참으로 고마운 깨우침을 받았다. 지금과는 달리 우리가 대학 다닐 때는 임용장을 받고 군대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거기에 나는 대학 졸업 후 곧 시작한 교육대학원 석사 코스를 마치면서 다시 제대로 공부하고자 본대학원 석사코스에 재입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영 영장을 받았다. 이러다보니 다른 사람보다 평균 7~8살 많은 중늙은이로 군대를 가게 됐다. 12월 8일 입영을 앞두고 대학에 가서 은사님들을 찾아뵈었다. 동양사를 강의해 주셨던 신 교수님은 개론서인 동양 문화사를 저술하고 동양사학회장도 역임했으니 학문과 경륜으로 사계를 압도하는 분이셨다. 당시 연수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신 교수님은 군대 간다는 인사를 받자마자 대뜸 하시는 말씀이 '군대 간다고? 그러면 앞에서 뛰게, 앞에서 뛰어야 하네'라 했다. 학부시절 교수님들의 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 한 것도 아니고 별반 두드러진 표양을 보이지 못한 터라 그런 말씀을 했는지도 모른다. 논산으로 입영하러 가는 기차 안에
신록의 푸르름을 느끼고 싶어 상당공원을 들렀다. 도심 속 공원이라 그런지 화단 위에 피어있는 노란 꽃들과 내리쬐는 햇살아래 그늘 깊은 나무들이 정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삶의 여정에서 잠시 벗어나 나무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도 여기 저기 눈에 띈다. 호국보훈의 달 유월을 기념이라도 하려는 듯 공원 맞은 편 교통섬에서는 대형태극기가 맞바람을 맞으며 펄럭이고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웅장하게 솟아있는 도민헌장 탑이다. 그 뒤에 수줍은 듯 숨어있는 동상이 있는데 구한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청주출신 의병장 한봉수의 동상이다. 33승 1패, 유격전의 명수였던 그였으니 동상도 보일 듯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것일까. 길목에 몸을 숨겨 기다리고 있다가 성난 매의 눈을 하고 한순간 달려드는 한봉수의 의병에게 일본군은 저항도 못해보고 속수무책 당했으리. 짚신을 신고 화승총을 들고, 허리에는 총알과 수통을 차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동상 앞에 서니 숙연함이 느껴졌다.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벤치에 앉아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신록을 즐기고 있는데 젊은 사람 두 명이 동상 앞을 지나가
세상의 딸들이 하는 말이 있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말이다. 가까스로 서울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빈 좌석을 찾아 앉으니 피곤이 몰려온다. 가는 동안 잠이라도 잘 요량으로 눈을 감아보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잇는다. 그 끝에 엄마가 보인다. 엄마가 서울로 올라갔다. 재수하는 오빠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졸지에 덩그마니 남겨진 나는 오빠만 챙기는 엄마가 미우면서도 보고 싶었다. 방학 때면 엄마를 보러 서울에 갔다. 도심 변두리 작은 방은 썰렁한 시골 내 방이나 마찬가지로 한기가 돌았다. 엄마와 오빠가 살던 연탄공장 옆 단칸방은 대낮에도 백열등을 켤 만큼 어두침침했다. 공장에서 날아오는 탄가루는 닦아도 닦아도 걸레만 까매질 뿐 방바닥은 여전히 탄가루로 서걱거렸다. 순박했던 엄마가 변했다. 가난은 시골아낙네였던 엄마를 꽝꽝 언 생선을 무쇠 칼로 내려칠 만큼 억척스럽게 만들었다. 한겨울 장바닥에서 손님들과 드잡이하는 엄마를 볼 때면 이악스러운 엄마가 부끄러웠다.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겠노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모습이 엄마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동상으로 벌겋게 부은 손으로 엄마는 생선을 팔아 오빠를…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