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을 좋아한다. 길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자연의 섭리가 경이롭다. 오늘도 국화차 한통에 사과 한 덩어리를 배낭에 넣고 화양동 숲길을 걸었다. 해마다 걷는 길이지만 자연은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준다. 지난 해 이 길을 걸을 때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는데 오늘은 푸르름이 가득한 신록의 계절이다. 주자(朱子)가 은둔했던 무이구곡이 이런 풍경이었을까. 높이 솟은 기암괴석 경천벽을 바라보며 운영담을 지나면 우암 송시열 선생이 낙향하여 제자들과 함께 학문을 즐겼다는 계곡 위의 작은 집, 암서재를 만난다. 부처님의 정기서린 도명산을 감싸 안고 장엄하게 흐르는 화양천의 절경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암서재의 툇마루에는 옛날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어우러져 청량하게 흐른다. 암서재를 지나 한참을 걸어서 구름에 물든 절 채운사에 들렀다. 마당을 쓸고 있는 스님의 뒷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속세를 벗어나 수행한 선승의 높은 법력 때문일까. 경건하게 들려오는 목탁소리를 따라 조용히 대웅전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오랜 세월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서방정토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에 시선이 머문다. 누가 그려 놓았을까. 채운사에서 바라본 도명
[충북일보]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수많은 당선자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생활물가 관련 대책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대한민국은 지금 생활물가로 휘청거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상의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관람료 인상에 이은 치킨 배달 서비스 유료화 등 생활물가인상 소식이 끝없이 전해지고 있다.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음료, 과자, 즉석밥 등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팔도는 전통 음료 '비락식혜'와 '비락수정과' 캔 제품(238㎖) 가격을 7월 1일부터 인상키로 했다. 두 제품 모두 900원에서 1천원으로 11% 인상한다. 앞서 동아오츠카는 데미소다(250㎖)와 포카리스웨트(630㎖) 가격을 각각 20%, 4.5% 올렸다. 크라운제과는 국희샌드·마이쮸 등 8개 제품의 가격과 중량을 조정해 중량당 평균 12.4% 인상했다. 콜라, 즉석밥 등 가공식품은 연초부터 올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콜라와 즉석밥 등 주요 가공식품류 10개 중 7개가 전년보다 최대 9%까지 올랐다. 실제로 식품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원재료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6·13 지방선거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이다. 적폐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와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읽지 못한 홍준표 대표의 패착도 선거 참패에 한몫을 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지역에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의 목소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애석할 따름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6월 11일, 충북도의회는 자유한국당 의원 중심으로 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2017년 물난리 때 해외연수를 다녀오고 '레밍' 발언으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김학철 의원이 대표발의를 했고, 임병운 의원 등 9명의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임기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을 상황에서 인권조례폐지를 시도한 것에 대해 참담함을 넘어 분노마저 든다. 충북도의회는 2013년 11월 인권조례를 제정했고, 2016년 인권증진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인권센터에서 근무할 인권옹호관 두 명도 이미 채용했으며 6월 26일 인권센터 개소를 앞두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당선 가능성도 불확실한 의원들이 조례안 폐지를 발의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무소속 김학철 의원을 비
연일 미세먼지로 인해 이젠 파란하늘이니 푸른5월이니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자연은 환경에 굴하지 않고 녹음을 내고 꽃을 피워낸다. 자연처럼 여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나 꿈, 잊을 수 없는 일, 또는 그리운 사람 등 일게다. 나 역시 보은(報恩)의 계절을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못내 그리운 선생님이 계셨다. 이번에 꿈처럼 선생님 소식을 접하게 되고 약속이 잡히자 전날부터 설렜다. 만남의 장소로 가는 내내 오십년 전 초등학교 3학년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어떻게 변하셨을까. 마르시고 눈이 크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드디어 선생님 앞에 섰다. 강산이 다섯 번은 바뀌었을 세월을 보내고서 이제 왔노라고 늦은 인사를 올리고 건너다 뵈니 팔순이 임박하셨다는 연세임에도 어렴풋이 옛 모습이 계시다. "나… 실은 자네가 누군지 몰라요…." 선생님께선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계셨다. 예상했던 일이다. 담임을 한적 없으신 데다, 초등학교 3학년 동안 일주일에 한번 특활시간에 글짓기를 잠시 배웠을 뿐이다. 당시엔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니 특활시간을 거쳐 간 남의 반 아이들을 어찌 다 기억하시겠나. 나 역시 신화처럼 먼 옛날에 반짝이던
태양의 원료는 수소원자를 활용하여 빛을 낸다고 한다. 수소원자4개가 붙어서 헬륨원자의 핵융합반응이 중심부에서 일어나고 이것이 1천5,00만 도로 나타난다. 우리의 원자력 발전소는 핵을 분열하여 에너지를 일으키는 것인데 태양은 원자핵이 융합할 때 생기는 에너지로 빛을 내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태양의 연료가 아직 부족하지 않아서 지구가 공짜로 덕을 볼 시간도 아직은 넉넉하다.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태양 수명을 산출하는 수학공식이 있는데 에너지의 총량을 구하고 에너지총량의 소진을 계산하면 수명이 나온다고 한다. 그냥 간단히 이야기 하면 남은 에너지 원료가 100억 년을 사용 할 수 있다고 한다. 참 다행이다. 그런 빛과 달리 감정적으로 나오는 빛도 있다. 멋진 사람을 보면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고 하는데 텔레비전에 나오는 어느 연예인을 봤더니 얼굴에서 광채가 나오더라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어봤다. 그러한 광채가 나오는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그 중에서도 유독 더 많은 광채를 품어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얼굴에서 어떤 빛이 나오는 것일까? 몇 해 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도배하던 선거 현수막이 이제는 박근혜전 대통령사진을…
올해는 일찍 찾아온 더위로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발생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음식물의 조리·보관·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은 고온다습한 여름에 주로 발생하며 최근 이른 더위 등 기후변화에 따라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3년 병원성대장균 발생건수와 환자 수를 보면 17건과 656명이었으며 2017년에는 30건과 1천832명으로, 식중독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은 분변에 오염된 물, 오염된 용수로 세척한 채소, 도축과정에서 오염된 육류 등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분변, 축산 폐수 등에 오염된 지하수, 하천수를 사용해 채소를 재배하면 병원성대장균에 오염될 수 있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여름철(6~8월)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원인 식품은 채소류 34%, 육류 16%, 복합 조리식품 3%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채소의 경우 병원성대장균에 오염된 상추, 부추, 오이 등을 깨끗한 물로 세척해야 하고, 세척했어도 상온에 장시간 방치한 후 섭취함에 따라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위해 조리할 때는 조리 전 비누 등 손…
[충북일보]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향후 4년간 내 지역 살림살이를 책임질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이 결정됐다. 내 지역 교육을 이끌 교육감도 선출됐다.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상대적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최근까지 보여준 민낯을 감안하면 당연하다는 혹평도 있다. 충북에서 성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충북지사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3선에 성공했다. 자유한국당 박경국 후보와 바른미래당 신용한 후보가 도전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이 후보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지난 지방선거 때와 달리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다. 6·13 지방선거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아주 분명하다. 정치가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꾸지람이다. 민생과 안보 등 국내 상황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를 평가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유권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 선거였다. 당선자들은 민심을 겸허하게 받들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내 지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내 지역 발전은 내 지역 지자체와 지방의회 능력과 상당한 연관성을 갖는다. 당선자들은 앞으로 지자
최근 공공기관들의 직원 채용비리가 밝혀지면서 전국의 취업준비생과 가족 등 온 국민이 혼란에 빠졌다. 이들 채용비리는 조선시대의 탐관오리들이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정을 농단한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불행한 사건이다. 많은 취업준비생으로 하여금 줄과 백이 없으면 취업할 수 없다는 극도의 절망감을 안겨준 뼈아픈 금수저들의 횡포이다. 채용비리의 유형 중 가장문제가 되었던 것은 소위 힘 있는 자들의 횡포이다. 이번에 밝혀진 국회의원과 공사임원, 정부의 고위관계자 등 공공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작정 특정인의 채용을 강요하였다. 이들의 채용에는 자격이 없어도, 서류가 없어도, 공고를 내지 않아도 모든 절차는 무시되었고 점수를 높여서라도 무조건 합격하였다. 계약직으로 합격한 사람은 슬그머니 정규직으로 채용되었고, 여성의 채용은 제한하였다. 낙하산 인사는 기본이고, 뒷돈이 오고갔다. 공공기관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힘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기관장의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청탁을 거절하기는 불가능 했다고 판단된다. 과거 기업체의 채용의 경우에서는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 아는 지인의 이름과 관계를 적어 내도록 하였으니 그 사유를 알고
지방자치제도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풀의 잔뿌리들은 물과 양분을 흡수해서 식물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뿌리들은 물과 양분을 흡수해 식물이 성장하게 해주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지방자치제도는 밑바탕에서부터 민주정치가 실현되고 작은 뿌리부터 탄탄하게 쌓은 민주주의가 양분이 돼 국가를 운영하는 중앙정치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새로운 주민 대표를 선출하는 6·13 지방선거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투표를 통해 또 한 번의 지방자치를 꽃피워 나갈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됐다. 이번 선거는 도지사와 교육감은 물론 도의원과 도의원 비례대표, 시장,군수, 기초의원 및 기초의원 비례대표 등 전국적으로 4천016명의 달하는 지방자치의 주민대표를 뽑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에서는 전국 평균 20.14%, 충북은 20.75%의 높은 투표율을 보이며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사전투표의 바람이 13일 선거에서 사상 최고의 높은 투표율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유권자인 우리의 과제이다. 6월 13일 선거일은 '하루 쉬는 날'에 불과할 수도
페미니스트 시장을 내건 모 서울시장후보 벽보 27개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또한 포스터의 모습을 두고 "시건방지다"고 모변호사가 SNS에 글을 올려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포스터의 포즈가 당당함을 표현하는 자세로 사용되는 것인데 유달리 이런 거친 표현을 쓰는 것일까· 혹시 여성이고 젊다는 것에 어떤 기대하는 표현이 있는 것일까· 사회화가 된다는 것은 사회속의 규칙 등등 내면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이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고 성별, 연령, 직급 등등에서 다르게 요구되고 자기검열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내면화를 하면 역할과 위치에서 적정한지 내가 설자리에 대해 고민을 한다. 이런 시절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증조모님이 젓가락을 가르쳐주지 않았단다. 그 당시에는 남자상과 여자상이 달랐고 남자들은 젓가락질할 일이 있었지만 여자는 남은 음식을 모아서 수저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증조모님께서 젓가락질은 배워서 뭐하냐고 가르쳐주시질 않았단다. 부족했던 시절에 효율적이었겠으나 이를 위해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희생과 차별을 감내해야했던 것이다. 어려움을 인내하고 양보하는 것을 미덕으로 칭찬한다. 앞서기보다는 양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기대한다. 이런 시절을 지나오
21세기를 살아내는 우리는 과거 강했던 집단주의가 급속도로 약해진 대신 강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띄고 있다. 개인주의는 사회의 핵심단위를 개인으로 파악하고 개인의 권리를 집단보다 우선시하는 사회적 가치를 말한다. 또한, 개인주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물질적인 성공으로 보상 받는다는 낙관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한 까닭으로 인생에 실패하는 경우는 개인의 결함, 노력 부족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철저한 '학력' 중심의 대한민국은 많은 것을 사회가 결정한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엄격한 구획 긋기와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번듯한 직장을 가지려면 오만가지 학원과 스팩(specification) 그리고 온전히 학업에만 열중 할 시간이 필요하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말이다. 일정 시간동안은 최소한의 돈과 자본을 지원 받아야 가능한 이야기다. 그 지원의 주체가 부모가 되던 사회가 되던 간에 지속적인 지원 하에서 청소년은 출발하여야 한다. 말하자면 기회의 평등 말이다. 그러나 가난과 비정규직의 되 물림은 가난으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젊은 청춘들에게 반복
길을 걷다 햇살이 따가워, 슬쩍 나무 그늘 속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유월의 나무들이 품고 있는, 어른어른 유록빛 맑은 그늘숲은 청신한 소녀의 얼굴처럼 해사합니다. 한여름의 나무그늘은 겨울에는 만날 수 없는 새로운 땅입니다. 공기의 순환과 대기의 흐름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참으로 놀라운 공간입니다. 성하(盛夏)의 계절에만 생겨나는 가히 신생의 영토라고 할 수 있지요. 밖과 안쪽의 그림자 경계에 바람은 비질하듯 나무를 흔들어줍니다. 낮의 그늘은 밤의 달빛처럼 온화한 빛을 머금은 휴식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마치 정련된 금은 불이라는 고온을 뚫고 나와야 만들어지는 것과도 같죠. 그늘은 어둠이지만, 한편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움직임'인 겁니다. 움직인다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죠. 시원한 그늘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고 있으니 비틀거리며 이제 막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가 보입니다. 아직 균형을 잡지 못하여 불안하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아이는 넘어지려는 반대 방향으로 무심코 핸들을 꺾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아버지가 한마디 합니다. "겁내지 말고 그냥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 봐." 아버지의 안타까운 조언에도…
일부 대형교회에서 일어나는 담임목사직의 세습은 세간의 질타를 받는 교회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직접 아들에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교회의 후임과 자신이 재직하는 교회의 후임을 맞바꾸는 교차 세습, 나아가 세 개 혹은 그 이상의 교회들이 후임자를 돌려가며 임직시키는 순환세습까지 일어나는 경우, 그 폐해의 심각성은 실로 헤아리기 어렵다. 일부 기업들에서 이루어지는 자본의 상호출자나 순환출자처럼 비난받아 마땅한 비정상적인 경영방식에 교회가 오염되어 버린 셈이다. 이는 교회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마저 이해하기 힘든 행태로 비쳐진다. 극소수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가 마치 모든 교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것처럼 오도(誤導)하게 됨으로서 건실하게 사역에 임하고 있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나아가 사회의 공분과 비난을 초래하게 됨과 동시에 하나님께도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르는 결과로 이어진다. 물론, 소수의 교인들로 이루어진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 후임목회자를 청빙할 수 없을 때 세습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교회 재정의 부족으로 인하여 담임목사에게 사례비(급여)를 지불하지 못
[충북일보] 오늘은 6·13 지방선거 투표하는 날이다. 내 소중한 한 표가 내 지역의 운명을 가른다. 이번 선거에는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투표용지가 많다. 자칫 성급하게 기표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 소중한 한 표가 무효처리 되면 안 된다. 투표장으로 가기 전 다시 한 번 유의사항을 숙지하는 게 좋다. 지방선거는 지역일꾼들 뽑는 선거다. 대선이나 총선과 다르다. 그런데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투표율이나 화제성이 늘 떨어졌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번 선거부터는 좀 달라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낮은 투표율은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의미한다. 당선자들에게 자각 없는 무소불위의 힘을 안겨줄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북미 정상회담 하루 뒤 치러진다. 자칫 유권자 무관심이 더 커질 수 있다. 투표율을 떨어트리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그렇다고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 투표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유효투표의 절반을 득표한다 해도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실제 지지율은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낮은 투표율은 결국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지역의 대표를 뽑는 것과 다르
6·13 지방선거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법정 선거운동 기간은 불과 14일이지만 사실상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은 연초부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밀히 선거운동을 하던 후보들이 어깨에 띠를 두르고 공개적으로 표를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몇 달 전부터였다. 불이라도 난 것처럼 세상은 온통 선거에 들떠있었다. 안보도 위중하고 경제도 다급한데 이렇게 선거에만 몰두해도 되는 것이냐고 걱정할 만큼 정신이 팔렸다. 그렇지만 주권재민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기간이기도 했다. 산악회 친목회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만 가면 어김없이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그들이 모두 지지를 부탁하는 후보였다. 평소에는 감히 만나자는 말도 못했던 도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들을 거리에서 수시로 부딪칠 수 있었다. 정월 초하루처럼 반색하는 것을 볼 때마다 머슴을 잘 둔 주인처럼 으쓱한 기분도 감출 수 없었다. 가끔은 왜 저렇게 고생을 하는 것이냐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저런 고생을 해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되면 상당한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했다. 고진감래! 모든 고통을 감수하였기 때문에 누려야하는 특권일 것이다. 문제는 저런 고생을 해서 쓴 감투인데 무사
아주 오랫동안 그러니까 몇백년을 계속해서 절찬리에 읽힌 동양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아마도 삼국지일 것이었다. 그 삼국지를 떠받들고 있는 튼튼한 기둥 중에 으뜸은 제갈량(호는 孔明)이었다. 천하가 가장 어지러울 때 그는 아주 우렁차고 드라마틱하게 무대에 등장했다. 훗날 촉한의 황제가 된 47세의 유비가 아직도 새파란 젊은 27세의 청년인 그를 세 차례나 찾아가 (이른바 삼고 초려하여) 스승이 되기를 간청한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그때 젊은 스승의 첫 발언이 천하삼분론(天下三分論)이었다. 어지러운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그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고 그리고 나서 나머지 둘을 통합시켜 천하를 완전히 통일 시키라는 대전략을 세우고 유비, 관우, 장비와 함께 그는 세상으로 썩 나갔다. 그렇게 양자강 이남을 차지한 오나라의 손권, 중국의 넓은 중원을 손에 쥔 위나라 조조와 서쪽 구석을 소유한 촉의 유비의 싸움이 삼국지였다. 그때 단연 뛰어난 천재적인 대 전략가가 제갈공명이었다. 그 가운데 그의 결혼은 아주 독특하고 특별했다. 공명은 명문가 출신에다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헌헌장부였고 미남이어서 사방에서 명문대가들로부터 청혼이 쏟아졌다 그런대도 그는 모조리 다 물
퇴근길에 나선다. 쌩쌩 달릴 수 있는 우회도로 대신 느림의 길을 선택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사시사철 자랑하는 가로수길로 진입했다. 신록의 푸르름이 몸의 피로를 날려주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미세먼지로 차창을 꼭 닫고 다닌 지 오래이나, 오늘은 가로수길이 주는 아늑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창문을 내린다. 가로수길 중앙분리대 화단에는 이름 모를 꽃들과 풀들이 연신 춤을 추어댄다. 춤이라고 표현하기보단 살고자 하는 갈망으로 흔들어대는 삶의 몸부림으로 느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천천히 가슴속에서 뜨거운 불기둥이 올라와 숨을 가쁘게 한다. "그 많은 곳을 놔두고 하필이면 차들이 수없이 오가는 이곳에 뿌리를 내렸을까· 어느 부잣집의 잘 꾸며진 정원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으면 그렇게 험한 꼴은 당하진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무거워진다. 종류도 다양한 차들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와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감싸 안고 버티고 있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덤프트럭이 세찬 바람과 열기를 내놓는다. 한바탕 온몸을 크게 흔들고 보란 듯이 꼿꼿이 제자리를 찾아 평정을 유지한다. 크지 않은 작은 체구로 야생마와 같은 기질의 꽃들과 풀들을 보니, 언제부터인가 생겨난 "
[충북일보] 6·13 지방선거 내내 전국적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이 있다. 바로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와 같은 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다. 이 후보는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곧바로 차기 대선 주자급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스캔들과 음모론의 합주 이 후보는 대표적인 비문(비문재인)이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친문(친문재인) 전해철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집권 여당의 후보가 됐다. 이 후보는 지난해 5월 대선에서 문재인·안희정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TV토론회를 통해 당내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몰아 부치는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두 사람이 '동지(同志)가 맞나'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점잖고 신사 같은 이미지의 안희정 후보와 비교할 때 이 후보는 '저격수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래서 민주당 내 친문 쪽에는 미움을 샀지만, 일부 야권과 중도·보수층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만약 당내 경선을 통과해 실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어도, 이 후보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은 돌풍의 주인공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늘은 6·13…
[충북일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만난다.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다. 두 정상은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보장 등에 대한 협의를 벌일 것이다. 북미 두 정상의 만남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에 새로운 장이 열릴 수도 있다. 이번 회담의 화두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을 맞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의 비핵화(CVID)를 제시했다. 그 요구는 지금도 변함없다.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을 요구했다. 두 정상의 타협점 찾기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CVID를 명기하면서 그 달성 시기까지 못 박으려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상응하는 보상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의 확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종전선언도 여러 면에서 볼 때 의미가 크다. 하지만 김 위원장으로서는 '정치적 선언'을 넘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를 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폭적인 경제 지원까지 받아내려
[충북일보] 내일이 6·13 지방선거 날이다. 충북도지사와 도교육감, 시장·군수, 광역·기초의원이 결정된다. 제천에선 국회의원도 뽑힌다. 내 소중한 한 표가 내 지역의 운명을 가른다. *** 차악의 선택은 일반적이다 지방선거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이다. 생활정치를 정착시키는 길이다. 내 가족과 이웃, 동네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의미가 약화되거나 퇴색돼선 절대 안 된다. 나부터 똑똑해져야 한다. 그래야 나를 대신해 내 동네를 가꾸고 지킬 수 있는 후보인지 알 수 있다. 참된 일꾼이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볼 수 있다. 모든 후보들의 정보와 정책을 비교할 수 있다. 현명한 선택은 그만큼 쉽지 않다. 6·13지방선거에선 7개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충북 제천은 국회의원 재선거까지 함께 치른다. 여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기대에 부응하는 후보를 가려내기가 어렵다. 이럴 땐 부적격자부터 고르는 게 쉽다. 선거에서 차악의 선택은 일반적이다. 그만큼 최선을 고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쓸 만한 후보가 없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고를 게 없으면 고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선거는 좀 다르다. 조금 시원찮은 후보라도 골라 승패를 가려야 한다.
식초는 음식의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서양음악의 지휘자처럼 음식의 맛을 지휘하기 때문이다. 중국 북송 때의 도곡이 지은《청이록》에는 "장은 팔진의 주인이고, 식초는 음식의 총관(醬八鎭主人 醋食總管也)"이라 했다.《주례》에서나 춘추 전국시대로부터 전해오는 여덟 가지 진귀한 음식을 더 맛있게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식초라 하였듯이 무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돌리는 식품이다. 1492년 10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식초에 절인 양배추를 먹고 오랜 기간의 항해에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 송나라 때에 편찬된《몽양록》에서 식초는 '집안에 매일 빠져서는 안 될 것'의 하나로 땔나무, 쌀, 기름, 소금, 간장, 차와 더불어 아침에 일어나면 준비해야 하는 일곱 가지 일로 꼽히는 등 주요한 생필품으로 여겼다. 인류 최고의 조미료인 식초는 술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고대 바빌로니아 의학문서에는 "대추야자 등으로 빚은 술을 발효시켜 식초로 만들었다" 기원전 1450년경에 모세는 식초를 아랍어로 '시에히게누스(Essiggenas)'이라 처음 기록하였으며 "포도주로 만든 식초와 독주로 만든 식초를 마셔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룻기》에는 "식초로 만든…
사람을 대할 때 첫인상만으로 상대방의 됨됨이를 평가한다는 말엔 다소 오류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수 초 동안 이루어진 인상을 바탕에 둔 타인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여서이다. 그럼에도 취업 면접이나 맞선 경우 아직도 첫인상에 의지하여 상대방의 됨됨이를 미뤄 짐작하기 예사이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 일화만 살펴보더라도 첫인상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정녕 그렇다면 사람이 지닌 '꼴'이야말로 몸이 마음의 그림자란 말인가. 링컨의 친구가 어떤 인물을 장관으로 추천하자 그 사람을 대한 후 한마디로 거절했다. 이에 친구가 이유를 묻자 링컨은, "사람이 40세가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이 말은 요즘도 항간에 회자되고 있는 링컨의 유명한 언술이다. 사람을 처음 대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얼굴이다. 그래서인지 여성인 경우 자신 외모에 신경을 부쩍 쓰기도 한다. 이렇듯 외모지상주의에 걸맞게 요즘은 외모에 신경 쓰는 남성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위험한 성형술도 마다하지 않는 게 그것이다. 이런 시대적 조류에 편승하여 성형외과에선 보톡스 주사 및 늘어진 피부 당기는 시술 등이 성행 하고 있다. 이 나이에 이르도록…
[충북일보] 6·13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여야가 받아들 최종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사전투표는 이미 끝났다. 최종 투표율이 20%를 넘어섰다. 전국 단위 선거로는 두 번째로 높은 사전투표율이다.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지난 8일과 9일 이틀간 실시됐다. 투표율은 20.14%로 집계됐다.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11.49%)보다 8.65%포인트 높다. 2016년 4월 20대 총선(12.19%)보다도 높다. 다만 지난해 5월 19대 대선 때(26.06%)에는 못 미쳤다. 충북지역 6·13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선거 사전투표율은 20.75%로 집계됐다. 도내 선거인 131만8천186명 중 27만3천562명이 참여했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4년 6회 지방선거 때는 13.31%를 기록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12.85%로 떨어졌다. 그 후 지난해 대선에서 25.45%를 기록했다. 높은 사전투표율의 의미를 계산하는 시각은 다양하다. 물론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사전투표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반드시 높은 최종투표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이번…
한 부모는 열 자식을 보살펴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고 했던가. 소설을 영화로 만든 스릴러를 봤다. 긴장감 때문일까. 보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리고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때로는 영화의 줄거리를 짜 맞추느라 돌아가지 않는 머리에 생각이라는 기름을 쳤다. 때로는 울컥하는 마음에 메어오는 목을 다독이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음주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뛰어든 소녀를 치고 이를 유기한 서원의 아버지. 느닷없는 사고로 예기치 않은 죽음을 당한 딸의 복수를 위해 혈안이 된 서령의 아버지. 그들의 묘한 심리전과 목숨을 건 육탄전. 둘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령의 아버지는 복수를 위해 자신의 딸의 목숨을 앗아간 사내의 아들인 서원을 납치한다. 서원을 나무에 묶고 댐에 담가 죽이려 한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수문을 열어버리는 서원의 아버지. 그로 인해 댐의 하류가 물에 잠겨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한명의 자식을 살리기 위해 십 여 명의 목숨을 수장 시키는 아버지를 보며 묘한 딜레마에 빠졌다. 윤리적 잣대로 본다면 잘못된 선택인 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가슴으로는 충분히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서원의 아버지의 행동에 질타보다는 연민이 몰려왔다. 그는
어쩌면 그렇게 미운 소리가 다 있을까. 도서관 뜰에 찾아 든 낯선 새. 잠깐 목청을 가다듬는가 했더니 꽉꽉 꽈악꽉 노래까지 부른다.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거북한데 리듬까지도 뒤죽박죽. 얼마를 그렇게 꽥꽥거리더니 제 깐에도 무안했는지 얼핏 끝내 버린다. 그리고는 한동안 조용한 게 다른 곳으로 날아간 성 싶다. 곧 이어 참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한껏 명랑하다. 앞서 부른 녀석에게는 미안했지만 박자는 물론 화음까지도 착착 맞는다. 듣기만 해도 해맑은 느낌. '그래 저 정도는 되어야지'라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하지만 나 역시 노래는 젬병인데 무얼 탓하랴 싶다. 오래 전에 읽은 한 컷 얘기가 생각난다. 숲 속에 사는 왜가리가 하루는 꾀꼬리와 노래자랑을 했다지. 딴에는 잘 부른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왜가리 같은 소리다. 그 다음 꾀꼬리가 예쁘게, 진짜 꾀꼬리 같은 노래를 불렀다. 왜가리는 잔뜩 풀이 죽었다. 자기가 들어도 꾀꼬리는 참 잘 부른다. 하지만 인정하기는 싫고 꾀꼬리에게 노래자랑을 제안했다. 자신만만한 꾀꼬리는 두 말 없이 허락했다. 누가 들어도 목소리는 좋았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왜가리는 학을 찾아가 내일 노래자랑을 하게 될 거라고 평을 부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