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개가 소리 없이 내린 일요일 아침이다. 구름의 몸을 벗어난 작은 물방울들이 뿌옇게 내린다. 마치 네가 집을 벗어나면서 뿌리던 뿌연 미소처럼. 베란다 통유리를 통해 세상을 본다. 멀리 서 있는 산이 눈 속으로 들어온다. 내리던 뿌연 입자들은 산허리를 휘감으며 다시 담배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내 머릿속에는 네가 아득하게 피어오른다. 너의 방문을 슬며시 열어본다. 시계의 초침 소리가 가슴을 가위질한다. 너의 체취가 말라가는 서늘한 냄새가 덮친다. 눈을 한 걸음 떼어 방안을 걸어본다. 침대 위 배게는 이불을 덮고 취한 듯 잠을 자고, 그 옆 책상 위엔 모니터가 전원이 나간 채 커다란 눈으로 까맣게 나를 본다. 책꽂이에는 『가슴이 붉은 딱새』, 『꿈꿀 권리』,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네가 읽던 책들이 연병장의 병사처럼 나란히 서 있다. 피아노 위엔, 금방이라도 네가 건반을 두드리길 기다리는 듯 이루마의 『Says the piano』가 회색 옷을 입고 말이 없다. 그 아래 네가 두드리던 장구와 기타가 나란히 있고, 구석엔 까만 보면대도 헐벗은 채 외다리로 서 있다. 벽에는 다섯 살의 네가 하얀 합기도 도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머리를 빨갛게 염색
천지가 봄빛으로 물들고 있다. 대지는 소생하는 생명들로 수런거리고 바람은 살며시 볼을 스친다. 며칠 만에 보는 푸른 하늘인가. 이런 날은 자연스레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도 눈물이 나는 걸까. 눈이 축축해지면서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버지의 마지막 음성을 들었던 그날도 이렇게 하늘이 맑고 푸르렀는데. 그날 아버지께서는 코에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작은 수첩에 무언가를 쓰고 계셨다. 편찮으신데 뭘 하시냐 했더니 심심해서 그냥 끄적거렸다 하셨고 자식들도 그저 그러신가보다 했다. 나이에 비해 건강하셨고 활동적이셨기에 며칠 치료 받고 퇴원할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순간들이 거짓처럼 한 치 앞도 모르는 사람 일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음성이었고, 당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쓰셨던 모습일 줄이야.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무언가를 쓰고 계셨던 모습이다. 왜 아버지께서는 굳이 펜을 들고 계셨을까. 아버지는 폐렴으로 입원한 노인환자였다. 그 상황에서 아버지가 틈틈이 일기를 쓰고 계셨다는 걸 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일기의 존재는 장례를 마치고 물건을 정리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충주시 공무원이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무슨 법이 이래요'라는 말이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얘기다. 변명을 하자면 삼권분립이란 말이 있다. 입법, 행정, 사법기능은 나뉘어져 있어서 법은 국회와 같은 입법 기구에서 만들고 우리 같은 행정공무원은 만들어진 제도와 법령을 가지고 행정을 처리한다. 사실 행정공무원이라고 법령이나 제도를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제안, 규제개혁 같이 법제도 개선을 건의하거나 행정부 입법을 통해 직접 법을 만들 수도 있다. 오히려 실무자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거나 불합리한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개선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번거롭기 때문에 어설픈 각오로 변화를 시도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고 흐지부지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법령 4천994건, 행정규칙 1만5천879건, 자치법규 10만5천555건이 있다. 이 많은 법령안에는 '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많이 들어있다. 예를 들면 '충주시는 충주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와 같은 조항인데 이러한 '할 수 있
[충북일보] 충청권이 모처럼 상생 모드로 흐르고 있다. KTX 세종역 신설 논란으로 삐걱대던 때완 사뭇 다르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충청권의 정책 공조 움직임은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충청권 지자체들은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았다. 물론 정부의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영향이 컸다. 그렇긴 해도 충청권에선 이런 결과물들이 지역 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를 한껏 키워줬다. 게다가 충청권이 공동 노력한 청주국제공항 거점항공사인 에어로-K 면허 발급도 얼마 전 결실로 이어졌다. 이런 각종 요인들이 충청권 정책 공조에 속도를 내게 했다. 상생의 분위기는 최근 충청권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이시종 충북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등 여당인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지난 26일 지역인재 채용 충청권 광역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자리에서 평택∼오송 복복선 천안아산 정차역 설치,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천안 유치에도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지난 2월7일엔 '2030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예타 면제 사업의 성공을 위해 충청권 공조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예
탄금대에서 최종진 전충주문인협회장 마냥 아름다웠습니다 곁에선 사랑이 가을을 그려주어 함께 늦가을로 걸어들어 갔습니다 이파리처럼 작은 새 한 마리 내 안의 고백을 대신합니다 숨소리처럼 평화로웠던 햇살 자맥질 하던 오리들도 강의 풍경을 따라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우리 앞에 선 모든 것들이 뜨겁고 깊게 살뜰한 사랑의 빛으로 머무는 강가 바닥을 드러낸 메마름조차 빛나는 휴식의 눈빛으로 다가섭니다 사랑 속에서 수백의 촛불이 꽃처럼 피어나고 눈부신 하늘의 베일을 걷어 수천의 별들과 입맞춤하는 시간 그렇게 그대 안에서 내 안의 정령들이 노송 가득한 산책길을 서성일 때 축복처럼 스쳐가던 빛의 나루터에서 영원을 향해 떠나는 나룻배 하나 당신의 그림 속으로 들어옵니다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모두가 입을 모아 '청렴'이라 말한다. 2019년 1월 발표한 한국의 2018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7점을 받아 180개국 가운데 45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여섯 계단이나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OECD 36개국 가운데서는 30위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희망적인 측면이라면 2016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이후 꾸준히 청렴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 우리 공직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나는 한결같은 초심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난 공직에 들어가 한탕 크게 하고 그만둘 거야'라거나 '높은 자리에 올라가 인사권을 휘두르며 독재를 하겠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보통은 내가 맡은 역할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자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생활에 나태해져 초심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초심을 잃지 않기란 말처럼, 마음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항상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반성하는 삶을 살아야 유지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또 하나는 부패와 타협하지 않는 굳은 의지이다. 사회와 경제가…
한 여인이 아들을 앞에 두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 울먹이는 어머니의 어깨를 두 손으로 살며시 감싼 아들도 그렁그렁한 눈물을 붉어진 콧잔등으로 삼키고 있다. 그 옆에는 다소 뻣뻣하게 서 있는 아들의 목을 한껏 껴안은 엄마가 활짝 웃고 있다. 하지만 눈가에는 이슬처럼 맑은 눈물이 맺혔다. 조금 떨어진 저쪽에는 깔끔한 제복차림의 딸과 아빠가 서로 떨어질 줄 모르고 연인처럼 껴안고 있다. 그 옆에서 엄마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내고 있고…. 엉엉 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지만 주변이 온통 눈물바람이다. 특이한 것은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매달리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엄마아빠인 어른들이고, 의젓한 자세로 어른들을 다독이는 건 아이들이다. 한 달간의 힘든 기본군사훈련을 마치고 정식으로 사관생도가 되는 입학식장에서 해마다 볼 수 있는 정경이다. 아이들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해내었기에 저렇게 감격의 눈물까지 흘릴까 싶지만 부모의 애틋한 마음은 자식들의 변화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감동이다. 첫돌 즈음 스스로 일어서서 뒤뚱뒤뚱 걷기 시작했을 땐 마치 지구를 들고 일어선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 어리광을 부리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훌쩍 달라져버린 모습이 낯설어서…
미술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이지 않은 행위이며 시각으로 표현되는 미적 표현이다. 미술은 회화를 중심으로 조각, 건축, 사진, 영상과 같은 입체적 결과뿐만이 아니라 기계를 사용하여 표현되는 표현물까지 시대와 기술의 발전을 통해 합의되어가며 범위가 넓어져왔다. 현대미술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서 정신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범위를 넓혀 난해한 미술이 되기까지는 시대의 다양한 요구와 합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중 과학 기술의 발달도 난해한 현대 미술 변화를 이끌었다. 사진은 1837년 다게르가 발명한 은판사진술을 완성하며 짧은 시간에 보이는 화면을 저장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되었다. 이 후 보다 쉽게 사용과 조작이 가능한 사진기술의 발전이 계속 되어왔으며 사용의 편리함은 사용자를 늘리는데 일조를 하며 대중화가 되었다. 1900년대 초반 사진술의 보급당시의 사진에 대한 미술인들은 푸념은 이러했다. "화가가 사진을 발명했으며, 사진은 화가를 실업자로 만들었고 그리고 그 화가는 사진사가 되었다." 사진이 미술 혹은 예술이 아니라는 주장은 직업의 장래를 어둡게 만든 사진에 대한 미술인들의 푸념이 섞여있었을 것이다. 사진을…
수년 전 '명화를 만나다' 한국 근현대 회화 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 현대 미술관 덕수궁을 찾았다. 작가 유족, 소장자 특별 관람을 하고 명화100선에 핀 꽃들 앞에 섰다. 연일 추운날씨가 계속 되었지만 그림 속에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에서 창가에 고개를 살짝 내민 매화가 팝콘 닮은 봄을 피우고 있고, 꽃과 영혼의 화가 천경자의 그림 '길례 언니, 가 쓴 모자 테두리에는 장미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다. 회색빛 그레타 가르보의 얼굴이 있는 '청춘의 문'에는 그림 아래쪽에 백합종류의 꽃들이 만발해 있고,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에 달구지를 끌고 가는 황소 등에도 분홍색 꽃이 꽂혀 있었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돌자 겨우내 꽃병에 있던 마른 꽃을 걷어 버리고 작은 화분 하나를 사왔다. 노란 바이덴스 꽃이 풍기는 은은한 향이 온 집안에 그윽하다. 꽃을 좋아하면서도 잘 가꾸지를 못하는 나는, 내가 속해 있는 단체의 행사가 있을 때 선물로 들어온 마당 가득 했던 화분을 빈 화분으로 만들어 내어놓기를 몇 해, 이제는 두어 개 남은 화분에 남은 정을 붙여본다. 한번은 육묘 장을 지나다 쓰레기더미 위에 화분 채 버려진 동백 꽃나무를 주워
[충북일보] 청주시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건립을 놓고 말들이 많다. 소각장 건립을 추진하는 업체가 주민 등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급기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청주지검은 26일 후기리 소각장 반대 대책위원회가 낸 이에스지청원(옛 이에스청원)의 금품 살포 의혹 관련 진정을 형사3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자료 검토가 끝나는 대로 진정인과 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업체가 주민 등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확인되면 돈이 건네진 경위와 적법성 여부, 자금 출처 등을 면밀히 살필 방침이다. 이에스지청원은 후기리 산 74번지 일원에 하루 처리용량 282t 규모의 소각시설과 하루 처리용량 500t 규모의 슬러지 건조시설을 짓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오창읍 직능단체 대표 등은 대책위를 구성해 소각장 건립 반대 운동을 펴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이에스지청원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본안의 '부동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특정 사업과 관련된 금품 제공을 무조건 나쁘다고 판단한다. 공무원에게 건네졌든, 주민에게 살포됐든 다를 게 없다. 그 자체로 범죄행위다. 부정부패와 민관 유착, 사민 유착 비리를 만드는 단초이기…
3월, 시든 사물에 생명력이 다시 깃들기 시작하는 시기다. 강변북로를 따라 달리는 우리 일행의 승용차 밖으로 보여지는 노란 개나리꽃은 초미세먼지를 핑계로 외부활동을 꺼리는 사람들을 소심하다고 비웃는 듯하다. 국회도서관과 지방의회 사이에 의정정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기 위해 3월 초부터 시작한 다섯 번째 출장길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서울시의회나 경기도의회, 꽤 멀리 떨어진 안동, 홍성에 있는 경북도의회, 충남도의회까지 몇 차례 출장을 다니면서 매번 떠오른 것은 '왜 이제야 찾아왔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이번 출장지인 춘천에 있는 강원도의회까지도 100km 남짓한 비교적 가까운 거리, 내 머리 속에는 '호반의 도시'라는 이미지로 친숙한 춘천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리거나 작년 가을 북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라이딩한 것이 내가 춘천을 방문한 전부다. 나의 무심함과 게으름을 탓하게 된다. 요즘 운전자라면 대부분 그러하듯이 네비게이션 목소리를 따라 북한강 옆 나지막한 봉의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강원도의회에 도착하니 의회사무처 처장님과 의정관님, 의사관님 등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처장님, 환대해주
한겨울의 끝자락에 있던 지난 1월의 어느날, 한 분이 제적등본을 발급하기 위해 광혜원면 민원실을 방문했다. 늘상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낯익은 이름이 들려왔다. 조부인 '박도철'과 그의 모친이 나오는 제적등본을 발급해 달라고 했다. 누구지· 곰곰이 생각하니 얼마 전 월성마을 노인회장이자 향토사학자인 오인근 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광혜원 4•3독립만세운동'을 전개한 인물 중 거론했던 이름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박도철'과 그의 모친의 제적부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아들이 호주로 돼 있는 제적부의 전호주란에 기재되어 있는 '박도철(朴道哲)'이라는 성명과 '대정8년(1919) 4월 3일 전호주 박도철 사망으로 인하여 호주상속'이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3.1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던 그 해 1919년 4월 3일, 진천에서도 대규모 만세운동이 일어났는데, 당시 '만승면'이던 '광혜원면'에서도 격렬한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독립운동가 윤병한(1873~1932)의 지휘하에 1919년 4월 2일 식수 작업 중인 광혜원면 회죽리 산중에서 정운화, 남계홍, 백선옥, 이영호, 유치선 등 200
3월 어느 날, 퇴근하려는데 운동장에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꽃샘추위가 온다더니 벌써 시작됐나 보다. 차로 걸어가다 뒤돌아서서 학교 숲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때 이르게 돋아난 새싹들이 내일까지 잘 버텨주려나! 밤사이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지고 눈비가 오락가락했다. 걱정스러워 다음 날 출근하면서 바로 학교 숲으로 달려갔다. 탐스럽게 돋아난 원추리 잎들이 알알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이슬방울이면 좋으련만 영롱하게 빛나는 것은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었다. 이파리가 다칠세라 작은 붓으로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떨어주었다. 지난 가을 구근을 캐서 보관하려고 아무리 찾아도 못 찾았던 튤립들도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겹겹이 포개진 넓은 잎들 사이에 물이 고여 아예 속에까지 얼음이 박혀 있었다. 냉해를 입을까봐 뾰족한 나뭇가지를 찾아 하나하나 빼내어 주었다. 가방도 내팽개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2층에서 교감선생님이 소리쳐 부른다. "교장선생님, 추워요 어서 들어오세요. 꽃들도 스스로 이겨내게 해야 해요." 맞는 말이다. 사람들도 어려움을 맞닥뜨리고 이겨내는 작은 경험들을 해봐야 큰 어려움 앞에서 의연
스위스 쥬리히시의 최고 아름다움은 리마트강이다. 옥수처럼 맑은 강이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강변에는 스위스의 자랑인 고색창연한 정밀 가공 점포가 즐비하다. 2백년이 넘게 대를 이은 장인들이 직접 만든 수제 시계, 공구, 공예품등을 판매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도 마인강이 있어 더 아름답다. 강변 주위에는 공원과 개인컬렉션이 집단을 이루고 있다. 이들 박물관들은 독일 역사와 산업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유물을 전시한다. 마인강이 없다면 삭막한 도시처럼 느껴질 것이다. 교토등 일본 대도시를 포용하고 있는 시가현의 비와호(琵琶湖)는 수백만명의 젖줄이다. 비와호는 30년 전만 해도 죽음의 호수였다. 온갖 생활하수 공장 폐수로 물은 흑색이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호수가 썩었다고 허물지 않았다. 푸른 물이 가득한 생명력 있는 호수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매년 봄만 되면 호수는 푸른 녹조로 몸살을 앓았다. 비와호의 오염은 인근 도시에서 흘려보낸 생활 하수등이 주범이었던 것이다. 시가현에 근무하는 한 여성공무원이 앞장서 화학제품 안 쓰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인물을 가지고 집집마마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비누를 적게 쓰
미원(米院)은 청주에 가까이 있지만 우암산과 상당산성, 것대산, 선도산으로 가로 막힌 낭성을 지나야 하며 청주에서 보은을 가는 25번 국도가 피반령을 넘어 회인을 거쳐 가므로 사방의 교통로가 막힌 가깝고도 먼 지역이다. 그런데 가덕에서 미원까지 가는 32번 지방도를 4차선으로 확포장하면서 청주에서 미원을 거쳐 보은과 속리산을 갈 수 있게 되더니 미원에서 보은까지 19번 국도가 4차선으로 확포장되었으며 상당 산성의 터널이 뚫리고 낭성을 거쳐 미원까지 4차선 도로 공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등 이제 미원이 사통팔달의 교통도시로 빠르게 변모해가고 있다. 가을에 미원을 지나다 보면 쌀안 축제라 하여 면민 축제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보이고, 지역 주민들이 미원을 쌀안골이라 부르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지역이 쌀이 많이 나는 평야 지대를 연상하게 되는데 사실은 산으로 둘러 싸인 산골마을이며 쌀이 많이 나지 않는 지역임을 알고는 쌀안골이라는 지명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미원면은 본래 상당산의 안쪽이 되므로 산내일면(山內一面)이라 하였는데 1914년 군면폐합에 따라 산내이상면(山內二一面)과 보은군 주성면의 봉황리 일부를 병합하여 중
그래 바람은 그래서 부는거야 김경인 문향회 회장 바람이 이는 것은 잠자는 모든 것을 깨우기 위함이야 변화를 원하기에 바람이 이는 것은 깨어나 있는 모든 것을 잠재우기 위함이야 그대로를 원하는 바람이 이는 것은 닫혀있는 모든 것을 열리게 하기 위함 일거야 깨치기를 원하는 바람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곁에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야 그러기에 바람은 멈추지 않고 일고 있는 거야
[충북일보] 청주 특례시 지정 관련한 충북 정치권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예전과 다른 듯해 고무적인 일로 여겨진다. 이제 충북도와 시·군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여야 국회의원 22명은 지난 25일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의 특례시 지정을 위한 협력이다. 두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주와 청주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것은 지방분권을 완성시키고 환황해권 경제시대를 촉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안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청주와 전주를 환황해권 경제시대 거점도시로 육성할 수 있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는 물론 행정수요가 100만 이상인 대도시나 도청 소재지인 대도시 가운데 특례시 지정을 요청한 도시도 특례시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구 85만 명의 청주와 인구 65만 명의 전주도 특례시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주민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발전 전략을 개발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일단 특례시 선정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공감대를 갖고 있다. 여권은 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의지가 집요하다. 정상적으로는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자 비상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사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공수처 신설이나 수사권 조정과는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두 가지를 묶어서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은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으로 얻는 실익이 야당보다는 많지 않다. 반면 정의당 바른 미래당 등 군소 야당은 활로를 틀 수도 있다.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미끼를 쓰는 전략과 비슷하다. 이렇게까지 해서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다는 게 문제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두 가지 특징은 친북정책과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은 순전히 검찰의 힘을 빌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공직자가 뇌물을 받는 등 비리로 처벌받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의 실패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은 고위 공직자들이 수백 명에 달한다. 이것은 검찰이 적극적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검찰이 정권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문 정권이 검찰개혁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아버지를 지칭하는 한자 '父(부)' 자의 상형 해석은, 도끼를 들고 짐승을 잡는 모양이라고 풀이하기도 하고 손에 회초리를 들고 있는 형상이라고도 한다. 도끼든 회초리든 사사로운 자애보다는 법이나 공권력 같은 엄한 질서의 이미지를 띤다. 어느 집이나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우리 집에서 아버님의 말씀 한마디는 곧 법이었다. 아버님 생신은 온 동네가 함께하는 잔치였고 아버님 기일은 40주기가 지나도록 집안의 가장 큰 행사로 모셔지고 있다. 이 봄에도 아버님 기일을 준비하며 가신 분을 향한 연민에 울컥한다. 우리 아버님은 누구보다 농사를 잘 지으시는 근면한 농부이셨다. 일찍이 비닐하우스 작물을 재배하여 알찬 수확으로 해마다 땅을 늘리는 분이셨다. 그러자니, 자식들도 빈둥거리며 노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학교에 가기 전에는 꼴이라도 한 망태 베어다 놓아야 하고 방과 후에도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니 한창 놀고 싶은 자식들은 아버지와 마주치는 게 싫었을 것이다. 나 역시 아버님과 마주치면 가슴이 털컥 내려앉곤 했다. 아버님의 권위로도 어찌해볼 수 없는 일은 어머님의 건강이어서 내가 결혼하자 부모님이 앞마을로 분가를 하시게 되었다. 효를 주요 덕목으로 아시는 분이 새…
1967년 3월 3일은 우리나라가 '공원법'을 공포하면서, 국립공원 제도를 도입한 역사적인 날이다. 52년이 지난 올해, 이날을 기념해 '국립공원의 날'을 지정했다. 국민들에게 국립공원이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의미있는 날이 아닐 수 없다. 예부터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생활하고 생산활동을 했던 우리 국민들에게 지난 50여 년간 국립공원은 국민과 자연과의 다양한 창구로서 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속리산은 설악산, 한라산과 함께 1970년 3월 24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올해로 49주년을 맞이했다. 국토 중심부에 위치한 속리산은 충북 보은·괴산, 경북 문경·상주에 속해 있으며, 백두대간을 연결하는 핵심 생태 축을 이루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신혼여행과 수학여행 명소로 연간 약 250만 명 이상 방문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해외여행 활성화, 수학여행지 다양화로 탐방객 수가 급감해 현재는 120만∼130만 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탐방객 수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탐방객 수 조사에 따르면, 속리산 문장대, 천왕봉 등 산 정상까지의 등산보다는 법주사∼세심정까지의 저지대 구간을 걷기 위해 속리산을 찾
[충북일보] 주사파.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핵심 키워드다. 과거 학생운동 세력이 내각 곳곳에 포진돼 있다며 집권 여당의 내치와 외치를 공격하는 '단골 메뉴'가 됐다. 토착왜구. 친일파 근성을 지적하는 말이다. 최근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왼쪽 인사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이다. 여야의 이 같은 이념논쟁을 보면서 어쩌면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1945~1953년, 즉 70년 전 상황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고 있다. 태백산맥과 남부군 조정래의 대하 역사소설 태백산맥. 1부는 여순반란 사건이 종결된 직후부터 1948년 12월 빨치산 부대가 율어지역을 해방구로 장악한 시기를 그렸다. 2부는 여순사건 이후 약 10개월 뒤까지, 3부는 1949년 10월부터 1950년 12월까지 6·25전쟁 발발 전후, 4부는 1950년 12월부터 1953년 7월 휴전 협정 직후까지를 각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염상진을 중심으로 한 좌익 세력과 토착지주 및 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우익 세력 간 갈등을 다뤘다. 전쟁으로 통치 권력의 성격이 수시로 뒤바뀌는 혼돈의 역사를 따라 전개된 스토리는 우리 민중들의 암흑기를…
발아(發芽) 강병길 사람과 시 동인 태풍도 밀려가는 열풍이 불며 올해는 가뭄이 길고 볕이 뜨겁다 흙은 거칠 때 환대를 미룬다 대접하지 않은 적 없으니 극진한 환대다 가지는 질겨지고 호박은 자라기보다 여무는 게 먼저다 어떤 생명이라도 씨가 먼저다 사막의 회전초도 그렇게 한다 몸의 가시로 기우의 축문을 쓰며 뿌리 내리기를 뿌리 내리기를 고향을 나오며 마음으로 뜨거운 씨 하나쯤 품지 않은 사람 있을까마는 사소함만 쌓였다가 아문 상처들 고주박처럼 발에 채여 허물어진다 나무를 잘라낸 언저리에 나무를 심듯 어렴풋이 느껴보는 발아라는 말 출향 때 품어왔던 심정을 꺼내 비바람에 흠뻑 틔워봤으면
[충북일보] 안전불감증사고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자고 나면 터지고 떨어지고 부서지는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불감증이 문제다. 안전불감증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잊을만하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도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상가 건물 비상구에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5명이 추락해 2명이 크게 다쳤다. 회사 동료인 이들은 이날 회식을 위해 노래방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행 중 일부가 다툼을 벌이면서 이를 말리던 동료들까지 비상구 밖으로 함께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문으로 이뤄진 비상구 문에는 '평상시 출입금지', '비상시에만 이용', '추락위험' 등의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건물 외부와 이어진 비상구 문밖은 계단이나 안전시설이 전혀 설치되지 않은 사실상 낭떠러지였다. 다중이용 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다중이용 업주는 비상구에 추락위험을 알리는 표지와 추락방지를 위한 장치를 등을 기준에 따라 갖춰야 한다. 경찰은 노래방 업주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비상구는 화재를 비롯해 지진 등 각종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긴급 피난처다.
[충북일보]왜 그럴까. 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려고 할까. 왜 여행이 뭔가를 바꾸는 힘을 가졌다고 느끼는 걸까. 왜 에너지의 충전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여행 중에 스스로 달라져 그러는 건 아닐까. *** 스스로 깨치는 최고의 교육 쿰부 히말라야 산군의 칼라파타르(5천643m) 정상에 선다. 거기서 하얀 눈을 인 삼각형의 에베레스트(8천848m)를 선명하게 본다. 산 여행의 절정이다. 3월 중순 경비행기를 타고 루크라 공항에 도착한다.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한다. 기쁨도 잠시 고소증이 교차한다. 가벼운 짐을 지고도 숨을 헉헉거린다. 가쁜 숨을 고르고 다시 오르길 반복한다. 그저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는다. 히말라야 고산여행은 단순하다. 일정 높이에 오르면 차로 갈 수 없다. 어느 길이든 걸을 수밖에 없다. 고도 3천m를 넘으면 호흡이 어려워진다. 오래 걸을 수가 없다. 걸을 수 없을 때 쉰다. 폐 속에 남은 공기를 꽉 채우고 다시 걷는다. 걷기와 쉼의 연속이다. 가쁜 숨은 계속된다. 쉼과 걷기의 간격은 점점 좁아진다. 쉬는 시간은 자꾸 길어진다. 그래도 이상한 오기가 산객들을 일으켜 세운다.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실천이 이어진다. 늦더라도 멈추
꽃 소식에 이끌려 남쪽으로 여행을떠났다 남해에서 그 동안 쫓기듯 살았던 마음을 내려놓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향기를 가슴에 가득 안게 됐습니다. 남해섬의 관문, 남해대교를 건너서니 줄지어선 벚꽃나무가지엔 만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꽃망울이 가지마다 가득히 매달려 있습니다. 차창밖에 보이는 들녘엔 새파랗게 올라온 마늘과 노랗게 된 장다리꽃들이 매화와 함께 봄이 왔음을 확인해 줍니다. 더구나 엊그제 내린 단비로 희망의 새싹들은 생기를 더해갑니다. 남해섬은 참으로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쪽빛바다와 둥실둥실 떠있는 아름다운 섬들이 있고 겨울을 넘어 봄으로 가는 계절에 붉은 불을 켜는 동백과 순백의 매화가 조화롭게 분포돼 있습니다. 여기에 사람의 수고가 빛나는 정원이 곳곳에 있고 해안마다 우뚝 솟아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산들이 있습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유서 깊은 유적들이 있고 먹거리를 풍성하게 공급해주는 비옥한 농지들이 있습니다.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으면서 하늘을 이고 있는 보리암은 언제나 응어리진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고 희망을 안겨주는 마력이 있습니다. 언제나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자신을 맡깁니다. 특히 올해처럼 저마다 차갑고 엄혹한 춘삼월을 맞을 때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