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졌다. 세찬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을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가 봄바람에 꽃잎을 떨군다. 매화는 졌지만 그 자태와 향은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사랑도 영원할 수 없다. 아름다움의 기억들도 무정하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스러진다. 매화가 지면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야 잊혀 진다 해도 소중했던 사랑은 기억해 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꽃잎을 땅으로 되돌린다. 나는 매화를 좋아한다. 얼음 같이 맑고 깨끗한 살결과 구슬같이 아름다운 자질이 있고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봄을 전하는 꽃이라서 좋다. 잔설을 이고 피어나는 아름다운 모습과 청아한 향기는 숭고하다. 자태가 빼어나고 고결하며 단정하면서도 그윽한 운치가 있다. 창연한 미가 있고 말할 수 없이 고상해 가장 한국적인 꽃이다. 맑고 은은하게 번지는 매향(梅香)을 선인들은 따로 암향(暗香)이라고 했다. 매화의 고혹한 자태와 분위기를 상징하는 말이다. 향기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윽한 향이 은은하면서도 아득히 멀리까지 퍼진다. 매향은 코를 들이 밀고 향기를 맡지 말고 침묵속에서 고요하게 번져오는 향기를 귀로 들어야 한다고 했다. 선비들은'매화는 평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며 고결한 정신을 가
'근로자 1,000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주는 정년 등의 사유로 이직예정인 근로자에게 재취업에 필요한 서비스(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2020.5.1.부터 시행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 내용이다. 대상은 정년퇴직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퇴직예정인 50세 이상의 근로자이며, ①경력·적성 등의 진단 및 향후 진로설계, ②취업알선, ③재취업 또는 창업에 관한 교육 중 하나 이상 서비스를 제공도록 되어 있다.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인 사업장이므로 대규모 사업장이나 공공기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사업주의 부담을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대기업부터 의무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사업장에서 정년퇴직하는 근로자들은 장기간 근속해온 관계로 나름대로 재무적인 준비도 잘 되어 있고, 장기근속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퇴직 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필자가 은퇴예정자 교육을 하면서 조사해본 바로는 퇴직예정자의 15~20% 정도만이 퇴직 후 재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한다고 한다. 설사 재취업을 희망한다 하더라도 이들 서비스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미참여동의서를 내면 얼마든지…
바라봄 우종준 충북시인협회 동면에 든 봄님 어서 일어나세요 촉촉하게 적셔주는 빗님의 낮은 깨움으로 돌 틈새 비집고 초록이 삐죽 고개 내밀어 싱그러운 바람에 봄내음 가득 담아 어서 일어나세요 봄 부르는 날에….
[충북일보] 대한민국 상황이 좋지 않다. 획기적인 대책도 없다. 국민들은 이미 강화된 거리두기 단계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K방역 자화자찬이 얼마나 허망한 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집단면역을 위해선 신속한 백신 접종이 답이다. 그런데 백신 수급에 자꾸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는 공통 현상이다. 문제는 갈수록 더해지는 공급 악화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에선 백신 이기주의가 생겨났다. 생산국을 중심으로 백신 수출 제한이 강화되고 있다. 백신 부족은 상용화 이전부터 예상됐다. 지난해 5월 개최된 세계보건총회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진단기기, 치료제, 백신 등을 공평하게 사용하자는 지식재산권의 허들을 낮추자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대응 촉진 네트워크(ACT Accelerator)'를 발족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 접근권을 넓히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 논리와도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6% 정도에 불과하다. 백신 수급이 불투명해지면 당장 예방 접종 계획에 차질을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국내…
코로나19라는 괴질로 인한 '현대판 암흑시대'가 2년째 계속되면서 전국의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었다. 이른바 '확찐자'도 덩달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 2월부터 동네 수영장을 다니지 못한 필자도 확찐자에 속한다. 올해도 봄꽃들은 어김없이 피어났다. 하지만 자연이 준 선물도 맘대로 즐길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봄꽃축제를 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가 주최하는 '조치원 봄꽃축제'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열리면서, 코로나로 심신이 망가진 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조치원읍과 청주 오송읍 사이의 조천(鳥川) 제방길 양쪽 6.2㎞ 구간에는 40여년생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코로나 비상에 따라 올해 축제는 진행 방식이 예년과 크게 달라졌다. 우선 사람을 분산시키기 위해 개최 기간이 예년의 이틀에서 11일(4월 1~11일)로 길어졌다. 또 28가지 현장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홈페이지에서 지난달 25일 시작된 사전 신청을 해야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당 참가 인원이 '10명 이내'로 제한됨에 따라 대부분의 인기 프로그램은 첫 날 접수가 마감됐다. 참가자들에겐 마스크 착용,출입명부 작성,발열
마스크를 쓰고 나는 두 번의 겨울이 지나고, 다시 따뜻한 바람이 부는 봄이 돌아왔다. 아직은 늦겨울의 추위가 새로 오는 봄바람을 시샘하며 질투하고 있지만 봄의 기운을 무한정 막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식목일이라는 공휴일을 지냈다. 당시에는 지금 사는 곳보다는 조금 더 흙과 땅을 가까이할 수 있던 지역에서 자랐던 터라 도로에 새로운 나무를 심는 모습뿐만 아니라 어딜 가도 작은 묘목을 심는 광경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하고, 학교를 졸업하며 어느새 보니 달력의 4월 5일은 더 이상 빨간 날이 아니었다. 직장인으로서 하루의 공휴일을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을 느꼈다. 물론 식목일이 공휴일이었던 시기에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겠다. 더군다나 공휴일이 아니라고 나무를 못 심겠다는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접한 기사가 있다. 한 사진작가 부부가 20년 동안 황무지를 밀림으로 바꿔냈다는 내용이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길었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은퇴한 뒤 찾아온 고향은 황무지로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충격을 받은 부부는 어릴 적 봐왔던 숲으로 바뀌도록 20여 년간 수백만 그루의 나
쌩쌩~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로 운동장이 북적북적한다. 점심을 먹자마자 아이들은 줄넘기 100번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차고 앞에서 출발한 자전거는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한 은행나무 앞을 돌아 직선 보도를 달린다. 수돗가 앞 으름덩굴 터널을 통과하여 구불구불 학교 숲의 꽃길을 따라간다. 조회대를 지나 할미꽃, 무스카리 환하게 피어있는 곡선구간을 달려 비비추 동산까지 가면 나지막한 오르막이 나온다. 여기는 초보들이 낑낑거리며 오르느라 정체되는 구간이다. 이어서 최고로 신나는 강당 앞 내리막길을 달리면 출발지점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의 뱅글뱅글 학교 한 바퀴 자전거 여행은 동네 어르신들도 구경하며 대견해하시는 진풍경이다. 작년 연말 체육 담당 선생님이 남은 체육 예산으로 자전거를 구입하고 싶다 했다. 굳이 학교에서 자전거를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자전거 못 타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말에 동의했다. 두발자전거 10대와 세발자전거 3대를 샀다. 저학년을 위해 자녀들이 타던 세발자전거와 작은 자전거 2대까지 갖다 놓으며 의욕을 보이는 오선생님의 정성으로 준비 완료했다. 유난히 눈이 많았던 겨울 아이들은 목이 빠지게 눈이 녹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새…
우리 옛 민화에 효제도(孝悌圖)라는 것이 있다. 한 눈에는 금방 알아 볼 수 없는 동식물을 글자로 표현한 것인데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를 그린 것이다. 사람들이 실천해야하는 8가지 덕목을 피카소 그림처럼 재미있게 형상화 했다. 효(孝) 그림에는 잉어, 죽순, 부채, 거문고가 등장한다. 왜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일까. 부모가 병을 앓자 한 겨울 강에 나가 얼음을 깨고 잉어와 죽순을 구해 봉양했다는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효행록이나 전국에 산재한 정려(旌閭)의 내력을 살피면 이런 얘기가 제일 많다.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효촌리에 있는 '효자경연지리'의 주인공 경연(慶延)은 세조때 인물이다. 아버지가 병석에 눕자 겨울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봉양했다. 경연이 살고 있었던 마을에 양수척(楊水尺)이란 유기장이 있었다. 양수척은 배우지 못하여 성질이 포악했는데 경연의 효에 감동되어 효자가 되었다. 효자가 된 양수척을 기리기 위해 세운 효자비가 지금도 청주시 상당구 운동동 비선마을 입구에 서있다. 효제도의 '제(悌)'자는 비둘기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먹을 것을 서로 양보하는 형제간 우애를 나타낸 것이다. 필자도 잘 그려진 '효제도'
청주의 안덕벌은 밤고개라는 지명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밤고개'는 '방고개, 반고개, 구명고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어 어느 이름이 원래의 이름인지 알기가 어려우며 그 위치도 내덕7거리가 아니라 내덕동 천주교 정문 소공원이 원래의 위치이므로 1995년에 내덕7거리에 세운 밤고개 유래비는 원래의 위치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밤고개'란 글자 그대로 밤나무가 많아서 생긴 말이라고 하며 발음하기에 따라서 '방고개, 반고개'로도 발음하게 된다. 호랑이가 지나가다 방귀를 뀌어 '방고개'라고 했다는 설은 언어 유희로 재미있게 만들어진 이야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며 지명의 유래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밤고개'와 '구명고개'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 영조 때 조원의(趙元宜)라는 유생이 임금에게 보낸 과격한 상소 때문에 보은 회인으로 귀양보내졌는데, 임금은 금부도사에게 도착 즉시 유생의 목을 베라고 명했다. 청주 북쪽의 율봉원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발걸음을 재촉하려는데 조원의는 이곳에서 하룻밤 쉬어 가자고 간청했으나 금부도사는 빨리 유배지에 도착하여 왕명을 시행하고 돌아갈 생각에 이를 거
[충북일보]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가 정식 취항한다. 청주국제공항은 경영악화로 지난 2008년 10월 18일 운항을 중단한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 이후 약 13년 만에 거점항공사를 정식으로 품게 됐다. 에어로케이는 3월 부정기편을 운항하며 정식 취항 준비 절차를 밟아왔다. 당초 지난 1일을 정식 취항일로 정했었다. 하지만 항공권 예매 시스템 등을 일부 개선해 오는 15일 정식 취항한다. 에어로케이는 하루 왕복 3회 청주~제주 간 운항 예정이다. 정기편 항공기는 에어버스사의 A320 기종으로 180석 규모다.·사전 예약은 5일부터 티몬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9일부터는 에어로케이 공식사이트 및 콜센터에서도 가능하다.·항공료는 기존 항공사보다 낮은 가격(주중 공시가격 기준)에 제공된다. 충북도민을 위한 특별할인(최고 15%)도 적용한다. 거점 항공사로서 지역에 대한 기여와 항공서비스 이용 편익 개선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에어로케이는 항공기 추가 도입 시점에 맞춰 지역 할인의 대상을 충청권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에어로케이의 정식 취항은 항공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항공시장 재편이라는 리스크를 정면
벚꽃 이담 안광석 충북도시인협회장 곧 터질듯 한 찰라 긴장한 꽃받침이 감싸고 있다 실금간 틈새로 연분홍 속살 숨겨둔 비밀 봄빛 물결처럼 비친 무지개 동그랗게 매달려 있다 하늬바람에 살랑이는 처녀의 순정 차라리 달고 있으렴... 피면 꺾이는 법 본래 비밀은 풀지 않아야 하는 것 간직해야만 하는 우주 촌각을 버티고 있는 저 찬란한 외침을 파랗게 접은 하늘 내안에 차곡차곡 쌓아 둔다.
[충북일보] 필자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는 굳은살처럼 단단한 손톱만한 습진이 있다.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여름에도 이 부위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 마치 씻지 않은 것처럼 지저분해 보인다. 미관상 좋지 않아 최근 병원을 찾았지만 큰 불편 없으면 그대로 지내란다. 메스로 제거해야 하는데 고통도 심하고, 이후 재발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초기였으면 습진 연고로 간단히 고칠 수 있는 일을 제때 치료하지 않은 대가다. 명품도시의 요건은 체육 충청권 4개 시·도 자치단체장은 지난 5일 세종시지방자치회관에서 '2027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충청권 공동유치위원회 창립총회'를 열고 공동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동유치위원회는 4개 시도지사를 설립 발기인으로 하며 4개 시·도 체육회장, 개최도시 시장, 지역 대학교 총장, 상공회의소 회장, 민간단체 대표 등 회원 21명이 참여한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충청권은 지난해 '2030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이후 유니버시아드로 눈을 돌렸다. 유니버시아드(Universiade) 대회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주관하는 전 세계 대학생들의 종
아내와 아이들이 겨울옷을 정리하고 가벼운 옷을 꺼내 손질하는 걸 보니 드디어 봄이 왔다는 것이 실감 난다. "엄마, 이건 이번 주까지만 꺼내놓을게요. 추워질 수도 있잖아요." 아들과 아내의 손에는 외투 한 벌이 팽팽하게 들려 있다. 정리하려는 아내와 더 입고 싶어 하는 아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아들이 엄마의 손에서 구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옷은 가볍고 따뜻해서 겨우내 즐겨 입고 다니던 플리스 소재의 외투였다. 아들은 어느새 복슬복슬한 그 외투를 껴입고 흐뭇하게 웃고 있다. 아들의 승리다. "주영아,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그 옷은 뭐로 만들었는지 알아·"라고 묻자 아이는 옷 안감에 붙어있는 라벨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마침 옆에 있던 투명 생수병을 들어 올리며 "바로 이 페트병으로 만든 거야."라고 말해줬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눈을 이마까지 치켜뜨며 놀란다. "정말요·" 몇 번을 되물으며 믿지 못하겠다는 아이에게 관련 기사를 찾아서 보여줬다. 아들은 한 손에는 페트병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옷을 들고 번갈아 쳐다보며 "내 옷을 투명 페트병으로 만들었다고요·"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겨울마다 사랑받는 플리스 소재의
아파트 화단에 수줍게 피어있는 꽃을 보았다. 몇 해 전만 해도 나무들이 울창했었는데 수많은 비둘기가 찾아와 폐를 끼치는 바람에 나무들이 싹둑 잘려 나갔다. 그 자리에 낯선 나를 대하는 게 부끄러운지 살포시 고개를 숙인 붉은 꽃이 눈에 가득 담긴다. 우암산 둘레길을 걸을 때마다 들렀던 절에서 보았던 붉은 꽃. '왜 해당화가 여기에 피어있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노랫말에는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라고 나오는데 왜 절 마당에 해당화가 피었을까. 잘못 인식된 꽃 이름이 무척이나 나를 혼란하게 했던 그때. 함께 절에 들렀던 지인이 그 꽃은 "명자꽃"이라고 일러주었다. 아파트 화단에 피어있는 명자꽃이 절로 미소 짓게 한다. 어릴 적 내 친구 명자는 수줍음 많은 아이였다. 지금도 호탕하게 웃는 법이 없다. 엷은 입술로 살포시 웃는다. 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겉보기엔 섹시한 머리 스타일, 화려한 옷차림이지만 친구 손맛에서 나오는 맛깔 난 반찬과 구수한 숭늉 같은 그녀의 말씨는 건강미가 넘친다. 초등학교 친구인 명자를 다시 만난 건 그녀가 시청 근처에 맛있는 밥집을 차렸을 때이다. 피곤함에 지친 내가 들를 때마다 어머니처럼 큰 걱정을 하며…
반기문 총장이후 잠잠하던 충청대망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보수진영에 유력한 대권 주자가 없는데 느닷없이 윤석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충청도에서 낳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선대 고향이 충청도라서 충청 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충청도가 덩칫값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충청도 인구가 영호남에 비해서 형편없이 적을 때는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영호남이었다. 이제 영호남 시대는 끝났다. 충청도의 인구가 호남을 추월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어 '영충호 시대'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한참 지났다. 충청 인구가 호남은 물론 TK도 추월해서 행정수도만 완성하면 PK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영호남이 주도하던 정치를 영남과 충청이 주도해야 맞는 게 아닌가. 아직도 한국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를 영호남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실제로 TK는 박정희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수많은 대통령을 배출했고, PK도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등을 배출했다. 충청도보다 인구가 적은 호남도 김대중을 배출한 이후 이낙연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결속하는 분위기다. 충청도는 덩칫값도 못…
축사에 들어선 남편이 "아가야!"라고 불렀다. 그러자 송아지 한 마리가 꾀죄죄한 몰골로 나온다. 기운이 없는지 걸음걸이가 불안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미의 손길이 닿지 못한 어린것들은 표시가 난다. 씻기고, 빗기고, 어루만져주어야 아이들도 반짝거리듯, 어린 송아지들도 몸 구석구석 어미의 혓바닥으로 빗질한 흔적이 나야 내딛는 발굽에도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아가'는 한참 전부터 남편이 오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남편의 옷을 지분거리기도 하고, 손가락을 핥았다. 배고픈 송아지에게 믿을 것은 제 어미도 아니고, 옆집 아줌마도 아니었나 보다. 남편은 걸음걸이조차 시원치 않은 '아가'를 앞세우고, 심청이 아버지가 어린 심청을 안고 젖동냥 다니듯, 젖어미가 있는 칸칸마다 구걸하듯 다녔다. 여전히 '아가'의 어미는 심드렁하다. 왜 마음이 식었을까, 어미는 산달을 한참 넘기고도 태평했었다. 새끼를 낳을 기미가 전혀 없더니, 저녁부터 시작된 진통으로 바닥을 빙빙 돌다가 뿌연 새벽에 새끼를 낳았다. 어미는 큰 눈을 휘둥그레 뜨고 거친 혓바닥으로 새끼 몸뚱이를 핥고, 반대쪽에서는 남편이 드라이기로 미끈거리는 털을 말려 주었다.
재미있는 시 성낙수 충북시인협회 앞에 가는 소형차 뒤 유리창에 간단히 쓴 문구가 재미있어 천천히 꽁무니 따라 가며 짧은 시를 음미해 암기해 미소 지어 난생 처음으로 시 한 편을 외워 기분에 신명나게 좋아져 이리도 좋은 행복이 눈 앞 가까이에 실제로 보이고 있어 " 우리 집에도 페라리, 벤츠 있어요." 얼마큼이나 개 무시 받아 살아와서 고민해 이리 썼을까. 이 짧은 문구 가슴 깊이 울려 시보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 얼마나 재미가 없는 세상이면 이런 문구를 써 정성껏 붙였을까 시 쓰기가 날이 가면 갈수록 두렵다. 국기 게양하듯 굳게 다짐을 보내며 매일 몇 편씩 재미없는 시를 쓰면서
봄날의 주말농장 풍경 미송 송미숙 사)한무리창조문인협회 충청지회장 길고도 긴 겨울의 눈보라는 따스한 봄비로 차가움을 어루만져주고 농장 땅바닥에 핀 키 작은 이름 모를 꽃에는 꿀벌들이 예쁘게 노느라 바쁘구나 가끔씩 불어오는 봄 향기 담은 바람에 냉기는 있으나 추운 겨울을 이겨낸 키 작은 봄나물과 새싹은 새 생명의 기다림과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 흥겨운 노랫가락에 맞추어 호미 끝은 흥겹게 춤을 추고 꿀벌들은 꽃향기에 취한 듯 한수 시를 을픈 듯 소리를 내고 창틀에 턱을 걸치고 옆산을 바라본 봄 풍경은 새떼들이 소풍 가듯 대나무에 줄지어 사뿐히 내려앉는다 사랑하는 님과 같이 나란히 누워 한눈에 들어오는 봄 수채화를 보며 여유와 한해 시작의 봄 향기에 스르르 꿈나라로 집에 오는 길에 마주친 한쌍의 고운 천사 같은 눈을 가진 고라니는 반가운 듯 밝게 웃어주듯 껑충거린다 봄은 소생
[충북일보]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 처리가 또 무산됐다. 끝도 없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지난달 24일에 이어 31일 이 법안을 심의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해 3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 모두 4월 법안 심의 재개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 이후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국회다. 급기야 시민사회단체가 또 나섰다. 선출직을 포함한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행위 근절 등을 위해 해당 법안을 빨리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충북청렴사회민관협의회는 지난 4일 "최근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거세지고 있다"며 "공직자의 부정한 사익추구 행위를 막고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해충돌상황을 관리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문 채택에는 국민권익위원회 및 타 시도 청렴사회민관협의회도 함께 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국회는 정무위에서 법안심사 중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충북청렴사회민관협의회는 도내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등 30개 기관으로 구
"경험은 나이 들지 않아요.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죠." 영화 '인턴'의 유명한 대사이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은퇴자 주인공 벤은 30대 CEO가 이끄는 회사에 입사한다. 벤은 컴퓨터 사용도 서툴렀고, SNS 가입도 힘든 정도였지만, 30년이 넘게 출판업계에 몸담았던 백전노장이었다. 나이 어린 동료의 연애상담을 해주고,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이는 동료에게 따뜻하게 다가가고, 젊은 여성 CEO의 개인 비서 역할까지 많은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텅 빈 시간을 즐겁게 채워나간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무실 건물이 벤이 40년 넘게 젊음과 열정을 바쳤던 바로 그 장소라는 점이다. 사무실 뒤뜰의 무성한 나무가 심겼던 그날을 벤은 아직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벤은 마치 집에 다시 돌아온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한다. 나도 요즘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9년 전의 나도 현재 비채나움 사무실 어디쯤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는 공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수도 많았고 '막내 프리미엄'도 얻었던 세월이었다. 그때 바라봤던 창밖의 모습은 현재와 별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사무실 안쪽은 정말로 많이 바뀌었다. 두 과(課)
[충북일보] 코로나19의 공격이 여전히 강하다. 강력한 방역에도 사라지지도, 떠나지도 않는다. 그래도 봄날은 어김없다. 청주에도 여지없이 봄이 온다. 무심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진다. *** 약자 위한 배려가 답이다 어느새 4월이다. 코로나19 발병 후 맞는 두 번째 봄이다. 하늘은 맑은데 마음이 탁하다. 봄바람은 부는데 숨이 막힌다. 밖은 따뜻한데 몸이 움츠러든다. 좋은 사람이 많은데 만나기가 두렵다. 봄이 왔다고 온 게 아니다. 맘으로만 느끼는 봄이다. 몸으로 만나지 못하는 봄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산과 들에 향기로운 꽃들이 다투어 핀다. 매화 지고 나니 산 위엔 생강나무꽃이 지천이다. 산 아래는 산수유꽃으로 노랗다. 개나리 진달래 자랑질이 한창이더니 어느새 벚꽃마저 진다. 이즈음 산중엔 현호색이, 아파트 계단엔 영산홍이 꽃망울을 터트린다. 산과 들은 점점 연녹색으로 바뀐다. 하지만 여느 해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봄 풍속도마저 바꿨다. 공무원들이 꽃밭에서 사람들을 쫓아낸다. 꽃은 바이러스가 아닐진대 멀리 해야 한다. 해가 바뀌고 다시 봄이다. 꽃과 나무들이 겨울의 칙칙함을 털어낸다. 온갖 생명들이 여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얼마 전 코로나의 깊은 시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했던 나훈아님의 노래 가사다. 모두의 가슴에 체증처럼 머물러있던 알 수 없는 불편함과 힘겨움 그리고 억눌러온 울분 같은 것들을 잊게 했던, 모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노래다. 지금 우리가 이 노래에 빠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슴 가득 자리 잡은 답답함의 물고를 터준 때문 일거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힘든 1년은 없었다. 언제 부터인가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진 사회 거기에 내몰린 사람들, 덤으로 1년 내내 우리를 꽁꽁 묶어놓은 코로나19 그리고 간간이 가슴을 에는 한파까지.... 뭐하나 긍정적인 게 없는 오늘. 우리는 얼마나 더 오래 이런 사회를 살아야 하는 걸까· 사람과 사람사이 집단과 집단사이에 세워진 이 철옹성 같은 생각의 벽은 언제쯤 허물어질까· 허물어지기는 할까· 한때는 그래도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사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인간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가정과 학교 또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삶의 질이 형성된다. 그중에서도 언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등, 예부터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데는 말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말은 영어와 달리 존칭과 호칭이 있어서 그 관계의 분위기나 서열을 좌우한다. 친족이나 선후배 같은 경우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이를 따져 서로 우위를 점하려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상식적인 사람들의 경우는 큰 갈등 없이 해결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싸움도 벌어진다. 그래도 난, 손자가 버릇없이 할머니 이름을 막 불러대는 서양보다 우리의 언어문화가 더 좋다. 요즘은 서양문화의 영향인지, 형제간에 이름을 부르는 것을 흔히 본다. 호칭은 가족 간의 위계질서를 세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바른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연인들 간에 '오빠'라고 부르는데, 지칭일 경우에는 누구를 말하는지 혼동도 온다. 또한 호칭에 의한 관계의 불평등 문
[충북일보]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나흘 연속 500명대를 기록했다.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43명 늘어나 누적 10만4천736명이다.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31일부터 나흘째 500명대를 이어갔다. 충북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도내 코로나19 확진자는 4일 현재 모두 2천250명을 기록했다. 더 걱정되는 건 확장세의 변화다. 그동안 비수도권의 신규 확진 비중은 20%대로 내려갔다. 그런데 최근 다시 40% 안팎으로 확대되고 있다. 감염 지역이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다. 감염 장소도 특정 대규모 집단발병이 아니다. 사업장, 주점, 노인시설, 학교, 의료기관 등 다양한 일상공간을 고리로 하고 있다. 게다가 4월엔 방역 리스크가 가장 커진다. 우선 봄꽃 명소엔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잦다. 대형백화점은 신춘 세일대전 등으로 쇼핑객들로 북적인다. 오는 7일은 수백만 유권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이 있다. 부활절·라마단 등 대규모 종교행사도 줄줄이 겹쳐 있다. 그야말로 방역 비상시기다. 지금
이맘때쯤은 언제나 그렇듯 라디오에서는 벚꽃에 대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인근 벚꽃이 피는 곳에는 나들이객이 줄을 지은다. 얼마전 플러그미디어웍스 x 다이나즈에서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 '오동선대청호벚꽃길(구 회인선벚꽃길)'을 다녀왔다. 목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차와 사람들로 줄을 잇는 풍경 또한 벚꽃만큼이나마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작년 벚꽃이 필 무렵 코로나19로 인해 나들이 등 여러 가지로 위축되었던 모습이 생각난다. 벌써 1년 전의 일이라는 것이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청주시에 있는 무심천변의 벚꽃길은 코로나-19예방을 위해 가이드라인 및 여러가지 철저하게 예방하려는 모습들이 눈에 보인다. 곳곳의 안내 플랜카드에는 2m이상 간격유지, 마스크착용, 노점상 영업 금지, 음식물 취식 및 음주 금지 등의 안내가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들이 눈에 자주 띄곤 한다. 다시 촬영날 이야기를 하면 '오동선대청호벚꽃길(구 회인선벚꽃길)'은 처음가본 곳이다. 일과 삶에 치여 살다보니 벚꽃나들이를 아이들이 크는 동안 손에 꼽는다. 오동선대청호벚꽃길에는 무심천과 다르게 도로옆에 화단을 잘 가꾸어 놨는
[충북일보] 청주의 가을철 대표적 볼거리 낭성면 추정리 메밀꽃밭이 극심한 가뭄과 폭염을 이겨내고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국내 토종벌 명인 1호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에 따르면 22일 기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1리 메밀밭 1만여평의 25%가 꽃을 피웠다. 추정리 메밀꽃은 이달 말께 활짝 피어 10월 초 절정을 이룬 뒤 같은 달 20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청주의 가을이 통째로 내려와 앉은 것 같은 환상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메밀밭을 조성한 추정리 경관·밀원 추진위원회와 메밀꽃행사 추진위원회는 24일 추정1리 334번지 메밀밭 입구에서 마을장터 개장식을 갖고 '2024 추정리 메밀꽃행사' 시작을 알린다. 개장식에서는 충북세종가야금연구회의 축하공연도 열린다. 추정리 메밀꽃행사는 이날부터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28일부터 행사장 입장 때는 초등학생 이상 1인당 요금 5천원이 부과된다. 메밀꽃 개화 초기인 개장일부터 27일까지 입장요금은 면제된다. 입장요금 가운데 2천원은 농산물상품권으로 되돌려 받아 메밀밭이나 마을장터에서 지역생산 농산물, 음료수, 농산물가공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행사장 입장가능 시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충북도가 2년 만에 받는 현장 국정감사를 도정 주요 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는다. 도는 여야 의원들에게 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 등 국회 차원의 지원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22일 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다음 달 17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현장 국감을 받은 도는 지난해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습을 위해 피감기관에서 제외됐다.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광희(청주 서원) 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같은 당 박정현(대전 대덕) 의원과 함께 행안위 소속 충청권 의원이다. 도는 이 자리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지원을 적극 건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감과 관련해 세부적인 일정이 확정되면 건의 목록과 설명 자료 작성 등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현안에는 지난 9일 국회의원 초청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건의한 도정 현안과 내년도 국비 확보 사업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당시 도는 주요 현안으로 14개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대형가속기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카이스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