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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진천교육지원청 행정과장

매화가 졌다. 세찬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을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가 봄바람에 꽃잎을 떨군다. 매화는 졌지만 그 자태와 향은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사랑도 영원할 수 없다. 아름다움의 기억들도 무정하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스러진다. 매화가 지면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야 잊혀 진다 해도 소중했던 사랑은 기억해 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꽃잎을 땅으로 되돌린다. 나는 매화를 좋아한다. 얼음 같이 맑고 깨끗한 살결과 구슬같이 아름다운 자질이 있고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봄을 전하는 꽃이라서 좋다. 잔설을 이고 피어나는 아름다운 모습과 청아한 향기는 숭고하다. 자태가 빼어나고 고결하며 단정하면서도 그윽한 운치가 있다. 창연한 미가 있고 말할 수 없이 고상해 가장 한국적인 꽃이다. 맑고 은은하게 번지는 매향(梅香)을 선인들은 따로 암향(暗香)이라고 했다. 매화의 고혹한 자태와 분위기를 상징하는 말이다. 향기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윽한 향이 은은하면서도 아득히 멀리까지 퍼진다. 매향은 코를 들이 밀고 향기를 맡지 말고 침묵속에서 고요하게 번져오는 향기를 귀로 들어야 한다고 했다. 선비들은'매화는 평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며 고결한 정신을 가다듬었고, 스님들은'추위가 한바탕 뼛속 깊이 사무치지 않고서야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꽃 향기를 맡을 수 있겠느냐'며 수행에 있어 용맹정진의 결기를 다잡았다고 한다. 매화나무 가지는 모두가 하늘로 향해 있다. 역경을 이겨내는 정의와 청렴의 표상이며 지조와 절개의 꽃이요, 선비의 상징이다. 그래서 꽃말은 기품, 품격, 고결함이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기를 가득 채우지만 결코 기품을 잃지 않는다. 한겨울이 되어야 송백의 푸르름을 알 수 있듯이 세찬 눈보라 속에서 굳은 기개로 피는 꽃과 더불어 은은하게 배어나는 향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매화는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가 사랑했고, 퇴계 이황 선생님은"매화 분재에 물을 주거라"는 유언을 남기실 정도로 매화를 사랑했다. 매화는 달밤에 가장 서정적으로아름다운 꽃이다. 달과 매화를 함께 그린 대표적인 그림이 어몽룡의'월매도(月梅圖)'다. 매화 그림의 일인자인 그가 그린 월매도는 5만원권 지폐 뒷면에 들어 있어 우리는 언제라도 볼 수 있다. 조선의 대표미인 춘향의 어미가 월매인 이유가 있다. 춘향의 아름다움이 월매에서 나왔으니 말이다. 또한 최초의 한문소설'금오신화'를 지은 김시습의 호가 매월당(梅月堂)이다.

매화는 난(蘭)·국(菊)·죽(竹)과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라 하고 불로상록(不老常綠)의 솔·대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기도 한다. 또한 매화와 대나무를 이아(二雅)로, 매화와 대나무와 솔을 삼청(三淸)으로, 매화·대나무·난초·국화·연꽃을 오우(五友)로 부르기도 한다. 매화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동지 전에 피는 것을 조매(早梅)라 하고, 봄이 오기 전 눈이 내릴 때 피는 것을 설중매(雪中梅) 또는 한매(寒梅), 동매(冬梅)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그 가지가 구부러지고 푸른 이끼가 끼고 비늘 같은 껍질이 생겨 파리하게 보이는 것을 고매(古梅)라 해 귀히 여긴다. 통도사의 자장매나 화엄사 홍매 등이 고매에 해당한다. 아울러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 더 붉으면 흑매(黑梅), 푸르면 청매(靑梅)라 부른다. 옛 선비들은 탐매(探梅)라는 풍류가 있었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매향을 좇아, 춘설(春雪) 속에 피어난 매화를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요즘 유행하는 섬진강변 매화나들이와 넓은 들판을 매화꽃으로 가득 채우는 매실농원의 매화가 장관이긴 해도, 인파로 뒤덮인 그곳에서 매화의 참모습을 만나기는 어렵다. 어느 유서 깊은 고택이나 고찰의 뜨락을 몇 백년씩 지켜온 매화나무와는 격조가 다르다. 이는 번잡한 대규모 매화농원이 아니라 천년고찰이나 서원과 고택, 고궁의 정원에 있는 매화를 매화 중의 최고로 꼽는 근거다. 뒤틀린 고목 등걸에 보석처럼 매달린 매화를 보고, 그 향기를 음미하는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한 곳으로 탐매여행을 기약하자. 4대 탐매지로는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강릉 오죽헌 율곡매, 구례 화엄사 화엄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가 꼽힌다. 양산 통도사 홍매화, 안동 병산서원의 매화, 창경궁과 창덕궁의 매화, 순천 금둔사 납월매, 담양 지실 계당매도 빼어나다. 눈 쌓인 산중에 고고한 매화가 피어나니 달 밝은 숲에 아름다운 사람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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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