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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4.07 17:08:00
  • 최종수정2021.04.07 17:08:00

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쌩쌩~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로 운동장이 북적북적한다. 점심을 먹자마자 아이들은 줄넘기 100번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차고 앞에서 출발한 자전거는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한 은행나무 앞을 돌아 직선 보도를 달린다. 수돗가 앞 으름덩굴 터널을 통과하여 구불구불 학교 숲의 꽃길을 따라간다. 조회대를 지나 할미꽃, 무스카리 환하게 피어있는 곡선구간을 달려 비비추 동산까지 가면 나지막한 오르막이 나온다. 여기는 초보들이 낑낑거리며 오르느라 정체되는 구간이다. 이어서 최고로 신나는 강당 앞 내리막길을 달리면 출발지점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의 뱅글뱅글 학교 한 바퀴 자전거 여행은 동네 어르신들도 구경하며 대견해하시는 진풍경이다.

작년 연말 체육 담당 선생님이 남은 체육 예산으로 자전거를 구입하고 싶다 했다. 굳이 학교에서 자전거를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자전거 못 타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말에 동의했다. 두발자전거 10대와 세발자전거 3대를 샀다. 저학년을 위해 자녀들이 타던 세발자전거와 작은 자전거 2대까지 갖다 놓으며 의욕을 보이는 오선생님의 정성으로 준비 완료했다.

유난히 눈이 많았던 겨울 아이들은 목이 빠지게 눈이 녹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자 꽁꽁 묶어두었던 자전거를 개방했다. 짧은 점심시간은 자전거 전쟁이다. 한 대씩 모두에게 줄 수 없는 이상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생기기 마련이다. 좌충우돌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목이 빠지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누가 많이 탔네 잘 타네 못 타네 줄넘기를 했네 안했네 말들도 많다. 어쨌거나 이런 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 겨우내 움츠려있던 아이들이 자전거로 학교운동장을 돌며 활기를 더한다.

놀랍게도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가 50%가 넘었다. 각자 다른 이유로 배우지 못했다 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선생님들은 선뜻 자전거를 배우겠다고 나선 아이들을 격려하며 가르치기 시작했다. 자전거에 다리를 걸치고 두 발을 땅에 붙이고 뒤뚱거리며 균형을 잡는 아이들의 모습이 흡사 오리 같다. 페달에 발을 올려놓기가 무서운지 차마 몸을 싣지 못한다. 뒤에서 잡아주자 용기를 내 보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휘청한다. 친구와 선배,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들의 표정은 심각하기까지 하다. 그마저 귀엽다.

며칠 지나지 않아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늘었다. 반면 좀처럼 나서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주위에서 눈길로만 자전거를 따라다닐 뿐 배우려 하지 않는다. 1학년 쌍둥이 자매가 조회대에 앉아 있길래 말을 걸었다.

"자전거 한번 타 볼래· 교장 선생님이 뒤에서 잡아줄게."

"저는 자전거 타지 않을 거예요. 무서워서 그래요."

둘은 아직 용기가 생기지 않는지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그래, 얘들아, 천천히 시작해도 돼. 용기가 생기면 그때 해도 늦지 않아.' 채근하지 않기로 했다.

타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위험도 많아졌다. 자전거 코스를 혼자서도 타 보고 아이들과 함께도 타 보았다. 그냥 지켜보는 것과 직접 달려보는 것은 달랐다. 어디가 위험한지 어느 곳에서 더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규칙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자전거 타기 규칙을 정해보게 했다. 중구난방으로 타던 것도 한 방향으로 정하고 자전거 타는 순서도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아직도 완전히 정착되진 않았지만, 아이들의 세계에는 그들의 방식이 생겨가고 있다. 우린 위험하지 않도록 지켜주며 더 기다려주면 된다.

아이들이 줄지어 자전거 타는 풍경이 참 예쁜 학교의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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