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용대리의 하루가 열린다. 이곳에 온 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일어나자마자 산야초로 만든 효소 한잔을 물에 타서 목 안에 넘기며 생각에 젖는다. 적막한 산속, 풀벌레 소리가 고요를 허물고 있다. 여섯 시가 되길 기다려 아침 산책을 나선다. 하얀 모자를 쓰고 핸드폰을 든다. 신을 신다가 다시 들어와 쌀과자 두 쪽을 챙긴다. 마당 입구엔 호랑이 개 두 마리가 여름을 지키고 있다. 얼룩덜룩한 호랑이 무늬 옷을 걸친 그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나는 매일 아침 그들에게 쌀과자 한쪽씩을 던져주고 외출을 허가받는다. 처음엔 사납게 짖어대던 그들이 아침마다 과자를 상납하자 꼬리까지 살살 흔들며 흔쾌히 산책을 허락한다. 사나운 문지기에게 잘 다녀오겠노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그들은 쌀 과자에 현혹되어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집 앞 다리를 건너 논길을 걷는다. 허공엔 거미줄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마치 누군가의 소식을 모아서 전해 주는 와이파이 표식 같다. 거미줄 속에는 갖가지 곤충들이 숨 없이 걸려있다. 싱싱했던 그들의 생을 압축해서 전시해 놓은 것처럼. 논은 초록 융단을 깔았다. 가지런하고 늘씬하게 자라고 있는 벼의 종
무더운 기운이 우거진 숲까지 뚫고 내려오나 보다. 걸음을 멈추어도 삐질삐질 땀이 난다. 나만 그런가 둘러봐도 모두 휴대폰 하나만 달랑 손에 쥐고 헉헉댄다. 부채라도 들고나올 걸 하지만 떠나간 버스에 손 흔들기다. 예전에는 여름에 사람들 손에 가장 많이 들려 있던 사물이 부채다. 그러나 선풍기나 에어컨이 등장하면서 부채는 이제 현대인의 사물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부채는 내게 여전히 매력 있는 사물이다. 부채라는 사물이 내 지각에 환기하는 감성은 에로스에 가깝다. 이때의 에로스는 친밀한 접촉의 추억으로 내 마음을 적셔온다. 한여름 대청마루에 누워 할머니가 부쳐주시던 부채 바람을시작으로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우아하게 사용했던 접 부채에 대한 그리움을 어찌 잊을까. 부채는 내게 그리움과 추억의 사물이다. 지금도 애용하고 있으며 꼭 챙겨놓는 사물 중 하나다. 부채라는 사물 자체가 주는 부드러움을 몸이 잊지 못해서다. 선풍기의 인공적인 바람과 달리 얼굴을 퉁명스럽게 가격하지 않아서 좋고 필요한 때 어디에서나 내가 불러올 수 있는 자발적 바람이라 좋다. 부채는 '부치는 채'가 줄어든 말이다. 한자로는 선자(扇子)라고 하며 방구부채와 접 부채로 크게
차량이 노후되어 신차를 구입하려고 하는 주변 사람들 중에 전기동력차(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로 구입하거나 앞으로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경우가 꽤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한다는 대의와 경제성을 함께 고려하여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통계를 보면 글로벌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은 2019년 8천6710만 대에서 2020년에는 7천264만 대로 16% 감소세인 반면, 전기동력차 판매량은 294만 대로 전년 대비 45%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동력차 판매량 증가와 더불어 IT기술을 접목한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이 적용되어 운전기능을 보조하고 향후에는 완전자율 분야까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자동차산업의 트랜드이다.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에 활용되는 부품을 보면 카메라, 레이더, 센서 , 라이다, 초음파 등이 있는데 이 부품들을 이용한 운전자 보조시스템으로는 열카메라, 운전자모니터링, 전·후방카메라, 서라운드 뷰 시스템, 생명징후 모니터링, 이미징 레이더, 장거리레이더, 초단거리레이더, 조건부 자동드라이브, 주차지원 등 예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기능들이 있고 요즘 차량에 지원되고 있다. 자동차의 전자제품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충북일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국내 골프장 호황은 계속됐다. 편법 운영에 따른 폭리로 이용자 반감 정서도 커졌다. 충북지역 골프장들도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상당수 대중제 골프장들이 편법 운영을 일삼았다. 무법적으로 폭리를 취했다. 골프 업계 등에 따르면 충북 음성 소재 A골프장은 회원권을 판매할 수 없음에도 이용권, 즉 '유사 회원권'을 판매했다. 세금혜택을 받으면서 회원권도 판매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했다.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보다 더 비싼 대중제 입장료도 책정했다. 지난해 13만4천 원 정도였던 입장료는 올해 16만 원으로 20% 가까이 올랐다. 토요일 입장료는 15% 올라 20만 원을 넘었다. 음성의 B골프장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당초 회원제였던 이 골프장은 지난 2019년 대중제로 전환했다. 그런데 2019년 이전의 회원 자격을 일부 유지하면서 대중제를 운영했다. 체육시설법 위반이다. 대중제는 회원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편법과 불법으로 두 골프장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정부가 대중제 골프장에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주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용객 모두가 공평하게 예약하고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비겁 박종혁 충북시인협회 길 위에 분명 갈림길이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고 있었지만 숙명이라고 운명이라며 읊조리고 그 길을 비켜 갔다
괴산의 동진천은 사시사철 괴산을 찾는 방문객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자아내며 정겨움을 선사한다. 주민들에게는 동진천이 산책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장소로 각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물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계절에 따라 꽃잔디, 금계국, 돼지감자꽃, 코스모스가 피어난다. 사시사철 꽃단장을 하면서 때로는 축제의 장소로, 겨울에는 썰매타는 추억의 장소로 방문객과 주민들의 삶에 녹아나며 즐거움을 안긴다. 이런 동진천을 나는 사랑하고 아끼며 즐기고 있다. 얼마 전의 일이다. 나는 언제나처럼 퇴근을 하고 건강을 위해 동진천에서 산책을 즐겼다. 통상 산책코스는 괴산읍 사호정에서 동진천 제방을 따라 정용도로를 횡단해 1시간 코스로 이루어진다. 요즘은 폭염과 더불어 여름철이라 수시로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이 많다. 소나기가 그렇듯이, 맑은 하늘이 느닷없이 먹구름으로 변해 한차례 쏟아지면 우산 없이 나들이하다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리고 우리나이 또래의 어린 시절에는 황순원의 아름다운 '소나기' 이야기를 가슴에 안고 있다. 그날 저녁도 나는 우산 없이 홀가분하게 산책을 나왔다. 동진천 제방도로를 어느 정도 지나 정용교회 앞에 지
요즘과 같은 1인 가족 시대에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밥을 먹기란 어려운 일이다. 식구 여럿이 하나 된 마음으로 둘러앉아 도란도란 음식을 나누는 풍경을 생각하니 가족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살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일심동체를 이뤄 이해타산 없이 좋고 나쁜 것에 구애받지 않고 가족에 대한 정이 있는 식구들이 모여, 인간과 인간이 맺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런 모습은 한솥밥 먹는 사이일 것이다. 한솥밥이 가지고 있는 하나로 된 묶임은 어떤 묶임보다 강하다. 사람 관계에서 친함과 친하지 않음에 대한 구별은 같이 한솥밥을 먹느냐 먹지 않느냐에 따라 나뉜다. 먹더라도 자주 먹느냐 가금 먹느냐로 친밀도에 대한 기준이 달라짐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한솥밥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크기에 옛 어른들은 한솥밥을 아무에게 내주는 일이 없었다. 한 집안에 같이 살더라도 한솥밥을 먹는 식구와 딴솥 밥을 먹는 사람과 구분돼 있었다. 피가 다른 노비, 머슴, 소 등은 식구가 먹는 밥솥과 다른 밥솥에서 밥을 지어 먹었다. 핵가족이나 1인 가족이 많아진 요즘엔 피가 다른 노비, 머슴, 소 대신 반려견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애완견(愛翫犬 : 사랑 애, 가지고 놀
여름 더위 한가운데에 서 있다.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더위와 코로나19 이야기가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고도 긴장되게 만든다. 더러 눈에 띄는 초록 속에 핀 분홍빛 배롱나무꽃이 희망처럼 다가오고, 선명하게 핀 무궁화꽃이 위로가 되기도 하는 한여름이다. 어릴 적 여름 방학을 맞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뭔가 밍근하여 집안을 서성거리다가 뒤란 무궁화 울타리에서 자주 만나던 꽃이 바로 무궁화였다. 문득 여름 방학을 맞이하고 있는 학생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선생님,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여름 방학 전 한국어 수업 시간에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한 학생이 눈물을 닦으며 건넨 말이다. 농구를 잘하며 체육시간을 좋아하는 녀석은 매우 활동적이며 늘 이마에 흐르는 땀에 머리카락이 젖어 있었다. 표정 또한 밝아서 마주하고 있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었다. 한국어 수업을 하면서 만난 녀석은 보기 드물게 소소한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어느 날은 농구 이야기, 어느 날은 급식에 나온 음식 이야기, 어느 날은 할머니 이야기, 아버지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와 동생 이야기 등등 자주 이야기를 풀어 놓곤 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할 때는 친구들의 이
짧았던 마른장마가 끝나고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도 지났다. 유독 더운 이번 여름을 나기가 정말 쉽지 않다보니 정부도 전력피크를 대비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역대급 무더위, 그리고 코로나 델타 바이러스의 전세계적 유행 속에서 지난 23일, 도쿄 올림픽이 개막됐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올림픽의 막이 오른 만큼 '최초'라는 타이틀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도쿄 올림픽은 근대 올림픽 125년 역사상 처음으로 1년 연기돼 개최됐고, 또 최초의 무관중 경기로 진행한다. 이런 생소한 환경보다도 안전관리 기관의 장으로서 이번 올림픽에서 눈에 띈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올림픽 성화의 점화 연료에 최초로 수소가 사용됐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올림픽 성화에는 프로판 가스, 마그네슘, 송진, 올리브 오일 등이 연료로 사용됐다고 한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올림픽 성화에서도 친환경 에너지가 사용되는 것을 보며,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전 세계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편 도쿄로부터 무더위를 날려주는 금빛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5일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우리나라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꺾고 9연패를 달성했다
[충북일보] 코로나19가 4차 대유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폭염까지 기승을 부려 온열환자 발생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홀몸노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노인들은 지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복지관이나 노인정 등을 정상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홀몸노인들의 경우 더욱 고립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고독사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홀로 지내는 홀몸노인의 수가 30% 늘어났다. 무연고 노인 고독사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배(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우리나라 노인 인구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2016년 127만5천316명이던 홀몸노인 수는 2021년 167만 416명으로 30.9% 늘어났다. 홀몸노인 수 증가에 따라 부양가족이 없는 무연고 65세 이상 노인의 고독사도 급증했다. 복지부의 '65세 이상 인구 사망자 수 및 무연고 사망자 수'에 따르면 무연고 노인 사망자 수는 2015년 666명에서 2020년 1천331명으로 약 2배(99.8%) 가까이 급증했다. 홀로 지내다 무관심 속에 쓸쓸하게 숨지는 고독사도 잇따르고 있다. 원룸에서 홀로 지내던 A(66·
덕문이 방죽 임상은 충북시인협회 싱그러운 연꽃잎은 물 안개 피워 올리고 이야기로 웃음 짓는 천 년 속의 임연(林衍)장군 오늘은 덕문이 방죽에 가만가만 오시고 연꽃잎 웃음에 홀린 소금쟁이는 물안개 연못 위 동그라미 잡으려고 남실남실 파문 만들고 그 파문 동호(東湖)방죽 어깨춤으로 덩실덩실 *동호지(東湖址, 덕문이 방죽) : 진천군 진천읍 삼덕리에 있는 고려후기 무신 임연(林衍)장군의 전설이 깃든 연못 터 유적지
집안 곳곳에 책들이 널브러져 있다. 요즘 칩거 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왠지 전보다 게을러져서인지 집안 꼴이 엉망이다. 이불장의 이불들이 대충 개켜져 있다. 현관에도 가족들이 벗어놓은 신발이 뒤죽박죽 엉켜 놓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날 이 모든 것들이 질서정연하게 제자릴 찾았던 것은 모두 나의 손길에 의해서였다. 이즈막은 전과 달리 집안 정리엔 뜻이 없어진 듯하다. 평소 무엇이든 제 모양을 잃는 것을 경계해 왔다. 이는 병적이리만치 다소 심한 편이었다. 서재에 책도 제 키 높이에 따라 꽂혀있어야 안심했다. 자고난 후 침대 위의이불도 주름살 하나 없이 쫙 펼쳐져 정돈돼 있어야 했다. 거실의 커튼도 열었을 때 접힌 주름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것을 확인 한 후 끈으로 묶곤 했다. 이런 나름대로 사물에 대해 정해놓은 규칙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수년전 건강을 잃은 후, 실은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벅찼다는 게 이유라면 궁색한 변명일까? 지난날 스스로 정한 삶의 규칙을 논하노라니 갑자기 가슴에 손을 얹게 된다. 삶 속에서 사물에 대한 여느 규칙을 정해 일상을 영위했던 것처럼 '나의 마음 속 고갱이도 그토록 반듯한가?'에 대한 성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포츠를 관람하다 보면 체급에 관계없이 경쟁을 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기가 각자의 체급이나 역량에 맞춰서 시합을 하는 룰로 이뤄져 있다. 현격한 차이로 상대가 안되는 선수와의 경쟁은 이기는 선수가 인정을 받을 수 없거니와 공감을 얻기에도 부족하다. 그러나 경제나 자본에서는 이런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문제에서는 이런 룰이 지켜지기가 어렵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법률이 제정돼 일정 부분 중소기업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그 법률로 인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들이 각각의 업역에서 일정 보호를 받으면서 성장하고 사업을 영위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법률의 적용도 완화되고 대기업들이 자본을 이용해 소상공인의 영역까지 우회적인 방법으로 공략을 해오며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살림이 팍팍해지고 있다. 현재는 대기업마저도 위협받는 온라인 시장이라는 또 다른 변화가 밀려 왔다. 온라인 시장은 최근에는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시장의 질서는 빠르게 바뀌고…
길옆 옥수수밭에는 꽃 수술 방이 성장을 멈추고 힘없이 흐느적거린다. 하루 이틀 사이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옥수수 수확은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옥수수밭을 바라보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도 옥수숫대처럼 타들어간다. 남편이 벼 포기 사이에 있는 피살이를 하고 농막으로 가자며 밀짚모자를 쓰고 논으로 향했다. 오랜 가뭄으로 논바닥은 실금이 가도록 말라 있다. 농사용 전기 스위치만 올리면 지하수가 펑펑 솟아오르는데 왜 벼를 목마르게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도 목 좀 말라봐야 말 못 하는 벼의 고통을 알지 싶어 남편에게 갖다 주려던 생수 생각을 접었다. 논 옆으로 농가 두 채가 있다. 차를 주차하고 대문이 열린 집으로 들어가 불러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대문 밖으로 나와 헛간 속에 있는 의자 위에 앉았다. 차 안보다 훨씬 시원했다. 해가림 천장만 있고 훤히 트여있으니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왔다. 논에 들를 때마다 헛간에 두 양주분이 더위를 피해 앉아 대화하고 계셨다. 주차된 우리 차 옆으로 흰색 자가용이 미끄러지듯 들어와 주차했다. 차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의 아들도 운전석에서 내렸다. 아들이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주는데도 할머니는 내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충북일보] 충북에선 지금 생활임금제 도입 여부가 최대 이슈다. 충북도의회가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충청북도 생활임금 조례안'을 의결했다. 조례안에는 충북도와 도 산하 투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 등에게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돼 있다. 조례가 제정되면 충북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15번째로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게 된다.·최저임금을 보완해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례안은 생활임금 적용대상을 △도와 도 산하 투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 △도의 사무를 위탁받거나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업체 소속 근로자 △도의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업체의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다. 당초 노동계가 요구한 △도의 공사·용역 사업에 있어 기관·업체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 사업자 형태의 노무 제공자는 산업경제위원회를 거치며 제외됐다. 조례안은 '충청북도 생활임금위원회'를 구성해 생활임금의 원활한 시행과 주요 사항을 심의토록 했다. 이 위원회는 △물가상승률, 근로자의 평균 가계지출 수준, 생계비 등 경제·노동 환경 △최저임금법에 따라 매년 고시되는 최저임금 △그 밖에 생활임금 결정에 필요하다고…
비 오는 날 덕향 김병철 충북시인협회 회색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과 함께한 비가 내린다 유리창에는 가락을 알 수 없는 빗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고 비맞은 자리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을 남기고 난간에 매달린 물방울은 영롱과 측은함이 교차를 한다 가늘게 흐르던 작은 도랑의 울부짖음은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반달같은 밭두렁은 커다란 생채기만 남기고 물꼬를 보러 갔던 어느 노구의 슬픈소식이 유리창을 타고 흐른다
[충북일보] 2015년 3월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툭하면 언론 탓 모든 언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기자가 공정하다고도 보지 않는다. 언론으로 인해 인생을 망친 사람들이 있다. 언론 때문에 사업이 망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언론에 의한 피해를 구제하는 법적절차는 지금도 충분하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조정이 대표적이다.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민·형사 소송을 통해 손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정치권은 툭하면 언론을 탓한다. 물론 언론이 비난받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예를 들어 역대 정부는 모두 정권을 잡으면 지상파 임원들을 교체하는데 집중했다. 박근혜 정부 때 그토록 편들었던 일부 지상파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을 공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언론에 족쇄를 채운 '김영란법'은 여전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얼마 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수산업자의 언론인 대상 금품로비에 대한 처벌이 과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잘못한 사람은 처벌을 받
폭염의 기세가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다. 1년 중 가장 더울 때이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열돔 현상으로 예년보다 한층 더 심한 무더위에 전 국민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더욱이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감소할 조짐을 보이지 않아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대학을 비롯해 중고등학교나 초등학교도 서둘러 방학을 시작해 그나마 더위와 코로나를 피해 우리의 동량들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곳에서 잠깐이나마 학업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다행이다. 무더위야 한두 주 지나면 한풀 꺾이겠지만 코로나는 지금의 확산세를 감안할 때 여름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돼도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이 2학기에도 이어질 것이 예견된다. 비록 건강상의 이유라고는 하나 근본적으로 제한된 백신으로 인해 접종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린 젊은 세대들은 또다시 코로나에 노출된 채 가을을 맞이해야 할 처지이다. 최근 20대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늦어지자 수능시험에 허위 응시해 대상자가 무려 3만 명이 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부가 수능 응시생에게 우선적으로 접종을 한다고 하니 수능을 치르지도 않는데 접수만 하고 백신 접종을 받
아무도 수업이 뭔지를 묻지 않았다. 누군가가 물으면 교수-학습 과정이라고 얼버무렸다. 학생과 교사가 한 학기에 담아야 할 마음의 자세를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할 수 없었다. 진도 나가기 바빴고 수행평가를 하는 데에만 힘을 썼다. 좋은 수업에 대해 논의할 기회도 찾아오지 않았다. 많아야 일 년에 한 번이고 작년에는 없었다. 교사는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프로타고라스였다. 수업의 개념에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지향하는 모습이 담겨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열린 교육 이후로는 교사의 활동이 경시됐다. 교수-학습 과정을 학습-교수 과정이라 바꿔 불렀고, 교사는 가르치지 말고 안내만 하라고 다그쳤다. 교사의 강의는 지식 암기에 효율적이지만 학생의 자율적 탐구를 방해한다고 지적됐다. 강의는 학원강사와 과외교사의 몫이었다. 교사는 학습 모형이 잘 운영되게 하는 도우미에 그쳐야 했다. 학생은 교실 수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자율적으로 탐구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기회는 적다. 보통은 한 학생이 이끌어가는 대로 나머지 학생이 따라가는 모습이 흔하다. 스스로 독서 하지 않고 부모도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강의를 들으면서 경험을 넓힐 기회도 사라졌다. 그들에게…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2주간 배달음식 먹었을 때 나오는 플라스틱'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2주간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했을 때 어느 정도의 쓰레기가 쌓이는지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게재된 사진 속에는 100여 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방안 가득 쌓여 있었다. '우리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현타(현자타임)가 왔다. 실제로 환경부에서 발표한 지난해 공공선별시설에서 처리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923t으로 전년(776t) 대비 18.9%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음식점 배달·포장이 증가한 것이 제일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공포가 썩지 않고 적재되는 배출량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자디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으로 지구 환경을 위협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 5㎜ 이하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일컫는다. 눈으로 구별하기조차 힘든 미세 플라스틱은 생태계 곳곳은 물론이고 인간이 먹는 음식과 물에도 침투하고 있다. 2017년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 수돗물 1ℓ당 평균 0.05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누구나 매일 조금씩…
"약 아끼지 말고 아프기 전에 드세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한 후 친절한 여의사의 당부였다. 사태 초기의 마스크 대란처럼 '타이레놀'도 약국마다 품귀 현상을 빚어 어렵게 1갑(8정)을 준비했었다. 어른은 한 번에 두 알씩은 먹어야 한다는데 한 알씩만 먹고 버티며 내색도 않은 아내에게 면구스러울 뿐이었다.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편의점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알아야 면장(免牆)을 하지…….' 2차 접종을 대비해 편의점에서 넉넉하게 사다 놓고도 기분이 눅눅했다. 옛날 조선지나 중국지로 만든 책은 습기로 인한 충해나 부식이 심해, 정기적으로 햇볕에 말리고 거풍(擧風: 바람을 쐬는 것)시켜야 했는데 이러한 행위를 포쇄(曝曬)라고 했다. 백신에 지친 몸과, 장마 전 날씨처럼 꿉꿉한 마음을 포쇄코자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경북 예천과 문경의 사찰과 정자들을 둘러보고 싶었다. 산고을 괴산을 지나 연풍에 접어드니, 1967년 대간첩 작전 본부가 있던 연풍중학교 운동장과 정조 때 연풍 현감에 제수된 단원 김홍도가 3년간 집무했던 동헌 풍락헌이 손에 잡힐듯 차창으로 스친다.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첩첩산중 문경새재 아래 연풍 산속에 북한 무장공비가 출몰하고,
[충북일보]정부가 비수도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했다. 그만큼 사태가 심상찮다는 의미다. 충북에서도 2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직장 근무는 시차 출퇴근, 점심시간 시차제, 재택근무 20%가 권고된다. 식당과 음식점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포장·배달만 할 수 있다. 노래방과 유흥시설은 이 시간대 운영이 제한된다. 충북에선 최근 청주의 헬스장과 댄스학원, 제천 유소년 축구단 관련 집단감염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여름방학·휴가철과 맞물려 연쇄 감염과 n차 감염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실효성 없는 방역지침 강행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탁상행정이란 비판도 있다. 일각에선 독선적 방역이라는 불만도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면 "의학적 상관관계 규명이 어렵고 개인의 자유만 억압할 뿐 허술하다"라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방역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태도다. 지난 3일 8천여 명이 모인 민노총 불법집회가 대표적이다.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정부는 아직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광복절 반문(反文)집회 때완 사뭇 다르다. 민노총은 세종·원주 등 비수도권으로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
자연의 체온 강성일 충북시인협회 자연의 체온이 뜨겁게 화씨로 높아짐에 따라 내 감정의 온도 또한 화산이 되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푸른 나무 그늘 밑에서 뇌리와 흉리의 온도를 식히지만 찬기와 온기는 들락날락 자맥질 연속이다 하늘을 바라보니 푸른 구름나무 숲속에 새들도 땀을 식히고 바다를 바라보니 해풍의 부채도 잠시 손을 멈추고 있다 자연의 체온이 차갑게 섭씨로 낮아짐에 따라 내 감정의 온도 또한 평지가 되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즐거운 대학생활은 빠르게 흘러가고 어느덧 나에게도 진로를 고민할 시기가 왔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했던 나는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고 25세에 공무원이 됐다. 2019년 충주시농업기술센터로 첫 발령을 받은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완벽한 생활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환상이 맞아 떨어지는 듯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서툰 면이 있었지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큰 어려움 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주말에는 나만의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런 나날이 계속될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4개월 차, '과수화상병'이 시작됐다. 지금은 어느 농업인에게 물어봐도 과수화상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 당시 과수화상병은 충주에서 생소한 병이었다. 나무 한 주가 감염되면 나머지 나무에도 순식간에 퍼지는 마치 코로나와 비슷한 병. 게다가 코로나는 나을 수 있지만 화상병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한 과원에 1주라도 양성이 나오는 즉시 과원전체 매몰이었다. 과수화상병은 2018년 시작됐고, 2019년도 발병률은 더 커졌다. 2020년은 거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도 거세게 진행 중이다. 과수화상병은 신속한 대응이 가장 중요
고전연구가 조윤제 씨는 그의 글에서 말합니다. 작은 일상에 충실하도록 충고하기는 영국의 첫 여성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생각을 조심해라. 그건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그건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그건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그건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그건 운명이 된다.' 그녀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들었다는 조언입니다. 생각의 차이가 운명을 가른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컵에 물이 반쯤 들어 있을 때 '물이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천양지차의 결과를 낳기 마련입니다. 영국의 추리작가 코난 도일은 작은 것의 중요성을 이렇게 지적합니다. '가장 좋은 것들은 조금씩 찾아온다. 작은 구멍으로도 햇빛을 볼 수 있듯, 사람들은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지만 조약돌에 걸려 넘어진다.' '리더가 읽으면 무릎을 치는 옛글'의 저자 오동희 씨도 가슴에 와 닿는 충고를 합니다. '단풍잎 하나로도 가을이 왔음을 짐작할 수 있고 때로는 사소한 일 하나가 어떤 사건의 전체를 드러내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잎새 하나만 보아도 그 나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알 수가 있고 얼굴
[충북일보] 청주의 가을철 대표적 볼거리 낭성면 추정리 메밀꽃밭이 극심한 가뭄과 폭염을 이겨내고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국내 토종벌 명인 1호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에 따르면 22일 기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1리 메밀밭 1만여평의 25%가 꽃을 피웠다. 추정리 메밀꽃은 이달 말께 활짝 피어 10월 초 절정을 이룬 뒤 같은 달 20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청주의 가을이 통째로 내려와 앉은 것 같은 환상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메밀밭을 조성한 추정리 경관·밀원 추진위원회와 메밀꽃행사 추진위원회는 24일 추정1리 334번지 메밀밭 입구에서 마을장터 개장식을 갖고 '2024 추정리 메밀꽃행사' 시작을 알린다. 개장식에서는 충북세종가야금연구회의 축하공연도 열린다. 추정리 메밀꽃행사는 이날부터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28일부터 행사장 입장 때는 초등학생 이상 1인당 요금 5천원이 부과된다. 메밀꽃 개화 초기인 개장일부터 27일까지 입장요금은 면제된다. 입장요금 가운데 2천원은 농산물상품권으로 되돌려 받아 메밀밭이나 마을장터에서 지역생산 농산물, 음료수, 농산물가공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행사장 입장가능 시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충북도가 2년 만에 받는 현장 국정감사를 도정 주요 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는다. 도는 여야 의원들에게 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 등 국회 차원의 지원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22일 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다음 달 17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현장 국감을 받은 도는 지난해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습을 위해 피감기관에서 제외됐다.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광희(청주 서원) 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같은 당 박정현(대전 대덕) 의원과 함께 행안위 소속 충청권 의원이다. 도는 이 자리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지원을 적극 건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감과 관련해 세부적인 일정이 확정되면 건의 목록과 설명 자료 작성 등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현안에는 지난 9일 국회의원 초청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건의한 도정 현안과 내년도 국비 확보 사업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당시 도는 주요 현안으로 14개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대형가속기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카이스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