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 살이 오무영 충북시인협회 고문 하루 일과가 끝나면 일광욕을 즐기던 나 시어머니 주름살처럼 세속의 때가 끼었지만 신세대 며느리들은 살갗 터지는 건 모르고 탈색제를 넣고 삶아버린다 나는 하얀 면직물로 세상에 탄생한 것을, 어느덧 몇 살인지 모르게 변해버렸지만 한 번도 가족과 함께 밥상을 받아본 적 없고 때때로 방바닥 걸레 취급도 받는다 이제는 죄인처럼 불꽃이 난무하는 건조기 속에서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정든 고향이 살육장으로 변한 것일까
[충북일보]충북지역 공시지가의 흐름과 소상공인들의 형편을 가늠하는 청주 성안길 상권이 장기 침체에 빠진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은 듯하다. 손바닥 만한 점포의 권리금이 수천만 원씩 거래됐던 호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보증금 1~2천만 원에 월세만 받는 곳이 적지 않다. 성안길 상권이 이 정도면 이외의 지역은 얘기할 것도 없다. 그나마 신시가지 상권이 반짝 특수를 맛봤을 뿐 도내 대표 상권들은 이미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점포마다 붙어있는 '임대', '매매' 팻말. 초저녁부터 암흑으로 변하는 거리. 자치단체마다 상권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지만 백약이 무효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도가 올 초 신설한 신성장 관련 부서를 청사 협소를 이유로 도청 인근 성안길 내 건물 2곳을 얻어 옮긴 일은 건물주들에겐 가뭄 속 단비 같은 일이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면서 해당 상가는 물론 인근 상권까지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임차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실망을 주고 있다. 충북도가 이시종 지사와 같은당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최충진 청주시의장의 건물에 시세보다 2배 가량 높은 가격으로 임대한 사실을 국민의힘 박우양 도의원이…
흔히 기부행위라 하면 사람들은 좋은 행위로 인식한다. 사회나 타인을 위해 기꺼이 개인의 재산을 내놓는다는 것이 사회규범상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와 관련지어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행위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는 같은 기부행위라 하더라도 그 목적이나 동기가 다르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부행위란 친사회적 행위로써 '일정한 공익 목적을 위하여 재산을 기부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 선거와 관련한 것이냐 아니냐를 제외하더라도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행위란 분명한 목적·동기를 가지고 사려·선택·결심을 거쳐 의식적으로 행하는 인간의 의지적 말이나 행동을 말하는데, 여기서 전자는 그 목적이나 동기가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고, 후자는 사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 사익이 선거에서의 당선을 의미하고 이는 선거에서의…
전 세계 장수 지역 사람들의 공통점은 적당한 신체 활동을 지속하고, 친목 생활을 즐기며, 다른 관심사보다 가족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 중에 '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이 있다. "최고의 반찬은 두부와 오이, 생강, 나물이며 최고의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그리고 손자를 만나는 것"이란 뜻이다. 이십여 일 전부터 추석맞이 준비를 나름대로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하기,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하기, 이발소에 가서 머리 깎기, 네 가족이 함께 갈 국립세종수목원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예약하기, 완주 화암사·예산 수덕사와 외암마을·함양 상림공원과 개평한옥마을·함양과 거창에 있는 정자 등의 풍경을 담아 지인들께 보내드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컬렉션'과 국립공주박물관의 '무령왕릉 50주년 특별전' 사진과 김홍도의 '추성부도' 감상문을 써서 주변 분들과 함께하기, 그리고 동트기 전 산에 가서 새벽이슬 맞은 알밤 주워오기 등이었다. 호국원 출입마저 금지시킨 당국의 처사로 성묘도 못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오랜만의 석양배(夕陽杯)도 나눌 수가 없고, 그저 휴대폰에나 의존해 수상한 이 시절을 참고 견디는 수 밖
수돗물 유충으로 인해 먹는 물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도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가고 있다. 비록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일이었지만 무심코 지나치기에는 간단치 않았다. 국민이 이용하는 인프라 가운데 수돗물만큼 우리 생활에서 밀접하면서 저렴한 것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한 삶을 지키는 데에 맑은 물 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즉 맑은 물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지만, 막상 물 사용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수량이 있다 해도 이용할 수 있는 수량이 제한될 정도로 오염돼 있다면 국민은 수돗물을 믿고 안심하게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수돗물 유충 문제 또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던 사건 중 하나였다. 엄격한 수자원 감시와 정수장의 철저한 관리만이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북도는 국토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국민의 젖줄인 한강과 금강, 낙동강 지류까지 흐르고 있는 물 관리 측면에선 매우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 특히 한강의 수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꽃 그리고 씨앗 조미애 표현문학 회장 꽃이 피어야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었다 불안하고 척박한 환경에 놓인 닫힌꽃은 꽃이 없이도 살아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열린꽃보다 크기도 작고 꽃가루 또한 적지만 누구보다도 안전하게 씨앗을 만든다 봄에 피는 열린꽃은 종자를 만들지 않고 여름, 가을에 피는 닫힌꽃들이 종자를 만드는 제비꽃속 두 개의 씨앗을 가진 도꼬마리는 한 번에 싹을 틔우지 않고 큰 씨앗이 숨을 쉬면 작은 것은 스스로 소멸을 택하지만 큰 씨앗이 싹을 틔우지 못하면 부스스 몸을 일으켜 어떻게든 싹을 틔워 작은 씨앗은 비로소 제 소명을 다한다 정상이 아니라도 자라는데 지장이 없는 식물들의 세상 척박한 땅에 떨어졌어도 제 스스로 충분히 자랄 수 있게 때로는 제 길이의 천배 이상을 날아서 가는 씨앗의 역사.
[충북일보] 최근 혁신도시 특별공급(이하 특공) 아파트 특혜 사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 직원들에게 공급된 특공 아파트가 투기수단으로 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적절한 공직자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된 것으로 확인됐다. 혁신도시 내 건설된 아파트의 50~70%가 이전공공기관 직원들에게 공급됐다. 그런데 이전 공무원 25%가 특공 당첨을 받고도 기숙사에 거주했다. 정부가 나서 직원들의 투기를 도운 셈이다. 공정을 그렇게도 외친 정부가 불공정을 적극 도운 꼴이 됐다.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를 유도하고 조기 정착을 돕기 위한 당초 목적이 무색해졌다. 참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향후 적지 않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소위 특공은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거주를 돕기 위해 마련된 아파트 특별공급제도다. 일단 일반분양과 비교해 경쟁률이 아주 낮다. 반드시 거주해야 하는 의무도 없다. 이주공무원들에게 제공되는 최대 혜택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특혜가 공무원을 투기꾼으로, 혁신도시를 투기도시로 만들었다. 이전 직원들은 가서 살라고 준 특공 아파트 팔아 시세차익만 챙겼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충북일보] 여야 경선 과정을 지켜보면 왠지 불안하다. 자신의 가치 알리기보단 상대 흠집 내기에 힘을 쏟기 때문이다. 과오와 흠결을 놓고 벌이는 공방이 치열하다. 성급하고 과격한 표현도 자주 나온다. *** 중단은 실패가 아니다 갈수록 험해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대선 분위기가 아니다. 논리는 뒷전이고 감정이 앞선다. 말이 상스럽고 행동이 거칠다. 싸가지 없는 언어의 천박한 시대는 갔다.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말은 고와야 한다. 단정해야 한다. 처신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먼저 말이 거칠어진다. 사회에 유통되는 언어 표현이 잔인해진다. 전달하려는 내용이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다. 유권자들은 아무런 정보도 건질 수가 없다. 그저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할 뿐이다. 일종의 무득(無得) 현상이다. 중도층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경선 후보들 중에 지지를 보낼 인물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정당의 후보 경선 과정을 보면 이해할만 하다. 기대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내년 3월 대선은 코로나 유행 중에 치르게 된다. 비상시국에 비상한 국가 지도자 뽑기다. 중요한 선택이 아닐…
복지사각지대란 무엇인가? 생활은 어렵지만 정부 지원을 받기엔 뭔가 하나가 맞지 않아, 복지 그물망을 피해 간 사람들. 그래서 어려운 사람들. 소외계층 중에서도 관심을 덜 받는 사람들. 이렇게 생각하면 될까? 인터넷 국어사전을 검색해 보면이런 설명이 나온다.'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받는 기초 생활 수급자에 반해, 그보다 조금 나은 생활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차상위 계층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다 복지사각지대란 말을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사용하게 된 걸까 싶어졌다. 그 시작은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사회를 뜨겁게 만들었으며, 뉴스를 접한 이들이 안타깝게 여겼던'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2월 서울특별시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세 모녀가 큰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 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사건이다. 세 모녀는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살하기 3년 전 관공서에 복지 지원을 타진했으나 대상 조건을 만족
떠도는 이야기라며 지인이 보내 준 내용을 뼈대로, 100여 년 전의 러브 스토리를 한 토막 꾸며 봅니다. 솔직히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이 노랫말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전 국민이 애송하는 동요 '오빠 생각'입니다. 얼핏 들으면 어느 아동문학가가 심혈을 기울여 지었을 듯싶은 이 노랫말이 실은 열두 살짜리 어린 소녀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노랫말을 지은 사람은 최순애입니다. 일제 치하였던 1925년 11월, 열두 살짜리 소녀 최순애는 '오빠 생각'을 지어 방정환 선생이 내던 잡지 '어린이'에 투고를 했고, 이 노랫말은 동시 부문의 입선자가 됩니다. 그 다음 해 4월에는 당시 열네 살이던 이원수가 '고향의 봄'으로 이 부문의 주인공이 됩니다. 이원수의 시를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최순애는 용기를 내어 이원수에게 편지를 띄
북한이 남한에 연일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화답이다. 제안 이틀 만에 북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종전선언이 흥미있고 좋은 발상이라고 응답했다.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철회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다. 그런데 다음날 또 김여정 부부장은 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날보다 한 단계 진전된 내용이다. 두번째 담화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이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이를 통해 북한의 대화의지는 어느 정도 확인된 셈이다. 북한이 과연 종전선언의 의지를 지니고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 단언하기 쉽지는 않다. 북한은 지난 8월 초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김 부부장의 비난 담화 이후, 북한의 남북통신선 단절,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관계의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이런 상황임에도 북한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재빠르게 반응했다. 당면한 경제문제가 주요 원인일 수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다가 코로나19까지 영향을…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게 된다. 의도적으로 인연을 맺으려 한다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히 인연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혈연으로 맺어지는 인연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만약에 혈연을 선택할 수 있다면 천륜으로 맺어준 기존의 질서가 무너져서 아수라장(阿修羅場)이 될 것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면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실 예가 있다. 동양이 아닌 합리주의와 과학문명이 첨단을 달리는 미국 이야기라서 더욱 의아(疑訝)하기만 하다. 이 두 남자는 미국의 대통령 이었습니다. 한 남자는 1860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한 남자는 100년 뒤인 1960년에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두 남자 가 금요일에 죽었는데, 머리에 총알을 맞고 죽었습니다. 두 남자 모두 총을 맞을 때 부인이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한남자는 포드 극장에서 죽고, 한 남자는 포드에서 만든 자동차에서 죽었습니다. 극장에서 죽은 남자의 암살범 '부스'는 극장에서 암살을 하고 창고로 도망가다 잡혔고, 자동차에서 죽은 남자의 암살범 '오스왈드'는 창고에서 저격한 뒤 극장으로 도망가다 잡혔습니다. 암살범 '부
[충북일보] 여야의 잇따른 의혹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이전투구도 이어지고 있다. '대장동 의혹'은 점점 대선정국의 블랙홀이 돼 가고 있다. 정치와 정책 이슈를 모두 집어삼키고 있다. 충북도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청주시의회와 충북도교육청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들에 대한 빠른 규명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지난 23일 성명을 냈다. 이 자리서 최충진 청주시의회 의장에게 충북도를 호갱으로 만든 건물의 임대차계약에 대한 계약과정과 임대료 책정기준 등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충북도와 최 의장 간 임대차 계약 특혜논란은 지난 14일 국민의힘 박우양(영동2) 도의원이 393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하면서 불거졌다. 충북도가 최 의장이 공동 소유한 건물을 외부사무실로 임차하면서 주변 시세나 다른 2개 임차건물의 계약 내용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충북교육계에선 도교육청 납품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병우 교육감의 책임을 묻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충북교총은 23일 성명서를 내고 "교육청의 최종 결재권자인 김 교육감 스스로가 중대한 위기 상황임을 인식하고 교육가족에게 진실성 있는 사과
가을 풍경 덕향 김병철 충북시인협회 뙤약볕 등에 지고 풍류를 노래하던 말매미 울음 끝에 길섶의 코스모스는 마음을 흔들고 별빛에 책을 읽는 귀뚜라미 소리에 누이동생 눈썹 닮은 초승달이 웃고 있다 탈탈거리는 경운기에 빨간 사과를 싣고 농로길을 달려오는 일흔 아저씨 누옥(漏屋)의 마당에 하얀 참깨를 손질하는 팔순 할머니의 굽은 어깨에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면 마을 앞 논 콤바인 소리에 메뚜기 날고 산을 붉게 태우고 내려오는 단풍의 외침에 놀란 도토리를 줍던 다람쥐 부부의 달음박질 소리 들린다
태풍이 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하늘이 맑다. 태양의 빛이 보석처럼 떨어져 베란다에 놓인 식물의 잎사귀에 쌓인다. 인도고무나무의 연둣빛 잎새가 초록으로 깊어진다. 베란다에 가득한 햇빛, 엽록소를 태워 새로운 색을 창조하는 무한 에너지. 빛의 변화에 따른 생물의 반응은 놀랍다. 가을 태양이 신비로운 빛을 내뿜으며 만물의 모습을 바꾸기 시작한다. 떨어져 내린 빛은 숲에서 난반사의 새로 흩어져 날고 물에 닿으면 물새가 되어 숲으로 간다. 그대 몸 모든 구석에서 그대 눈빛을 검게 밀고 나오는 저 물소리, 떨어져 내린 빛은 우리 몸에 와서 흐르는 반야(般若)로 떠돈다. 오규원, '떨어져 내린 빛은-순례9' 전문 흔들리는 만물에 떨어진 빛은 시인의 심상 속에서 '새'로 보인다. 잎사귀 하나하나, 출렁이는 물빛이 모두 날개를 달았다. 시 속에서 빛은 무생물과 생물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우리 몸에 닿은 빛은 물소리를 내며 흐르고 우리가 크나큰 우주 속에 고귀하게 살아 움직이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인간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 불, 공기, 흙 같은 우주 원소의 합일체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배경에는 인간만이 '사유'한다는
와인을 좋아한다. 맛도 맛이지만 투명한 보랏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특별히 말간 유리잔에 따라놓은 빛깔을 보면 노을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보라색 옷을 좋아하는 것도 아련한 색감 때문이다. 늦가을과 이른 봄에 입으면 푸근한 느낌인 것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성 싶다. 포도를 가꾸는 농부가 있었다지. 어찌나 게으른지 남들은 서리가 오기 전에 갈무리한다고 법석인데 하루 이틀 미루다가 급기야 된서리를 만났다. 상품으로 팔 수 없게 되자 포도즙을 만들었고 그게 정통 와인 맛의 원조다. 농사꾼으로는 젬병인 사람 때문에 만들어졌으나 서리가 내리면서 고유의 맛을 연출한 게 더 감동적이다. 서리가 아니면 와인은커녕 죄다 상했을 테니까. 와인은 가을의 빛깔이다. 오래 전 포도농사를 했던 친구네 집에서 보았던 노을이 떠오른다. 언덕배기 과수원에서 보면 땅거미가 드리워지고 금방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포도는 뒷전이고 높은 언덕에서 보는 해거름 정경에 더 마음이 끌렸다. 눈을 들면 산자락 너머 이제 막 지는 태양과 함께 울먹이는 하늘이 보인다. 저녁이면 누군가 서쪽 하늘 달려 가 울먹이는 듯 어스름한 기운과 함께 수많은 색지를 겹겹이 붙인 저녁노을은 환상이었다. 여느 때도
요즘 밭에는 가을장마에도 불구하고 배추와 무가 탐스럽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해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고추 가격은 겨울 채비를 하는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올해 고추 가격은 생산량 증가로 평년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고, 배추 작황도 좋아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결의하고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 최근 미국 내 김치의 인기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우수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어 김치가 한국의 대표 음식이고, 한국이 김치 종주국(Korea is the country of origin of kimchi)임을 명문화한 것이다. '김치의 날'은 김치산업의 진흥과 김치 문화를 계승 발전하고, 국민에게 김치의 영양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하여 지난해 11월 22일 법정기념일로 처음 제정 시행됐다. 매년 11월 22일이 김치의 날로 정해진 것은 배추, 무 등 다양한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면역력, 항산화, 항비만, 항암 등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일부 중국인들이 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泡
작년 한 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로 농작물 피해가 많았다. 긴 장마, 집중호우, 태풍 등이 겹치며 농산물 품질이나 공급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면서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과 폭등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입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를 직면하여 이와 같은 많은 피해를 입고 있으며, 온난화의 원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이다. 음식물 쓰레기란 식품의 생산, 유통, 가공,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수·축산물 쓰레기와 먹고 남긴 음식 찌꺼기 등을 말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푸짐한 상차림과 국물 음식을 즐기는 우리나라 음식문화와 인구증가, 생활수준 향상, 식생활의 고급화 등으로 인해 매년 3%가량 늘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식생활 변화로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80% 이상이 수분과 쉽게 부패되는 유기성 물질로 구성되어 분리배출 및 보관 과정에서 수분과 염분을 제거하기 위해 건조·가열 시설 설치·운영에 따른 비용이 든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할 때도 음식물 쓰레기가 계절별, 성상별로 영양소 함량이 일정치 않아…
[충북일보] 추석 연휴가 끝났다. 아직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8일부터 추석 당일인 21일까지 나흘간 0시 기준 일일 확진자 수가 나흘 연속 요일별 최다를 기록했다. 22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720명이다. 전날 1천729명에 이어 이틀 연속 1천700명대를 기록했다. 23일에도 1천71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연휴기간 검사 건수가 줄어든 걸 감안하면 많은 수치다. 확산세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수도권 중심(77.2%)의 확산세도 여전하다. 추석 연휴의 대규모 인구이동 여파로 전국적 감염 재확산이 우려되는 형국이다. 지난 2월 설 연휴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이 크게 늘었던 전례가 있다. 사람 간 이동과 접촉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안심할 수 없다. 검사 건수가 회복되는 연휴 이후 확진자 수 증가가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감염 추세는 연휴를 거치며 전국으로 확산 가능성이 크다. 충북이라고 다를 리 없다. 실제로 추석 연휴를 맞아 충북을 찾은 귀성객들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왔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22일 오
쇠자 이오장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할머니 쇠자는 삼베저고리 홑바지 만들 때 마루 위에서 거꾸로 춤췄다 어머니 쇠자는 잉앗대 등허리 고르고 오그라드는 모시베 툭툭 폈다 베틀에 얹혀 옷걸이 마루에 누워 파리채 반짇고리 지키는 회초리 눈금마다 묶인 세월을 잴 때는 어머니 한숨으로 어기적거리고 장사꾼 손끝에서 줄어들던 잣대가 촛불 밑에 뒹굴다가 청기와집 대리석 벽에 걸리더니 제멋대로 춤춘다 줄 타고 몰려든 비단폭 엎드려 꿀 바친 양복 깃만 잰다
지난 7월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우 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하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여기에는 옥천군 이원면 출신 김우진 선수가 선두 사수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아울러 이날 국가대표팀을 총지휘한 사람도 청산면 출신 홍승진 감독이다. 또한 이 경기를 중계한 SBS 박경모 해설위원도 이원면 용방리 출신이다. 해설을 함께 진행한 박성현 위원도 박경모의 아내로 옥천의 며느리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의 명성을 전 세계에 떨친 역사적 현장에 옥천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다. 옥천 양궁의 역사는 1960년대 말 청산에서 출발한다. 청산 중·고에 양궁부를 만들었다. 그러다 1980년대 이원으로 옮겨 오늘에 이른다. 이 당시 활동한 청산 출신 선수들이 오늘에 대한민국 양궁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 첫 번째 인물이 바로 이왕우 전 감독이다. 1988 서울 올림픽 국가대표 코치를 시작으로 2003년까지 국가대표 양궁 감독을 역임한다. 현재 중국 국가대표 감독이다. 우리나라 양궁계를 이끌어 온 대표적 인물로 청성면 궁촌(弓村)리 활 골 마을 출신이다. 마을 입구에는 2
사회의 일원으로서 올바른 성인이라면 보편적으로 어린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동학대에 관련한 뉴스들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 전 국민이 공노하고 있다. 보육원,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교사가 아동을 폭행하거나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행동을 보이는 CCTV 장면이 공개되면서 사회적인 큰 파문이 일었다. 심지어 양부모나 친부모로부터 모진 아동학대를 당해서 어린 나이에 아동들이 숨지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어리고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들은 마땅히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하며 만일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 정황이 파악한다면 바로 신고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아동학대 문제가 개별 아동이나 개별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대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한 관점이 지역사회로 전환되어 감에 따라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아동학대 예방시스템의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아동학대 예방시스템은 정부, 민간 기관, NGO 등의 협약을 기본 골격으로 하되, 정부의 역할과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에 복지서비스 제공책임을 이양한다는 미국의 사회복지정책의 기본 틀을 반영하여 정부는 아동학대 방
불안증세와 수면장애가 있는 여성과 알고 지낸 바 있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말수는 적었다. 친분이 쌓이기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친분이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했다.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에게 믿은 만큼 현금으로 돈을 빌려줬고 받지 못했다고 했다. 도리어 자신에게 모욕감을 주며 인연을 끊고 말았다고 전했다.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돈을 빌려주기 위해 가족들에게도 누를 끼쳤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돈을 빌린 친구는 독실한 종교를 가진 유치원 교사로서 공무원의 자녀로서 마치 좋은 사람인 척 가면을 쓴 채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불안증세와 수면장애를 앓게 된 계기였다. 빌려준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배신감과 인간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다. 현금으로 빌려주었기 때문에 증거가 남지 않아 소액 청구소송도 걸지 못했다고 한다. 돈을 빌리기에 앞서 증거인멸과 의절을 위한 친구의 표독스러운 계획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고전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가 생각났다. 그녀는 인간에 대한 잔인함과 혐오, 교활함과 간사함을 모두 느꼈다고 하며 몸서리를 쳤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말수가 적은 그녀였기에…
외국인들은 한반도의 사계와 강산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서울 창경궁 함인정에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도연명의 오언절구 한시인 사시(四時)가 걸려있다. 함인정은 왕이 학자와 신하를 접견하는 사방이 개방된 정자다. 함인정 사방에 걸려 있는 사시는 한국 사계의 아름다움을 확증했다. 자고이래로 인간이 보는 아름다움의 눈은 같다. 봄에는 얼음 녹아 흐르는 물이 아름답고, 여름 나절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기이하며, 가을은 휘영청 밝은 달이 장관이고, 겨울에는 독야청청한 소나무가 빼어나다. 여름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가을은 달이 가장 어울린다. 나는 사계 중 가을을 좋아한다. 가을날 동산 위에 뜬 둥근 보름달이 최고의 미로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절 배운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동산 위에 떴지'라는 동요도 좋아한다.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가을밤 하늘에 밝은 달이 뜨니 어찌 아름답지 아니한가?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 모여서 송편을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욱 밝아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라는 서정주의 시다.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을
[충북일보] 여야 정치권 모두 추석 연휴에 집중했다. 추석 명절 잘 보내라는 인사와 함께 자신의 사진과 소속을 알리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전통시장 등을 찾아 민심을 파악하는 정치인들도 많았다. 내년 3월과 6월 연이어 치러지는 대선과 지방선거 때문이다. 추석 명절은 그동안 선거에서 표심의 풍향계로 작용하곤 했다. 이번 추석 연휴 귀성객은 지난 설이나 추석 때보다 많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덕이다. 그렇다고 역대 명절 때마다 벌어지던 대이동 수준은 아니었다. 분위기도 침체됐다. 최대 화두도 내년 대선이 아닌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위기였다. 어려운 가계살림과 일상회복에 거는 기대감이었다. 물론 선거가 아주 빠진 건 아니었다. 코로나19와 맞물려 경제 문제를 해결할 정치인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척, 친구들을 만난 기쁨도 잠시였다. 저마다 점점 팍팍해진 살림살이 근심에 분위기가 우울했다. 자영업을 하는 가족들의 절박한 외침은 더 크고 짙게 다가왔다.·자연스럽게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비판으로 옮겨갔다. 지금의 경제 문제를 진정성 있게 바라보는 정치인이 누구인가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거는 기대가 뭔지도 확연하게
[충북일보] 청주의 가을철 대표적 볼거리 낭성면 추정리 메밀꽃밭이 극심한 가뭄과 폭염을 이겨내고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국내 토종벌 명인 1호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에 따르면 22일 기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1리 메밀밭 1만여평의 25%가 꽃을 피웠다. 추정리 메밀꽃은 이달 말께 활짝 피어 10월 초 절정을 이룬 뒤 같은 달 20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청주의 가을이 통째로 내려와 앉은 것 같은 환상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메밀밭을 조성한 추정리 경관·밀원 추진위원회와 메밀꽃행사 추진위원회는 24일 추정1리 334번지 메밀밭 입구에서 마을장터 개장식을 갖고 '2024 추정리 메밀꽃행사' 시작을 알린다. 개장식에서는 충북세종가야금연구회의 축하공연도 열린다. 추정리 메밀꽃행사는 이날부터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28일부터 행사장 입장 때는 초등학생 이상 1인당 요금 5천원이 부과된다. 메밀꽃 개화 초기인 개장일부터 27일까지 입장요금은 면제된다. 입장요금 가운데 2천원은 농산물상품권으로 되돌려 받아 메밀밭이나 마을장터에서 지역생산 농산물, 음료수, 농산물가공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행사장 입장가능 시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충북도가 2년 만에 받는 현장 국정감사를 도정 주요 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는다. 도는 여야 의원들에게 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 등 국회 차원의 지원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22일 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다음 달 17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현장 국감을 받은 도는 지난해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습을 위해 피감기관에서 제외됐다.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광희(청주 서원) 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같은 당 박정현(대전 대덕) 의원과 함께 행안위 소속 충청권 의원이다. 도는 이 자리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지원을 적극 건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감과 관련해 세부적인 일정이 확정되면 건의 목록과 설명 자료 작성 등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현안에는 지난 9일 국회의원 초청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건의한 도정 현안과 내년도 국비 확보 사업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당시 도는 주요 현안으로 14개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대형가속기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카이스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