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드는 계절 언저리에 빛을 잃은 노란 산국화의 향기가 애틋한 여운으로 남는다. 초록이 바랜 덤불 사이로 작은 열매들이 마지막 햇살을 즐기고 있다. 새들은 높이 날며 길을 떠나고, 나무 끝에 나부끼는 마른 잎의 몸부림은 갈 곳 몰라 헤매는 영혼처럼 처연하다. 어머니와 마지막 작별을 고하던 밤도 바람에 흐느끼는 잎새 소리가 문밖을 서성거렸다. 슬픔도 애달픔도 곰삭은 세월이건만 겨울이 시작하는 길목에 아련히 찾아드는 그리움, 헛헛하고 애잔한 마음을 달래려 늙으신 어머니와 나들이 삼아 다니던 육거리 시장으로 나서본다. 무심천 둑을 따라 표표히 흐르는 억새 물결에 흘러간 시절도 덩달아 너울거린다. 남주동 쪽 시장 어귀에 이르자 건강원에서 달이는 진한 약초 냄새가 마중을 나왔다. 은근한 향기가 내 몸을 감싸며 어머니의 체취처럼 한기를 녹인다. "나에게 어쩌면 마지막 나들이가 될지도 모르겠구나"하시던 미수를 향한 어머니의 나직한 모습이 저만치 나래를 편다. 마침 김장철을 맞아 시장은 더욱 활기가 넘친다. 석교동 파출소가 있던 장터 사거리에 서니 체육사, 유리점, 수예점…. 어슴푸레한 옛 풍경들이 고리를 문다. 문명의 옷을 입은 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육거
조선 태종 때 춘추관 사관(史官) 중에 민인생(閔麟生)이란 사람이 있었다. 태종이 편전에서 공신들과 비밀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눈치를 채지 못하고 붓을 들고 들어와 구석에 앉았다. 임금이 '편전에는 들어오지 마라.'라고 했다. 그때 민인생은 '편전이라 해도 대신들이 정사를 아뢰고, 경연이 열리는 곳인데 사관이 들어오지 않으면 누가 제대로 기록한단 말입니까' 태종은 '편전은 내가 편히 쉬는 곳이다. 들어오지 않는 것이 옳다. 그리고 사필은 곧게 써야 하는 것인데 비록 편전 밖에 있더라도 어찌 내 말을 듣지 못하겠는가' 이때 민인생이 결연하게 한마디 한다. '신이 만일 곧게 쓰지 않으면, 사관 위에 하늘이 있습니다(臣如不直 上有皇天).' 민인생은 당시 정5품의 벼슬이었던 것 같다. 임금 앞에 감히 이런 당돌한 주장을 펼 수 있었을까. 목이 잘릴지언정 올바르게 역사를 기록해야한다는 대쪽 같았던 춘추정신의 발로였던 것이었다. 바로 사관의식(史官意識)이다. '춘추'는 공자가 기록한 노나라 역사서 '춘추(春秋)'에서 기원을 찾아야 한다. 이 역사서는 242년간의 기록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는 기원전 5세기 춘추전국시대 말기였다. 공자는 이 역사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시기이다. 아픔을 치유하고자 곳곳에서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감당하기에는 아직 상처들이 많은 우리들이다. 특히나 코로나 여파로 학교생활을 원활하게 하지 못한 여리고 소중한 딸 아이가 근래 소원한 교우관계와 흔들리는 기초 생활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기에도 안타깝고 아이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딸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해본다. 행복한 삶을 살아 가는 것에 기초는 '자존감' 이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할 때 세상이 편안하고 온전하게 열릴 것이다.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우선 스스로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을 해야 한다. 스스로를 관리하고 통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본인이 직접 스스로를 위해 애써야 한다.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의 도움도 기대 할 수 있지만 결국 세상에 맞서야 하는 것은 각자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판단기준을 외부에 두지 않고 자신에게 두어야 한다. 중심이 외부에 있으면 타인과 경쟁하게 되고 중심이 자기 자신이면 어제의 나와 경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세계관과 태도가 있을 때 원하는 큰 뜻을 이루게 될 것이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고 오늘날 우리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올법한 미래의 기술들이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지난해 9월 뇌에 전극을 심은 채 생활하는 돼지를 공개하며 '뇌-컴퓨터 연결' 기술 데모를 시연한 바 있다. 치매와 파킨슨병, 사지마비 환자들을 위한 혁명적인 치료법이 될 이 기술은 추후 인간의 생각을 읽고 뇌파로 소통하는 수준까지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같은 해 11월, 구글 산하의 자율주행 개발 업체 웨이모는 세계 최초로 안전요원이 타지 않은 '완전 무인' 자율주행 택시의 시범 운영을 애리조나에서 시작했다. 현재 애리조나주 피닉스에는 약 300대의 무인 택시가 돌아다니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의 자율주행 부문 자회사 '크루즈' 역시 주정부로부터 무인 자율주행 시험운행 허가를 받았다. IBM은 2021년 1월 열린 IT 및 가전 전시회 CES에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함께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을 조기 진단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선보였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 KFC는 최근 '실험실 배양육'
가을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어느 계절보다 기온의 변화가 크고 빠르게 진행되는 가을이 오면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장롱 속의 솜이불을 꺼낸다. 어린 시절 아랫목에 깔린 솜 포대기는 시린 손을 녹여주는 따듯함이 있었다. 언제나 이맘때쯤이면 어머니는 광목에 풀 먹여 손질한 새 이불을 꺼내 덮어 주셨다. 새 이불은 버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고 떠있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오빠 동생과 함께 잠자리에서 이불싸움을 할 때 손에 잘 잡히지 않아서 싫었다. 그런데 잠재돼 있던 익숙함이었을까. 언제부터인지 내가 이불 홑청에 풀을 먹이고 있었다. 주택에 살던 어느 날 옥상에서 동갑내기 이웃을 만났다. 빨래를 널던 그녀가 풀 먹인 이불 홑청을 걷고 있던 내게 "보기보다 촌스럽게 산다"고 말했다. 그것은 아직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이불 홑청을 손질한다는 나의 말을 듣고 한 말이다. 세 칸인 방 모두를 침대로 꽉 채우기 싫어서 안방은 내 마음대로 요를 깔고 이불을 덮는 생활을 해왔다. 홑청을 시치다 바늘에 찔리기도 하는 서툰 살림솜씨에도 불구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이 일을 습관처럼 했다. 그건 깨끗하게 손질된 이불에서 나는 풀 냄새가 좋았고 발끝에 닿는 가슬가슬 한 감촉은 수
[충북일보] 공익직불제가 시행 2년차를 맞았다. 올해 지급대상과 지급액이 정해져 지난 5일부터 지자체를 통해 지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기본형 공익직불금 지급 건수는 총 112만3천 건이다. 지난해보다 2천 건이 증가했다. 소농직불금 자격을 갖춘 대상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소농직불금 지급건수는 지난해 43만1천 건에서 올해 45만1천 건으로 늘었다. 지급 규모는 총 2조2천263억 원이다. 농가 단위로 지급되는 소농직불금 5천410억 원(45만1천호), 농업인(법인 포함) 단위로 지급되는 면적직불금 1조6천853억 원(67만2천명) 등이다. 논·밭을 비교하면 논에는 1조6천12억 원(총액의 71.9%)이 지급된다. 밭에는 6천251억 원(총액의 28.1%)이다. 충북도는 16일부터 2021년 기본형 공익직불금을 각 시·군으로 교부한다. 전체 규모가 1천386억 원에 달한다. 도내 시·군·구는 계좌 확인 등 행정절차를 거쳐 농업인에게 순차적으로 지급한다. 대상은 8만1천731명이다. 면적직불금은 4만9천91명에게 988억 원(71.3%)이다. 소농직불금은 3만2천640명에게 398억 원(28.7%)이다. 올해 소농직불금 대상자는 지난해
독도는 한반도다 이예숙 충북시인협회 나는 독도다 동해의 최동단에 자리 잡아 푸른 파도가 밤낮으로 호위하여 장엄한 나의 위용은 더 더욱 빛을 내어 바다 건너 섬 나라에서 탐을 내는 한반도의 땅 독도다 밤이면 파도와 씨름하여도 날이 밝으면 장엄한 나의 위용 그대로다 섬나라여 오천년 우리 역사를 바꾸려 하지 마라 단단한 벽에 대고 스쿼시 치지 마라 치고 또 처도 네 앞으로 돌아 간다는 건 정해진 사실이라는 걸 모르는가 오천년 우리 역사를 바꾸려 하지 마라 그렇지 나는 대한민국이다 이십일 세기의 젊은 피 오대양 육대주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나는 그들을 품어 내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진 태극기 날리며 젊은 피로 뭉쳐진 대한민국의 막내 깨어 있는 혼이다 그렇다 감히 누가 나를 넘볼쏘냐 나는 이 나라를 지켜 나갈 영원한 불사조다
지난 10일 충북도의회의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있었다. 행감에선 오송 아파트 건설에서 지역 레미콘 업체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본보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충북경자청 관계자는 "못 받은 회사가 신문사에다가 사주를 한 것 같다"고 발언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사주(使嗾)'를 '남을 부추겨 좋지 않은 일을 시킴'으로 정의한다. 건설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지역 레미콘 업체가 본보를 부추겨 좋지 않은 기사를 쓰도록 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의 답변대로라면 기자는 사주를 받아 기사를 작성했고, 본보는 사주 받아 작성한 기사를 지면에 게재한 셈이다. 충북경자청은 지역 업체에 대한 외면을 고발한 본보 기사와 기자를 공식석상에서, 행감에서 폄훼했다. 본보 보도 이후 충북경자청의 안일한 생각과 행동이 이번 행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충북경자청이 지역 업체로 둔갑한 '페이퍼 컴퍼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 관계자는 '페이퍼 컴퍼니'를 '지역 업체'로 인정, "지역 업체가 80% 이상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가 확인한 바 페이퍼 컴퍼니와 대기업을 제외한 '진짜 지역 업체
정상적이라면 이재명 후보의 부인이 낙상했다는 소식에 쾌유를 기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것도 한밤중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다가 상처를 입고 119에 실려 갔으면 경쟁관계에 있는 후보부터 쾌유를 빈다는 성명이라도 발표하는 게 상식이다. 윤석열을 비롯해 안철수·김동연 후보 등이 성명을 발표하고 그 부인들이 대신 문병을 가겠다고 하는 게 도리다. 이에 대해 이재명은 많이 안정됐으니 오실 필요가 없다고 만류하는 게 상식이다. 극열 지지자들이 집 주위에 몰려들어 김혜경 여사의 쾌유를 빈다는 현수막을 걸고 화환도 진열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은 집 주위에 화환이 백 개가 넘는다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이재명이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논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며칠 후 김혜경이 완쾌된 모습으로 나타나 성원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하는 게 상식이다. 이게 정상적인 현상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김혜경의 낙상으로 이재명이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이후 정체불명의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쁜 후보가 어떻게 일정까지 취소했을까하는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내용이었다. 아! 그랬구나, 그런 정도니까 모든 일정까지 취소했
[충북일보]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지난 19대 대선을 제외한 역대 선거의 흐름은 늘 집권 여당이 앞서 나갔고, 야당은 치열한 추격전을 벌였다. 그러나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 초중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승패 결정의 3요소 여당의 입장에서 볼 때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는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정당지지도, 그리고 후보 지지도다. 반면 야당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 여론이다. 그 다음이 후보의 개인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최근 35~4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율과 비교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미만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우수'로도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재창출 여론에 비해 최대 20%p까지 벌어진 것은 매우 심각한 악재다. 대선 후보와 정당이 아무리 노력해도 격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30~35%'로 이른바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것도 여당의 입장에서는 매우 난처한 사례다. 종합하면 현재 집권 여당은 정권교체 여론과
[충북일보] 도심권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게 교차로 꼬리 물기 현상이다. 끼어들기, 갓길통행과 함께 3대 얌체운전으로 불린다. 극심한 교통정체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그만큼 다른 운전자들에게 미움을 받는 나쁜 행위다. 몇 년 전 꼬리 물기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캠페인과 집중 단속이 있었다. 이후 많이 개선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교차로에서는 여전히 꼬리 물기가 반복되고 있다. 청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선되지 않는 운전자 의식에 답답할 뿐이다. 교차로 꼬리 물기는 도로교통법 상 금지돼 있다. 제25조 제5항에서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혼자 먼저 가겠다고 수십 대의 다른 차량까지 가지 못하게 하는 이기적인 행위다. 그렇다고 먼저 가기도 어렵다. 어차피 교차로 건너에도 차량으로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꼬리 물기를 해도 그냥 교차로에 어정쩡하게 걸친 채 앞 차량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때론 횡단보도 위에 걸쳐있는 차량도 있다. 보행자들이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마치 주차장 사이를 비집고 지나듯 차량 사이를 오가야 한다. 차량 역시 사람들을 피해 위
김밥천국 심억수 충북시인협회 금천동 시내버스 승강장 옆에 김밥천국이 있다 사람 냄새 고소하게 풍기는 천국 김밥 만드는 손놀림이 예술이다 김 위에 흰 쌀밥 고르게 펴 단무지, 시금치, 홍당무를 얹고 야무지게 말아 돌리는 장인의 미소가 천사다 날마다 자식 위해 오방신께 비는 어머니의 간절함이 담긴 김밥 시금치는 동쪽의 청제(靑帝)요 쌀밥은 서쪽의 백제(百帝)요 홍당무는 남쪽의 적제(赤帝)요 김은 북쪽의 흑제(黑帝)요 단무지는 중앙의 황제(黃帝)이다 천사의 손끝에 꾹꾹 눌러 버무려지는 오방신의 축복 배고픈 자들의 세상이 편안해지는 김밥천국 천국의 입장료는 24시간 아무 때나 이천 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잘못 쓰는 말 중에 대표적인 것이 '장본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오용(誤用)되는 사례가 흔히 발견됩니다. 다음은 '우리말 나들이'에 기술된 내용을 필자 나름대로 조금 고쳐 옮긴 것입니다. '수고하세요'라는 말도 잘못 쓰이는 예의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조항범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지적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우유곽'의 경우도 틀린 표기입니다. 아래는 필자가 어느 곳엔가 썼던 글의 일부입니다.
한 잔의 커피에도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여러 향미를 피워내는 커피가 그 숫자만큼이나 다채로운 색상을 떠오르게 하는 까닭이다. 에티오피아 구지존의 함벨라 지역에 있는 하루 농장의 내추럴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을 때면 마음 속에서 가을이 시작된다. 잘 익은 살구가 떠오르면서 주변은 온통 연한 노란빛을 띤 진분홍색으로 물든다. 은은하고 우아한 향에 시럽처럼 부드러운 촉감이 더해지면 머리 속 공간의 중심은 어느새 말린 살구 속을 농밀하게 채우는 진한 갈색톤으로 채워진다. 커피로 입안의 점막을 골고루 적신 뒤 목 뒤로 넘길 찰나, 녹색 망고의 생동감과 날 선 산미가 섬광처럼 빛났다가 사라진다. 그린(green)이 주는 싱그러움이 하루 커피의 신선함을 자랑하는 듯하다. 활달한 산미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내추럴 커피의 마른 향미에 신선한 바닷바람을 일으켜준다. 사유(思惟)는 커피를 삼킨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식도로 넘어간 커피의 향기들이 기도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 후각을 자극한다. 이 비후 경로(retronasal route)를 통해 감지되는 맛들은 단풍의 절정을 알리는 동시에 '낙엽의 시기'가 다가옴을 알려준다. 오크 숙성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 치
[충북일보] 중국 발 나비효과가 엄청나다. 요소수 하나가 적잖은 충격을 준다. 한국 경제 전반을 휘청거리게 한다. 중요한 시사점도 함께 던져준다. 결코 가볍지 않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이다. *** 같은 실수 반복은 바보짓 한국에서 요소수는 롯데정밀화학, 휴켐스 등이 생산한다. 원료인 요소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다. 중국은 전 세계 요소의 30%를 만든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는 인도다. 그 다음이 대한민국이다. 한국에 수출하는 양은 56만4천t이다. 중국 요소 수출 총량의 14%다. 한국은 전체 필요 요소수 중 66.1%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공업용 요소수는 지난해 80% 이상, 올해는 97.66%에 달한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앞으로 어떤 사태가 터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요소수 사태는 아주 작은 일일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특정 생산국이나 특정 지역에만 일방적으로 집중해 왔다. 정부의 자원시장 다변화는 수사(修辭)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자원의 장기 정책이 처음 수립됐다. '에너지 2030'이라는 정책 보고서에서도 강조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의존도만 더 키워 왔다. 요
매주 금요일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지난해 10월부터 일곱 가정 어르신 댁에 밑반찬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서다. 여성회관에 들러 여성단체협의회에서 정성을 다해 준비한 밑반찬 세트를 자차에 싣고 배달을 한다. 일곱 어르신 댁을 돌아치는 시간은 넉넉잡고 한 시간 삼십 여분 남짓, 거리는 오십리 정도가 된다. 어르신들이 백신접종을 다 맞은 시기인지라 종전보다 반갑게 맞이하며 따뜻한 차 한잔을 주시기도 하고 진정어린 감사를 표하는 분들이 있어 금요일은 그 어느 날보다 행복하고 보람된 날을 보낸다. 나의 방문가정은 노부부가 함께 사는 분도 있지만 거의 홀로 사신다. 그중 부부가정 한분은 중증 치매로 고생하며 어렵게 지내시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거나 노크를 하면 반색을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반응도 없는 집도 있다. 반응이 없을 때면 혹시 무슨 일이 있나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코로나 상황이라 비대면 배달을 해야 하니 어르신들의 사정을 알아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전화라도 해보고 싶지만, 행정기관에서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해 로타리클럽 회장직을 맡아 코로나로 어려운
[충북일보] 충북 음성군의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추가 발병했다. 전날 인근 메추리 농장은 국내 가금 농장으로는 7개월 만에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금농가와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음성의 한 메추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해당 농장은 9일 고병원성 AI 의심축을 방역당국에 신고한 바 있다. 음성의 한 육용오리 농장에서도 고병원성 AI 의심축이 발견됐다. 이 농장은 오리 2만3천 마리를 도살 처분했다. 이 농장은 전날 확진된 메추리 농장에서 3km 내에 위치한 가금 농장 6곳 중 한 곳이다. 나머지 농장 5곳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오리 농장과 메추리 농장이 가까워 농장 간 감염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역학조사가 마무리돼야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나머지 농장들이 모두 음성이라 추가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3차례 검출돼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고병원성 AI의 최초 발생했다. 국내 AI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11월26일, 2017년 11월19일,
어항 공현애 경주문인협회 바다 빛 둥근 유리 어항 무서운 선물 받았다 생명을 키우는 그릇을 기울어 가는 삶에게 책임지라니 금붕어 까만 눈동자 마주치지 않으려 먼 산 본다 하나 살려 내기도 힘든 세상에 웃음이 되려나 한숨이 되려나
단양 만천하 스카이워크, 영동 농가형 와이너리, 보은대추축제, 증평 문화플랫폼 군립도서관, 괴산 미니복합단지, 옥천 의료기기클러스터, 제천 수송기계 클러스터 등 도민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음직한 이름이다. 2005년부터 도내 불균형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시작한 작은 날갯짓의 결과다. 2007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시작된 작은 날갯짓에 도민을 넘어 전국민들의 관심 영역 속으로 들어온 균형발전사업, 도내 저발전 7개 시군의 크고 작은 성과로 인해 더 이상 변방의 저발전 지역인 아닌 성장 가능지역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충북도 균형발전 전략사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균형발전 성공모델이다. 중요한 특징은 아이디어가 넘쳐나도 수요에 기반한 사업성이 없다고 중앙정부로부터 문전박대를 받았던 사업들이, 국비 지원 없이 순수 지방비만을 지원하는 추진체계를 기반으로 오늘의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 특히, 충북도의 균형발전지원조례와 조례에 기반한 특별회계의 지원을 받아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로도 성공의 역사를 써 내려 가고 있다는 점을 중앙정부는 눈여겨 봐야 한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관광자원을 새로운 거점을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시켰고, 1차 산업으로 명맥만 유
100중에 80은 엄마가 좋고 20은 엄마가 별로라고 말하는 우리 딸은 열다섯,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학교 2학년이다. 친구와 놀고 들어온 후 이유 없이 기분이 좋지 않아 방에서 나오지 않을 때 방문을 함부로 여는 엄마는 20일 때 엄마고, 비 오는 밤 학원 앞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다가 수다 떨며 함께 걸어주는 엄마는 80일 때 엄마이다. 특히 우리 딸이 제일 좋아하는, 80일 때의 엄마는 힙합 경연 프로그램을 함께 볼 때의 엄마다. '쇼미더머니', '고등래퍼'같은 큰아이가 좋아하는 힙합 경연 프로그램을 방영할 때 함께 보곤 하는데 어려운 힙합 용어, 외워지지 않는 래퍼 이름이 나올 때마다 큰아이에게 물어보면 우리 아이는 세상 다정한 딸이 되어 내가 이해하기 쉽게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 딸에게 듣는 힙합 이야기는 어른인 내가 들어도 재밌기는 하다. "엄마, 저건 디스랩이야. 저번에 ○○가 △△를 욕하는 랩을 해서 이번에 △△가 ○○을 디스 하는 거야","엄마, 지금 나오는 가사 같은 걸 라임이라고 하는 거야" 초저녁부터 잠이 많은 내가 늦은 시간까지 버틸 수 있는 건 같이 음악을 들으면서 신이 나기도 하고, 큰 아이에게 듣는 낯선 음악 장르의 이야
인류의 역사 500만년, 그 중에 250여 년의 자본주의를 살아온 우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모든 국가가 손에 만질 수도 없는 돈을 경쟁적으로 찍어내고, 모두가 빚더미에 허덕이게 된 이 세상은 행복해졌을까? 현재의 선악은 지불능력의 유무로 구분되어지고, 신용평가로 빚을 낼 수 있는 액수가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자료이다. 부채와 상환능력이 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다. 그 능력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 자로 차별된다. 수시로 참기 어려운 모멸감을 감수하면서도 돈을 버는 이유는 매달 통장에서 자동 인출되는 대출 원금과 이자, 대수롭지 않게 매일 긁어대는 신용카드 빚의 올무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1%를 제외한 99%의 사람들에게 부채를 지우면서 미래 시간까지 담보로 잡았다. 인간의 도덕과 실존, 삶의 양식과 가치관, 시간과 미래까지 통제하는 돈은 이제 신이 되었다. 우리는 자본이라는 신에게 채무자로 끌려 다니는 사람들이다. 화폐를 연료로 가동하는 자본주의는 빚 권하는 사회이다. 누군가 빚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 자본주의 관점에서 빚이 선(善)인 세상은 역설적이며 배신감까지 들게 한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내가 대출 이자를 갚으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지도 어언 2년이 가까워 온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모든 외부 활동을 포기한 세월이다. 그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왠지 모를 공허함과 허전한 마음으로 지낸다. 그 헛헛한 마음을 달랠 길은 오직 바보상자에만 의지할 뿐이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군것질하는 버릇이 생겼다. 시도 때도 없이 이것저것 먹으니 몸무게만 늘어나는 것 같아 은근히 겁이 날 정도다. 군것질이 나쁜 버릇인줄 알면서도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 군것질 중에서도 뻥튀기가 제일 만만해서 늘 곁에 두고 먹는다. 기름에 튀긴 과자보다는 압력으로 튀긴 뻥튀기가 칼로리도 낮아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다. 즐겨 먹던 옥수수 튀밥이 떨어졌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을 찾아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어 마음이 허전해졌다. 마치 주부가 쌀이 떨어지면 안절부절 하며 서성대는 것과 같은 심정이다. 습관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다못해 마트로 달려가 과자코너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옥수수튀밥을 찾아보아도 그 어디에도 없었다. 무엇을 살까 망설이다가 젊은 날 즐겨 먹던 추억이 깃든 새우깡 과자봉지를 집어 들었다. 유효기간을 확
다른 지역으로 강의를 하게 된 한 강사님을 만났다. 아무래도 먼 지역은 운전이 서툴러 열차를 타고 가려 했다. 항상 자차 운전에 익숙한 터라 열차예약을 못내 어려워했다. 열차 앱을 깔아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고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간단히 예매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못내 어려워하더니 결국 전화로 예약을 했다. 생각보다 전화예매가 간단하고 더 빨리 끝났다. 강사님은 젊지만, 나이의 여부와 관계없이 아날로그적 생활방식이 편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는 손가락만 움직이면 인터넷상으로 더 빠르게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뱅킹을 주로 이용하는 나는 이 편리함을 몸소 직감하고 있다. 통장개설에서부터 시작해 저금이나 송금 문제를 빨리할 수 있어 좋다. 인터넷 뱅킹이 없다면 은행에 가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이 아무 의미 없이 지나버리고 만다. 코로나 이후 가속화되는 온라인 수업도 매우 편하다. 교육적인 효과는 대면 수업이 우수하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는데 많은 인원과 마주하는 수업보다 중압감이 덜해 편하게 느껴진다. 그밖에 관공서의 서류신청, 인터넷 쇼핑 등 다양하고 폭넓게 이용 중이다. 필요에 따라 디지털적인 생활을 하지
[충북일보] 최근 지역자원시설세, 속칭 시멘트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멘트세는 별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 시멘트업체로 제한된다. 그래서 전 국민적 이슈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업계에서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충북도 등 전국 4개 지자체는 시멘트세 도입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천·단양을 비롯해 영월·동해 등 시멘트 공장 밀집지역 주민들의 피해 보상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은 최근 올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주요 질의 및 정책 제안을 담은 자료집을 발간했다. 이 자료집엔 시멘트 제조공장의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과 지역주민 피해 실태 및 원인 등이 분석돼 있다. 이 의원은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도입 필요성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다. 앞서 지난달 1일 열린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선 시멘트 제조업이 발전업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멘트 공장이 있는 충북과 강원지역 주민들이 장기간 시멘트 분진에 노출돼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시멘트 공장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동시에 폐기물을 연료 및 원료로 활용하고, 시멘트 제조사
가을의 손 강성일 해말간 호숫가에 설레는 빛 무늬 하얗게 노출된 노래의 속살이 뙤약볕에 그을리고 있다 지나온 세월을 지우는 소리 파란 오선지에 음정과 박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치솟던 꿈은 아직도 이삭처럼 남아 있고 파란 기억은 물 아래 실실이 뿌리를 내린다 구름과 함께 동구 밖으로 밀려가는 낮달도 아스라이 세월의 벽을 비껴가고 들녘 한 복판에서 고추잠자리 한 마리 두 주먹 꼭 가을의 손을 잡고 있다
[충북일보] 청주의 가을철 대표적 볼거리 낭성면 추정리 메밀꽃밭이 극심한 가뭄과 폭염을 이겨내고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국내 토종벌 명인 1호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에 따르면 22일 기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1리 메밀밭 1만여평의 25%가 꽃을 피웠다. 추정리 메밀꽃은 이달 말께 활짝 피어 10월 초 절정을 이룬 뒤 같은 달 20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청주의 가을이 통째로 내려와 앉은 것 같은 환상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메밀밭을 조성한 추정리 경관·밀원 추진위원회와 메밀꽃행사 추진위원회는 24일 추정1리 334번지 메밀밭 입구에서 마을장터 개장식을 갖고 '2024 추정리 메밀꽃행사' 시작을 알린다. 개장식에서는 충북세종가야금연구회의 축하공연도 열린다. 추정리 메밀꽃행사는 이날부터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28일부터 행사장 입장 때는 초등학생 이상 1인당 요금 5천원이 부과된다. 메밀꽃 개화 초기인 개장일부터 27일까지 입장요금은 면제된다. 입장요금 가운데 2천원은 농산물상품권으로 되돌려 받아 메밀밭이나 마을장터에서 지역생산 농산물, 음료수, 농산물가공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행사장 입장가능 시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충북도가 2년 만에 받는 현장 국정감사를 도정 주요 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는다. 도는 여야 의원들에게 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 등 국회 차원의 지원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22일 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다음 달 17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현장 국감을 받은 도는 지난해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습을 위해 피감기관에서 제외됐다.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광희(청주 서원) 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같은 당 박정현(대전 대덕) 의원과 함께 행안위 소속 충청권 의원이다. 도는 이 자리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지원을 적극 건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감과 관련해 세부적인 일정이 확정되면 건의 목록과 설명 자료 작성 등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현안에는 지난 9일 국회의원 초청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건의한 도정 현안과 내년도 국비 확보 사업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당시 도는 주요 현안으로 14개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대형가속기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카이스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