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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사막을 건너다' ⑥쇼핑난민과 함께 '도쿠시마루'

**충북형 식품·의료 사막을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
단순한 쇼핑을 넘은 소통의 장
지자체와 협력 통한 사회적 역할 확대
도쿠시마루·드라이버·로컬 소매점 '수익 밸런스' 최우선

  • 웹출고시간2024.09.24 16:39:39
  • 최종수정2024.09.24 16:40:02

일본 쇼핑난민 극복을 위한 도쿠시마루 식품트럭서비스. 드라이버가 주민 집 앞까지 짐을 전달해주고 있다.

ⓒ 도쿠시마루
[충북일보] "소도시부터 산골마을까지 도쿠시마루 드라이버는 달려갑니다."

한국보다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그만큼 고령인구와 지역 소멸을 막기위한 방법도 먼저 고민을 시작했다.

UN의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된다.

일본은 1995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06년 20.2%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4년 기준 29.8%로 이미 초고령사회를 훌쩍 넘어섰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 구성비율은 2024년 기준 19.2%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것은 2000년이며,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국내 인구 비중이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충북의 2024년 현재 기준 고령인구 비율은 20.7%다.

2024년 기준 도쿠시마루 트럭 운영 현황

ⓒ 도쿠시마루 홈페이지
일본의 이동슈퍼 기업 '도쿠시마루'는 고령화되는 사회 속에서 세상의 편리함은 젊은이들만이 아닌 노인들을 위한 편리함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일깨운다.

2012년 일본의 한 소도시 도쿠시마현에서 시작된 '도쿠시마루'는 작은 트럭에 400개 품목 1천200여개 물품을 싣고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 도심과 산간지역 곳곳을 누비며 일본의 '쇼핑난민'들과 만나고 있다.

도쿠시마루의 시작은 창업자인 스키모토씨의 어머니와 장보기에서 시작됐다.

일본 쇼핑난민 극복을 위한 도쿠시마루 식품트럭.

ⓒ 도쿠시마루 홈페이지
당시 스키모토씨의 어머니 집은 마트까지와의 거리가 자동차로 10분 걸리는 곳에 있었다고 한다. 함께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쇼핑카트를 꽉 채워 구매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의아해하던 스키모토씨는 "한 번에 사두지 않으면 (떨어질 때 마다) 힘들다"라는 어머니의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고령의 여성이 직접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는 것은 힘들다'라는 인식에서 시작된 것이 도쿠시마루였다.

이제 운영한 지 10여년이 지나가는 현 시점에서 운영되는 도쿠시마루 트럭은 1천180여대다. 각 트럭은 냉장기능을 갖추고 있어 생선, 고기, 과일, 야채, 벤또(도시락), 스시까지 다양하게 채워져 있다.

도쿠시마루 트럭이 등장하는 곳에서는 누구든 방문해 쇼핑카트를 들고 장을 볼 수 있다.

다만, 도쿠시마루 트럭이 어디에나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트럭 드라이버들은 모두 개인사업자로 계약 운영되고 있다보니 이들의 생활 이익과 도쿠시마루 본사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도쿠시마루의 운영 체계는 일반 유통방식과는 차별점을 갖는다. 민간기업인 만큼 운영의 최우선은 '수익밸런스'다.

도쿠시마루 홍보담당자 오가와(小川)씨는 "비스니스로 계속할 수 없는 이익성이 없다면 사회적으로 좋은 서비스라고 할지라도 지속가능성이 없다"며 "지역의 슈퍼마켓이 갖고 있는 인프라를 흡수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조사를 통해 확실히 보장될 수 있는 환경,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본사가 직접 물건을 유통하는 것이 아닌 방문 지역의 현지 슈퍼마켓과 제휴를 통해 물품이 공급된다. 이를 통해 지역 소매점과의 마찰을 줄이고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의 구축을 꾀할 수 있다.

이동트럭 드라이버는 개인사업자로서 이동슈퍼의 대표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도쿠시마루는 기업과 현지 소매유통점, 개인사업자(드라이버)가 연결고리를 갖고 있으며, 드라이버의 이익 보장을 위해 트럭 한 대당 150명의 고정 고객 확보를 필수조건으로 한다.

이를 위해 도쿠시마루는 이동슈퍼를 원하는 지역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해당 마을 '한집 한집'을 모두 방문하는 시장조사를 실시한다.

약 5천건에 달하는 수요 확인을 직접 실시한 이후, 도쿠시마루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약 2천엔(원화기준 2만 원)정도를 구매하겠다는 고객이 150명을 기준으로 넘어서는 경우 운영이 실시된다.

마을 주민들의 건강·일상 보장과 더불어, 이동슈퍼 드라이버의 생활 보장과 도쿠시마루의 수익이 보장될 수 있게 만드는 근본 시스템이다.

지역 유통소매점과의 연계, 드라이버(개인사업자) 수익 확보를 위한 이같은 방식의 운영체계는 일본 내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로 다양한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이버를 구하기 어렵거나, 고정 고객이 기준을 넘어갈 수 없는 산간지역, 쇼핑사막지역의 경우 지자체의 요구와 보조금 지원도 이뤄진다.

손님이 적어 이익이 크게 되지 않더라도 지자체가 주민들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본 쇼핑난민 극복을 위한 도쿠시마루 식품트럭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

ⓒ 도쿠시마루 홈페이지
지자체의 지원 방식으로는 자동차 비용 구매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법과 수요자가 적은 마을을 방문하게 될 경우 이를 위한 기회비용분에 대해 일정 금액의 지원을 통해 보장해주는 방식 등이 있다.

나가노현의 한 마을의 경우 지역 내 슈퍼마켓이 모두 사라져버리면서 도쿠시마루 서비스를 신청했으나 드라이버를 찾지 못해 지역 내 사회복지단체에 요청을 통해 드라이버를 구하고, 자동차 운행비와 구입비 등을 지자체에서 지불하고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한 케이스도 있었다고 한다.

판매 상품에 수수료가 책정되는 것도 중요한 수익 확보 요인이다.

창업 당시에는 상품 가격당 10엔을 더해 판매하는 수수료 정책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가격당 20엔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처럼 더해진 수수료는 드라이버의 유류비 등으로 활용돼 지역 소매점과 드라이버 모두에게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객들 역시 수수료가 부담이기 보다는 직접 나가서 사오는 수고를 더는 것이 더 큰 이득으로 느끼는 데 공감하고 있어 시행될 수 있는 정책이다.

도쿠시마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는 '주민들과의 소통·연결'이다.

일본 쇼핑난민 극복을 위한 도쿠시마루 식품트럭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

ⓒ 도쿠시마루 홈페이지
마을 고령층과의 대화 소통 등 지역밀착형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 여기는 도쿠시마루 드라이버는 마을 주민들의 말벗 친구이기도 하다.

드라이버가 마을 회관 등 지정 장소에 도착하면 주민들간의 커뮤니케이션 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동이 용의치 못한 고객의 경우 직접 집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 주는 것도 드라이버의 몫이다.

오가와씨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주민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중요하게 여기다보니 결국 아들, 딸보다도 더 친밀한 관계가 되는 드라이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쿠시마루는 이같은 지역 친화 정책에 발맞춰 지자체 내 경찰서 등과 협정을 맺고 서비스 이용 중인 고령자들의 건강 체크 등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소방·경찰 관계자와 함께 사기예방 등 방법활동을 진행했고, 무더웠던 올 6월에는 열사병 예방 등을 위한 소방서 연계활동도 실시했다.

오가와씨는 "지역주민과 슈퍼, 도쿠시마루 본부, 지자체의 네트워크 구성요소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며 "네트워크가 잘 연결돼 있는만큼 관계가 좋으면 알아서 잘 굴러가는 사업 모델이지만 단점으로 생각하면 문제가 톱니바퀴 맞물리듯 터져버린다는 위험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만큼 네트워크의 컨디션관리를 잘 하는 것이 본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네트워크가 모든 연결고리의 가장 중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층이 뉴스 등으로만 접하면 삭막하고 소외받는 계층으로만 느껴질 수 있는데 현장을 가면 장난도 많이 치시고 농담도 많이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인간으로서의 단순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고령자들과의 갈등을 없앨 수 있는 이 사업이 유지됨으로써 사업자분들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업들을 추구해 나가려고 한다. 이어가다보면 사회적으로도 좋은 쪽으로 바뀌어 나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회을 전했다.

/ 성지연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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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문화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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