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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사막을 건너다' ③국내 현황: 충북 보은군을 가다

**충북형 식품·의료 사막을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
의료사막의 현실… 다각적 대책 필요
분만·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 군내 종합병원도 없어
의료시설 접근성도 떨어져 자차 방문 비율 97.9% 달해
공백 메우기 위해 보건·의료현장서 최선 다해도 한계
-인력·시설 등 의료 취약 시스템 근본 원인에 접근해야

  • 웹출고시간2024.08.27 15:41:33
  • 최종수정2024.08.27 15:41:33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없는 보은군에서 종합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보은한양병원.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늘 의료공백… 아파도 갈 병원이 없다

저수지가 가장자리부터 마르듯 생활 필수 인프라도 외곽지역부터 말라가며 중심으로 모인다.

의료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대도시에 대형 병원부터 각종 의료 기관이 쏠리면서 농산어촌 지역은 민간 소규모 병원 혹은 의원조차 없는 곳이 있어 병원을 가려면 차를 타고 지역을 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군 지역 등 농촌이 많고 도시라도 도농복합적 성격을 띠는 충북은 의료기관 수, 의사 수 등 타 시·도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다.

지역의 필수의료 실태를 진단할 수 있는 여러 통계들이 낙제점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며 이와 같은 상황을 방증한다.

충북은 치료 가능 사망률, 태아 사망률, 영아 사망률, 암 사망률 등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20년 기준 충북 치료 가능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50.56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기록했다. 치료 가능 사망률이 가장 낮은 세종(34.34명)과 10만 명당 16.22명이나 차이가 났다.

그중에서도 보은 지역이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역으로 꼽힌다. 보은군은 국립중앙의료원의 '2023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에서 분만취약지 A등급, 응급의료취약지로 분류됐다.

보은군에는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급 의료시설이 없다. 지난 1월 기준 3만여 명이 거주 중인 보은지역에는 △병원 1곳 △의원 14곳 △정신병원 1곳 △요양병원 3곳 △치과 병·의원 6곳 △한의원 9곳만 운영 중이다. 그나마 112병상의 보은한양병원이 유일하게 응급실을 운영 중이지만 지속적인 적자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은군에서 유일한 응급실인 보은한양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들이 진료받고 있다.

ⓒ 성지연기자
이와 같은 취약한 지역의료의 현실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30일 보은읍에서 도랑에 빠진 생후 33개월 영아가 골든타임 내에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

이날 이 영아는 심정지 상태로 보은한양병원으로 옮겨졌고 응급 처치를 받은 후 잠깐 맥박이 돌아왔다. 이에 청주, 대전, 세종, 천안, 성남, 수원, 화성 등 인근 지역의 상급병원에 전원 요청을 했지만 가능한 곳이 없어 전원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응급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의료시설 접근성도 떨어진다.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2022년 진행한 '충북도민의 공공보건의료 인식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주로 방문하는 의료기관(단골 병의원)까지의 이동 수단을 묻는 질문에 청주시 서원구의 경우 도보 이동이 61.3%로 자차 이동보다 높은 반면 보은군은 자차로 이동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97.9%에 달했다.

응급환자보다 위험성이 낮은 경증 환자들에게도 병원은 찾기 힘든 곳이라는 뜻이다. 상급종합병원 등 큰 병원이 아니라고 해도 병원은 무조건 차를 타고 가야할 정도로 거리가 멀거나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병원 방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보은군 보건소 전경.

ⓒ 성지연기자
보은군민의 미충족 의료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같은 실태조사에서 '나와 가족이 진료 또는 치료가 필요할 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까 걱정하십니까'라는 문항(4점 척도, 1: 전혀 걱정하지 않음, 4: 매우 걱정함)에 대해 '약간 걱정함', '매우 걱정함'이라고 응답한 것을 점수로 환산했을 때 보은군이 3.16±0.39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단양군(3.15±0.46점), 충주시(3.14±0.41점), 영동군 (3.14±0.48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충족 의료에 대한 걱정이 가장 낮은 지역은 청주시 흥덕구(2.48±0.50점)와 서원구(2.57±0.52점)였다.

◇의료 시스템 근원부터 개선해야

취약한 지역 의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보건·의료 현장에서는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어느 한 기관이 해결하기에는 힘에 부친 것이 사실이다.

보은군보건소는 민간 의료 서비스가 닿기 어려운 지역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경로당 주치의 방문의료서비스'다.

이 사업은 군내 총 228개 마을의 289개 경로당에 군 보건소 직원을 파견해 건강 교육, 만성질환 관리 등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군내 보건소 3개소, 보건지소 11개소, 보건진료소 13개소에 근무하는 직원 27명이 투입되고 있고 참여하는 경로당 연인원은 1만7천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취약한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원인이 다각적이어서 한쪽으로만 접근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홍종란 보은군보건소장이 보건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들을 설명하고 있다.

ⓒ 성지연기자
지역 의료 인프라의 부재, 대도시 대형 의료기관으로의 진료 편중, 수도권 대형 병원과 특정 전문과의 의사 쏠림 현상, 의료인의 지방 중소도시 의료기관 근무 기피 등의 문제가 오랫동안 공존해왔다.

작은 군 단위 지역에서 이 모든 요인들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개선하기는 어렵다. 이에 지역 보건·의료 현장에서는 시스템에 아쉬움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종란 보은군보건소장은 "의료 인력과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이는데 지역에서는 병원이 좋은 시설을 갖추고 훌륭한 의사를 초빙한다 해도 수익이 병원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 의료시설에 대한 지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민간 병원, 주민 등 관련된 모든 주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보은군의 유일한 응급실을 운영하는 보은한양병원에서도 의료 취약 지역의 녹록지 않은 현실에 공감을 표했다.

김형성 보은한양병원 총괄본부장이 의료취약지역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 성지연기자
김형성 보은한양병원 총괄본부장은 "급여를 아무리 많이 준다 하더라도 의료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며 "격오지 근무에 대한 것부터 장비·시설 지원, 취약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기준 완화 등 현실적인 개선책에 목마르다"고 운을 뗐다.

그는 "도농 의료 불균형은 보은 한 곳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면서 "의료취약지에서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병원들은 정부 지원 없이는 경영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보은한양병원은 지역 최일선에서 1차 응급의료를 담당하고 있지만, 적자가 심해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예를 들면 MRI나 CT 같은 특수의료장비나 응급실 설치 기준이 상급 종합병원에 맞춰져 있어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나 시설 유지 비용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는 "위료취약지역 병원들은 '지역 필수 의료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며 "만성화된 지역 의료기관의 인력난 완화와 시설 지원 확대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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