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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사막을 건너다'④식품사막 건너는 희망 '찾아가는 행복장터'

**충북형 식품·의료 사막을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
4. 국내 선진사례: 포천 소흘농협 '가가호호 행복트럭'
김재원 소흘농협 조합장 의지로 시작… 6년간의 여정
350여가지 품목, 마을마다 주문 통해 물품 구성
열흘에 한 번씩 마을 방문… 농협 전직원 참여
유통부터 상담까지 지역과 상생 만들어가

  • 웹출고시간2024.09.10 17:59:50
  • 최종수정2024.09.10 17:59:50
[충북일보] 식품사막을 건너는 대안으로 '식품트럭'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농촌 식품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시장에는 포천시 소흘농협(조합장 김재원) 의 '찾아가는 행복장터'가 있다.

소흘농협의 이동식 식품트럭 '찾아가는 행복장터' 시작은 2019년 12월이다. 김재원 조합장이 3월 신임 조합장으로 당선된 후 곧바로 준비에 착수하며 시작된 셈이다.

김재원 조합장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때부터 시작을 했다. 농협중앙회의 차량 지원과 지자체 자금 지원을 받아 시작했지만 소흘농협 자체에서 투입한 자원과 비용이 더 많았다. 그렇게 6년이 지나갔다"고 회상했다.
김 조합장은 "포천시는 반농촌 반도시 특성을 띤다. 도시화가 많이 진행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여건이 나쁜 지역도 아니다. 그럼에도 노인들은 차를 못 탄다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30여 년간 농협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마을회관을 찾아가면 할머니들을 만났고, 그 분들과 대화를 통해 장보러 갈 걱정을 제일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은 자식들이 장을 보고 사다주지 않는 이상 직접 이동해 장을 보거나 온라인 주문을 하기 어려운 실정을 마주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김 조합장은 "농협이 창립한 지 63주년이다. 농협은 지역 조합원, 고객들을 통해 경제적 토대를 마련해왔다. 농협도 성장한 만큼 우리도 지역에 받은 것들을 되돌려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이제는 지역에 돌려줄 수 있는 의미있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고, 첫 취임 한 해에 실천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식품트럭을 운영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쉬운 시작은 아니었다고 한다. 지역 내 소매판매점과의 오해와 마찰도 피할 수 없는 벽이었다.

김 조합장과 소흘농협 직원들은 39개 영농회를 직접 방문해 사전조사와 사업 설명, 마을 주민들과의 피드백, 식품트럭 수요조사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농협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행복장터' 트럭이 이동교 4리 경로당 앞에 정차하고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 임선희기자
트럭이 마을에 서는 위치부터 전기 사용을 위한 고민, 식품트럭 방문에 대한 안내 방송 방법까지 영농회장, 부녀회장, 마을발전위원회 노인회장과 함께 고민한 덕분에 사업 시작 후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김 조합장은 "차를 꾸리는 것 부터가 어려웠다. 앞에 먼저간 발자국이 있어야 쫓아갈 수 있는데 디자인부터 방식까지 선례도 없고, 물어볼 곳도 없어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마을 부녀회장님들도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350가지 품목을 싣고 다니는 소흘농협 행복장터는 주로 주문을 통해 구성된다. 이 역시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방식이다. 마을 주민들이 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갖고 나갈 수 없다보니 직접 주민과 전화를 통해 주문을 받고 있다.

행복장터에서 판매되는 물품은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할인상품도 마찬가지다.

이우현 찾아가는 행복장터 팀장이 식품사막지역 주민들이 신청한 물품을 선반에 채워넣고 있다.

ⓒ 임선희기자
취재진이 방문한 8월 19일은 한여름 무더위를 지나며 잠시 멈췄던 행복장터가 다시 움직이는 첫 날이었다. 각 마을마다 열흘에 한 번씩 순서에 따라 방문한다.

행복장터를 이끌고 마을을 직접 다니는 이우현 팀장은 "동네마다 고정적으로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그분들에게 직접 전화해 주문을 받고 있다"며 "그외에는 필요에 따라 구비된 상품들을 구매하신다. 간혹 생각지도 못한 물품들을 찾으시는 경우 급하지 않다면 다음 방문에 챙겨오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더운 무더위로 연실 땀을 흘리면서도 물품을 확인하고 정비하는 이 팀장의 눈과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행복장터의 마스크는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농촌의 노인 건강을 최우선으로 판단해서다.

김윤희 하나로마트 소장은 "다른 곳들은 운영을 줄였던 반면 우리는 이럴 때 일수록 더 주민들에게 찾아가야한다고 결정했다"며 "코로나 당시에 마을 주민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집 밖에도 나가면 안 될 것 같던 시절이다보니 다들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만 하다가 행복장터가 오는 날 만나는 반가운 모습과 표정들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소흘농협 117명의 모든 직원들은 순번을 맞춰 행복장터에 나서고 있다. 신입 직원부터 상무급까지 모두 참여한다. 이들이 직접 마을에 나서는 이유는 단지 행복장터 운영만이 아니다.

김재원 경기도 포천시 소흘농협 조합장이 '찾아가는 행복장터'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임선희기자
김 조합장은 "그 시간이 조합원들과의 상담시간이라 할 수 있다. 직접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로컬푸드에 대한 애로사항 등 필요한 사안들을 듣고 지원해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농협이 조합원들의 삶 속에 버팀목 역할을 해줄 수 있도록 꼬박꼬박 시간을 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만큼 농협으로의 민원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김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소흘 농협을 바라보는 시각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돈 버는 사업만 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농협이 진짜 우리 옆에 와 있구나',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고 노력하는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도 포천시 이동교 4리에 거주하는 한상억(88) 할머니가 동네를 방문한 '찾아가는 행복장터'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있다.

ⓒ 임선희기자
행복장터 단골 손님인 한상억(88·포천시 이동교 4리) 할머니는 "우유, 콩나물, 찹쌀, 설탕 등 먹을건 항상 여기(행복장터)에서 사고 있다"며 "우리가 직접 움직이는게 힘드니 필요한건 전화로 주문하고, 집앞에 걸어 나오면 바로 장도 볼수 있고, 집까지 짐도 들어다 주신다. 너무 좋다"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어 "지금은 다들 차가 있으니 마을에 있던 상회도 문을 닫았다"며 "오늘도 장이 온다고 방송이 나오길래 기다렸다가 바로 나왔다. 올때마다 많이 팔아주지 못해서 없어질까봐 걱정"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재원 조합장은 '행복장터'운영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조합장의 의지'와 '농협 직원들의 희생'을 꼽았다.

사실상 수익보다 투자 비용이 더 많고, 노천에서 장을 펼치는 특성상 여름에는 덥고 겨울은 추운 행복장터 사업 운영에 소흘농협 임직원들의 사명감 없이는 해낼 수 없다는 의미다.

행복장터 팀장과 마을을 함께 마을을 찾는 직원들은 주민들이 트럭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조해주고, 장을 본 주민들의 집 안까지 직접 짐을 들어다주거나, 기다리는 동안 주민들과 말벗을 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늘 행복장터는 2인 1조로 움직여야만 한다.

'찾아가는 행복장터'를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시 소흘농협 직원들이 식품사막의 해소를 기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임선희기자
사업이 6년차를 맞은 만큼 함께 달려온 행복장터 트럭도 세월이 묻었다. 법인으로 사용하는 차인만큼 5년의 사용 기한을 다한데다, 에어컨 시설 등의 노후화로 새로운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조합장은 "지금 당장 가장 절실한 것은 지원이다. 행복장터 트럭은 짐을 내리고 장을 펼치는 게 모두 수동식이라 직원들의 품이 많이 든다"며 "우리가 혼자 사업을 해나가다보니 소소한 것들부터 고민과 시행착오가 많다. 빠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식품트럭 사업에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만큼 좀더 적극적이고 전국적인 방향으로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처음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지금과 같이 초기 세팅이 다 된 상태에서는 보완만 해나가면 된다"며 "사실 식품트럭에 얹어야 할 사업이 굉장히 많다. 처음 구상할 때부터 고민한 부분으로 읍사무소와 연계를 통한 이동 행정서비스가 있다. 또 이동 의료서비스나 법률상담, 세무상담 등 함께할 사업들이 굉장히 많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필요한 매개체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도 가능하다. 2명이 한 팀으로 29개 마을을 다닌다. 그곳에서 식품트럭을 오르내릴때 손 잡아줄 사람이 꼭 필요하다. 여기에 노인 일자리사업을 통해 인력이 지원되면 지역민과 우리 모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소흘 지역에 대한 사랑과 사명감으로 행복장터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재원 조합장은 '단 한사람'이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을 이어가야한다는 의지다.

그는 "행복장터의 단골들은 없어질까봐 아주 노심초사 한다. 하나로마트를 오시더라도 일부러 행복장터가서 사야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지역에 대한 사랑이고 사명감이다. 단 한 명이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행복장터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성지연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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