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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2.28 14:24:33
  • 최종수정2023.12.28 14:24:33

김은정

세명대 교양대학 부교수

연말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날 무렵부터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 프로그램들이 시작된다. 어렸을 때는 이즈음부터 시작되는 시상식들을 챙겨보는 것으로 한 해의 끝이 다가왔음을 체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말 시상식들을 보다 보면 그해에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았는지, 어떤 드라마가 사랑을 받았는지, 어떤 음악에 대중이 열광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바야흐로 맞춤형 콘텐츠 시대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주제나 아티스트, 크리에이터가 생산하는 콘텐츠를 골라 감상한다. 감상하는 장소 역시 점점 개인화 되어가고 있다. 1960년대 한 마을에 한 대 있던 텔레비전은 이후 각 가정에 한 대씩 있다가 이제는 각 개인의 손안으로 들어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진 알고리즘을 따라 선택된 콘텐츠를 개인 핸드폰을 통해 소비할 수 있다. 방송국에서 보여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대중은 더 이상 동시에 같은 콘텐츠에 열광하지 않는다. 인기 있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60%가 나오던 시대는 꽤 오래전에 지났다. 이제는 드라마 시청률이 10%를 넘으면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흥행에 성공했다는 의미가 과거와 같지는 않다. 누군가가 즐겨보는 드라마는 누군가에게는 제목조차 낯설다. 누군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을 음악이 누군가에게는 가수 이름마저 생소하다. 사람들의 대화에서 공통의 화제가 되는 대중문화 콘텐츠는 매우 드물어졌다. '귀가 시계'로 불리던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나 요리 잘하는 사람을 모조리 '장금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했던 2003년 드라마 <대장금> 같은 영향력을 가진 드라마는 이제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대에 방송사에서 하는 연말 시상식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문화정치학적 접근으로 예술상을 분석한 영국의 정치학자 존 스트리트(John Street)는 예술상의 본질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행위를 통해 구축되는 문화적 인공물이자 미디어 이벤트라고 정의한다. 그는 예술상이 거대한 미디어 담론을 끌어내는 이벤트이며 해당 문화예술의 판매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문화정책과 실천, 문화적 담론을 생산하는 데 있어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예술상은 문화예술상품을 구성하는 실질적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현상이자, 그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치 척도를 신호해 주는 장치로 작동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은 단순히 의례적 행위에 머문다고만 볼 수 없다. 여전히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은 가장 강력하며, 이를 통해 전파되는 문화적 담론은 가장 주류적 담론으로 자리 잡는다. 오히려 이처럼 문화콘텐츠 소비의 개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점에서 방송사에서 수여하는 상의 의미는 더욱 확고한 주류 콘텐츠의 신호로 작동할 수 있다.

2016년 노벨상위원회에서는 그해 문학상의 수상자로 포크 가수인 밥 딜런을 선정했고, 이후 대중음악 가사가 문학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가를 비롯하여 다양한 논의를 만들어냈다. 예술상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확장시킨 경우다. 올해에도 방송사들의 연예 대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기사들이 생산되고 있다. 2016년의 노벨문학상이 그랬듯이 2023년 한국 방송사 시상식들도 과연 새롭고 생산적인 논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상식이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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