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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세명대 교양대학 부교수

디즈니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작품 중 하나인 <인어공주>의 실사화 캐스팅이 발표된 이후로 개봉을 앞둔 현재까지 가장 많이 논란이 된 주제는 단연코 '인종'일 것이다. 디즈니가 주인공 에리얼 역에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에리얼은 흰 피부에 붉은 머리를 한 백인으로 묘사된다. 1837년 안데르센의 원작 <인어공주>가 발표된 이래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비롯하여 다양한 동화책, 그림책, 애니메이션 등으로 반복 생산되는 동안 에리얼을 유색인종으로 재현한 사례는 거의 전무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실사화 캐스팅 발표 직후 세계 이곳저곳에서 솟구쳐 나온 강렬한 반응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디즈니의 파격적 시도에 박수를 보내는 긍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이건 에리얼이 아니야' 라는 의미의 #NotMyAriel이라는 해시태그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유색인종 배우가 인어공주로 캐스팅된 것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고, 어떤 비평가들은 인어공주가 '굳이' 흑인이어야 할 필요를 모르겠다는 인종차별적 뉘앙스를 가득 담은 비난 섞인 의문을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에 경도된 디즈니가 인종적 평등함을 넘어 '블랙 워싱'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근래 디즈니 작품들에서 관찰되는 정치적 올바름의 실천은 주목할 만하다. 디즈니가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꽤 오랜 기간 동안 디즈니는 다양성 측면에서 문제 있음을 지적받아 왔다. 1928년 미키 마우스 작품을 성공시킨 이후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근 100년 동안'어린이들의 친구'가 되었다. 그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재현된 서사 및 캐릭터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세계적인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다양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다양성 평가의 중요 항목인 인종, 젠더, 장애 측면에서 보았을 때, 대다수 캐릭터가 백인으로 설정되어 있고, 여성 캐릭터는 이미지나 서사 측면 모두에서 수동적 여성으로 재현되고 있으며, 주요 캐릭터는 대부분 비장애인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백인 우월주의적 가치관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영상과 대중적인 멜로디 속에 담아 대중에게 주입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디즈니가 최근 <주토피아>(2016), <모아나>(2017) 등과 같은 작품들에서는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바 있다. 위 작품들 이후의 디즈니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인종, 장애, 외모, 성격적 부분 모두에서 다양화되었다고 평가된다.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공격 받을 만큼 기존 정형화된 관습적 문법을 타파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들로 재창조해나가고 있는 현재의 디즈니는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이를 캐릭터와 서사에 반영하기 위해 그간 디즈니가 각고의 노력을 해왔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흑인 배우의 캐스팅을 반대하는 내용의 해시태그가 몰아치고, AI 기술을 사용하면서까지 기어이 흑인 인어공주를 붉은 머리를 가진 백인으로 둔갑시킨 영상이 SNS 상에서 큰 반응을 얻자 디즈니는 이토록 거세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편지를 띄운다.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문제"라며, 그들을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수록곡 제목을 가져와 "가엾고 불행한 영혼들(Poor Unfortunate Soul)"이라 칭한다.

얼마 전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024년부터 작품상 수상을 위해 필수적으로 '다양성 조건'을 갖춰야만 수상 자격이 주어진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백인남성 중심의 '그들만의 잔치'라는 오명을 얻은 이후 아카데미가 영화생태계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고심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다양성을 주장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유난스럽게 정치적 올바름을 외치는 행위가 아니다. 다양성이 높은 작품들이 흥행에도 유리하다는 통계가 기사화되었듯 다양성은 이제 영화의 내용적 측면에서든, 인력 구성에서든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더욱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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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할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