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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세명대 교양대학 부교수

예전에는 해외에 나가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코리아"라고 답하면 으레 "North or South?(북한 아니면 남한?)"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화가 이런 흐름으로 간다는 건 대개 질문자가 한국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라는 걸 의미한다. 당시 일본이나 중국인들이 출신 국가를 말하면 스시나 만리장성과 같은 그 나라의 대표적 음식이나 문화유산을 언급하며 정다운 대화가 이어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 드라마 시청 경험을 이야기하거나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얼마 전 해외 학회에서 만났던 한 멕시코 학자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좋아하는 한국 음식들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어떤 사람들은 먼저 다가와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한국인 유학생이나 해외 출장을 간 직장인들은 물론 오랫동안 해외에서 거주해 온 교포들조차도 한국인으로서 겪는 새로운 경험을 고백한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그간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 문화의 영향이 크다. 디지털 환경 변화 및 모바일 기술 확산으로 인해 "K-컬쳐"는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며 급속도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2020년을 전후하여 케이팝 분야의 방탄소년단, 영화 분야의 <기생충>, 드라마 분야의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룬 이후부터 "K-컬쳐"는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예술성 측면에서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K-컬쳐"의 성취는 애국심을 고양시키는 데 있어 탁월하게 효과적 역할을 한다. 방탄소년단이 팝시장의 본거지인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연속으로 수상하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주요 부문을 석권하는 장면이 한국에서도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은 어쩐지 가슴이 뜨거워지며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생각해본다. 이건 무슨 마음인 걸까? 엄밀히 말하자면 그저 각 개인의 성취일 뿐인데, 왜 우리는 이들의 성취가 마치 우리의 것 같이 여겨질까? 나와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왜 이리 자랑스러울까? 인터넷에서는 이런 복잡미묘한 벅차오름을 단 두 글자로 명쾌하게 말한다. 국뽕. 아마도 나라 '국(國)'에 은어'뽕'을 더해서, 마치 무언가에 의해 취한 듯이 애국심이 강해진 상태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한국 대중이 위와 같은 문화적 성취를 바라보면서 한국문화산업이 해외에서 성공하고 인정받는 사실에 대해 열광적이고 애국적으로 반응함으로써 과거 피식민 경험에서 비롯된 문화적 열등감에 대한 대항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우리 문화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에 대한 열망에 확신을 부여하는 것은 서구 선진 국가로부터 '정당화된 인정'이 뒷받침되었을 때다. 아카데미상, 에미상, 빌보드뮤직어워드, 칸 영화제 등등 서구 선진국 중심으로 포진된 정통적 인정체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순간 '국뽕'이 차오르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한국의 문화산업이 아시아 개발도상국가에서 흥행하는 것은 선진국에서의 인정과는 다른 반응의 양상을 보인다. 마치 과거 거대 자본을 뒤에 업고 일방적인 문화 전달을 했던 미국의 방식을 한국이 유사하게 재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K-컬쳐는 문화현상인 동시에 담론적 구성물이다. 한국의 문화가 이루는 성취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마음도 좋지만, 세계 문화 지형에서 한국의 위상을 인지한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 시선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하고 논의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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