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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1.29 15:57:20
  • 최종수정2023.11.29 15:57:20

김은정

세명대 교양대학 부교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제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세상이 멈추었던 시기의 아동 청소년들은 학교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사회적 관계 형성을 경험하지 못해, 이후에도 새로운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그런 시기를 겪고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들 역시 다르지 않을 터였다.

다시 대면수업을 재개한 후 첫 학기에 학생들에게 '친하지 않은 사람과 대화해보기'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평소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막상 친하지 않은 사람과 30분 이상 대화하려면 어려움을 느낀다. 내향성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 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를 바랐다. 온라인이라는 막을 걷어내고 직접 사람을 대하는 경험.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어느 순간 낯설어져버린 그 경험을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야기 상대는 평소 아는 사람 중에서 택할 것, 가능한 낮 시간으로 정할 것, 술은 마시지 말 것 등 몇 가지 조건을 붙였다. 과제가 발표되고 난 후 많은 학생들이 두려움과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결국 대다수 학생들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과제를 마쳤다. 그 중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학생이 이번 과제를 계기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제 혼자서만 웅크리고 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의 후기를 보내주었을 때에는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2023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고립 인구 규모는 약 28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립은 사회적 관계가 모두 단절되어 타인과 일체 접촉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 과거 노인층에 집중되었던 고립 인구가 청년층까지 확대되고 있다. 실업이나 빈곤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고립을 어쩔 수 없이 겪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나 피로감 등으로 자발적 고립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의지에 의한 선택이므로 다른 선택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볍게 시작된 단절이 계속된다면 결국 어디에 가닿을지에 대해서는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저서 『에로스의 종말』에서 많은 현대인들이 스스로 성공을 향해 달려가면서 자기 자신과의 관계만을 허용하는 '나르시시즘적 주체'라 바라본다. 이들은 타인의 다름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며, 그러한 어려움을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자기 자신과의 관계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말하듯 그런 나르시시즘적 주체에게서는 사랑이 발생할 수 없다. 나 아닌 존재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타인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자발적 고립이 시작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고립된 상태에서는 안전하기도, 행복하기도 어렵다.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고립의 시대』에서 자유가 최우선시되는 '가혹한 형태의 자본주의'로부터 고립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신자유주의로 인해 촉발된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의 역할뿐 아니라 개인의 노력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허츠는 "이 외로운 세기에 덜 외로워지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접촉해야 한다"고 한다. 잠시 쉬는 동안에도 스마트폰 안의 세계에만 몰두하지는 않았는지, SNS 친구들의 대소사는 기억하면서 내 주변의 동료나 가족, 친구들에게는 무심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한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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