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파트 단지 내에는 가정에서 나온 폐지廢紙를 모으는 곳이 군데군데 있다. 모양은 둥글고 널찍한 우물형태이고, 재질은 마대자루와 같은데 마대자루보다는 훨씬 두껍고 튼튼하다. 뻣뻣하다보니 바짓가랑이를 접듯 밖으로 말아 세워놓으면 잘 서있다. 폐지양이 많아 넘치면 밖으로 말린 부분을 펴는데, 펴는 만큼 용기容器가 깊어진다. 가벼운 재질로 만든 아이디어 폐지모음 통에 빈 박스나 폐지를 버릴 때마다, 나는 어릴 적에 아버지가 골방에 만들어 놓으셨던 고구마퉁가리가 생각난다. 그런데 요즘 새벽에 나갔다 오려면 며칠째 그곳에서 한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허리를 구부리신 채, 설치물에서 폐지廢紙를 꺼내 작은 리어카에 싣는다. 할머니를 향하여 다가간다. 하나, 둘, 셋, 시작! "오늘 첨 나왔슈. 경비아저씨가 가지고 가라고 했어유!" "네, 수고하셔요." 며칠째 그분과 반복하는 대화내용이다. 나는 지나칠 뿐인데 신고라도 하듯 매번 말씀하신다. 며칠째 만나고 있음에도 늘 처음 나왔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의아스럽고 그런 인사를 매일 듣는 것도 고연히 민망하다. 우리 집에 모아둔 신문지가 생각났다. 중앙지와 지역신문, 종교 신문 등 몇 종류를 구독하다 보니 금시…
제가 근무하는 병원이 상급대학병원이다보니 대부분의 환자는 암환자이거나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긴급한 조치를 위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중증질환자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소화기 질환의 암을 진단하고 내시경치료를 하거나, 담도/췌장병 환자을 치료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외래 진료나 응급실을 통하여 뵙는 분들 중에 ‘얄미운 분들’이 있습니다. 첫째, ‘내가 20대에는 소주를 10병씩 마셔도 안취했어, 요즘은 소주가 약하쟎아? 전에는 25% 짜리 진로소주, 백학소주를 마셔도 말짱해서 집에 들어가서 애도 만들고, 새벽에 일어나서 등산갔다가 출근했던 사람이야! 근데 요즘에는 소주를 2병만 마셔도 취해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 이거 원인이 뭐야?’라고 하시는 50대 중년남성. 40대 중반인 저도 요즘에는 소주 한병 마시면 다음 날 오전에 힘들건만... 이런 분들은 타고난 여포이거나 장비 체질인지 부럽기만 합니다. 담배를 끊으시라고 해도, 좋아하는 술과 담배는 계속 하시겠다며, 저에게 무슨 말씀을 듣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간기능 검사를 했는데 정상보다 조금 높다네? 내가 산삼도 정기적으로 먹고, 이달에는 6년근 홍삼
1970년대에 라디오에 흘러나오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백년 살고 싶다~. 멋쟁이 높은 빌딩시대지만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라고 흥얼거리던 남진의 대중가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이 노래가 유행할 때만 해도 아파트는 흔한 주택이 아니었다. 당시 고층 아파트는 기껏 높아야 5층 정도였다. 지금처럼 20층이 넘는 건물은 서울 시내 한복판의 업무용 빌딩 밖에 없었다. 그 후 1985년 7월 여의도에 지상 249m 높이의 63빌딩이 지어졌다. 이 빌딩이 서울시 최초의 랜드마크 건물이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서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나라에서 초고층 아파트는 63빌딩보다 더 높이 솟았다.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는 80층에 301m 높이로 건축된 주거용 건물이다. 세계에서 호주의 Q1 타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주거용 건물이다. 바야흐로 멋쟁이 높은 빌딩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파트에 사는 게 유행에 따라 사는 시대다. 아파트는 층수만 높아 진 것이 아니다. 건설회사들은 아파트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서, 입주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를 개발한다. 아파트는 주로 주부들이 선호하
얼마 전 주민센터에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을 하러 민원인이 방문했다. 보이스 피싱으로 인해 재산 피해를 당한 민원인의 모습은 다급해 보였고 또 다른 피해가 날까봐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와 비슷한 민원인이 적지 않을 것이고,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가 주민들의 생활안전에 기여하는 하나의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하기 위한 요건은 일반 변경요건과 특별 변경 요건으로 나뉜다. 먼저 일반변경요건은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해 생명·신체에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과 재산에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 신청할 수 있다. 다음으로 특별 변경요건은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의 피해자로서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해 일반 변경요건에 해당하는 요건에 정신적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도 신청할 수 있게 해준다. 일단 요건이 충족되면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대한 입증자료와 유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입증자료를 확보하여 주민등록지 주민센터에 번호 변경 신청을 하면 된다. 신청을 받은 주민등록지 주민센터에서는 입증자료 확인 후 신청서류를 시장·군수·구청장에 이송한다. 이후 시장·군수·구
지난 16일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충북에서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 가옥 781채가 침수돼 44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농경지 2959㏊가 물에 잠겨 재산 피해액만 172억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해당 지역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피해 복구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의원들이 외유성 해외 연수에 나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주민을 위한다는 지방의원들이, 날벼락 같은 비 피해를 외면하고 유럽 여행에 나선 것이다. 특히 청주지역에서 가장 피해가 심했던 가경동, 강서동 출신의 박봉순 의원도 여행에 참가했다고 한다. 제 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지방의원들과 국회의원들의 관광성 해외 연수를 비난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혈세를 들여 의원들을 해외로 내보내야 하느냐가 주민들의 불만이었다. 이같은 지적으로 일부 의원들은 자진하여 외유성 해외 연수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연수는 최악의 물난리 속에서 강행했다는 점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역 주민들이야 어떤 고통을 겪던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의 행동이여서 도저히 용서 할 수 없는 것이다. 충북도의회 행
[충북일보] 재난의 비극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천재(天災)고 다른 하나는 인재(人災)다. 그러나 두 비극은 아주 다르다. 천재는 하늘이 내린 재난이다. 천재를 당하면 사람들은 재난 극복에 온 힘을 모은다. 단합의 감정으로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한다. 인재는 다르다. 막을 수 있었기에 더 허탈하고 슬프다. 원망으로 치달아 분란을 만들기 쉽다. 지난 16일 집중호우 때 괴산댐 주변 호우피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월류 가능성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주민들은 이번 재해를 인재라고 주장했다. 너무 늦게 댐 수문이 열려 엄청난 수해를 입었다는 얘기다. 괴산댐 관리주체의 적절한 대처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역에선 댐 하류지역, 특히 수도권 주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홍수경보 발령 및 방류시기를 의도적으로 조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괴산군이 공원을 만든다며 벌인 무분별한 공사도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있다. 외사교 다리 아래 제방을 쌓으면서 10여m 이상 강폭이 좁아져 원활한 물 흐름을 방해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사람이 만든 인재라는 주장이다.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한 인재 주장은 여러 곳에서…
매주 화요일 충북일보에서 진행하는 부모교육 아카데미 참석차 교수님을 모시고 청주로 내려간다. 오락가락하는 장마가 신경을 거슬리긴 했지만 11일 오후4시 출발 시에는 서울은 맑게 개인 하늘로 인해 산뜻하게 출발 할 수 있었다. 1시간여를 달리다 안성맞춤 휴게소에 들러 간단한 요기를 한 후 도착예정시간 40분전쯤으로 설정하여 출발하였다. 출발 후 진천을 앞두고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며 불김함의 전조를 알렸다. 천천히 거리를 확보한 안전운행을 하다 보니, 진천 터널 앞에서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지 않은가· 몇 분지나 터널 안으로 들어서니 차들이 아예 움직이지를 않고, 뒤이어 터널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터널 안 중앙선으로 들어선다. 7시에 예정된 교수님의 강의가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10여분을 꿈쩍 않던 차량행렬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앞쪽에 커다란 탑 차가 움직이지 않은 채로 보이기 시작한다. 제발 저차 뒤의 모습처럼만 서 있지 않기를 하면서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커다란 탑 차 앞에는 2.5톤쯤 되어 보이는 트럭이 가로질러 서있다. 탑 차와 트럭사이의 틈새 간격이 자가용 한 대가 지나가고 50센티 정도의 공간이 있는 것 같았다.…
괴산군 증평읍 율리의 부점촌과 청주시 미원면 화원리의 삼흥을 잇는 방고개라는 고개가 있다. 지금은 임도가 잘 닦여 있고 원래의 고갯길은 아니지만 포장도로가 생겨 승용차 통행이 가능하지만 원래는 율치(栗峙, 해발 360m)라고 부르는 '밤고개'였다. 이곳 밤고개 밑에는 밤티라는 마을이 있는데 인조반정 때의 공신인 김치의 후손들이 정착하면서 이룬 마을이라고 한다. 김치의 아들인 백곡 김득신 문학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뒷산인 좌구산에 휴양림이 생기고 천문대도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음성군 감곡면 단평리의 뱅고개는 '밤고개, 율현(栗峴)'이라고도 하며, 음성군 삼성면 용대리의 방개울은 한자로 '방가동(方佳洞), 율리(栗里)'로 표기한다. 단양군 단성면 외중방리의 밤실, 괴산군 장연면 송덕리의 방고개, 괴산군 연풍면 행촌리의 밤밭도 밤나무밭이 있어 생긴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단양군 영춘면 율곡리는 본래 영춘군 가야면의 지역으로서 왕계산 및 골짜기에 밤나무가 많아 밤실 또는 율곡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장외촌, 이곡, 도화동을 병합하여 율곡리라 해서 단양군 어상천면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와같이…
충주중학교 구 강당을 헐어버렸다. 충주중 구 강당은 무려 13년간 보존과 철거로 적잖게 이견이 이어져오다가 며칠 전 지나다 보니 철거하고 급식소를 확장한 것으로 보였다. 와락 화가 끓어오르는 걸 주체하기 힘들었다. 쌍 문자를 빌어 한 마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건물은 충주중을 졸업한 3만 가까운 동문들 추억 속에 자리한 건물로 건축연령 70년이 넘은 근대사 유물유적의 하나다. 내무행정은 근대사 유물유적 보존사업 중인데 정부사업조차 부서별로 엇박자다. 당시 동문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기념관을 짓자는 둥 사회적인 관심이 상당했던 터라 그 강당을 조금만 손질해 학교 역사관으로 조성하면 일거양득임도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필자가 2004년 모교에 부임하자 일부 일반직들의 철거하자는 제안을 필자는 강력하게 보존으로 피력했었다. 철거 폐기행위는 도둑보다 더 나쁜 행위다. 차라리 도둑이 가져간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나 불태우거나 헐어버리는 것은 지구상에서 없어지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쁜 소문만 퍼지는 게 아니다. 좋은 소식을 전해 들어 반갑다며 당시 70대 중반의 충주중 7회 어르신 네 분이 필자를 격려차 방문했었다.…
전국 대비 4% 경제 실현이라는 도정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충북도가 민선 5~6기에 다져진 경제기반을 토대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을 맞이한 것 같다. 새 정부 들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은 상황에서 지난 5월 충북의 고용현황은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충북의 고용률은 지속적인 증가 속에 지난 5월 70.5%를 기록하며 전국 2위에 올랐고 실업률 역시 전국평균 3.6%보다 한참 낮은 2.1%를 보였다. 수출 역시 5월에만 15억9천만 달러,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77억2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27%, 28.6%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국 3위의 실적을 보였다. 민선6기 35조7천억 원이라는 도정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유치와 더불어 2014~2016년 충북지역 공장등록 수는 12.5%나 증가해 전국 최고 수준에 올랐고, 그에 따른 종업원 수도 2014~2015년 4.1%가 증가한 17만5천여 명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충북본부의 2017년 2분기 경제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충북은 제조업, 서비스업 및 건설투자, 수출 등 모든 분야에서 경기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잘나가는 충북이 이젠 무엇을 해야 할까· 당장…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트럼프가 사드 배치에 따른 경비 부담과 한미 FTA의 불균형 문제를 들고 나오며 우리나라를 자극했기 때문이지요.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친미주의자가 아닌 것으로 비쳐졌던 측면이 있어 국민들의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미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인 김창준 씨는 한미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행한 어느 신문과의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더군요.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극단적 좌파로 알았는데 현실 감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걱정하지만 무슨 의견 충돌이 있겠습니까. 당선되고 처음 만나는 자리 아닙니까. 화기애애할 겁니다. 회견장에서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하자'며 악수할 겁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지요. 한미 대통령은 민감한 문제는 슬쩍 젖혀 둔 채 서로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두루뭉술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습니다. 김창준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견해를 피력하더군요. "탄핵 전에 대통령직을 자진 사퇴했으면 좋았지요. 그분은 죄가 없다고 아직도 주장하지만…. 배가 가라앉을 때…
세속을 떠난다. 속된 세상을 등지고 홀연히 길을 나설 수 있는 곳, 바랑하나 달랑 지고 구름 따라 물 따라 무작정 떠나는 길, 어떤 막힘이나 집착도 없이 떠나는 운수행각(雲水行脚)의 길, 난 그 길로 들어선다. 세상과 이별한다는 속리(俗離), 그 단어만으로도 이 길은 철학과 문학의 풍취가 있다.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았건만(道不遠人)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人遠道),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았건만(山非離俗) 속세가 산을 떠난 것이다(俗離山)." 이 시를 남겨야 했던 통일신라시대 고운 최치원의 연유를 잠시 헤아린다. 법주사에서 조금 걷다보니 고목의 짙푸른 그늘아래 포말로 부서지는 계곡물과 마주친다. 높고 깊은 봉우리에서 내달리는 물줄기는 조신하지 않고 소란스레 들떠있다. 오랫동안 목말랐던 대지는 어젯밤 품었던 거친 장맛비가 먼 길을 떠났다가 돌아온 정인(情人)인양 달뜬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아직껏 길과 나무는 촉촉하게 젖어있고 대기는 후끈하다. 이 길은 작년부터 '세조길'로 불린다. 후세의 사람들이 정2품의 벼슬을 받은 소나무까지 기리게 한 세조이지만, 겨우 12살의 어린조카를 죽게 한 비정함에 '참회길'로도 부르는 이 길이 무람하다. 늙어서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공직자들이 휴가를 고대하는 것은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다. 봉급을 타서 가족을 부양하는 죄로 일거수일투족을 속박당하고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휴가가 기다려지지 않는 공직자도 있었다. 권위주의 시절 충·남북 기관장들이었다. 청남대를 곁에 두고 있는 기관장들은 휴가철만 되면 대통령이 언제 내려올지 몰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내려와 있으면 언제 부를지 알 수가 없어서 안절부절못하였다. 대통령이 부르면 달려가서 무슨 질문을 하더라도 막힘없이 답변할 준비를 하느라 비상상태였다. 이런 사람들에게도 은근히 기다려지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대통령과의 식사자리였다. 지금이야 선거에 의해 뽑히니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쩔쩔맬 필요는 없다. 그 시절에는 대통령이 임명했으니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목이 떨어질 수도 있고 장관이나 총리로 발탁될 수도 있었다. 충·남북지사나 교육감 경찰국장 등에게 대통령과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영광이었다. 그 특별한 기회를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창구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영달을 위한 찬스로 활용하려고 벼르기도 했다. 이런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 전두환…
[충북일보] 22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16일 새벽 3시. 승용차를 끌고 서울로 향했다. 폭우가 매우 걱정됐지만, 사전에 약속된 일정을 취소하기 어려워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경기도 안성 부근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로 차가 흔들릴 정도였고, 앞 유리창을 때리는 비는 마치 작은 돌멩이의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서울은 쨍쨍 청주는 물난리 오전 6시 서울에 도착했다. 비는 오지 않았다. 습한 날씨였지만 아침부터 더위를 느낀 듯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웠다. 오전 8시 청주 곳곳에서 상당한 숫자의 SNS 메시지가 날라 왔다. 회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17일(월요일)자 신문 제작을 위해 오전부터 청주 구석구석을 누비며 취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오후 12시 30분, 다시 청주로 향했다. 경부고속도로는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충남 천안쯤 도착했을 때 고속도로 전광판을 통해 청주IC 통제 소식이 전해졌다. 청주IC를 통해 오송에 들렀다가 출근을 해야 했던 상황에서 매우 난감했다. 세종 쪽으로 방향을 돌리려 했지만, 세종에서 청주로 넘어 오는 길도 통제된 곳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극심한 지·정체를 인내
[충북일보] 22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였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청주시는 관계기관·단체, 자원봉사단체, 군부대와 협조해 응급복구에 나서고 있다. 충북도는 빠른 피해복구를 위해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철저한 피해조사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 내린 집중호우는 청주 등지에 재난을 불러왔다. 청주에는 지난 16일 290.2㎜의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관측 이래 1995년 8월 25일(293㎜)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양이다. 22년만의 물 폭탄으로 많은 상처를 남겼다. 그 바람에 청주시내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물이 빠진 뒤 수마(水魔)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는 폐허만 남았다. 인명피해도 발생해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441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가축폐사나 농경지 침수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농민들은 쑥대밭이 된 논밭을 보며 한숨만 짓고 있다. 폭우에 떠내려가거나 목숨을 잃은 소·돼지를 생각하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가뭄 끝에 내린 비가 단비 아닌
노인 고독사가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독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독거노인의 수는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한국보건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독거노인 수는 약 138만 명으로, 전체 노인 5명 중 1명꼴이다. 이는 20년 후인 2035년에는 약 343만 명으로, 현재보다 2.5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독거노인 고독사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독거노인의 외로운 죽음은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인이 고독사하는 경우는 점점 늘고 있지만 이에 관한 실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시체가 부패하고 악취가 나기 시작하면 비로소 죽음이 드러난다. 그 역시 이슈가 되지 못한 채 금방 잊힌다.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도 사회의 관심밖으로 버려져 있는 셈이다. 고독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무관심'이다.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자식들에게 외면 받아 혼자 사는 노인들은 이렇다 할 말벗 하나 없다. 아파도 걱정해 줄 사람이 없으며, 밥은 먹었는지 물어봐 줄 사람도 없다. 단지 외로움과 쓸쓸함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들은 죽음을 외면 받기 전부터 철처히 고립된 삶을 살았다.
[충북일보] 사회 곳곳에서 '갑질'이 끊이질 않는다. 잊을 만하면 툭툭 터져 나온다. 한 개그맨이 '갑질이야'란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이런 노래가 나왔을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1%만 즐거운 사회는 불행하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갑질은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했다. 통상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례가 많다. 대개 약자를 상대로 한 부당 행위였다. 충북에서도 최근 몇 건의 갑질이 발생했다. 한 사회복지봉사단체의 장은 추돌사고를 낸 뒤 취한 위압적 행태로 비난을 받았다. 한 정당의 도당위원장은 병원응급실에서 경솔한 행동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물론 두 사람 다 이유는 있었을 거로 보인다. 하지만 각 분야의 중요한 책임자로서 보여줄 행동은 아니었다. 권위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낮은 자세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정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충주에서는 축산농협이 갑질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 농협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체감사를 벌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는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감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에선 유명 제약회사 회장이 막말논란으로 애를 먹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서훈 국정원장은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민정수석실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사정의 칼날은 국정농단과 삼성을 겨냥하고 있는 모양새다. '안전적폐' 청산을 위한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소방청은 18일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개청한다. '소방관 국가직 일원화' 역시 문 대통령은 공약이행을 재확인했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도 시·도지사 의견 수렴과 더불어 세부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관 국가직 일원화는 소방청과 '세트메뉴'다. 청와대가 확고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선행돼야 하는 필수조건이다. 지자체의 '빈익빈 부익부'에 따른 '재난불평등'을 해소하는 적폐청산의 시발점이다. 소방관 4만4121명 가운데 국가직은 538명, 지방직은 4만3583명이다. 현장대응 소방관 98.7%은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지방직이다. 지방직 소방관은 국가직과 시·도지사의 지휘를 받아 머리가 둘인 셈이다. 그렇기에 재난대응 전문가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일원화 해야 한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대통령 공약을 떠나 유독 충청권
[충북일보] 충북도내 곳곳이 지난 휴일 기습폭우로 물난리를 겪었다. 4명이 숨지고 12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농경지는 3천ha가 침수됐다. 지난 16일 청주의 하늘엔 구멍이 뚫린 듯했다. 거센 물 폭탄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시내 곳곳이 삽시간에 물난리를 겪었다. 290.1㎜의 기록적인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967년 관측 이래 7월 한 달 1일 강수량 역대 최고 순위를 갈아치웠다. 청주시 강내면 탑연 사거리는 만성적인 침수 피해를 겪고 있다. 집중호우 때마다 미호천 물의 역류로 도로 전체가 잠겨 고립되고 있다. 개선되지 않는 상습침수지역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번엔 36번 국도 확장공사로 피해가 더 커졌다. 지금은 장마철이다. 언제 또 집중호우가 내릴지 모른다. 반복적인 침수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재난은 예고하고 오지 않는다. 이번과 같은 폭우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 항상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청주시 등 지자체부터 재난 등에 대한 위기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게 인재(人災)를 막는 길이다. 청주시가 이번에 보여준 위기 대응능력은 최하위 수준이다. 정확한 예측은커녕 신속한 대처도 없었다. 행정의 존
오랜 가뭄에 불볕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는 날씨인데 처가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는 마음이 들떠 있음이 역력히 보였다. 지난해는 평창 동계올림픽 공사가 한창인 인근 숲속 펜션에서 2박 3일 휴가를 함께 하면서 내년엔 제주도를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냥 흘리는 말이 아니었다. 막내처남이 제주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제주도를 다녀 온지 몇 해가 되어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간 여자들이 매달 회비를 모아 여행비도 마련했다고 하였다. 충주에 사는 우리는 청주공항을 이용하기 위해 항공권을 예약했다. 손아래 네 명의 처남들 내외와 함께 김포공항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주말이 되어버린 금요일 오전 아침비행기로 제주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는 금요일 오전에 강의가 있어서 2시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임시주차장까지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로 여행객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내는 점심이 부실하다며 빵과 커피를 먹자고 했다. 친정동생들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며 해외여행 때보다도 마음이 설레는 것 같았다. 이런 현상을 보고'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 하는 것 같다. 창가 자리에 앉아 아
곳곳이 난리다. 20여년 만이라는 폭우로 도로가 물에 잠기고 정전, 단수로 시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물에 잠긴 가재도구를 문밖에 내놓고 하염없이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이 안쓰럽기만 하다. 애써 키운 농작물이 휩쓸려간 곳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농부의 심정은 어떠할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가 시끄러워진지 오래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권력층들의 부정과 비리로 잠잠할 틈이 없다. 법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이나 권력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폐해는 재앙에 가깝다.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지만 권력으로 인한 재앙은 그렇지 않다. 그 재앙은 자연재해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나타난다. 국민의 혈세를 엉뚱한 곳에 쏟아 붓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아마 그 돈이면 이번 재해를 복구하고도 남을 것이다. 자연재해는 국가가 어느 정도 보상하지만 권력형 비리로 인한 피해는 누가 보상하지도 않는다. 보상은커녕 빠져나가려고 온갖 법과 또 다른 권력을 동원한다. 어제는 제69주년 제헌절이었다. 헌법 정신을 지키고 국민을 위한 헌법으로 만들겠다는 등등의 얘기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지금까지…
정권이 바뀌고 새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뉴스를 보면 경찰수사구조개혁에 관련한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구조개혁은 경찰의 오랜 염원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경찰 내부적으로 의무위반 사고가 난다면 국민들은 경찰관 개인의 책임으로 보기 보다는 경찰조직 전체의 책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제 살 깎아 먹기가 아닐 수 없다. 충북지방경찰청 제1기동대의 현관에는 무사고 누적일수를 기록하는 간판이 있다. 그 간판에는 전 기동대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노력을 하여 무사고 2천일을 달성하고 그 다음 목표일 3천일을 향한 새로운 출발이 나타내어지고 있다. 2천일 동안 충북지방경찰청 제1기동대는 세월호 사건 현장에 동원돼 팽목항에서 국민들과 같이 울며 안전에 대해 책임을 다했고,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서도 같이 밤을 새우며 국민들이 집회나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집회·시위가 없는 기간에는 교통지원근무, 야간방범순찰, 자전거순찰 등을 하며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1년 365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충북지방경찰청 제1기동대의 근무는 가동됐다. 이런 힘든 근무 여건 속에서 5년이…
[충북일보] 자유한국당의 지리멸렬은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보수의 재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수정당의 조속한 재건은 국정 균형을 위해서도 절박한 과제다. 싫든 좋든 보수정당은 보수 재건의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보수의 중심에 있다.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많다. 물론 새로운 지도부가 결정돼 당내 혁신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미덥지 않다. 지역의 분위기는 더 좋지 않다. 충북은 대선 전부터 악재(惡災)의 늪에 빠졌다. 충북도당의 구심점이 붕괴되고 지방의원들은 연쇄적으로 탈당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벌어진 도당위원장의 병원 응급실 소동은 도당이 무너지는 소리로 변했다. 가뜩이나 충북 정치권은 각종 비위와 일탈로 얼룩져 와해 직전까지 내몰린 형국이다. 제천·단양을 지역구로 하는 권석창 의원은 1심 판결에서 의원직 상실 형을 받았다. 지난 5·9대선을 전후해 충북도내 지방의원들의 이탈은 이어졌다. 이런 요인들이 모아져 결국 지역에서 자유한국당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상황도 변했고 시대도 변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달라졌다. 예전과 같은 안이한 방식으론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밭둑을 돌아가니 온통 해바라기다. 초록색 잎과 샛노란 꽃이 쨍쨍한 볕 속에서 무척 강렬하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꽃. 해바라기는 또 해를 바라보며 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 줄 알았는데 언제나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싹이 터서 자랄 때는 해를 따라 움직이기는 하나 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 움직임은 갈수록 줄어든다고 했다. 엊그제 꽃밭을 손질하다가 채송화 뿌리를 건드렸다. 부랴부랴 흙을 덮어 다독다독해 두었다. 한편으로는 그냥 죽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오늘 보니 푸르게 살아났다. 들뜬 뿌리가 위로 뻗으려 했다면 필연 죽었다. 해바라기가 아니어도 새싹이 틀 때 보면 잎이나 줄기는 광합성 때문에 해를 바라보고 자란다. 반면 양분 흡수를 위해 뿌리가 땅 속으로 자라는 걸 보니 모든 식물의 공통된 생존 반응이었다. 지분대는 비를 맞아 잎도 푸르러질 테니 특유의 본능이다. 모처럼 비가 온다고 거실의 화초를 내놓던 날 보니, 바람에 한들거리는 잎사귀가 모두 한쪽으로 쏠려 있다. 볕이라야 아침에만 반짝하고 종일 어두운 곳이다. 알량한 볕이나마 쬐려고 저마다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겠지. 그렇게 자라는 대신 뿌리는 땅 속 깊이 뻗는다니 뭔가 우주의 섭리와 맞물릴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당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을 '장한가(長恨歌)'로 아쉬워했다. '7월 7일 장생전에서(七月七日長生殿)/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약속했네.(夜半無人和語時)/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바라고(在天願作比翼鳥)/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노라(在地願爲連理枝)/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지라도(天長地久有時盡)/이 한은 영원하리니(次恨線線無絶期)' 장한가에 등장하는 '비익조(比翼鳥)'는 한쪽 눈과 한쪽 날개만 가지고 태어난다는 전설의 새다. 몸체가 반쪽이기에 비익조는 볼 수도 날 수도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자신의 반대쪽 눈과 날개를 가진 또 다른 비익조가 있다고 했다. 태어난 대로 살다 죽는다면 불행하기 짝이 없는 불구의 일생이지만, 자신의 반대쪽 눈과 날개를 가진 또 다른 비익조를 만나는 순간 둘이 하나로 합쳐져 자유로이 세상을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백거이가 노래한 장한가에 비익조가 등장하면서 비익조는 널리 알려졌다. 온전한 구실을 못하는 두 몸이 합쳐질 때 비로소 완전체가 되기 때문에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상징적으로 비익조를 가져다 쓴다. 비익조와 같은 사랑의 상징으로, 뿌리가 각각인 나뭇가지가 서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