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매년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항공 산업을 이끄는 주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LCC는 안전운항과 관련된 비용 외에 모든 비용을 절감해 최소 서비스를 저가로 제공하는 항공사다. 항공교통 대중화에 따른 틈새시장을 겨냥해 등장했다. 현재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등 모두 6개 항공사가 운항 중이다. 올해 상반기 LCC의 국제여객 운송량은 1천223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3% 증가한 수치다. 국내여객은 926만 명으로 2.5% 증가했다. 대형항공사에 비해 LCC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산업 체질 개선을 위해 면허 기준 강화 절차를 밟고 있다. 다시 말해 '항공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작업에 나섰다. 등록 자본금을 종전 150억 원에서 300억 원 이상으로, 항공기 요건을 3대에서 5대 이상으로 강화가 주요 골자다. 관련법 개정 완료는 당초 7월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9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한 에어로케이의 경우 자본금 45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에 직면한다. 소소한 일상에서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좀 더 중요한 선택의 문제로는 어느 학교로 진학할 것인가· 무엇을 전공할 것인가· 또한, 사회에 나아가면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 공무원이나 회사원 자영업을 막론하고 각기 그 선택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나아가 '인륜대사(人倫大事)'라고 일컬어지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택지에 직면하고 있다.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희비(喜悲)가 엇갈리게 되고, 선택에 따라 만족감의 정도도 달라진다. 정말로 이 길을 선택하기를 잘했다고 만족해하기도 하고, 그때 좀 더 진지하게 고민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기도 한다. 주변에 진심어린 애정으로 상담해주는 멘토(Mentor)가 내게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모르긴 해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전혀 후회하지 않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지불하는 대가를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경우도…
"이야, 너희 집 되게 부자다." 처음 우리 집에 놀러온 친구의 일성이었습니다. 소위 말해'달동네'에 사는 친구였지요. 사실 그 친구를 데려온 것은 그때 보통의 가정집에서 막 들여놓기 시작했던 냉장고와 그 안에 가득 찬 각종 음료수를 슬쩍 과시하기 위함도 있었어요. 그런데 음료수 잔을 건네받으며 그가 감탄하고 있는 것은 하얀 냉장고가 아니라 전집류가 빼곡히 꽂힌 아버지의 책장이었습니다. 책이 가득 진열되어 있던 유리 책장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던 그 친구 모습이 수십 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기억에 선연합니다. 이삿짐을 정리하며 그 친구를 떠올린 것은 책 때문이었죠. 이삿짐센터 직원들 말로는 무엇보다 책 많은 집의 이사가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책 싸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무게도 엄청나니까요. 그동안 몇 차례 옮겨 다니며 많은 책들을 정리했건만 아직도 쉽게 이별할 수 없는 책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청춘의 손때가 그대로 묻어 있는 책들은 쉬이 떠나보내기 힘들어요. 그것은 마치 나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베어내는 아픔을 수반합니다. '월부'로 샀던 세계문학전집, 철학전집 들과'현대문학''뿌리 깊은 나무'등의 월간지도 미처 아직 보지 못한 부분들이 있
인사만 해도 이유 없이 울컥울컥 했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그분의 초라한 행색과 힘없는 어깨가 마음 아팠다. 본인 발보다 너무나 큰 슬리퍼를 신는 바람에 신발 끝에 매달려 가는 모습이 여전히 생각난다. 부산한 아침 출근시간에 그분은 아파트 입구에서 서성이거나 주변을 걷곤 하셨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피울만한 꽁초를 주우러 다니셨던 모양이다. 그분의 하루하루 다르게 축 쳐진 뒷모습에서 문득 아버지가 천천히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지켜봤던 심정으로 강제소환되는 기분은 무슨 연유일까. 간혹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촌로의 모습은 뭔가 들키고 싶지 않은 심정을 뱉어내고 있었다. 맑지 않은 충혈된 눈, 허리춤이 가슴까지 끌어올려 져 있던 큰 츄리닝, 사철 신으시던 삼색 슬리퍼, 뒷짐을 지고 있지만 여유는 없어보였다. 아들이나 며느리 때문일까· 아니면 혼자 사시나· 오지랖 덕분에 수 만 가지 염려가 되곤 했었다. 그런데 근래 뵐 수가 없다. 출퇴근하듯이 이른 시간 집에서 나와 아파트 주변을 서성이던 그분이 몇 달째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편치 않다. 서 너 달이 훅 넘은 시간이니 여행은 아니리라 걱정이 됐지만 어디서 사는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 할아버
'뿌리산업'은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최종 제품에 내재돼 시장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금형, 용접 등 '공정기술'을 활용해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공정산업을 말한다. 따라서 뿌리산업은 주력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하는 기반산업으로 자동차, 조선 등 제조과정에서 최종 제품의 성능 및 신뢰성을 결정하는 제조업 품질경쟁력의 핵심이다. 정부는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1년 7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12년 3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를 설립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뿌리산업의 진흥과 첨단화를 지원하고 있다. 뿌리산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지난 7월 16~21일 한국폴리텍대학 충주캠퍼스에서는 전국 용접 기능경기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생산기술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폴리텍대학 충주캠퍼스와 한국 용접 공업 협동조합이 공동 주관해 용접 산업을 활성화하고 국가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시됐다. 전국 90여 개의 기업체 및 학교에서 170여 명이 참가했으며 열띤 경쟁을 펼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충북일보] 낙하산 인사는 그동안 승자독식으로 진행돼 왔다. 역대 정권도 그랬고, 역대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그랬다. 코드 인사니 보은 인사니 해서 말도 많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이뤄져 왔다. 민선 7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좀 지났다. 지자체별로 그간 미뤄왔던 공공기관장 인선을 진행 하고 있다. 6·13지방선거 논공행상도 병행하고 있다. 청주시는 7일 공석 중인 시 산하 시설관리공단 차기 이사장에 장홍원(61) 전 청주시자원봉사센터장을 최종 발탁했다. 8일 장 전 센터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차기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10일부터 3년이다. 장 전 센터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범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 당연히 낙하산 인사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단이 처한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낙하산설을 꺼내기가 민망할 정도다. 오죽하면 퇴직 공무원 가운데 한 명도 후보자 신청을 하지 않았을 정도다. 장 전 센터장이 이사장에 취임하면 고생스럽게 처리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공단의 부실상태도 생각보다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낙하산 인사란 말보다 '전략적 인사'란 말이 더 자연스럽게 와 닿는
민주당 대표는 누가 될까· 충북이 여당 대표선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충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론 충청권 인사가 대표로 선출되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실제로 충북 출신 박범계 이인영 의원이 후보등록을 했을 때 은근히 자랑스러운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탈락하고 이해찬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등장하면서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왜냐하면 이해찬 의원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해찬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면 무엇보다 세종시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로서 행정수도를 탄생시킨 주역이니 남다른 철학과 애정도 있을 것이다. 이해찬 의원을 부를 때마다 따라다니는 형용사가 있다. 친노‧친문의 좌장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당내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경쟁 후보들이 문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아서 대통령이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하자 대통령과는 막역한 사이라고 자랑했을 정도다. 만약 민주당 대표가 된다면 세종시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시는 단순히 세종시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청주 대전 등 인
연일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도로도 폭염으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용틀임을 하는 듯하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창문을 꼭 닫고 출근길에 나선다. 3차 우회도로로 들어서서 창문을 내리니, 함초롬히 피어있는 한 무더기의 노란 꽃이 눈에 들어온다. 꽃잎을 오므리고 오밀조밀 모여있는 꽃들이 전해주는 옛사랑의 향기에 어느새 노래를 흥얼거린다.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 밝은 밤이 오면 홀로 피어~."달맞이꽃의 애달픈 노랫말이 맴맴 돌며,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짝사랑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 대상도 다양하겠지· 초등학교 때 개구쟁이 짝꿍.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멋쟁이 선생님. 시험기간 때마다 도서관 자리를 잡아주던 복학생 선배. 짝사랑에 대한 추억을 꼬깃꼬깃 마음 한 구석에 깊이 묻어두고 인생이 고달플 때마다 꺼내보는 맛!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얼마 전에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아빠와 함께하는 도서관 원정대 1박 2일"독서캠프가 있었다. 아빠와 손을 꼭 잡고 도서관을 들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설렘과 걱정이 묻어 있었다. 늘 엄마와 함께였던 집을 떠나, 아빠와 단둘이 있어야
"에어컨을 안 사려고요" 간결하고 단호했다. 난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스팔트가 녹아내리고 몇 분만 걸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이 여름에, 세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해로 기록되었다는 이 폭염에 에어컨 없이 지내겠단다. 난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하려고 했던 말을 잊어버렸다. 이 친구가 열사의 사막에서 오래 있다 보니 더위를 먹었거나, 한낮에 50도를 넘어서는 도시에서 살다보니 서울의 날씨를 우습게 여기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아니면 애들을 덜 사랑하거나, 가족을 골탕 먹이려고 권위적인 횡포를 휘두르는 못된 가장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역사상 가장 더웠다는 1994년 한 해에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3천명이 넘었다지만 그 때보다 더 뜨거운 올해는 30여명에 그쳤다. 그 이유가 에어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명 때문에 온난화가 진행되어 더워졌지만 그 문명의 이기로 더위도 극복하는 것이다. 그 문명의 혜택을 거부한 이 친구는 지난 몇 년간 중동의 두바이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었다. 아내와 아들 셋을 데리고 가서 살다가 작년에 귀국한 이 친구는 신입사원 시절 내 옆에서 업무를 익혔다. 나와 같이 일하면서 교회오빠로서 7년간 사귄 귀여운 서울 아가
[충북일보] 신문을 만든다. 기자들은 하루 종일 열정을 쏟는다. 퇴근 후 방송 뉴스를 본다. 실제 방송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서다. 방송사에 근무하는 후배기자가 있다. 후배는 신문을 보지 않는다. 과거 같으면 서로 '크로스 체크(Cross Check)'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필요한 부분만 확인한다. 지방은 물론 중앙의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중에서도 밑줄을 치며 기사를 읽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언론 종사자들의 비애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신문과 방송 뉴스는 지금 '쇼윈도(Show Window)' 수준으로 쇠퇴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문과 방송은 어떻게 생존할까. 기관과 기업 등 일부 집단을 위한 언론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지자체의 경우 스크랩을 통해 각 언론사 기사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확인한다. 방송 뉴스 역시 인터넷을 확인하는 게 고작이다. 국회의원실 직원들은 하루 종일 대형 포털사이트를 본다. 자신의 의원 이름을 검색해 관련기사를 확인하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데 그친다. 뉴스를 생산하는데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신문·방송 뉴스의 가치는 이
"야, 잡았냐?" "있다, 있어!" "에에, 개구리잖아" "어, 그거 참개구린데?" 아이들의 시선인 모인다. 여기서 마을선생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 마을 하천에 사는 개구리를 보면서 토종개구리와 외래종개구리, 토종개구리 멸종위기, 개구리가 없어지면 그것을 먹이로 하는 다른 동물들도 생존의 위협을 받고 물속 생태계가 위험해지면? 개울에 발 담그고 그 안에 작은 생명체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다는 것을 그 작은 생명들과 교감하며 알아가는 배움이 마을에서 시작되고 있다. 기존의 돌봄 시설이 아이들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마을학교 공모사업에 응모해 마을교사들이 함께하는 마을배움터가 됐다. 몇 해 전 귀농해서 연극하는 분들의 극장에서 마을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낭독회, 연극을 만든다.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의 특색을 십분 활용한 가족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우리 지역의 자원이 배움의 내용이 되고 방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신청하는 분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하며 '마을교사를 모집합니다'하고 공고를 냈더니 계속 문의 전화가 울린다. 학교에서 들어오는 마을교사 협력수업 신청서가 조금씩 쌓여간다
[충북일보] 대청호 녹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녹조 경보 발령까지 검토되고 있다. 더불어 수돗물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식수 걱정을 하며 '녹조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녹조류의 녹(綠)은 녹색을 의미한다. 조류(藻類)는 물속에 살면서 동화 색소를 가지고 독립 영양 생활을 하는 하등 식물을 말한다. 다시 말해 녹조류는 색소체가 다량의 엽록소를 가져 녹색을 띠는 조류를 말한다. 대청호 녹조는 대청댐 건설과 함께 계속 발생해왔다. 그런데 이번 여름엔 장기폭염의 영향으로 특히 심해졌다.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고 일조량이 많아지면 수중으로 영양분이 과다하게 공급된다. 이때 녹조류와 플랑크톤이 활발하게 증식한다. 녹조 현상은 인체에 크게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돗물도 안전하다는 게 수질분석기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직접 피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구토나 복통을 일으킬 수도 있어 조심하는 게 좋다. 녹조 현상이 심해지면 수중 생태계에 문제가 생긴다. 우선 물의 표면을 녹조가 뒤덮으면 수중으로 들어가는 햇빛이 차단된다. 산소가 추가로 유입되지 않으면 물의 용존산소량이 줄어들게 된다. 용존산소량이 줄면 수중생물들이 죽게…
미국이 대북제재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에 느슨한 틈이 보이자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북제재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둘 경우 북한의 비핵화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미국은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북제재를 풀 수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종전선언, 새로운 북미관계 설정,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다면 힘들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북교류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미국은 6·12 북·미 정상회담 후 첫 독자 대북제재를 지난 3일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11번째 대북 독자제재 대상의 추가 지정이었다. 리정원 러시아 소재 북한 관료, 중국 소재 법인인 단둥종성인더스트리 앤 트레이드, 러시아 금융기관인 아그로소유즈 상업은행, 북한 단체인 조선은금회사 등이다. 조밀하게 북한의 돈줄을 쬐는 것이다. 이 제재조치를 발표한 날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북미가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이 발표하는 것을 보면 대북 제재·압박 유지 의사를 북한에게 확실히 보여주고자 한 조치로 보
며칠 전 예쁜 표지의 시집 한 권을 우편으로 받았다. 시집 첫 장을 넘기노라니 고운 색 한지에 정성껏 쓴 몇 자의 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록의 계절, 늘 푸르른 글 창작 하세요'라는 덕담이 그것이다. 비록 몇 자 안되는 내용이지만 가슴을 흔드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한지를 예쁘게 오려 또박또박 써내려간 작가의 글씨에서 남다른 정성과 인품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런 책은 왠지 정겹다. 여태껏 누군가 내게 책을 보내오면 아무런 반응 없이 지냈다. 그러나 이 내용을 접하면서 또 다른 삶의 지혜를 깨달은 게 있다. 남의 귀한 저서를 받았을 때, "고맙다", "수고했다"라는 말 몇 마디로나마 보내 준 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그것이다. 예전보다 책이 흔하다. 하지만 책 한 권 발간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는 저자에게 책 받는 일을 마치 남성들이 담배 개피 얻어 피우는 인정쯤으로 대하곤 한다. 이는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다. 거저 얻은 책은 제대로 읽지 않아 집안에서 뒹굴다가 우스개 소리처럼 장롱 받침, 아님 냄비받침 대용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작가가 한 권의 서적을 발간하려면 그야말로 산고의 고통을 치루는 거나 진배없다.…
비오고 장마철이면 문득 생각나는 음식이 수제비이다. 여름철의 대표음식 수제비는 폭염에 이열치열(以熱治熱)로 우리니라만의 독특한 음식문화이자 웰빙의 역설이다. 지금에야 밀가루가 흔해서 밀 음식이 대접을 못 받지만 밀이 귀했던 옛날에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더위가 한풀 꺾이는 칠월칠석날에 밀국수와 밀전병 등 밀가루 음식을 해먹는 풍습이 있었다. 국수의 원형격인 수제비는 감자와 애호박 등을 숭숭 설어 넣고 엷은 호박잎을 다시 넣어 끓이다가 간을 맞춘 다음, 밀이나 메밀가루 등으로 미리해둔 익반죽을 애기 손보다 작게 뚝뚝 뜯어 넣고 한소끔 끓여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기도 하다. 해안식으로 바지락, 홍합 등을 넣어 뽀얀 국물을, 내륙식으로는 익반죽에 콩가루, 들깨가루를 같이 섞어 걸쭉한 모양의 수제비탕을 많이 먹는다. 경기와 강원도에서는 뜨데기, 뜨덕국으로 전남에서는 떠넌국, 띠연죽, 다부렁죽으로 경상도에는 수지비, 밀제비, 밀까리 장국으로 봉화에서는 벙으래기, 통영에서 '군둥집'이라 한다. 제주도에서는 '저배기'로 메일가루 등을 익반죽하여 멸치장국에 미역을 넣고 끓여낸 수제비이다. 북한에는 '뜨더국' 별칭으로 던지기탕이
[충북일보] 입추(立秋)에도 펄펄 끓는다. 숨을 쉬기조차 어렵다. 온열질환자가 수두룩하다. 호흡곤란 정도가 고산병 수준이다. 농축수산물 피해는 상상 초월이다. 28일 간의 폭염이 만든 부작용이다. *** 질서에 의해 생존 결정돼야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녹이고 있다. 장기폭염에 경제마저 녹아내리고 있다. 대중의 볼멘소리와 불만이 일반화 된지 오래다. 표현은 아주 거칠고 독설에 가깝다. 'IMF 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란 수사가 모든 걸 웅변한다.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확정·발표했다. 대중의 경제언어는 더욱 거칠어졌다. 40~50대 자영업자나 직장인들의 만남 분위기에서 쉽게 읽혀진다. 약속 장소에서 만나 안부를 묻는 것까지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그 다음부턴 아주 다르다. 최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대한 성토가 대부분이다. 이야기를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300인 이상 사업장의 기업 활동을 위축시켰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규모 사업장에 치명타를 입혔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했다. 물론 8천350원이 큰 액수는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8천850원)과 비슷하다.…
불이 나는 재앙, 또는 불로 인한 재난을 화재로 정의한다. 더 나아가 화재를 '사람의 의도에 반하거나 고의에 의해 발생하는 연소현상으로 소화시설 등을 사용해 소화할 필요가 있거나 또는 화학적 폭발현상'으로도 정의한다. 이렇듯 우리가 의도했건 의도 하지 않았건 우리에게 불필요하고 소화시설 등을 이용, 소화할 필요가 있는 현상이므로 화재 예방을 위해서 우리는 소방시설을 설치·유지·관리함으로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변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 것 같이 생각하지만 소방서에서 근무하다 보면 화재가 왜 이렇게 자주 일어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참고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4만 4천여 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로 인해 매년 1천856명이 부상을 당하고, 325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최근 전국 각지의 대형화재 발생을 목격하면서 더욱 화재 예방에 대한 경각심이 중요하다 느끼고 무엇보다 화재 예방을 위한 사전 대처가 전국민 필수 생활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문재인정부가 국민과 함께 만드는 '화재안전 백년대계' 수립차원에서 범정부적으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시행 중이다. 화재안전특별조사란 △화재위험요인을 조사해 위험요소를 발굴
[충북일보] 내년도 최저임금도 올해보다 10.9% 오른다. 2년 째 계속된 고율 인상이다. 여기저기서 소상공인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재고해달라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의 절박한 호소를 뿌리쳤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내년 최저임금을 고시(告示)했다. 올해보다 10.9% 올린 시간당 8천350원이다. 소상공인들은 즉각 집단 불복 운동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일 "가장 아픈 손가락이 영세 자영업자다.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하루 뒤 이들의 절규를 묵살했다. 자영업자 연합체인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는 오는 29일 총궐기대회를 예고했다. 정부는 곧바로 3조 원 일자리안정자금과 공정 가맹계약, 각종 수수료 개편 및 상가 임대차 보호 등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누구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본질이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도그마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국민들의 삶은 자꾸만 팍팍해지고 있다. 오르기만 하는 생활물가는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이 축소되면서 시설 전반에 무인주문기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에서 제일 먼저 나타났다.…
아버지가 급성폐렴으로 입원하신지 한 달이 지났다. 언제 퇴원을 할지 기약도 없다. 입원 하던 날, 조금만 더 늦었어도 큰일 났을 거라고 오래 전부터 아버지를 치료해 오신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큰일 났을 거'라는 의사선생님의 저 말씀이 무슨 뜻인가? 조금만 늦었어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거란 말로 들렸다.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었단 말인가. 아버지가 천식으로 고생을 하신지도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 평소에도 가끔씩 산소마스크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호흡장애를 겪곤 하셨다. 천식환자들은 걷는 걸 힘들어 한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올라 오래 걸을 수가 없다. 담배공장에 다니면서 사십년을 넘게 피워 오신 담배를 끊었는데도 증상에는 별다른 차도가 없다. 그래서였을까. 언제부턴가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먼 길 떠나는 일은 엄두도 못 내고 살았다. 올 해로 아버지가 팔순이 되셨다. 의미 있는 일을 해드리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하나. 남들 흔히 갔다 오는 해외는 고사하고 제주도 한번 못가보신 분 아니던가. 더 늦기 전에 아버지를 모시고 제주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출발전날, 아버지는 살아오신 세월을 가방에 담으며 조용히 여행을 준비하고 계셨다
같은 물을 마셔도 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 했던가. 같은 시대에 같은 하늘 아래 사는 데 생각의 깊이가 어쩌면 그렇게 다른지. 내가 작은 웅덩이라면 그는 깊은 우물이다. 내 생각의 물은 햇살만 조금 비춰도 바짝 말라버리는데, 그는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깊이를 가졌다. 며칠 전 동인들의 모임이 있었다. 모임이 다가오자 집 안팎을 청소했다. 나는 거실과 방을 청소하고 남편은 바깥을 정리했다. 구석구석 보이지 않던 생활의 때가 왜 그리 커다랗게 확대돼 보이는지. 싱크대를 닦고 나면 창틀의 먼지가 보이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나면 계단의 말라버린 발자국이 보였다.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이러다가는 청소하다 판이 날 것 같아서 변기 소독을 끝으로 실내 정리는 눈을 감기로 했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갔다. 한 여름의 열기가 훅 날아들어 몸을 감싸 안았다. 내가 발을 들이자 강아지랑 돼지도 내 뒤를 따른다. 강아지는 소나무 앞에 멈춰 서서 오줌을 누고 꿀꿀이는 화단으로 들어가 똥을 싼다. 마당으로 들어오면 어김없이 소변과 대변을 보는 그들이 기특하다. 동물들이 마당에서 실례를 하고 흙을 파고 노는 동안 나는 개울물 소리에게 인사하
미지의 땅에 대한 상상을 하며 앵커리지 공항에 내려섰다. 먼빛으로 보이는 치솟은 높은 산봉우리 마다 하얀 모자를 쓰고 있다. 그 산허리 마다 구름이 비단 마후라를 두른 듯 우아한 모습에 신비로움을 간직한 듯 보인다. 7월 중순인데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한 기온으로 공기가 매우 맑고 상큼하다. 한국의 17배 넓이의 땅에 공장 하나 없다니 신선하고 쾌적할 수밖에 없다. 모든 물자는 본토에서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임을 알겠다. 미세먼지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활짝 펴진다. 리틀 스위스라 일컫는 발대즈항을 향해 버스로 리처드슨하이웨이를 7시간을 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기슭은 온통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 야외 꽃밭을 이루고 있다. 툰드라지대로 오르다 보면 파란 하늘빛에 자작나무와 오엽송나무의 울창한 숲이 연이어 나타난다. 가끔 호수와 통나무로 지은 집이 드문드문 보여 동화 속에 나오는 풍경이다. 마치 한 폭의 서양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집을 사면 호수를 하나 덤으로 줄 정도로 크고 작은 호수가 약 3천500만 개가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창조주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정원인 듯싶다. 산위에서 흘러내리는 워딩턴빙하
1900년대 초반,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와 오리건 주를 필두로 전파된 주민발안제는 일종의 '무혈혁명'이었다. 상원의원 직접 선출, 예비선거 주민참여, 여성참정권, 주민소환제, 부패방지법 도입 등 당시로선 혁명적인 정책들이 주민발안을 통해 도입됐다. 1999년 우리나라도 주민이 지방의회에 조례의 제·개정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러한 역사적 흐름에 동참했다. 주민조례 청구는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학교급식 지원조례'나 청년의 권익증진과 지역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청년 기본조례'처럼 새로운 정책방향을 선도하였다. 영유아 보육지원, 작은 도서관 설치같이 주민 생활환경을 직접 바꾸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민발안제가 주민을 지역의 주인으로 만들어줬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밋빛 기대와 달리 주민발안제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주민발안을 성사시키기 위한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주민발안을 하려면 제한된 기간 내에 일정 수 이상 주민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수천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에 가까운 서명을 받아야 한다.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 주민
얼마 전 인문학 에세이 '낮 12시'를 출간하고 인터넷 관련 기사를 찾는 중에 충북대학교 수학교육과 학생이 블로그에 올린 독서평을 읽게 됐다. 에세이 '낮 12시'를 독서 텍스트로 삼아 깊이 사유한 흔적이 보였다. 독서록 후반부에 "낙타의 생존 방식도 긍정적으로 보면 안 되는가. 참 나를 확인할 방법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많다"는 감상평을 읽곤 수소문 끝에 이 학생이 충북대학교 창의융합 교육본부 의사 소통 교육센터에서 주관하는 '책으로 통하다' 독서 모임 팀임을 알아냈다. 독서 모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내 작품으로 한창 독서 토론 중이라고 했다. 독서 모임 팀원 중 생물학과 학생이 일찍 와 앞에 앉는다. 그리고는 '낮 12시'의 의미를 묻는다. 표면적으로는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하나 되는 일치의 시간을 말한다. 즉 물체와 그림자가 하나 되는 허상 없는 시간을 의미하고 이면적으로는 니체가 말한 실존의 시간을 의미하며 차라투스트라에서 언급한 자유와 창조적 주체로 살아가는 사자의 단계이며 어린이 단계라고 덧붙이니 두 눈이 반짝인다. 쉼 없는 대화가 이어질 때 다른 학생이 도착했다. 수의학 전공답게 "생물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본
[충북일보] 한반도 전체가 타들어 가고 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다. 기상 관측 이래 한낮 최고기온이 경신됐다. 강원도 홍천의 지난 1일 오후 최고기온은 41도였다. 전국 역대 최고치였다. 충북에선 이날 제천이 39.4도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번 폭염을 재난수준으로 관리한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런데 여전히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폭염대책이 재난 수준의 대책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염 위험을 알리는 재난문자마저 지각 발송되기도 했다. 올해 폭염은 재난 수준이다.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각종 기록들이 잘 증명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 강원도 홍천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17년 이후 가장 더웠다. 1942년 8월1일 대구의 낮 최고기온 40도보다 1도 높았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공식 관측소는 이날 오후 4시께 41도를 기록했다. 전국 공식관측소 기록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7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5.5일, 열대야 일수는 7.8일이었다. 온열환자도 급증했다. 인명·재산 피해도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금까지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는 29명이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고령의 농민이거나 노약자들이다. 가
"불볕더위가 이 같은데 많은 이들이 끙끙대는 모습을 생각하니 어떻게 밥맛이 달고 잠자리가 편할 수 있겠는가." 백성을 유난히 아꼈다는 애민군주(愛民君主) 정조는 1794년 한여름 삼복더위로 노역하는 백성들을 위해 척서단을 내렸다. 이는 정조가 수원 화성을 건립할 때 더위를 씻어주기 위해 정조가 개발을 지시한 환약이었다. 약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으로 인식됐던 시절, 수원 화성 공사에 참여한 이들의 사기와 자부심이 높아져 10년을 예상했던 공사기간은 2년 8개월로 단축됐다. 백성들의 고통을 입으로만 걱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해결책을 제시한 왕의 마음 씀씀이에 감화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처럼 기록적인 경신을 이어가는 폭염더위로 고생하는 이들 중에 하나가 야외에서 근무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 직원들이다. 고객과 약속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옷이 전부 땀 꽃으로 물들어버리는 것은 물론, 피로감이 누적돼 두통과 구토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지역본부장으로서 미안함과 고마움이 앞선다. 충북지역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근무시간을 조정하더라도 불볕더위를 피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