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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대표음식 '수제비'

대장경 속의 음식이야기

  • 웹출고시간2018.08.06 17:28:01
  • 최종수정2018.08.06 17:28:01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비오고 장마철이면 문득 생각나는 음식이 수제비이다. 여름철의 대표음식 수제비는 폭염에 이열치열(以熱治熱)로 우리니라만의 독특한 음식문화이자 웰빙의 역설이다. 지금에야 밀가루가 흔해서 밀 음식이 대접을 못 받지만 밀이 귀했던 옛날에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더위가 한풀 꺾이는 칠월칠석날에 밀국수와 밀전병 등 밀가루 음식을 해먹는 풍습이 있었다.

국수의 원형격인 수제비는 감자와 애호박 등을 숭숭 설어 넣고 엷은 호박잎을 다시 넣어 끓이다가 간을 맞춘 다음, 밀이나 메밀가루 등으로 미리해둔 익반죽을 애기 손보다 작게 뚝뚝 뜯어 넣고 한소끔 끓여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기도 하다.

해안식으로 바지락, 홍합 등을 넣어 뽀얀 국물을, 내륙식으로는 익반죽에 콩가루, 들깨가루를 같이 섞어 걸쭉한 모양의 수제비탕을 많이 먹는다. 경기와 강원도에서는 뜨데기, 뜨덕국으로 전남에서는 떠넌국, 띠연죽, 다부렁죽으로 경상도에는 수지비, 밀제비, 밀까리 장국으로 봉화에서는 벙으래기, 통영에서 '군둥집'이라 한다. 제주도에서는 '저배기'로 메일가루 등을 익반죽하여 멸치장국에 미역을 넣고 끓여낸 수제비이다. 북한에는 '뜨더국' 별칭으로 던지기탕이라 하는데 요리할 때 반죽을 손으로 뚝뚝 뜯어낸다고 하여 생긴 말이다. 황해도에는 '또덕제비'라 부르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르메니아의 캅카스 지방이 원산지로 추정되는 밀은 기원전 2,000년경 서역에서 중국으로 전래되고, 우리나라에도 B.C 200~100년경에 전래 식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한나라 때부터 먹기 시작한 수제비는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 중기부터 밀 음식과 같이 먹게 되었다. 비록 문헌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서긍의 '고려도경'등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또 고려 충렬왕 때의 소금, 술, 세국(稅麴) 등을 금지한 사실로 보더라도 귀한 음식이었으나 14세기 중엽부터 수제비가 대중화되었다.

한나라 말기에 유희가 지은 '석명'에는 밀가루로 만든 탕병(湯餠)을 기록하였지만, 수제비를 가리키는 '박탁'은 북위 말엽의 가사협이 쓴 농서 '제민요술'에 처음 나온다. 북송의 구양수는 '귀전록'에서 "당나라 사람들이 탕병을 불탁(不托)이라고 불렀는데 지금 사람들은 이것을 박탁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우리나라 문헌에는 조선 초기에 어의 전순의가 1459년에 편찬한 '산가요록'에는 나화(刺花), 수라화(水刺花) 등 수제비를 기록했다. 또 그는 '식료찬요'에서 "우엉가루로 박탁(수제비)을 만들어 된장국물에 넣고 삶아 먹는 곰국이 나온다."고 했다. 최세진은 1517년 '사성통해'에서 한글로 '슈저비'이라 표기했다. 1527년 '훈몽자회'에는 수제비의 옛말인 '나화'로 풀이하였다. 조선 중기의 노수신은 '정청일기'에서 밀가루 음식으로 여겨지는 시제비(是齊飛), 수제비(手齊飛) 또 구름과 닮았다고 해서 운두병(雲頭餠) 등으로 적었다. 오희문은 '쇄미록'에서 수제비(水劑非)로,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물고기가 뒤섞여 있다'고 하여 영롱발어(玲瓏撥魚), 산약발어(山藥撥魚) 그리고 산우박탁이라 적었고, '조선왕조실록'의 '선조실록'에는 불탁(弗托), 박탁으로 그리고 '정조실록'에 이르기까지 수제비를 불탁(不托)이라 기록했다.

옛날 만행하는 스님들이 다른 절로 가는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절(寺站)에서 공양 받던 낭화(浪花)는 익반죽해서 가마솥에 툭툭 던질 때 생기는 모양새가 물결치는 파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수제비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 모양이 구름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운두병'은 1924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다시 기록되었으나 "반죽을 손으로 떼어내어 먹는다."는 의미로 수접이라 부르다가 이후 순우리말로 수제비라 부르고 있다. 사대부 양반들의 고급 음식이었던 수제비는 그 이름에서나 음식으로 살아남아 전승되는 것은 쉽고 단순하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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