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반백 년을 훌쩍 넘기고야 내가 살던 섬마을 대청도를 찾았다. 바닷가에서 모래언덕과 솔숲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추억을 하나씩 캐내며 마냥 즐거웠다. 둘째 날은 섬 중앙에 우뚝 솟은 삼각산 등반길에 나섰다.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더 푸르러 하얀 백사장이 더욱더 하얗다. 깎아지른 기암괴석의 줄무늬는 또 얼마나 신비스러운지. 어디를 보나 잘 그린 한 폭의 수채화다. 아름다운 정취에 반해 마냥 행복하다가 길옆에 표지판을 보고 섬뜩해졌다. 여기는 지뢰가 묻혀 있는 곳이니 출입을 금지하라는 경고판이었다. 서해 5도는 물론 나라 전체를 휩쓸고 지나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피격사건이 상기돼 순간 온몸이 오싹했다. 밤마다 폭격기 소리에 불을 끄고 새까만 어둠 속에서 오돌오돌 떨던 어린 시절도 떠오른다. 선진포항에 내릴 때부터 서성이는 군인들을 만났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훈련하는 군인들도 종종 눈에 띄더니 이곳에는 아직도 주민과 맞먹는 수의 군인이 살고 있었다. 대청도는 백령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와 더불어 서해 5도라 부르며 특히 백령도와 대청도는 북한과 북방한계선(NLL)으로 마주하고 있어 북과 충돌이 잦은 국가 보안상 전략적 요충지다. 내가 살던 그
중국 황제라는 책에서 중국 역대 황제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B.C 221년 시 황제(진시황)가 등극한이래, 1911년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가 퇴위 당하고 공화국이 들어 설 때까지 통 틀어 157명이라고 기록했다. 그러나 즉위했어도 단명했거나 요나라와 금나라 그리고 남북조의 북부 몇 나라 등은 포함되지 않았으니 그들까지 모두 합치면 그보다 더 많다. 그 많은 황제들 가운데는 모조리라고 할 만큼 황자 또는 황족이거나 최고위 귀족 출신들이다. 단 2명만이 예외로 최하위 계급인 천민 신분이었다. 그들은 바로 한(韓)나라를 세운 한고조 유방과 명(明)나라의 시조 홍무제 주원장이다. 유방은 그나마 땅이 좀 있는 시골 농부의 아들이지만 주원장은 땅 한평도 없는 유랑하는 노동자 집안에서 1328년에 태어났다. 그는 6형제 중 막내인데 부모와 장남이 어느 해,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바람에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어린 주원장은 거지가 돼 걸식을 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황각사라는 절에까지 흘러들어가 머리 깍고 탁발승이 되고 처음 글을 배웠다. 21세기 때 쯤 이었다. 그 무렵 원(元)나라 통치에 저항하는 세력이 많아지고 황건적이 생겨 세상이 혼란스러운
[충북일보] 충북도가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에 도의원 재량사업비를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민들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부정적인 말들이 꼬리를 잇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다시 반대 투쟁에 나설 모양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그동안 도의회 재량사업비 폐지를 주장했다. 올해 들어서도 반대집회를 하고 반대성명을 내는 등 지속적인 반대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시민연대는 재량사업비를 단체장과 의회 간 은밀한 짬짜미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도의회의 행정부 감시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충북도는 올해 도의원 1인당 적게는 2천만 원에서 많게 1억 원 가까이 예산을 배정했다. 물론 예전의 3억 원씩 책정 때보단 크게 줄었다. 하지만 내년엔 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도의회는 지난 2014년 의정비 대폭 인상이라는 큰 토끼를 잡았다. 결국 재량사업비와 함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도의회는 당시 의정비를 인상하면 재량사업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해 12월 폐지를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6년과 2017년 특별조정교부금 등으로 재량사업비를 우회 편성하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성난 목소리와
주말 오후 초등학생 두 딸과 함께 세계무술공원 옆 국토종주 남한강 자전거길(목행 제방) 과 탄금호 순환 자전거길(5㎞) 구간을 두 시간에 걸쳐 라이딩했다. 시원한 강바람, 붉게 물들어가는 나뭇잎, 맑고 푸른 하늘을 노니는 흰 구름 등 오감으로 느껴지는 가을 정취를 온 몸으로 만끽했다. 두 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밖으로 나오길 잘 했다며 속으로 뿌듯해했다. 문득 5년 전 일이 생각났다. 그 당시 도로과에서 자전거업무를 담당했다. 2013년 하반기, 충주시는 2012년 4월 국토종주 자전거길 개통 이후 충주를 경유하는 '남한강 자전거길'과 '새재 자전거길'을 잇는 탄금호 순환 자전거길(40㎞)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팔당에서 출발해 양평을 거쳐 충주 탄금대까지 이어지는 약 140㎞의 길이다. 남한강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양서면 두물머리, 세미원, 옥천냉면마을, 양평 5일장 등과 연계한 친환경적 자전거길로 인기가 높다. 새재 자전거길은 한강 자전거길과 낙동강 자전거길을 연결하는 100㎞의 내륙 구간이다. 백두대간이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나누는 분수령이 되기에, 낙동강 수계로 들어서려면 백두대간을 넘어야 한다. 이 두 길을 연
[충북일보] 서기 600년대 중원을 호령했던 고구려. 26대 영양왕은 을지문덕 등 무장(武將)들을 앞세워 수 양제의 침략에 당당하게 맞섰다. 그 유명한 살수대첩(612년)은 동아시아 전쟁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27대 영류왕(고건무)은 형인 영양왕과 결이 달랐다. 수에 이어 중원을 평정한 당 태종과 불편한 동거를 자처했다. 당시 연개소문 등 강경파와 심각한 노선차이로 자주 충돌했다. 결국 신하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중원의 지배를 받는 빌미를 제공했다. 오송분기역 '사면초가' 최근 충북의 처지가 마치 고구려 영류왕 시절 같다.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신흥 세종시와 마치 고구려시대 중앙아시아를 차지했던 돌궐족의 좌충우돌과 같은 일부 호남 정치인들의 봉기(蜂起)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충북의 위정자들은 이 같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누란에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기 힘들 정도의 짜여진 각본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충북의 선출직들은 꿀먹은 벙어리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소위 '강호축' 어젠더를 제시하면서 강원과 충청, 호남을 잇는 큰 그림을 선점했다. 그런데도 강원과 호남은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단풍 임준빈 충북시인협회 사랑이란 조용히 물이 드는 것이다 봄의 시작과 여름의 정열을 고스란히 인정해주면서 뜨겁게 나누는 것이다 그대가 언젠가 떠나가듯이 자신도 버릴 채비를 하며 고요히 물드는 것이다 사랑은 누구나 갈망하듯 그러기 위해서는 아름다움도 눈부심도 헌신짝처럼 멀리멀리 보내고 추운 겨울도 가벼운 나신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섬나라로 갑자기 여행을 떠나게 되니 마음이 설렜다. 가장 깨끗한 나라로 알려졌고 동남아시아의 경제 강국으로 싱가포르 섬과 60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뤄져 있으며 약 580여만 명이 살고 있다. 국민의 약 3/4이 중국계이고, 말레이계·인도계가 나머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어·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가 공용어이다. 싱가포르는 면적이 721.5㎢로 서울의 1.2배 제주도의 40% 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국가이다. 1인당 GDP가 2018년 전망치 6만1천766달러로 세계 8위이며 매년 1천8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몰려드는 세계 관광산업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세계 3대 원유 거래 시장이면서 아시아의 대표적 금융 허브이자 세계 4위의 금융 중심지이다. 상하이에 이어 세계 2위의 컨테이너항을 가진 나라로 아시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인천공항은 여객터미널이 2개인데 비해 창이공항은 4개의 여객터미널과 9개의 화물터미널을 갖췄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행을 하면서 싱가포르는 자연 관광자원이 아니라 인공 자원, 사회적 자원, 산업적 자원, 위락자원을 육성해 관광객을 끌어 들인
시골 들녘은 언제나 평화롭다. 가을 끝자락에 접어든 요즘 들판엔 온통 황금 물결이 넘실댄다. 내가 서 있는 내 앞에 논은 문전옥답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우리 가족을 보살펴온 은혜로운 삶의 터전이다. 이 논의 오랜 주인이셨던 아버님은 돌아가셨지만 벼들은 결실의 이삭을 내밀면서 생명력이 넘친다. 올 가을에도 풍성한 결실을 가져다주겠다고 약속이나 하는 것처럼…. 난 어릴 적 봄이 돼 이 논에 못자리판이 만들어지고 영농철이 시작되면 너무 싫었다. 아버지가 데리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시키는 게 귀찮았기 때문이다. 농사지을 전답이 없는 이웃집 용선이는 노는데 나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철부지 시절 짜증이 났다. 힘들여 일을 하시면서도 쑥쑥 자라는 벼를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그땐 헤아리지 못했다. 농촌서 나고 자라면서도 벼가 수확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벼를 파종해서 흙과 물과 바람의 바탕아래 농부의 손길이 수없이 거쳐야 쌀이 된다는 것을 몰랐다. 여덟 팔(八)자가 맞붙어져 쌀 미(米)자가 된 이치를 맨몸으로 부딪힌 아버지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쌀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은 것은 고교시절
[충북일보] 라돈공포가 이어지고 있다. 라돈이 '위험한 동침자'로 지목되고 있다. 생활 속 피폭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그런데 별다른 대책이 없다. 공포는 갈수록 번져가고 있다. 과도한 피폭을 입을 경우 폐암 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라돈 공포를 일으켰다. 이후 다른 제품의 매트리스에서도 라돈과 토론(라돈-220)이 검출됐다. 최근에는 생리대에서도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라돈이 매트리스에서 검출되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나자이트 때문이다. 그런데 상당수 국내 매트리스 제조회사가 음이온 방출을 위해 이 가루를 재료로 쓰고 있다. 모나자이트는 우라늄과 토륨을 포함하고 있다. 이 물질이 붕괴되면 라돈과 토론을 방출한다. 위험성에 관한 의견은 학계와 업계마다 다르다. 반감기(특정 방사성물질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각각 3.8일, 55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토론은 인체에 흡수되기도 전에 사라져 특별히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라돈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토론보다 반감기가 길고 가장 흔한 생활 방사성물질이기 때문이다. 충북도내 라돈 검출 현
[충북일보] 로컬푸드(Local Food)가 성장일로다. 공급이 수요를 확대했다. 신선한 농산물 공급이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를 만족시켰다. 농산물 익일 배송 서비스까지 발전시켰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웃었다. *** 생산자와 소비자 함께 웃어야 며칠 전 청주 강내농협(조합장 조방형) 로컬푸드 직매장을 둘러봤다. 직매장 안에는 무와 고추, 버섯, 상추, 배추 등이 즐비했다. 모두 높은 신선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오후 시간인데도 적잖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강내농협 직매장은 지난해 6월 1일 문을 열었다. 지역 내 농협 가운데 가장 먼저였다. 개설 2년도 안 돼 소비자에게 소중한 먹거리 공급처로 변모했다. 지역농가의 판로 확보와 소득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 공급 덕이다. 강내농협 직매장은 37번 국도를 따라 가다 보면 있다. KTX오송역 가기 전 미호중학교 옆에 있다. 이용객은 하루 평균 천명을 넘는 듯하다. 매출은 개장 때보다 점점 늘고 있다. 올해 연 매출은 1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내농협 직매장 내 신선 농산물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생산농민들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녹록지 않은 땀
우리 집 장롱 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던 기록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가 된다면 어떨까? 우리 부모님 세대의 성실했던 삶을 알 수 있는 수입과 지출을 기록했던 알뜰 살림의 대명사 가계부, 하루하루 삶의 기록한 일기장, 나의 부모님께 쓴 감사 편지 등이 모여서 역사가 된다니.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사소한 일상의 기록이 모여 어떻게 삶이 변화가 됐는지, 시대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의 자료가 되기 때문에 우리의 기록은 곧 내일의 역사가 아닐까 한다. 올해 처음으로 청주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장롱 속의 기록을 찾습니다'를 주제로 개인·단체가 소장한 민간기록물 수집 사업을 약 2개월에 걸쳐 추진했다. 283점의 다소 적은 양의 기록이 수집됐지만 수집에 대한 보람과 즐거움이 있었다. "이런 것도 보관해 주나?"라며 기증자들 모두 같은 물음으로 개인의 기록을 행정기관(청주시)에서 보관해 준다니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 내 삶의 기록이 다른 사람에게도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했다. 보내온 기록물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의 우리 부모님, 할머니 세대의 가난하고 힘겨웠던 그때 그 시절의 감동 어린 이야
[충북일보] 21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가 끝내 무산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난 15일까지 설치돼야 했지만 안 됐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포함한 6개 비상설 특위 구성과 관련한 이견 때문이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국회의원 선거 1년6개월 전인 지난 15일부터 지역구 명칭과 구역이 확정돼 효력이 발생하는 날까지 선거구획정위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 5일까지였던 선거구획정위원 통보도 하지 못했다. 관련 사안을 논의할 정개특위조차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선거구는 선출직 공직자를 선출하기 위해 선거가 실시되는 지역단위다. 선거의 종류에 따라 나뉜다. 대통령선거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는 전국을 단위로 한다. 비례대표 시·도의원선거와 비례대표 시·군·구의원선거는 해당 시·도와 시·군·구를 단위로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선거는 해당 지자체의 관할구역을 단위로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선거와 지역구 지방의회의원선거는 행정구역을 기초로 정해진다. 국회의원선거구는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리적 여건·교통·생활문화권 등을 고려해 획정된다. 인구 기준은 선거일 15개월 전이 속하는 달의 말일이다. 하나의 시·군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어머님이 처녀 때 자주 갔던 창덕궁을 다시 보고 싶어 하시니 모시고 가잔다. 부대 지휘관인 집안 오빠의 눈에 들은 시골 총각을 소개받아 진천으로 시집 와서 어느덧 팔순 중반이라 다리 힘 더 빠지기 전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는 추억을 되짚고 싶으신 거였다. 후원 관람 예약이 11시 반이라 서둘러 출발했다. 가을 안개가 짙은 시골 길을 큰 아들인 내가 운전을 하고 둘째 아들, 딸 그리고 막내며느리가 같이 출발하는데 차안에서 먹을 요량으로 준비한 것을 보니 완전 소풍길이다. 아직 단풍이 들지는 않았어도 어머님이 기분 좋으실 때 내는 콧노래를 들으니 함께 하는 우리도 즐겁다. 오늘의 안전운전과 보람된 시간을 위해 다 같이 묵주기도를 올리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주차할 곳은 있으려나? 하는 옅은 불안감으로 창덕궁에 이르렀을 때 마침 딱 한자리가 있어 이동 거리가 짧아졌으니 역시 기도발 덕분인가. 돈화문으로 들어서서 궐내를 둘러본 뒤에 오늘의 목적지인 후원으로 접어들었다. 요행히 미세먼지도 없는 쾌청한 날에 많은 인파가 입구로 모여든다. 명색이 역사를 전공한 큰 아들이 있는데 가이드의 빠른 발걸음을 따라가기도 어려워 우리는 자유 관람이다.
창밖으로 가을이 서성인다. 둔덕의 갈대가 어찌나 예쁜지, 술 익는 마을이 있다면 그런 곳일까. 상강도 전에 가끔 서리가 내린다는 시월 스무날, 올가을도 하루 날 잡아 충주 가는 413번 버스에 올랐다. 오솔길에 접어든 버스가 노은을 지나 중앙탑까지 가을을 태우고 달린다. 언덕만 나오면 털털거리는 버스다. 잘 닦지도 않은 유리창 너머 풍경이 그림 같다. 길모퉁이 기와집은 이끼에 덮였다. 담장은 무너졌어도 넝쿨마다 늙은 호박이 예스럽다. 새둥지 같은 너새집과 잠깐만 걸어도 바짓단이 흠씬 젖을 듯 청량한 가을 물살. 연분홍 구절초는 바람에 시들시들 마르고 참억새꽃이 날린다. 애옥살이 지친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산골마을 풍경이다. 별장도 많은데 대문 삐걱대는 낡은 집이 더 친근하다. 물 마른 냇가에는 징검다리까지다. 꺼멓게 말라붙은 개흙 사이로 바싹 마른 가시연밥과 몇 모숨 갈대가 풍경보다 예쁘다. 수정같이 맑은 물 가운데 드문드문 박힌 돌섬까지 보였다. 마을 어귀 느티나무도 아름드리가 넘는다. 고샅길마다 감나무가 서 있다. 울먹이는 계절 뒤로 붉게 물든 가을이 함빡 달렸다. 길갓집 뒤란에는 콩단을 세워뒀다. 한 두 개씩 튀어나가면 막대기로 털어내겠지.
최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보며 분단의 아픔을 다시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뉴스나 인터넷에서 보는 사진만으로도 눈물이 맺힌다. 북한의 리경숙이 부른 '다시 만납시다'의 '통일아 오너라 불러 또한 몇 해였던가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란 노래 구절을 보며 국가와 국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 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번영의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국민의 나라가 바로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경제를 위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의 일환으로 청주시는 외식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 경영·창업컨설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외식업에 맞춤형 경영·창업컨설팅 지원을 통해 영업 자생력을 증강시키고 시민경제 안정과 지역 경제 활성화 도모에 노력하고 있다. 관내 창업 희망자 및 경영업소 100여 개소를 대상으로 집합교육과 1대1 맞춤형 멘토링을 통해 창업 관련 강의·정보 제공 및 분야별 컨설팅 지원, 전문 컨설턴트의 영업전략 심층 진단 및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준다. 이를 토대로 소비자의…
[충북일보] 음력 팔월 열엿새 날에 태어났으니 매년 추석 다음 날이 생일이다. 꼬투리 속 완두콩처럼 오 남매 중 막내로 크면서 변변한 생일상이나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 생일이라 봤자 전날 먹고 남은 탕국과 나물로 한 끼 때우면 그만이었다. 그런 내가 첫 생일 선물을 어찌 잊으랴. 추석이 지난 얼마 후였다. 코흘리개 때부터 단발머리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다녔던 친구들이 다 늦은 저녁에 나를 찾아왔다. 친구들은 생일 선물이라며 내게 흰 봉투를 내밀었다. 갑자기 찾아와 선물이라니, 뜬금없다. 오랫동안 붙어 다녔어도 우리는 서로의 생일을 챙겨준 적이 없었기에 더욱 의아했다. 불쑥 내미는 봉투를 얼떨결에 받으려다 말고 "근데, 이게 뭐야?" 흰 봉투와 생일 선물을 연결 짓기는 내 상상력이 적이 부족했다. "응, 수학여행비야." 어쭙잖게 자존심이라도 내세우며 선물을 내칠까 봐 친구들은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제야 봉투 속에든 게 돈이고, 그 돈은 생일 선물이자 수학여행경비라는 것이 한 줄로 이어졌다. 흰 봉투 안에는 친구들이 모은 사랑이, 나의 첫 생일 선물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데 눈물
도토리묵 최종진 충북시인협회 "묵 처 잡수세요." "에이 사람 점잖지 못하기는…." 옥신각신 시평(詩評)을 끝내고 골패묵으로 허기를 달랠 때면 가난한 우리 문우들은 곧잘 산사람이 되곤했지 티눈 박혀 절둑이던 아내가 극성이던 이웃과 천등산 기슭을 헤매이며 다람쥐 볼가심 할 꺼리만 남겨두고 몇 축째 주워 나른 너댓 말의 도토리 덕분에 혀끝에 감겨오는 이 알싸함을 우린 겨우내 음미할 수 있었지 밖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댓가지를 스쳐 가는 칼바람이 차웁기만 하면 이슥한 밤 홀로 되신 어머님의 한숨같이 차진 이 한 모의 묵 속에 어쩌면 잃어진 옛 고향이 쌉싸름히 묻어나는 걸까? "어이! 묵 처 먹고 가시지."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값어치 있는 물건은 썩거나 헐어도 본래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는 뜻이다. 지금 일본 경제는 나라 안팎으로 불황이 밀어닥치고 있지만 세계 경제를 주름잡으며 그야말로 잘 나가고 있다. 또 그 저력은 지금도 고스란히 발휘돼 일본을 떠받쳐주고 있는 든든한 주춧돌이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 경제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빠르고 가파르게 성장했다. 20세기 최고 성공한 나라로 손꼽혔다. 하지만 수출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기업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부동산 투자에 과욕을 부렸다가 거품이 빠지면서 일본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 경제 급성장에 위기 의식을 느낀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도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일본 경제는 무시무시한 힘을 갖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세계 경제의 주름을 잡을 만큼 성장한 데는 1868년 메이지 유신이 중대한 기폭제가 됐다. 서구 선진 문명을 받아들여 이를 사회 모든 분야에 적용하고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일본 국민 모두를 하나로 묶은 철학자의 사상이 무엇보다 주효했다. 이시다 바이간(1685년~1744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충북일보]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의 '코드인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정감사에서 코드인사로 교직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전희경(자유한국당·비례) 의원은 지난 17일 '2014년 김병우 충북교육감 인수위원회 명단과 구성원의 2018년 현재 직위' 비교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전교조 소속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영전, 승진, 특별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김병우 선거캠프 부대변인이자 당선인 인수위원이었던 민 모씨는 올 9월 1일자로 도교육청 별정직 6급으로 채용됐다. 인사는 조직관리에서 아주 중요하다. 인사원칙의 기본은 공정성과 적절성이다. 다시 말해 인사에선 언제나 능력 있는 인물의 공평한 중용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인사=만사'가 된다. 하지만 코드인사는 일단 공정성에서 멀어질 수 있다. 신세나 빚을 갚아야 할 대상이 발탁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드인사가 자주 오해를 받는 이유는 여기 있다. 자칫 불공평 인사로 '인사=망사'가 되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코드인사는 정치·이념 성향이나 사고 체계 따위가 같은 사람을 관리나 직원으로 임명하는 일이다. 그런 인사
그날, 주말이라 다니러온 손자를 데리고 놀이터로 나갔었다. 탕! 탕! 놀이터에선 서부활극이 벌어지고 있다. 사내아이들 서너 명이 개척시대 총잡이들이라도 된 양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장난감 총을 쏘아댄다. 미끄럼틀에 올라가거나 터널놀이기구 안에 숨어 쏠 때마다 오색 구슬총알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세돌 되는 손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형아들의 활극놀이가 신기한 듯 바라보던 아기가 쪼그리고 앉았다. 감색 반바지 노랑반팔셔츠를 입은 아기가 바닥에 떨어진 구슬총알들을 줍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쏟아지는 여름 햇살이 오목오목 우윳빛 팔뚝에 부딪힌다. 작은 단풍잎만한 손바닥에 알록달록 총알들이 너 대 알쯤 모아지면 종종걸음으로 가서 한 옆에 모아놓곤 다시 줍기를 반복했다. 연일 지속되는 고온과 습도로 아기 머리가 비를 맞은 것처럼 흠씬 젖었다.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내려와 눈을 찌르는지 볼록볼록 소시지 같은 팔뚝을 들어 눈가를 훔치곤 한다. "승훈아! 그만 줍고 집에 들어가서 씻을까?" 벤치에 앉아 바라보다 말했다. 그랬더니 "할머니, 이거 쓰레기통에 버려야 돼요. 친구들이 밟으면 미끄러져요." 하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런 감동
독일 루터교회의 목사이자 신학자였던 마르틴 니묄러(1892~1984)는 반공주의자로 처음에는 히틀러를 지지했다가 교회에 대한 간섭이 심해지고 국가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껴 반나치운동을 벌였다. 이로 인해 8년간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1945년 풀려났다. 당시 독일의 성직자 대부분은 나치의 위협에 굴복했다. 일제강점기 일부 교회가 '우상숭배'라는 절대 범해서는 안 되는 계명을 어기며 '신사참배' 행렬에 동참했던 것과 같다. 올 10월 한국교회일천만기도운동본부 주최로 130년 역사 중 가장 불행하고 처참한 사건으로 기억하는 '신사참배'를 회개하기 위해 광화문에서 기도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회개하는데 8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당시 마르틴 니묄러는 '그들이 처음 왔을 때'라는 시를 통해 시대의 아픔에 방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보여 줬다. 이 시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서 많은 사람에게 회자돼 침묵하는 시민을 광장으로 이끄는 데 큰 일조를 했다. 독립 운동가들이 가족을 떠나 풍찬노숙하며 타국에서 독립을 위해 노력할 때 누구는 세상과 쉽게 타협하고 안위를 쫓았다. '무정'의 작가로 유명한 이광
박람회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장으로 도시에 대한 인식전환과 남아있는 기념물로 인해 도시의 미관을 바꾸기도 한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만국박람회를 프랑스파리에서 개최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파리의 상징이 된 에펠탑이다. 당시 유럽의 중심도시였던 파리에는 많은 문화인들이 살고 있었고, 아름다운 건물도 즐비했다. 그런 곳에 철로 만든,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보다도 2배나 높은 철탑을 세워놨으니 파리의 문화인의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비판이 매우 심했다. 박람회가 끝난 뒤에 철거의 위험이 있었지만 철탑을 안테나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겨우 존속됐다. 에펠탑으로 유명했던 파리만국박람회는 대한제국이 참가한 마지막 국제행사였다. 1900년 공식개막식인 4월 14일부터 11월 22일까지 대한제국은 오랜 시간 참가했다. 이 박람회는 대한제국을 알리기 위한 행사였고, 파견 관리도 왕족으로 파견할 만큼 공들인 행사였다. 1897년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꾼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대한제국을 세계에 알릴필요가 있었다. 그 중요도를 감안해 당시 학부협판(현 법무부 차관)인 민영찬을 준비위원장과 파견대표로 임명했다. 학부협판
나뭇잎 강복영 충북시인협회 여름 내 녹색공화국의 푸른 깃발로 힘차게 나부끼더니 가을 되자 깃발을 접고 나그네를 따라 길을 나선다 그 길은 아주 멀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길이다 한 번 가면 영영 다시 오기 힘든 먼 길 이제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다 저들이 모두 점프대 앞에 가서 선다
나는 말하고 있습니다 송화 송재분 청주시인협회 아우성 몸짓으로 할 말이 너무 많아 소리 내지 못해 먼 산 보고 떨군 고개 기다리는 눈빛 멍석에 붙이고 젖은 비에 방망이만 두드린다 샛별 내려앉아 문 열리니 처졌던 어깨 어디 가고 으스대며 가슴 내밀어 보며 장기자랑 펼쳐지고 있다 수정에 비친 청소년 동심 미래의 기둥이라 의심치 말아주세요 멀리 뻗어 나가려 움츠리고 있답니다.
강정임 충북도 일자리정책과 주무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버스기사 근로시간이 지난 7월부터 68시간 이내로 제한되고, 단계적으로 52시간 이내로 제한받게 되면서 충북지역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그리고 농어촌버스의 노선버스 기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마침 지난 6월 고용노동부의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창출사업 추가 공모를 시행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이 공모사업은 지역의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취업까지 지원하는 일자리창출사업이다. 버스기사 부족문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대중교통 관련 담당부서를 찾아갔다. 관련부서에서는 그렇잖아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버스기사 부족문제에 대한 충북도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반가워했다. 다행히 공모신청은 협업행정으로 순조롭게 진행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충북 노선버스기사 양성과정' 일자리창출 사업비로 2억 원을 확보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인력양성 사업의 제일 어려운 점은 교육생 모집이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교육 신청자가 많았다. 1차 교육생 모집은 80명이 신청해 적성검사와 서류 및 면접심사를 통해 26명을 선발했고, 24명이 수료하자마자 현재 46%가 취업했으며 계속해서 수료생에 대한 취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