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입문한 지 12년 차인 지금,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공무원은 국민의 심복으로 모범을 보이고 청렴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전까지 청렴은 정치인들과 고위공무원들에게 해당하는 나와는 먼 단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청렴(淸廉)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의미하는데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평범한 우리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으로만 느껴졌다. 아마 대다수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공무원상은 어떠한 청탁이나 뇌물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을 다해 공무를 처리하는 청렴한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청렴의 정신을 잃지 않고 상기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듣고 스스로 청렴을 다짐하기 위해 서약서도 제출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2016년 9월부터 공직자의 금품 수수 및 부정청탁을 방지하기 위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공무원을 비롯한 국민의 청렴의식이 많이 향상되었으나, 여전히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해 공정한 직무수행이 저해되는 경우가 있어 작년 5월 19일부터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교육청, 국·공립학교 등 1만5천여 개 공공기관의…
국회의원 선거가 1년 3개월 남았다. 차기 총선에 뜻을 둔 정치인과 지망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민 여론의 흐름이다. 알 듯하면서도 잘 잡히지 않는 민심. 주류 민심에 올라타면 당선이고 그렇지 못하면 낙선이다. 대개의 총선은 정권 평가, 정당 평가, 후보자 경쟁력의 요소들이 상호 작용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 차기 총선은 정권 중간평가와 국회권력 평가가 충돌하는 성격으로 치러질 것이다. 집권 3년 차에 이르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국회를 장악한 야당에 대한 평가다. *** 정권 중간평가 VS 국회권력 평가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집권 2년 차인데 실제로는 1년이 안 된 시점이어서 추후 지지율에 변동성이 높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따라 긍정이나 부정 평가의 오르내림 여지가 많다. 이에 비해 국회는 여야 구분 없이 좋은 소릴 듣지 못하고 비판 일색이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이지만 소수당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며 다수당인 민주당 탓만 한다. 민주당은 다수당을 만들어 준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면서 국회를 좌지우지한다. 국민과 기업의 수준은 앞서 가는 데 삼류 정치가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은 오래됐건만 좀체 나아진다는 징후가 보이지
부침개 산수화 황혜경 충북시인협회 회원 고소한 들기름 반죽 한 국자 보름달 뜨고 도화지 된다 배추 고사리 쪽파 여백에 누워서 나무 바위 풍경 된다 한 바퀴 돌아 한 폭의 그림 된다 오손도손 이야기 꽃속에 부침개 풍경 나무 바위 살아 있는 산수화가 된다
[충북일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지 3년이 지났다. 공공병원들은 최전선에서 감염병과 전쟁을 치렀다. 'K-방역'의 성과를 내는데 큰 몫을 했다. 지역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했다.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을 메우는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늘 부족했다. 공공의료 확대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때마침 교육부가 보건복지부에 의대 정원 증원을 공식 요청했다. 충북의 치료가능 사망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치료가 시의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이뤄졌다면 살릴 수 있는 죽음이 가장 많았다는 얘기다. 치료가능 사망률은 병원이 멀거나, 의사가 없어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이다. 이런 사람들이 연간 2만2천여 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하루 62명꼴이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높았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2020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별 책임의료기관 의사 수, 책임공공병원 설치율, 치료가능 사망률 등을 분석한 '지역 의료격차 실태'를 공개했다. 충북은 인구 10만 명당 치료가능 사망률이 50.56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은 43.8명이었다. 충북 다음으로 인천 48.58명, 강원 48.14명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國權)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해다오." 이 말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후 뤼순감옥에 수감됐을 당시 동생에게 했던 유언이다. 하지만 순국하신 지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안 의사의 유해는 발굴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진행형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것으로는 작년에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김훈 작가의 '하얼빈'이 있다. 영화나 뮤지컬로 여러 번 개봉하기도 했다. 정전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도 '영웅'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충북북부보훈지청은 맹렬한 추위가 한 풀 꺾인 최근 재가복지대상 어르신들 70여 분을 모시고 이 영화를 관람했다. 재가보훈실무관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상영관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셨다. 비록 거동은 불편하셨지만 오랜만에 외출하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설렘이 가득한 듯 보였다. 함께하신 재가복지대상 어르신들은 대부분 6·25전쟁에 참전하신 유공자분이다. 거동이 불편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족으로부터 적절한 수발을 받지 못하는 분들로서 재가복지서
어린왕자가 사는 작은 행성, B-612에서는 의자를 조금만 움직여 앉으면 노을을 볼 수 있다. 너무 슬플 때면 해지는 걸 바라보던 어린왕자는 어느 날 마흔네 번이나 노을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마흔네 번이나 노을을 보고 싶은 하루는 얼마나 쓸쓸했을까. 그럼에도, 그럴 때마다 위로를 주는 무엇이 있다는 건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린왕자는 "해가 지는 것을 보려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해가 지는 쪽까지 가야해"라고 지구인에게 조언한다. 그러나 사소하고 반복되는 일상과 잦은 날씨의 변화 안에서 서쪽으로 몸을 향하고, 해가 지는 걸 오래 응시하는 일은 별거 없어 보이지만 동시에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 포르투(Porto), 나의 선셋 포인트 유럽의 도시들이 그렇지만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포르투의 노을은 특히 아름답다. 도우루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은 히베이라 그란드(Ribeira Grande) 역사지구, 남쪽은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역이다. 도우루강을 따라 산책로와 노천식당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삐죽하게 솟은 건축물 없이, 주홍색 계통의 경사지붕들과 성당의 첨탑이 언덕을 채운다. 골목길 곳곳에 와이너리가 숨어
2023년이 밝았다. 새해가 되면 늘 그렇듯이 좋은 일이 많기를 바라는 희망과 기대를 품게 된다. 그렇지만 작년에 이어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해결하거나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은 여전히 쌓여있는 것 같다. 고통이나 위기가 없는 삶이 있을까? 물론, 고통의 크기가 제각각이고, 우리가 애쓰고 노력하면 없앨 수 있는 고통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고통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무서운 질병처럼 평생 겪지 않기를 바라는 일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자연재해나 범죄 같은 큰 사건이나 사고에 노출되기도 한다. 살아있는 한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보통 삶의 위기나 외상 경험에 맞닥뜨리게 되면, 상당 기간 강렬한 불안이나 우울, 분노와 죄책감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자신과 주변에 대한 관점이 부정적으로 변화되면서 고립된 생활에 갇혀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심각한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감당하지 못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새해가 밝았다. 뉴 밀레니엄이 시작되고 벌써 2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새해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특히 어려움 속에서 분주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서민들의 삶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들이 좀 더 진실해지길 바란다. 사슴(鹿)을 말(馬)이라 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숙맥으로 인식되는 세상에서 진실을 찾을 수 있겠는가. 세상의 진리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우격다짐으로 결정되는 것은 없다. 지난 한 해는 코로나 팬데믹에서 다소 여유를 찾는 다행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새 정부를 맞는 기회가 있었다. 그렇지만 핼러윈 참사로 사회가 혼란하고 위축된 경기 침체로 국민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국민들은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숙맥으로 치부되었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치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허탈하였다. 대학 교수들이 2022년을 평가하는 사자성어를 과이불개(過而不改)로 정의하였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니 한국 사회의 사회적 환경이 어떤 수준인지 여실히 표현하고 있다. 세상의 일에는 무게가 있다. 등 위의 짐도 무겁겠지만 마음의 짐도 그에 못지않게 무거운 것이다. 등 위의 짐은 팔 다리를 아프게 하지만
1961년 3월 11일 예루살렘 지방법원에서는 세기의 재판이 열렸다. 유태인들을 게토에서 수용소로 강제 이주시켜, 600만 명에 이르는 유태인들을 가스실에서 죽게 만드는데 적극적인 기여를 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전범재판이었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뉴유커(The New Yorker)'지로부터 재판참관 위탁을 받아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히만이 잔인한 심성을 가진 악마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한 가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두려운 교훈을 남겼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이와 같은 끔찍한 행동을 한 치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수행할 수 있었던 근본적 원인은 "비판적 사유의 부재"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말미에 비판적 사유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아이히만과 같은 악마가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경고를 하였다. 비판적 사유가 중지된 사회는 단선적 가치를 지향한다. 우리는 오랜 봉건 왕조시대, 일제 강점기, 그리고 최근 군부 독재시대를 겪으면서 오직 하나의 시선만을 바라보도록 강요받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긍정의 잎 정진헌 건국대 교수 충북시인협회 이사 나는 할 수 있다 긍정의 메시지를 간절하게 외치던 어느 선수의 믿음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그가 완성한 긍정의 힘에 우리는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리지 않았던가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난 긍정의 잎이 언젠가 힘들고 지칠 때 잠시 쉬어갈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가슴에서 자라나고 있음을 우리는 기억하자 새벽 찬 서리에 조용히도 생을 마감한 개망초 늦가을 햇살까지 사랑하며 진한 향기를 남겼기에 바람도 꺾지 못한 것이다
[충북일보] 정부가 지방대 지원 계획 수립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키로 했다. 지자체 주도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2025년까지 모두 지자체로 이양·위임키로 했다. 지방대학과 지역이 선순환 발전생태계를 구축토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올해 5개 시·도 내외에서 시범 추진키로 했다. 충북도내 대학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소멸 위기의 지방대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Education)' 시범사업에 충북이 선정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영환 지사는 이미 충북에서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정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범사업 공모는 이달 말이나 2월 초 진행예정이다. 충북도는 교육부 관련 지침이 나오는 대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응모키로 했다. 공모에 선정되면 충북에 546억 원 정도의 특별회계 예산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도는 이 예산으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IS) '선도대학 육성사업'(링크3.0)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하이브사업) '평생교육체제 지원사
[충북일보] 22대 충북대 총장선거가 하루 앞이다. 유권자 투표만 남았다. 유권자들은 총장 후보의 공약과 후보의 면면을 잘 살펴야 한다. 그래야 시대가 원하는 대학 일꾼을 골라낼 수 있다. *** 냉정한 선택으로 뽑아야 충북대 총장선거가 다가왔다. 하루 전까지도 선거열기가 후끈하다. 후보마다 고군분투 중이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5명의 후보가 나섰다. 국제경영학과 임달호(57) 교수, 행정학과 이재은(56) 교수, 전기공학부 고창섭(59)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김수갑(61) 교수, 약학대학 홍진태(61) 교수 등이다. 투표일은 18일이다. 투표 방식은 온라인(PC·스마트폰)투표시스템이다. 1차, 결선, 추가결선 방식으로 진행된다. 충북대는 지금 대내외적으로 위기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총장의 역할이 부각된다. 총장리더십의 중요성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잘 뽑아야 한다. 충북대 총장선거는 대학의 운명을 가를 총장을 뽑는 선거다. 후보들 중엔 이미 크고 작은 성과를 낸 분들도 여럿이다. 충북대 구성원 유권자들이 지혜롭게 선택해야 한다. 하루 남았다. 포기해
지난해 마지막 날, 이런 결심을 했다. 2023년에는 침실의 일을 바꿔보자. 대단한 일은 아니고, 침실에서의 습관 하나를 바꿔보자는 다짐이었다. 자려고 불 끄고 누워서 스마트폰 들여다보지 않기. 아침에 눈 떠 머리맡에 놓은 스마트폰을 더듬거리며 찾지 말기. 이런 결심도 사실은 많이 망설였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십수 년간을 내 몸에 밀착해 있는 스마트폰과 침실에서만이라도 결별할 것을 생각하니 두렵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제2의 뇌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 자리에서 무릎을 칠 만큼 그 말에 공감했다. 스마트폰 덕분에 메모지를 챙겨 다닐 일이 줄었다. 떠오른 단상들은 걸어가면서 즉석에서 녹음해둘 수도 있었다. 그뿐인가? 필요한 정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알다시피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 세계 모든 정보에 즉각 접속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전지전능한 기능을 두고 내 손안의 하나님이라고 추종하는 친구도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스마트폰.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만나는 동안 내 감정, 내 생각, 내 판단 같은 것들이 사라졌다. 뒤늦게 나는…
학계 혹은 상아탑 근처에서나 회자되던 용어, '표절'이라는 단어가 몇 년째 온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논문을 쓸 때, 남의 글을 인용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단원이나 문장을 빌려 쓰되 분명히 주석으로 출처나 작자의 이름을 명기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라의 주춧돌인 위정자들이 시비곡직(是非曲直)하지 못한 일을 내가 무슨 역전의 용사라고 양심선언을 하랴. 할까 말까 두마음이 교차하기를 수십 번 했다. 굳이 핑계를 댄다면 한문단도 아니고 짧은 문장 세 줄에 주석을 단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고, 솔직한 심정은 그냥 내 글인척 하고 싶었다. 이제껏 아무 일 없이 지나 왔듯이 말하지 않고 덮어두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표절'이란 단어는 나와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다. 짧은 세 줄의 글이 내 눈에 뜨인 것은 30년도 더 된 일이다. 여행지 숙소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직전의 너덜너덜한 신문지 한 조각에 불과했다. 신문의 도드라진 면에 실린 글도 아니고 귀퉁이는 이미 찢어져 나가 글쓴이의 이름도 없었다. 그런데 세 줄의 글은 마치 나의 몸 구석구석을 훑고 나온 내시경처럼 너무도 표현이 적절하여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주
커피에 인위적으로 향을 입히거나 맛을 스며들게 한 가향커피(flavored coffee)의 불편함은 가향담배에 비유할 수 있다. 커피가 당초 가지지 못했거나 오래 묵어 사라진 향미를 억지로 좋은 것처럼 꾸미는 행위는 정당성을 설명하려 할수록 궁색해질 뿐이다. 가향커피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기원전부터 커피를 먹었다고 하는 에티오피아 부족은 돌처럼 딱딱한 커피체리를 동물 기름을 섞어 끓이면서 향과 감칠맛, 질감을 살려냈다. 여기에서 칼로리와 영양섭취는 덤이었다. 기원후 7세기 이슬람이 창시되면서 커피 음용법은 전환점을 맞았다. 산지에서 홍해를 건너 멀리 운송해야 했고, 13~14세기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남부에서 커피를 재배한 뒤에도 레반트 지역, 이베리아반도, 페르시아까지 옮기고 보관 과정에서 품질 저하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초기 무슬림에게 커피 맛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특히 코란을 밤새워 암송함으로써 신을 직접 만나고자 했던 신비주의 수피교도들에게 커피는 금욕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신앙의 도구였다. 이런 배경에서 커피를 최대한 곱게 갈아 여러 차례 끓여 내며 성분을 농축하는 제즈베가 탄생했다. 입자가 작을수록 향미 성분이 쉽게 손실돼
길을 걷다 보면 주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이 굉장히 많고, 작은 담배꽁초는 몇 걸음만 걸어도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버려져 있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데, 이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최근 MZ 세대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환경 정화 활동이자 봉사활동이 있는데 이른바 '줍깅'이다. 생소하지만 '플로깅'이라는 단어를 뉴스나 SNS 통해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스웨덴어로 줍다(plocka up)와 영어단어인 달리기(jogging)를 합친 단어가 '플로깅(plogging)'인데, 걷거나 뛰는 등 운동을 하면서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를 줍는 조깅'으로 '줍깅'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SNS에서 해시태그 플로깅, 줍깅을 검색하면 10만 개가 넘는 게시물을 볼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줍깅 인증샷을 볼 수 있다. 코로나가 심화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어 사람들의 외부 활동도 늘고 있다. 야외 활동을 즐기는…
춘분 표명숙 충북시인협회 회원 화살나무 새순 뾰족이 내미는 화살촉은 봄 하늘에 박히고 홑잎나물 데쳐서 먹으면 봄이 입속에서 춤추지요 회양목 노란 꽃 옹기종기 앉아서 세 방 나눈 초록 도자기 빚어 빛나는 까만 씨앗을 담고 산수유 샛노란 꽃구름 길을 걷고 물오른 순백의 청매화 춘분을 당겨요
편지 정남 충북시인협회 회원 사랑하는 사람은 참 좋겠어요 언제나 당신 그리워하는 사람 있으니 얼마나 많이 행복해할지 생각만 해도 덩달아 행복해져요 거리에 수많은 사람 많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당신을 변함없이 좋아해 주는 사람 있으니 당신은 정말 참 좋겠어요
섣달 초순에 축협에 갔더니 새 달력을 주었다. 벌써 새해 달력이 나온 것을 보니 또 한 해가 화살같이 지나갔음을 실감했다. 세월의 빠름은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은 헛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해를 보낸다는 것은 나이를 한 살 더 보탠다는 뜻일 게다. 해가 지나 갈수록 왠지 모르게 허무함을 느끼고 마음이 착잡해진다. 새해라는 단어에 민감해지는 것은 보면 나이 탓인가 보다. 철없던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세월 가기를 고대했었다. 나이를 먹고 보니 가정 생활과 직장 생활을 하느라 책임감을 떨쳐내지 못해 힘들고 고달프게 살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이 좋았다고 스스로 위로를 해 본다. 점점 나이 들어가면서 세월이 멈췄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것은 인간이 바라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중국의 진시왕도 영원히 살기 위해 불로초를 구해 먹으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나이는 먹어도 늙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정부에서 6월부터 만 나이로 통일한다는 반가운 뉴스다. 출생일 기준 0살부터 시작해서 1년이 지날 때마다 1살씩 증가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한 살 아니면 두 살이 줄
새해 벽두 충청권의 최대 화두는 연대와 협력 관계를 어떻게 공고히 유지해 나갈 것이냐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사전적인 의미로 연대(連帶)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 협력(協力)은 힘을 합하여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그 어느 때보다 충청권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부터 들려온 '2027 하계 세계대학 경기대회 충청권 공동 유치'의 낭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4개 시도지사와 국토부장관간의 행정협의회가 이루어진 충북도청에서 KTX 세종역 필요성을 역설한 세종시장의 일성에 새해 벽두부터 연대와 협력에 찬물을 끼얹는 등 불협화음이 점입가경 양상이다. 잊을만하면 돌출되는 충청권의 화합을 저해하는 KTX 세종역 설치에 대한 논란은 충청 메가시티 구축을 위해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충북인들은 진의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대 정부에서부터 충청권은 위태로운 동행을 해 왔다. 충남으로부터 대전, 세종이 분가해 나와 그들은 한 뿌리라고 주장한다. 충청이 충주와 청주를 총칭하는 약어임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의 3개 시도는 같은 뿌리라는 이유로 상황에 따라 필요에 의해 충북을 전략적…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정과 반칙 없이 깨끗함을 지키며 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주변의 기사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부정부패가 만연한 것도 지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부패하지 않고 청렴을 지키며 살아온 분들이 계시고 이러한 마음으로 청렴 결백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다시 한번 청렴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주인공인 충무공 이순신의 여러 가지 청렴 일화 중 우리에게 귀감이 될만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유명한 일화가 있으니, 이순신 장군과 오동나무 이야기는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발포만호로 재임할 당시 상관이었던 전라 좌수사가 거문고를 만들기 위해 오동나무를 베어가려고 하자 저 관사 오동나무는 관청의 재물로 누구도 함부로 베어갈 수 없다고 거부했고 이 일로 이순신 장군은 상관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 결국에는 1년 만에 파직을 당하고 마는데 이 사례는 국가의 재산을 소중하게 여기고, 또 지키려고 한 소신과 이순신 장군의 청렴 강직했던 성품이 드러나는 하나의 일화이다. 이 밖에도 이순
아이가 미술 학원에 다니며 종종 완성작을 들고 온다. 어린 시절의 미술 교육은 단지 표현 기법에만 국한되지 않고 소근육의 발달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하루는 아이가 사계절에 관련된 그림을 그려왔다. 아직 미숙하지만, 스스로가 생각하는 계절의 느낌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봄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고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무 아래에 커다란 벌집이 그려진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여름에는 해변의 모래와 바다를 그렸으며 겨울의 모습은 크리스마스트리와 눈사람이 있는 설경을 묘사했다. 반면, 가을을 표현한 모습은 풍경적 요소가 아닌 추석의 차례상을 그려놓았다. 가을이라는 의미 부여를 하고 인상 깊었던 추석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때로는 아이가 어른들의 평범한 생각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정돈되지 않은 특별한 발상과 자유로움이 무척 귀여웠다. 역시나 물어보니 가을의 대표적인 명절인 추석이 생각났고 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나고 차례를 지냈던 즐거웠던 기억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림에서 나무로 된 차례상 위, 지방에 추석이라고 적혀있었으며 양옆으로 촛불이 자세히 그려져 있었다. 제기에는 떡과 과일 등 차례에 올려진…
지난해 12월 초쯤으로 기억되는 어느 날 오랫동안 사회복지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연대해 오고 있는 사회복지사 아우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에 대한 나의 호칭은 늘 박사였기에 그날도 여일처럼 "O 박사 어쩐 일이신가?"라고 반가움을 듬뿍 담아 안부를 물었다. 그는 온기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형님! 별일 없으시지요?"라고 살가운 인사를 전한다. 이렇게 시작된 일상적인 통화 내용은 그리 길지 않는 시점에 일상적이지 않는 어쩐 일이 되어 나의 귓전을 울렸다. 결론인즉 일간 신문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새해 오피니언 칼럼진으로 나를 추천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세월 30년 넘게 사회복지현장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사연으로 여러 신문사의 칼럼진 참여를 권유받았으나 일상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솜씨가 미천하여 늘 정중하게 사양해 오던 일인데 순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런 나의 거절의 성향을 누구보다는 잘 알고 있던 아우님은 조만간에 신문사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며 추천한 자기 입장을 보아서라도 거절하면 안 된다고 미리 선수를 치면서 그 어떤 핑계와 이유도 통하지 않을 빼박의 길로 나를 몰고 있었다. 이쯤 되면 항복하는 것이 맞다 싶었다 "
[충북일보] 충북의 최근 핵심 키워드는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부의장(청주 상당)이 대표 발의했다. 지역사회는 즉각적인 환영과 함께 큰 기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들의 반응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 법안에는 그동안 각종 불이익을 받아온 충북과 중부내륙지역의 권리를 회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모두 26개 조항으로 돼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환경부장관은 이 지역 자연환경의 지속가능한 이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국무총리 소속 중부내륙연계발전지원위원회도 설치해 중부내륙연계발전지구를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을 보조하거나 융자 또는 알선하고 각종 부담금도 감면할 수 있다. 연도별 사업 계획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된다. 환경오염 방지 시설 설치로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충북 정치권의 연내 입법 의지는 강하다. 하지만 국회 내 지역구 의원들의 기류는 긍정적이지 않다. 특혜성 소지가 있는 법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
[충북일보] 충북에서도 지방자치단체조합 설립 논의가 본격화된다. 충북혁신도시의 이원화된 행정체계를 통합하기 위해서다. 지방자치법 176조는 '2개 이상 자치단체가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조합(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송기섭 진천군수가 김영환 충북도지사에게 충북혁신도시 지방자치단체조합(충북혁신도시조합) 설립을 건의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20일에는 조병옥 음성군수가 혁신도시 행정체계 이원화 해법으로 지방자치단체조합 설립을 제안했다. 조 군수는 민선 8기 100대 공약(혁신도시 행정·문화·교육 등 공유사업 확대-행정체계 일원화)에 포함했다. 충북혁신도시는 진천군과 음성군 경계인 덕산읍(진천)과 맹동면(음성)에 걸쳐 있다. 양군은 그동안 각종 행정서비스 단일화와 공유사업 확대에 힘썼다. 시내버스 요금·종량제 봉투가격·주민세·상수도 요금 단일화, 혁신도시 내 택시공동사업구역 지정, 지역화폐 통합 운영, 국립소방병원 공동 유치 등이 대표적이다. 지자체 간 협력 뉴딜사업(공유평생학습관) 선정과 AI영재고 설립 공동 협력, 맹동혁신 국민체육센터 이용 요금 등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충북일보] 충북도내에 많은 가을비가 내리면서 괴산댐이 수문 전부를 열고 수위 조절에 나섰다. 21일 한국수력원자력 한강수력본부는 이날 오전 현재 괴산댐 7개 수문 전부를 개방해 초당 800t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댐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이미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부터 수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면서 "괴산댐 유역인 청주·보은·괴산지역에 이날 오후 7시까지 최대 100㎜가량의 비가 더 쏟아질 것이란 기상특보에 따라 하류지역 주민들이 안전할 때까지 수문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문 개방에 앞서 괴산호를 운행하는 유람선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조처했다. 이번 수문 개방은 '댐운영 개선방안'에 따른 '선제적 조처'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7월 위험상황이 닥치면 괴산댐 수문을 모두 열고, 비상점검터널까지 개방하는 내용의 댐운영 개선안을 밝힌 바 있다. 1년 전 발생한 댐 월류(越流)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괴산댐 수문 하나의 크기는 너비 8m, 높이 7m다. 괴산 / 주진석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차량을 들이받은 뒤 카페로 돌진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상당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60대)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밤 9시 30분께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카페로 돌진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이날 A씨는 용암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 3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후 사고 현장을 이탈한 A씨는 약 1㎞ 운전하다가 차량 4대를 추가로 들이받고 인근 카페로 돌진한 뒤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카페 출입문과 가구 등이 파손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경찰이 음주 측정을 진행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1%로 면허 취소 기준(0.08%)을 훨씬 넘은 만취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에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임성민기자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