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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9.19 14:26:50
  • 최종수정2024.09.19 14:26:50

송용섭

농업미래학자 교육학박사

지난달 일본이 때아닌 쌀 사재기로 쌀 품귀 현상을 겪었다. 폭염으로 지난해 니가타현, 아키타현 등 쌀 주산지의 수확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역대 최대 규모와 자국민의 외식 증가로 쌀 수요가 늘어났고, 최근 난카이 해곡 대지진 경고에 따라 소비자의 비축 심리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93~1994년 냉해로 쌀 가격이 폭등했던 '헤이세이(平成) 쌀 대란'에 이어 올해 쌀 사재기를 '레이와(令和) 쌀 소동'이라 칭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민간 쌀 재고량이 6월 말 기준 156만t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닛케이 POS 데이터에 따르면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전국에서 판매된 햅쌀 가격이 전년 대비 50~8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쌀 부족 현상은 2018년 폐지했지만 일본 정부가 50년 넘게 추진한 감반정책(減反政策)으로 쌀 생산량을 줄여왔고, 현재도 타 작물로 전환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농가 고령화와 함께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일본 주요 언론들은 취약한 식량안보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요즘 수확기를 앞두고 농협의 재고 물량이 급증하면서 쌀가격이 지속 하락하여 통계청이 발표한 8월 25일 기준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80㎏들이 한 가마당 17만6천628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이후 내림세가 지속되어 정부의 쌀가격 20만 원 지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GS&J 인스티튜트에서 지난달 27일 발표한 쌀가격 동향 자료에 의하면 산지 쌀값의 계속된 하락으로 인해 역계절진폭(작년 10~12월 수확기 평균 가격 대비 올해 가격의 하락률)도 지난 1월 5일 -3.0%에서 지난 8월 15일 -12.4%로 크게 확대되었다.

반면에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는 56.4㎏으로, 1993년 110.2㎏의 절반으로 감소했고, 올해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어 쌀 공급과잉으로 인한 쌀값 하락이 관측되면서 농가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2만㏊, 10만t)하여 사료용 등으로 처분하되 최종 생산량에 따라 추가 격리하고 중장기 대책으로 재배면적 신고제와 지역별 감축 면적 할당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농업계는 쌀값 20만 원 보장 약속 이행 의지 표명이 없을 뿐 아니라 이번 조치로 쌀 시장이 안정되고 농가소득을 담보할 만큼 쌀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쌀 사재기는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준 사례로 쌀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교훈을 안겨줬다. 자연재해와 국제 정세의 변화 등으로 우리나라도 쌀 수요가 크게 변동할 수 있으므로 쌀 생산 유지와 함께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을 위한 지속 가능한 쌀 농정 추진이 필요하다.

올해 쌀값 폭락을 멈추지 못한 요인 중의 하나로 전문가들은 쌀 수급 정책의 기초자료인 쌀 생산량과 소비량 관측의 오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양곡 정책 수립 시 농촌진흥청의 작황 조사와 통계청의 쌀 생산량, 소비량 등을 참고하는데 데이터 생성 기관별로 결과치가 달라 혼선이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안정적인 양곡 정책을 위해 신뢰성 있는 쌀 수급 예측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과학적인 예측 시스템을 통해 쌀 생산과 소비, 비축, 가격 등 수급 상황을 신속하고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시장에 신속히 개입할 수 있는 정책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햅쌀이 출하되는 수확기에 접어들었다. 식량안보에 기반한 합리적인 양곡 정책으로 농업인들의 생산 의욕을 고취는 물론 글루텐 없는(gluten free) 쌀의 강점을 살린 즉석, 가공 밥, 가루 쌀 제품 등 다양한 국내외 쌀 소비 촉진 정책을 통해 쌀 수급 및 가격 안정화의 변곡점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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