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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존중되는 계묘년을 기대한다

생각의 생각

  • 웹출고시간2023.01.17 16:25:32
  • 최종수정2023.01.17 16:25:32

정초시

(전)충북연구원장·충북도 특별고문

1961년 3월 11일 예루살렘 지방법원에서는 세기의 재판이 열렸다. 유태인들을 게토에서 수용소로 강제 이주시켜, 600만 명에 이르는 유태인들을 가스실에서 죽게 만드는데 적극적인 기여를 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전범재판이었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뉴유커(The New Yorker)'지로부터 재판참관 위탁을 받아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히만이 잔인한 심성을 가진 악마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한 가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두려운 교훈을 남겼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이와 같은 끔찍한 행동을 한 치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수행할 수 있었던 근본적 원인은 "비판적 사유의 부재"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말미에 비판적 사유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아이히만과 같은 악마가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경고를 하였다.

비판적 사유가 중지된 사회는 단선적 가치를 지향한다. 우리는 오랜 봉건 왕조시대, 일제 강점기, 그리고 최근 군부 독재시대를 겪으면서 오직 하나의 시선만을 바라보도록 강요받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럴 때 나타나는 현상은 다른 가치를 주장한다는 것은 반사회적이며, 오직 단선적 가치를 수용하는 것만이 애국자가 되는 전체주의의 전형을 보이게 된다. 이때 체제에 충직한 사람들의 시선은 늘 타자를 향해 있으며 단선적 가치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배제하며 차별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정의 구현이라는 확신까지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한 사회는 지배자의 가치와 이에 저항하는 가치로 양분되며 중간지대를 포함하는 다양한 가치의 입지는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진영의 논리를 확대재생산하게 되며,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가 극심해지며 때로는 혐오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여 사회를 더 나은 상태로 바꾸는 수단으로서의 토론은 실종되고, 사랑·배려·관용·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감 등을 포함하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은 불가능해지며 분열과 증오가 난무하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우정으로 가장 끈끈하게 맺어진 친구들의 SNS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려다가 봉변을 당한 경험을 대부분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좌빨, 수꼴 등 개념 정리도 명확하지 않은 말들이 난무하며 어느 한 진영에 포함되지 않으면 발언할 권리조차도 차단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말들은 자신이 아니라 타자를 향해 있으며 격앙된 감정의 표현이 주류를 이룬다. 그리고 각종 매체의 알고리즘은 자신의 고객들을 위해 진영의 검증되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 사람들을 모은다. 그리고 진영은 점점 견고해지며 사회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은 사라지고 있다. 한 예로 작년 10월 29일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접근도 오직 어느 진영의 책임이 있는가에만 집중하지,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에 기반한 단선적 가치관 등의 참사의 근본적 원인과 진단에 대한 토론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혐오만 난무한다. 그래서 건강한 질문은 사라지고 대안 마련은 불가능해지며 참사는 반복되는 것이다.

올해에는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이 고별 강연에서 말한 대로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을 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수용되어, 우리 사회가 적대(hostility)에서 환대(hospitality)로, 배제와 차별에서 포용과 관용으로, 증오에서 사랑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바탕으로 냉철한 이성을 연장으로 우리 사회가 이루어야 할 대안들을 찾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에 기초한 대안이 제시될 것이며, 질문과 토론 과정을 거쳐 숙의되며 사회 발전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나갈 것이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있다. 모두가 지향하는 진정한 의미의 발전을 위한 비판적 사유와 더불어 사유의 시선을 타자가 아니라 먼저 내게로 돌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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